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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스 1
오진원 지음 / 풀그림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꼬마 마법사 파파스 이야기라고 해서 재미 있고 유쾌할 거라고 생각했다.
<3일 안에 아빠를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이란 제목이 있으니 더욱 그럴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 어디, 파파스를 넘 우습게 봤군.”
꼬마 마법사 파파스는 지금 파란 책 속에 갇혀 있다. ‘딱딱맞춰나라’를 도망치려다 붙잡혀서 벌을 받는 중이다. 대신 착한 일을 10가지 하면 원하는 나라에 가서 살게 해주겠다는 여왕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세상에 오게 된 것이다. 누군가 파란 책을 펼쳐야 말 할 수도, 마법을 쓸 수도 있게 된 파파스.
파파스의 파란 책을 펼친 첫 주인공은 바로 다섯 살 소녀 안나이다.
안나는 얼마 전 엄마가 돌아가셨고 아빠와 열 두 살인 오빠 테호와 함께 살고 있다. 아빠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술로 세월을 보낸다. 심하게 취한 날은 남매를 때리거나 괴롭힌다.
이럴 수가, 아빠는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 보내면서 자신이 아빠라는 것도 잊어버린 모양이다.
세상의 어떤 마법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처음엔 아빠 요한 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슬픔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남겨진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정신을 챙겼어야 했는데. 그의 상처 받은 마음은 자기 안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이성을 잃은 것이다.
어쩌면 요한 씨는 아내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못 견디고 쓰러진 것인지도 모른다. 아내가 살아 있을 적에는 좋은 아빠였던 그가 한순간 몹쓸 아빠로 변한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아빠들은 종종 아이들 마음을 이해 못한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들과 아빠를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곤 한다. 서로가 이해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했던 엄마가 사라진 세상은 <소통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죽음은 실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냥 엄마가 먼 곳을 여행가셔서 잠시 볼 수 없는 느낌일 수도 있다. 그만큼 죽음은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영역이다.
요한 씨는 배고프다고 말하는 안나에게 화를 내며 어린 딸의 뺨을 때렸다. 자신은 슬퍼서 너무 아픈데 아이는 배고파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비극적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것이 아이들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아이들은 엄마를 하늘 나라로 보내면서 아빠의 존재도 잃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빠의 폭력 때문에 공포의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이다.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행복했던 한 가정이 이토록 처참한 지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안나네 가족들이 슬픔과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파란 책 속에 있는 파파스는 알고 있다. 그러나 파파스는 방법만을 알려 줄 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진 않는다. 그 이유는 방법은 알려 주되 절대 답을 알려 줘서는 안된다는 여왕님과의 약속 때문이다. 답은 문제를 가진 사람이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명한 안나와 테호,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빠는 멋진 답을 찾는다.
왜 제목이 <3일 안에 아빠를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인지를 알려준다. 정말 기발하다.
삶은 우리에게 고난을 주지만 더불어 그것을 이겨낼 지혜와 힘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삶의 희망이 된다. 꼬마 마법사 파파스는 뭐든 거꾸로 하길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지만 사람들을 돕는 일에는 진지하다. 파파스의 도움으로 안나와 가족들은 다시 행복을 되찾았다.
요한 씨는 파란 책 파파스를 제인에게 건넸다. 그녀는 초록센터 복지사이다. 아이들이 부모 없이 있는 줄 알고 데려가려고 왔었다. 차갑고 쌀쌀 맞아 보이는 그녀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을지 다음 권으로 넘어간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이 책은 파파스만의 매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