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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 처음 국어
이은미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책 읽기를 통해 얻는 것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는 있지만 책 한 권으로 국어 공부를 제대로 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아이에게 말을 가르칠 때 굳이 가르친다는 생각 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주거나 노래를 들려주었던 것처럼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국어 공부를 즐겁게 하자는 것이다. 저자가 알려준 방법은 의외로 평범하다. 아이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이용해서 ‘말하기와 듣기/읽기/쓰기’의 세 영역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이라면 웬만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새삼 비결일 수 있을까 싶지만 책을 읽다 보면 문제는 부모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권장 도서나 추천 도서라고 아이에게 전집을 선물하고-과연 아이가 선물이라고 느낄까?- 모두 읽기를 강요하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책은 하기 싫은 숙제로 여겨질 것이다. 나 역시 전집을 한 번 사주고는 그런 적이 있다. 아무래도 목돈을 들여 장만해주었으니 책이 닳을 정도는 아니래도 전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일 뿐, 야속하게도 아이는 자기가 보고 싶은 책만을 본다.
부모가 읽기를 바라는 책이 아닌,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고르는 배려와 책을 함께 읽으면서 대화하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욕심을 버리고 아이에게 다가갈 때 아이는 더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엄마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 처음국어>는 특별한 비법이 아닌 가장 소중한 엄마의 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국어 능력이 학원을 다니면서 따로 익혀야 할 기술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의사 소통을 통해 자연히 터득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 준다.
엄마의 사랑이 묻은 정감 있는 목소리로, 되도록 언성은 높이지 말고 정확한 발음으로, 조리 있는 언변은 아니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빠짐없이 그리고 말이 끝나는 순간까지 웃으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에 배우는 모든 과목들은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의 기초가 된다. 더 빨리 먼저 쌓고 싶다고 기초를 소홀히 하면 결국은 무너지고 만다. 한 숟가락씩 꼭꼭 씹어먹는 밥이 소화가 잘 되듯이 하나씩 배워가면 된다. 이 책은 실천하기 쉽고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 준다.
듣고 말하기 부분에서는 다섯 고개, 수수께끼, 한 문장씩 이어 가며 이야기 만들기 등의 활동이 나오는데 모두 재미난 놀이를 하듯이 문장을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수수께끼는 어릴 적에 재미나게 풀었던 기억이 난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져야만 하는 사람은? (지게꾼)
머리에 올려 놓지 않고 쓰는 것은? (글씨)
우리말의 동음이의어와 관련된 수수께끼이다. 또 수수께끼와 관련된 내용의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도 재미난 것 같다. 함께 해주는 엄마가 즐거우면 아이도 즐거울 것이다.
말하기와 듣기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말하기가 아이 말하기를 비추는 거울’이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말하기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발음 문제는 책 읽기 중 ‘소리 내어 읽기’로 발음 교정이 된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기’를 하는 것이 바르게 말하기 연습이 될 것이다. 나 스스로도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 공부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부분에서는 무엇을 읽은 것인지 좋은 책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기본적으로 부담 없는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고르라는 것과 우리말이 살아 있는 우리 작가의 우리 그림책을 읽자는 것이다. 내가 간과했던 점은 원작에 대한 것이다. 요즘은 결말을 제멋대로 바꾼 책들이 많은데 그것은 원작 고유의 정서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세계 명작 동화는 원작 내용에 충실한지, 번역을 제대로 했는지를 살피고 우리 전래 동화 역시 원작을 읽게 해주라는 내용은 공감이 간다.
마지막 쓰기 부분은 일기 쓰기, 독후감 쓰기, 받아 쓰기로 쓰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활동을 설명해준다. 글쓰기는 아이의 국어 공부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편안하게 글로 써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지적 사고와 표현 능력을 갖춘 것이므로 성숙한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에 맞는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나 글쓰기는 저절로 생겨나는 능력이 아닌 만큼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는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처음 습관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서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학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세가지 쓰기 활동을 통해 기본기를 다진다면 아이가 자신감 있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따라할 수 있는 글쓰기 유형과 간단한 원칙들이 제시되어 있다.
아이를 위해 비싼 과외, 학원에 보내지 못한다고 속상해 하는 부모들에게 힘이 되는 책이다.
아이의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아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우며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