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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중심에서 나를 찾다 -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그녀들을 위한 정신과 의사 박진생의 마음분석 노트
박진생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평점 :
사랑의 중심에서 나를 찾다.
인생을 달관한 사람의 한 마디 같다. 인생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쓴 상담 일지라고 볼 수 있다.
남녀 간의 사랑으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상담내용과 함께 마음 분석노트라고 뒤에 적힌 글을 보면 마치 문제집을 풀고 답을 맞추는 과정 같다. 그러나 사랑 문제에 정답이 과연 있을까?
설사 정답을 안다고 해도 자신의 문제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을 것이다.
인생에서 핵심은 “나를 찾다”라고 생각한다. 남녀 간의 관계는 ‘나의 반쪽’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퍼즐을 맞출 때도 처음 조각을 제대로 파악해야 다음 퍼즐을 고를 수 있다.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나의 반쪽’을 찾는 일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떡일 수 있었던 것도 저자가 정신과 의사기 때문만은 아니다. 본인도 대학 시절 첫사랑을 심하게 앓으면서 거의 폐인 수준이 되었지만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그가 실연 당했다는 것도, 낙제를 해서 졸업이 늦어진 것도 전부 이해하고 곁을 지켰다. 그 이유를 묻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나는 머리가 좋지 못해서 무엇을 따지거나 계산하지 못해요. 그냥 기다린 것이지 무슨 이유가 따로 있겠어요?”
사실 이 책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흥미롭고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저자의 이야기였다. 사랑 때문에 망가지기도 했지만 결국 사랑으로 구원 받은 그의 경험이야말로 사랑의 중심에서 자아를 찾은 주인공의 모습이다.
상담하는 대상들은 “그녀들”이다. 사랑으로 고민하고, 상처 받은 그녀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좋은 남자를 못 만나서 혹은 유독 나쁜 남자를 만났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녀들은 자기 자신을 몰랐다. 자신의 이기심, 의존심, 허영심 등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를 모른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예쁘고 날씬하고 똑똑해서 매력적인 그녀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외부의 상대만을 찾았지,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을 받기 만을 원했지, 주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다행이다. 어설픈 나를 돌아볼 때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현재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배웠다.
사랑은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자. 어제와 오늘의 자신의 같은지를 말이다.
변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줄 알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나쁘다. 사랑을 위해서는 변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사랑을 지켜주는 황금비율 – 사랑의 3*3 법칙을 실천하고 싶다.
상대방이 가장 원하는 세 가지를 들어주고,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을 위해 이런 노력을 한다면 사랑으로 행복한 연인, 부부들이 가득할 것이다. 물론 사랑 때문에 병원을 찾을 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으로 나를 찾고, 나의 반쪽을 찾아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를 바란다.
한 가지 더, 효과 만점인 사랑의 주문을 적어 본다.
저자가 어떤 주부에게 주었다는 성철 스님의 <불탄 법어>인데 글 속의 ‘이것’ 대신에 ‘그대’, ‘저것’ 대신에 ‘나’로 바꾸어 적으니 멋진 사랑의 주문이 된 것이다.
그대가 있음으로 내가 있고, 그대가 생김으로 내가 생긴다.
그대가 없음으로 내가 없고, 그대가 죽음으로 내가 죽는다.
이는 두 막대기가 서로 버티고 섰다가
그대가 넘어가면 내가 넘어지는 것과 같다.
일체만물은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어서
하나도 서로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이 깊은 진리는
부처님께서 크게 외치는 연기(緣起)의 법칙이니
만물은 원래부터 한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대를 해치면 나는 따라서 손해를 보고,
그대를 도우면 나도 따라서 이익을 받습니다.
그대를 해치면 내가 죽고
그대를 도우면 내가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우주의 근본진리를 알면
그대를 해치려고 해도 해칠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내가 살고 싶거든 남을 도웁시다.
내가 사는 길은 오직 그대를 돕는 것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