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는 곳 사는 곳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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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네 리오는 구인 정보지 회사<하이어드림>의 부편집장이다. 직함만 보면 그럴 듯 하다.그러나 그녀의 삶은 빛 좋은 개살구같다. 서른 번 째 생일날,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축하해 줄 사람도 없으니 최악이다. 그런 그녀에게 낯선 바람이 불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유독 서른 살은 남다른 의미를 준다.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성인이 되었다는 뿌듯함과 해방감을 느끼지만 서른에 들어서면 잠시 주춤하게 된다. 마냥 젊음을 만끽하기보다는 서서히 책임을 느끼게 되는 시기랄까?

내게 서른은 그런 의미였다.

내 삶의 열정은 살아 있는가?

지금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냥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나이는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심판의 목소리처럼 조급함을 느끼게 한다. 뭔가 열정적인 펀치를 날려 보지 못한 아쉬운 인생, 시간만 자꾸 가고 있으니 어찌 나이를 무시할 수 있을까?

서른을 맞이한 리오의 인생은 다도코로 데쓰오를 만나면서 살 만한 인생이 된다. 어떤 직함이나 누군가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이다.

껍데기는 가라.우리를 살 맛나게 하는 것은 열정을 되살리고 즐기는 자기 자신이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여자가 있다. 하나는 서른의 리오, 다른 하나는 사십 대의 사토코.

그녀들에게 인생 전환점이 된 곳은 가기야마 건축 회사이다. 집을 짓는 회사이다.

건축에 관해서는 초보인 그녀들이지만 열정만큼은 수준급이다. 나 역시 건축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건축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감탄했다. 우리가 흔히 노가다라고 부르며 천시하던 그 일이 이토록 매력적이었구나.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새로운 건물을 창조해내는 작업. 더군다나 그들이 만드는 건 개인 주택, 집이다. 집은 그저 비바람만 피할 수 있는, 먹고 자는 곳의 개념이 아니다.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엄마 품과 같은 곳이다.

먹고 자는 곳, 사는 곳, 그리고 마음이 담긴 곳. 마이 홈

 

 무슨 일이든지 열정과 신념을 가진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그 사람을 존경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하는 일 자체가 아니라 그가 일을 대하는 마음 자세에서 비롯된다.

문득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세 명의 인부가 있었다. 첫 번째 인부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벽돌을 쌓는 일을 한다며 투덜거렸다. 그는 평생 벽돌공으로 살 것이다. 그는 그저 남이 시키는 일만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인부에게 물었더니 벽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개념은 있기 때문에 적어도 현장 감독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인부에게 물었더니 그는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그에게 벽돌 쌓는 일은 단순 노동이 아닌 교회라는 건축물의 한 부분을 만드는 가치 있는 일인 것이다. 단순 노동자가 되느냐 예술적인 장인이 되느냐는 생각의 차이인 것이다.세상의 모든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리오가 과감하게 부편집장 일을 그만 둔 것도 그 일을 통해서는 열정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그녀의 꿈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녀는 서른 살, 과감한 인생 재설계를 시작했다. 이제는 현실을 탓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꿈을 짓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무엇인가?
먹고 자는 것, 사는 것,그리고 열정적인 꿈을 품는 것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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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육삼십육 - 일상의 웃음과 행복을 찾아
김도환 지음 / Wellbrand(웰브랜드)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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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육삼십육 >은 작가 김도환의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카툰과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를 궁금해 하며 펼쳤더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다.

단서는 일기장에서 발췌한 듯한 글들을 보면 날짜가 이공공육/공사/공일 이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2006년 3월 6일이 무슨 특별한 날인가? 아니면 작가 나이가 36살인가? 입으로 육육삼십육을 계속 중얼거리며 제목과 행복이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평범한 맞벌이 부부와 외동딸 마토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방울 토마토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듯 상큼한 일상의 즐거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자기와 닮은 일상을 만화와 일기로 담아 오다가 <육육삼십육>이란 책을 펴냈다고 한다.

행복에 관한 많은 책들이 있겠지만 이 책은 정말 평범하다. 나의 일기장에 적혀 있을 것 같은 글들과 그림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평범하기에 더욱 특별한 책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일상은 지루하고 그저 그런 하루가 아니다. 평범하다는 말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이 책이 주는 평범함은 우리가 바라는 행복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행복에 관한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이다. 지극히 평범해서 특별히 누구랄 것도 없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우리들이 바라고 누리는 행복은 우리 삶 속에 있으니까, 행복을 말하려면 그런 평범한 일상을 빼고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작가는 마토 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또 작가의 일기에는 눈 내리는 날 조용히 팔짱을 끼는 아내의 모습, 쵸코빵을 빨리 먹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가는 딸아이의 모습, 비오는 날 나에게 차 한잔 대접하는 나의 모습이 적혀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살포시 미소 짓게 된다.  파랑새는 우리 곁에 있구나.

이 책을 읽기 며칠 전에 조금 우울한 적이 있었다. 우울한 감정에 빠질수록 더 우울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엇이 우울한 건지 생각해 보니, 욕심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욕심 내다 보니 울적해진 것이다. 욕심은 내가 가진 것은 잊게 하고 남이 가진 것만을 보게 만든다. 나를 잊고 있으니 내 자신이 슬퍼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살다 보면 자꾸 잊게 된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망증이야 그 물건을 다시 사면 되지만 행복이 뭔지를 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미 내 안에 있는 행복을 잊어 버리고 엉뚱한 데서 찾는 증세- 행복 건망증

우리가 종종 앓게 되는 <행복 건망증>을 이겨내는 방법은 뭘까?

그건 잊지 않도록 자꾸 행복을 느껴야 한다. 우리 삶 속에 작은 즐거움들을 끄집어내고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 혼자만의 행복은 작지만 나누면 커지니까.
<육육삼십육>은 그런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그 행복을 나눠주고 있다. 육육삼십육이 무슨 뜻인지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지만 행복을 잊지 않기 위한 주문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구구단을 소리 내어 외우던 어린 시절처럼 육육~?하면 바로 삼십육이라고 말하듯이 요즘 어때?라고 누가 묻는다면 행복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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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의 소통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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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작가의 이름 석자만을 보고 책을 골랐다.

이유는 없다. 그저 그의 글들이 좋으니까.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가로16 x 세로25 - 제법 큰 책 속에는 반 토막도 안 채워진 글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그려져 있다. 203개의 짤막한 글들과 55개의 야생화 그림. 이렇게 숫자를 나열한들 이 책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들은 어떤 사람을 이렇게 설명한다.

25살, 키165센티미터, 몸무게55킬로의 용모 단정한 여자.

이런 설명과 기준만으로 평가되는 세상.

‘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봤다.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답은 하나 뿐이다.  “나는 나다.”

여자도 여자를 모르고, 남자도 남자를 모른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는 사랑을 한다.

이별을 한다. 아파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아픈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내 아픔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아픔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 아픈 사람은 없다.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면서 아프다고 한다.

사랑이 뭔 줄도 모르면서.

이외수의 소통법은 그런 식이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이외수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은 꽃가게에서 파는 다듬어진 꽃다발이 아니다.

우리처럼 이 땅을 밟고 서 있는 야생화 같은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닌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게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사랑은 본능이다.

누굴 미워하고 시기하고 화내고 짜증내는 사람은 자신이 더욱 괴롭다.

그것은 자신의 본능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알려고 하지 말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잠시 잊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을 보여 준다.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어 본다. ‘ 너, 거기에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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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 대한 6가지 질문 - 전략선택을 위한 6가지 경영이야기
야마네 다카시 야마다 히데오 지음, 황선종 옮김 / 멘토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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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 관한 책이라면 먼저 딱딱한 이론서를 떠올리고, 읽을 생각조차 않던 나에게 이 책은 참 신선하다. 제목부터 깔끔해서 쉽게 펼칠 수 있었다. 복잡하게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여섯 가지 질문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경영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인 내게는 아주 적합한, 읽기 편한 경영 이야기책이었다.

기업 경영의 목표는 무엇인가? 수익을 내는 것이다. 수익이라는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경영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이 많은데 이 책은 그 전략의 결과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바로 실제 경영에 있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여섯 가지 질문을 통해 실제 기업의 결산서로 수익의 구조를 설명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각 장마다 알아두면 좋은 회계 지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어려운 회계 용어가 나와도 책을 덮을 일이 없었다. 회계 규칙은 국가 간의 힘겨루기로 결정되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와 미국의 경우가 다르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어떤 회계 기준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졌다.

실제 기업들의 사례와 결산서를 바탕으로 그 성과를 측정한 내용을 보면서 회계 기초 지식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수익을 올리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기초적인 회계 지식을 알게 되어 유익했다.

여섯 가지 질문 중에 가장 관심이 가는 질문은 적자 기업이 흑자 기업을 M&A할 수 있는가?이다. 경제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기업 매수나 합병에 대해 막연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매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기업의 크기인 매출액과 상관없이 적자 회사가 흑자 회사를 매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말하는 적자를 이해하려면 결산서에서 마이너스를 유발한 연결조정감정상각액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쉽게 말해 기업 매수를 위해 지불한 프리미엄을 회계상에서는 손실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런 손실은 앞으로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발전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 반면, 흑자 회사는 경상 이익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매출액과 이익률은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순이익을 따지자면 적자 경영인 셈이다. 그래서 적자 회사가 흑자 회사를 매수하고, 주식 시장에서는 눈앞에 이익을 내는 흑자 회사보다 불확실하지만 장래 이익이 예상되는 적자 회사의 주식 시가 총액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주식 시장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이런 평가를 통해 진짜 수익을 올리는 우량 기업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인 기업은 이익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는 다시 말해서 기업의 이익은 저축해야 할까, 사용해야 할까?라는 질문이다. 여기서는 실제 일본 기업 중에 각각 현금, 주식, 토지 보유량이 많은 기업을 통해 설명한다. 결론은 토지든 돈이든 이를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업이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유용하게 활용할수록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경영자는 끊임없이 수익을 올려야 하며, 그 수익을 직원이나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에게 분배해야 한다. 경영 이익으로 토지나 예금, 주식만 늘려놓은 채 안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경영 자원의 보유 방식은 기업 환경과 판단 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지금은 좋은 기업의 기준을 절대적인 크기보다 기업의 효율성에 둔다. 경영이란 기업의 저장 자원을 계속 늘리는 행위이며, 이를 확대 재생산이라고도 한다. 회계 업무에서 대차대조표를 가계부와 비교해서 이해하듯이 효과적인 경영 전략은 우리 인생의 성공 전략과도 같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며 발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전략과 그 전략 성과를 통해 실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영에 대해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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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 처음 국어
이은미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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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책 읽기를 통해 얻는 것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는 있지만 책 한 권으로 국어 공부를 제대로 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아이에게 말을 가르칠 때 굳이 가르친다는 생각 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주거나 노래를 들려주었던 것처럼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국어 공부를 즐겁게 하자는 것이다. 저자가 알려준 방법은 의외로 평범하다. 아이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이용해서 말하기와 듣기/읽기/쓰기의 세 영역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이라면 웬만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새삼 비결일 수 있을까 싶지만 책을 읽다 보면 문제는 부모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권장 도서나 추천 도서라고 아이에게 전집을 선물하고-과연 아이가 선물이라고 느낄까?- 모두 읽기를 강요하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책은 하기 싫은 숙제로 여겨질 것이다. 나 역시 전집을 한 번 사주고는 그런 적이 있다. 아무래도 목돈을 들여 장만해주었으니 책이 닳을 정도는 아니래도 전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일 뿐, 야속하게도 아이는 자기가 보고 싶은 책만을 본다.

부모가 읽기를 바라는 책이 아닌,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고르는 배려와 책을 함께 읽으면서 대화하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욕심을 버리고 아이에게 다가갈 때 아이는 더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엄마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 처음국어>는 특별한 비법이 아닌 가장 소중한 엄마의 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국어 능력이 학원을 다니면서 따로 익혀야 할 기술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의사 소통을 통해 자연히 터득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 준다.

 엄마의 사랑이 묻은 정감 있는 목소리로, 되도록 언성은 높이지 말고 정확한 발음으로, 조리 있는 언변은 아니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빠짐없이 그리고 말이 끝나는 순간까지 웃으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에 배우는 모든 과목들은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의 기초가 된다. 더 빨리 먼저 쌓고 싶다고 기초를 소홀히 하면 결국은 무너지고 만다. 한 숟가락씩 꼭꼭 씹어먹는 밥이 소화가 잘 되듯이 하나씩 배워가면 된다. 이 책은 실천하기 쉽고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 준다.

듣고 말하기 부분에서는 다섯 고개, 수수께끼, 한 문장씩 이어 가며 이야기 만들기 등의 활동이 나오는데 모두 재미난 놀이를 하듯이 문장을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수수께끼는 어릴 적에 재미나게 풀었던 기억이 난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져야만 하는 사람은?                           (지게꾼)

머리에 올려 놓지 않고 쓰는 것은?                                     (글씨)

우리말의 동음이의어와 관련된 수수께끼이다. 또 수수께끼와 관련된 내용의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도 재미난 것 같다. 함께 해주는 엄마가 즐거우면 아이도 즐거울 것이다.

말하기와 듣기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말하기가 아이 말하기를 비추는 거울이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말하기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발음 문제는 책 읽기 중 소리 내어 읽기로 발음 교정이 된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기를 하는 것이 바르게 말하기 연습이 될 것이다. 나 스스로도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 공부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부분에서는 무엇을 읽은 것인지 좋은 책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기본적으로 부담 없는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고르라는 것과 우리말이 살아 있는 우리 작가의 우리 그림책을 읽자는 것이다. 내가 간과했던 점은 원작에 대한 것이다. 요즘은 결말을 제멋대로 바꾼 책들이 많은데 그것은 원작 고유의 정서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세계 명작 동화는 원작 내용에 충실한지, 번역을 제대로 했는지를 살피고 우리 전래 동화 역시 원작을 읽게 해주라는 내용은 공감이 간다.

마지막 쓰기 부분은 일기 쓰기, 독후감 쓰기, 받아 쓰기로 쓰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활동을 설명해준다. 글쓰기는 아이의 국어 공부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편안하게 글로 써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지적 사고와 표현 능력을 갖춘 것이므로 성숙한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에 맞는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나 글쓰기는 저절로 생겨나는 능력이 아닌 만큼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는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처음 습관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서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학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세가지 쓰기 활동을 통해 기본기를 다진다면 아이가 자신감 있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따라할 수 있는 글쓰기 유형과 간단한 원칙들이 제시되어 있다.

아이를 위해 비싼 과외, 학원에 보내지 못한다고 속상해 하는 부모들에게 힘이 되는 책이다.
아이의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아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우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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