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 나태주의 일상행복 라이팅북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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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마음을 달래보려고 시집을 펼치네요.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 수 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 중 한 분의 책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는 나태주 시인의 일상행복 라이팅북이라고 하네요. 나태주 시집에 필사노트를 합쳐 놓은 특별한 책이네요. 올해는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5주년이 되는 해라서 이를 기념하여 열림원에서 읽고 따라 쓸 수 있는 라이팅북을 출간한 것이래요. 요즘 우리는 '보는' 것에 치중하느라 '읽고 쓰는' 일이 소홀해진 것 같아요. 그게 뭐 대수인가 싶겠지만 '읽고 쓰는' 일이 줄어들수록 마음을 돌보는 시간도 적어지더라고요. 늘 맑고 아름다운 언어로 시를 쓰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하기에 참 좋은 것 같아요. 토닥토닥 달래는 손길에 움츠러든 어깨가 펴지듯이, 어느새 마음이 따스한 온기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을 받네요.

시집의 제목은 시인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에요.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5p)  첫장, '1'이라는 숫자 아래에 "통통통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요"라는 문장이 화사한 분홍 글씨체로 적혀 있어요. 첫 번째 시 <그 아이>를 읽으면서 올해의 결심을 했네요. "겉으로 당신 당당하고 우뚝하지만 / 당신 안에 조그맣고 여리고 약한 /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 작은 말에도 상처받는 아이 / 순하고도 여린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 그 아이 이슬밭에 햇빛 부신 풀잎 같고 / 바람에 파들파들 떠는 / 오월의 새 나뭇잎 한 가지예요 / 올해도 부탁은 그 아이 / 잘 데리고 다니며 / 잘 살길 바라요 / 윽박지르지 말고 / 세상 한구석에 떼놓고 다니지 말고 / 더구나 슬픈 얘기 억울한 얘기 / 들려주어 그 아이 주눅 들게 하지 마세요 / 될수록 명랑하고 고운 얘기 밝은 얘기 / 도란도란 나누며 걸음도 자박자박 / 한 해의 끝 날까지 가주길 바라요 / 초록빛 풀밭 위 고운 모래밭 위 /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새 발걸음 /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요." (14-16p)

시집을 펼쳐 왼쪽에 적혀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오른쪽 여백에 따라 쓰면서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시를 눈으로 읽어도 되지만 소리내어 읽으면 훨씬 더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통통통"이라고 말하는 순간, 작은 공이 마음 안에서 튕기듯이 덩달아 들썩들썩 즐거워지네요. 마법의 주문처럼 "통통통" 소리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경쾌함, 온전히 마음을 열면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네요. 시인의 시가 나에게로 와서 내 마음이 되어버렸네요. 작고 예쁜 시집이라서 가방에 쏙 넣어 다닐 수 있어요. 힐링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지 읽고 쓸 수 있어요. 하루를 끝내며 잠들기 전,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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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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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꿈, 눈 감고 잠들어야 꾸는 꿈 말고 진짜 꿈이 뭘까요.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네요. 사실 아예 사라진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어딘가에서 두둥두둥 울리는 소리를 들었어요.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은 유영광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소설보다는 동화에 가까워요. 어른들이 읽어야 할 동화, 아마도 먼저 읽은 사람들은 공감할 거예요. 판타지 모험 이야기가 결국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걸 말이죠. 어릴 때 재미있게 읽던 동화가 어느 순간 시시해지면서 철이 든 줄 알았는데 동심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의심, 불신, 시기, 질투, 미움, 욕심... 온갖 나쁜 감정들을 채우고 살았네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라서 웃었던 게 아니라 꿈과 희망을 품고 있어서 행복했던 건데 그 동심을 사그리 잊고 지냈던 거죠.

이 소설은 앞을 볼 수 없는 소년 폴이 난쟁이 노인 할과 날개 잃은 천사 브룬델(프랫) 그리고 팔 잃은 기사 제이콥과 함께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으로 함께 가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첫 장에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으로 갈 수 있는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 마음 속 내면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어요.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 원하는 소원을 이루고자 머나먼 여정을 시작했어요. 방황의 성에서 출발해 경쟁의 길을 지나 공허의 언덕을 넘으면 외로움의 산 속에 있는 자아의 동굴에서 꿈의 요정을 만나고, 불안의 숲을 지나 꿈의 오두막에서 잠시 머무르고 절망의 계곡 위에 놓인 믿음의 다리를 지나 희망의 신전에서 용기의 천사를 만난 뒤, 용기의 바위, 좌절의 늪, 의심의 마을, 고난의 들판, 생각의 나무, 슬픔의 강, 평화의 목장, 상처의 덤불, 기다림의 사막을 통과하면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어요. 바로 쾌락의 바다, 여기를 건너야 행복의 섬으로 갈 수 있어요. 제일 먼저 들려준 이야기, 행복의 여신이 인간의 마음에 심어준 '꿈'과 '용기','사랑'이 희망을 잃지 않게 만든 힘이었는데, 행복의 여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질투심 많은 불행의 여신이 '걱정', '불안', '미움', '원망', '후회' 등을 만들어 인간이 가지고 있던 꿈과 용기를 빼앗고, 사랑마저 뺏으려는 찰나에 행복의 여신이 돌아왔다는 것이 인간이라서 겪는 모든 감정들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이야기의 힘은 놀랍고 멋진 것 같아요. 꿈 같은 동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마음의 위로를 얻고 꿈과 희망을 찾게 됐으니 말이에요. 사랑으로 충만해진 마음에 딱 한 방울의 용기만 더해지면 될 것 같아요.


"삶이란 말이다, 누군가가 너에게 준 선물 같은 거란다.

그건 워낙 여러 겹으로 쌓여 있어서, 선물을 완전히 풀어보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지.

지금은 구겨진 겉모습만 보이더라도, 언젠간 네가 받은 선물의 진짜 모습과 의미를 알 수 있는 날이 찾아온단다."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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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자유를 위한 상처 떠나보내기
권혜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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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머릿속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생각은 무엇일까요.

그 생각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진짜 주인이라면 나 자신을 위해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요.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책 제목을 보면서, '자유'라는 단어가 눈에 띄더군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내면의 자유를 위한 상처 떠나 보내기》는 권혜임 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내면의 성장을 위해 책 쓰기 수업을 받았고, 책을 쓰는 동안 자신도 몰랐던 본인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마음의 상처가 깊을수록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 어렵고, 그 마음을 감추다보면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책 표지에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우리가 삶을 반복하는 이유는 내 문제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것이 저자가 인생에서 체득한 교훈이었고, 이 책에 담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외롭고 힘들고 아팠던 순간들을 기록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단순히 회상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 끌어내어 글로 적는 과정은 단단한 마음 없이는 어려운 일이에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해요. 솔직하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는 일, 그것이 시작인 것 같아요.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인생 중 소중하지 않은 인생이 없으니, 우리는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아요.

"행동하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때가 삶을 바꾼 결정적 선택이었고,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던 시도였고, 결과였다. 자신 없는 발걸음을 한 발짝을 떼면서 미래가 바뀌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답이 없어 보이고 길이 안 보일 때 내 마음이 향했던 곳, 내 내면이 원했던 곳으로 자신이 없더라도 한 발짝을 떼어보니 저절로 길이 보였고 그 길을 따라왔다. 뒤돌아보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고 내가 과연 그러한 일들을 겪어왔는지 의심될 정도로 모든 것이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기억이다. 한순간의 꿈처럼 느껴진다.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고 영원하지 않다. 남은 것은 경험과 깨달음이다." (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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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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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떻게 늙어가야 하나,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온다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고, 굳이 생각할 필요를 못 느꼈어요. 근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단순히 노후에 관한 걱정이 아니라 관계의 문제들을 자각하는 계기였네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네요.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리사 리드센 작가의 소설이자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스웨덴 작가의 첫 작품이 스웨덴뿐 아니라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여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 전 세계 32개국 판권 계약이 되었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일이에요. 근데 소설을 읽고 나니 충분히 그럴 만한 작품임을 인정하게 됐어요.

이 소설은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가족, 부모와 자녀 사이, 인간 관계, 사랑과 우정, 늙음과 죽음, 고립, 아름다운 이별 등등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네요.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그만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힘들기 때문이에요. 가족은 특히 가까워서 먼, 사랑하지만 미운 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작은 오해가 쌓이다 보면 나중엔 벽이 되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지경이 되니까요. 소설 속 인물들, 대개 주인공의 입장에서 몰입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주목하게 되네요. 나와 너,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전혀 다른 풍경이 그려져서 다양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네요. 그러다가 문득 너무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의 경고등이 울렸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뭘까를 생각했고, 그 말을 꼭 오늘 해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진짜로 더 많이 웃고, 더 자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 "너도 알다시피 난 네가 자랑스럽단다." (449p) 이 말을 좀 더 일찍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후회가 없도록 진심을 다해 표현하고 싶어요. 훌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주어진 오늘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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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수의 - 1453년 비잔티움 제국 마지막 황제를 만난 소년의 이야기
질 패튼 월시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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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황제의 수의》는 질 패튼 월시의 역사 소설이에요.

저자는 영국 소설가이자 아동 작가로, 본명은 '길리언 아너린 메리 블리스'이고, 역사 고증을 지키면서 역사 교훈을 살린 중세 역사 동화를 주로 집필해왔으며, 1974년 집필한 이 작품으로 휫브레드상(현재 코스타상) 수상을 했고, 1993년 집필한 중세 철학 소설 《천사의 지식》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0년 케임브리지셔 헌딩턴에서 사망했다고 하네요. 왜 중세였을까요, 중세 역사가 어떤 매력이 있길래 중세 이야기만 썼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조금 알 것 같아요. 이 소설은 1453년 비잔티움 제국의 최후,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을 그려내고 있어요. 비운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노스 11세는 몰락한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끝까지 지켜내고자 용감하게 싸웠어요. 바로 그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자 황제 곁에 운명적으로 나타난 잉글랜드 소년 피어스 바버가 등장해요. 꿈의 예언과 해몽에 따르면, 황제 곁에 한 사람이라도 존재하는 한 도시가 소멸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마침 난파선에서 뚝 떨어진 소년이 나타난 거예요. 황제는 행운을 발견했다는 의미로 소년에게 브레티키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그때부터 소년은 황제의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며 지켜보게 되는데... 과연 꿈의 예언대로 제국을 지킬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제국의 역사를 알고 있지만 그 운명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해요. 위기가 오기 전, 황제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연설했어요.

"··· 늘 그래왔듯이, 변함없고 아량있게 용기를 가지고, 우리의 신앙으로 적에게 맞서주시요. 내가 그대들에게 권하노니, 그대들이 이 가장 유명하고 걸출한 성채와 우리의 조국인 도시들의 여왕*(콘스탄티노폴리스의 이명)을 지켜주시오. 그대들, 내 형제들도 알다시피, 우리가 죽음을 감수하고 지켜야 할 명분에는 네 가지가 있소. 우리의 신앙, 우리의 조국, 하느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종복인 우리 황제,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이요. 우리가 살면서 이 중 하나라도 지킬 의무가 있다면, 네 가지 모두가, 그 이상의 위기에 처해 있으니, 우리는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죽음을 맞닥뜨려야 하오!" (267p)

브레티키는 황제의 명령으로 제노바 문을 잠그기 위해 달려가면서 , 자신은 황제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어요. 그러나 황제는 애원하며 문을 잠그라고 했어요. 다시 황제 곁으로 돌아온 브레티키는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임무를 완수했어요. 그 장면이 소름돋았어요.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그 순간을 볼 수 있다면 분명 그랬을 거라고... 꿈은 미래의 예언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을 통해 실현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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