죄와 말 - 법정에 쏟아진 말들, 그 속에 숨겨진 범죄의 흔적
송영훈.박희원 지음 / 북플랫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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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애초에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라는 부질없는 상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만큼 말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과 혼란이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나쁜 짓을 서슴치 않는 자의 거짓말은 악행의 연장선이네요.

《죄와 말》은 법정에 쏟아진 말들을 다룬 책이에요. 이 책은 CBS 사회부 기자 두 사람이 수많은 사건을 취재하며 법정의 언어를 기록한 법정 이야기예요. 법정에서 재판이란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법리 싸움이며, 말로 다투는 듯 보이지만 범죄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기 때문에 신빙성 없는 말보다는 명백한 증거가 우선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저자들은 그 재판 과정을 '살인의 말', '단죄의 말', '국가의 말'로 나누어 그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잘못을 저지른 자가 처벌받는 것이 마땅한데, 재판에서는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음에 해당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184p)라고 판결한 내용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네요.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고 처벌 필요성은 있지만 처벌할 수 없다는 법적 판단이 몹쓸 인간들에게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구멍이 되고 있어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에 적혀 있듯이, 사람들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법이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법이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차별이 만연해 있네요. 법을 모르는 이들, 돈과 권력이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법의 문은 좁고 위험한 반면, 소위 법을 알고 돈과 권력을 쥔 자들에게 법의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말이에요. 그러나 국민 모두가 생중계로 지켜본 내란을 전면 부정하면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자와 이를 동조하는 자들의 헛소리, 거짓말은 도저히 감춰지질 않네요. 어디까지 헌법과 국민을 무시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네요. 법을 전공하거나 재판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재판을 방청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잘 몰랐던 법정의 말들과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건들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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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세계사 -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365장면 속으로!
썬킴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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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 쌤의 그날의 세계사, 365일 역사 속 오늘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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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세계사 -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365장면 속으로!
썬킴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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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와 함께 첫 장을 여는 달력,

그 달력을 보면서 가장 먼저 챙기는 건 자신을 포함한 가족, 지인들의 생일과 각종 기념일, 공휴일이에요. 각자 중요하게 여기고, 의미를 둔 날들이 있을 텐데, 그 모든 날들을 모아 본다면 어느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을 거예요. 언젠가 문득 '역사 속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오늘은,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일 수 있지만 세계사 속 오늘은 역사를 뒤흔든 결정적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것. 어렵고 고리타분한 역사의 단편적 지식 대신 하루 한 장씩,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어요.

《그날의 세계사》는 일 년 365일, 역사 속 오늘을 되짚어보는 책이에요.

저자는 유명한 역사 스토리텔러인 썬킴 쌤이에요. "역사란 것은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위에서 서로 연결되어 흐르는 거대한 물결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모든 역사적 사건들은 서로 다 연결되어 있다'란 부분입니다. ... 누구에게나 공정한 일 년 365일이란 날들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 중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사건을 하나의 시간표로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란 생각을 했던 겁니다. ...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이 지구에 살았던 우리 동료들이 하루하루를 어찌 살았는지 여행을 떠나 볼까요?" (4-5p)

오늘의 역사를 하나하나 고이 엮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 세계사 가이드북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역사를 다룰 순 없지만 '오늘'에 초점을 둔 그날의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네요. 첫 장에는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고, 각 달마다 역사적 사건의 장소와 날짜가 표시되어 있어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썬킴 쌤이 뽑은 365일의 결정적 사건을 통해 그날의 세계사를 알 수 있어요.


01월 09일

1905년 1월 9일, '먹을 것을 주세요' 시위를 벌이던

비무장 농민 · 노동자 시위대에게 러시아군이 발포를 했다.

당시 러시아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려 1,000명 이상 사망한 비극이 벌어진,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날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유혈 진압으로 인해 제정(황제가 통치하는) 러시아는 결국 망한다. 기억하는가? 1905년이 어떤 해인지?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의해 거의 초토화되던 시점 아닌가? 당연히 러시아 민중들은 '먹을 것도 없는데 쓸데없는 전쟁까지 하면서 젊은이들은 죽어 나가고 있다'라며 황제에게 '제발 전쟁을 멈추어 주시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소서'란 읍소의 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러시아 민중들 사이에선 황제가 곧 신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신인 황제가 자신들의 호소를 자비롭게 받아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황제를 호위하던 군대의 총알이었다. 믿었던 신에게 배신당한 러시아 민중은 곧 혁명을 일으키고 러시아를 멸망시킨다. (20p)


러시아 혁명은 한두 명의 개혁가들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무능하고 잔혹한 황제를 향한 민중의 분노로 시작된 거예요. "백성의 신망을 잃으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한비자의 말처럼 민심을 잃은 군주는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보여주는 내용이네요. 우리 역사 속 오늘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1593년 1월 9일은 임진왜란 중 왜병에 함락된 평양성을 탈환한 날" 이라서 책 귀퉁이에 적어놓았어요.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격인데, 내가 찾아낸 의미 있는 그날의 사건을 책속에 적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뽑은 그날의 세계사'를 따로 정리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과거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요근래에는 온몸으로 체득하는 중이네요. 한강 작가님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고,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배우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고 있고, 그 현장에 서 있네요. 오늘의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한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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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벨랴코프 일리야 옮김 / 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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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정말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져요.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책들을 살펴보고, 좋아하는 코너 귀퉁이에서 훑어보며 보내던 때가 있었죠. 동네 서점이 점점 사라지는 동안, 그 빈 자리를 아쉬워하다가 어느새 잊고 말았네요.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는, 퍼득 떠올랐네요. '아, 내가 참 좋아하던 장소였구나.'라고요.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는 마리야 이바시키나 작가님의 그림책이에요.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게 아닌가?'라는 편견이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스물다섯 곳의 매력적이고 특별한 서점이 나와 있어요. 따스한 그림체로 서점의 전경을 보여주고,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왠지 설렜네요. 어릴 때부터 책이 많은 곳에 가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이게 무슨 감정인가 싶었는데,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어쩐지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아이가 된 것처럼 즐거웠어요. 처음 알게 된 세계의 서점들이 신기하고 새로웠네요. 유서 깊은 서점들도 멋지지만 그리스의 아틀란티스 북스는 산토리니의 아름다움에 반한 친구들이 모여 2004년 문을 연 서점이라는 사실이 끌렸네요. 한때 선장의 집으로 쓰였던 장소를 책방으로 변신시킨 친구들이 누구인지 궁금했고, 아름다운 산토리니에 자리한 그곳의 실제 모습이 알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진짜 동화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책방 느낌이었네요. 그림책 속 그림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책방이라니, 가보고 싶어요. 역시나 알면 알수록 해보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서점은 제주도에 있는 '책방 소리소문'과 '평산책방'이 나와 있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책 제목처럼 세상은 넓고 그 어딘가엔 내가 꿈꾸던 서점이 있다는 것, 그게 가장 설레는 부분이었네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세계여행인데 책을 주제로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진짜 나의 서점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그곳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계의 여러 서점을 둘러보고 나니, 나의 서점을 꿈꾸게 되는 멋진 그림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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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이봉호 지음 / 북오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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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국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고, 그 다음은 기뻤어요.

그동안 우리나라 첫 노벨 문학상 후보로 언급되었던 작가들은 많았지만 번번이 실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대를 내려놓고 있었거든요. 매년 노벨상 시즌이 되면 최종 수상자에 대한 관측이 들려오는데 한강 작가의 언급은 없었던 터라 수상 소식이 주는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아요. 2024년 10월 10일,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선정되었고, 12월 10일에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하여 메달과 노벨 문학상 증서를 수여받았어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문은 그의 작품들 못지 않게 우리 모두가 꼭 읽어야 할 내용이네요. 사실 수상 소식을 듣고나서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을 모두 구입했고, 차근차근 읽고 있는 중이에요.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는 노벨문학상과 한국문학, 한강 작가님에 관한 해설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인 이봉호 문학평론가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해설해주고 있어요. 첫 번째는 독자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노벨문학상의 이모저모를 설명해주고, 한강 작가님의 연대기와 기존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있고, 두 번째는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을 한강 작가님의 아버지이자 소설가인 한승원 작가님으로 시작해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들과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간략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각자 관심 가는 작품들은 찾아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세 번째는 한강 작가님의 작품에 관한 저자의 리뷰가 실려 있고, 네 번째는 8인 8색 다방면의 인물 인터뷰를 통해 문학에 관한 여러 의견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소식 이후 서점마다 한강 작가님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렸고, 저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네요. 이 책은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포함한 한국 현대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네요. 알면 알수록 생각하는 폭과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물론이고,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읽어봐야겠어요. 한강 작가님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는데,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세계 속에서 우리 모두가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네요.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 라는 작가님의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할 차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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