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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테일
김달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엿보기, 일상 생활에서는 매우 조심해야 할 행동이죠.
사실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오히려 제멋대로 오해할 여지가 있어요.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적나라한 엿보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체로 흥미롭게 빠져들다가 불쑥 예기치 못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 묘한 중독성이 있네요. 근데 이 소설은 읽다가 그만, 딸꾹질이 난 듯 가슴 어딘가가 뻐근해지더라고요. 뭘까요, 이 감정은...
《머큐리 테일》는 김달리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이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저마다 놀라운 사연으로 머리를 쭈뼛서게 만드는 지점이 있어요. 공포 장르가 아닌데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있어요. 호기롭게 들어선 낯선 집 안에서 못 볼 것을 본 느낌이랄까요.
아무런 설명 없이 소설 속 대화만 발췌해서 보면 어떨까요. <나의 테라피스트>에서는 미라, 영선, 지운, 섭까지 네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전혀 이상할 게 없지만 숨겨진 이면은 다소 충격적이었어요. "언니야.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 뭘 말해도 놀라거나 겁내면 안 돼. 언니는 나의 테라피스트잖아." (46p) 과연 이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내막을 안다면 그 끝을 짐작할 수 있지만 용납하긴 힘드네요.
<들러리>에서는 자연, 지호, 희나까지 세 사람을 주목하면 되는데, "힛. 실수였어. 미안해." (89p) 라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네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요. 근데 실수인 척 위해를 가하는 건 범죄예요.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왜 그때 미리 알지 못했는지, 그의 실수가 너무나 안타깝네요. 등 뒤에 감춘 칼을 조심하라!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불행의 씨앗인 것 같아요.
<머큐리 테일>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머큐리, 수성의 비밀을 좇는 이야기였네요. 원래 불륜이라는 소재가 파격적인 요소들이 많은데, 아버지의 내연녀를 좇는 딸이 주인공이라니, 좀 의외였어요. 무엇보다도 "무슨 상관이지······ 어차피 넌······ 사람이 아니잖아." (122p) 라는 대화가 오가는 장면은 매우 특이했어요. 불륜과는 무관한 장소에서 뜻밖의 인물을 통해 나온 말인 데다가, 돌이켜보면 그 장면이 진짜 현실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알 수 없어요. 머큐리 테일(Mercury tail)은 미스터리 테일(Mystery tale)이었네요. <멸종 아이>에서 생태연구소 직원인 산호는, "우리는 죽어도 돼요. 멸종 인류가 아니니까." (165p) 라고 말했는데, 산호가 다섯 번째 아리에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존재의 이유, 그 답을 찾고 싶네요. <토리 앤 뱀파이어>에서는 "살려주세요." (230p)라는 토리의 말이 뇌리에 남네요. 비틀스의 노래 <something> 처럼 김달리 작가님의 작품은 나에게 뭔가를 보여줬네요. 당신만의 something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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