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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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계 어디든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지만 딱 한 군데는 영 자신이 없네요.

마음과는 별개로 도저히 몸이 따라주지 않는, 그곳은 바로 드넓은 바다 속이에요. 근데 바다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엄청난 면적이라 속속들이 가볼 수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신비의 세계가 아닌가 싶어요. 바다의 신비, 그 비밀을 파헤친 책이 나왔네요.

《바다의 천재들》는 수생 생물에 매료된 생물물리학자인 빌 프랑수아가 쓰고, 자연주의 일러스트레이터인 발랑틴 플레시가 그린 아름다운 과학책이에요. 이 책은 바다 생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이 얼마나 놀라운 생존 기술을 지녔는지, 바닷속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있어요.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은 따스한 감정이 느껴지는 그림들 덕분이에요. 해양 생태계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그림이 주는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림과 함께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처음 보는 아이의 심정이 되어 바다 생물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네요. "타임머신을 타고 가장 먼 지역과 가장 먼 과거로 간다 하더라도, 대왕고래만큼 인상적인 동물은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왕고래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고래가 가장 거대한 공룡보다 그리고 가장 거대한 코끼리보다 훨씬 크다면, 그 이유는 물리학 법칙에서 찾을 수 있다. 그토록 거대한 동물을 설계하려면······ 바로 고래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 결론 : 우리의 초거대 동물은 충격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 그곳은 위로 향해 작용하는 또 다른 힘이 중력을 상쇄하는 세계이다. 요컨대, 초거대 동물은 물속에서 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135-137p) 처음 고래에 대해 배울 때 바다 속에 사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라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는데 과학적인 근거들을 따져보니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동물이네요. 물론 고래뿐 아니라 여기에 소개된 모든 바다 생물들이 저자의 말처럼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놀라운 생존 능력을 보여주네요. 사람들은 오랫동안 모든 생물이 반드시 태양 에너지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햇빛이 전혀 없는 심해 생물을 통해 완전히 다른 에너지원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아주 깊은 바닷속, 시커먼 열수가 분출되는 구멍을 '열수 분출공'이라 부르는데 이 주변에서 살아가는 생물은 단 한 줄기의 햇빛도 없이 유기 물질을 합성해 먹이 사슬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하네요. 열악한 환경에서 다양한 종이 세균과 공생 관계로 살아간다는 점이 놀라운 생명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흩어지면 죽고 뭉쳐야 산다는 걸 이미 터득한 거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나사조개는 함부로 만졌다간 강력한 독에 즉사할 수 있다고 하네요. 기다란 주둥이를 사용해 강력한 독이 묻어 있는 작살을 작은 물고기나 바다 벌레를 향해 발사하는 방식이 기발한 것 같아요. 나사조개의 독은 한 가지 독성 물질이 아니라 수백 가지 독성 분자가 혼합되어 신약 개발에 이용된다는 점에서 구하는 생명이 앗아가는 생명보다 훨씬 많다고 하네요. 여기 소개된 내용들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놀라운 능력 덕분에 해양 생태계와 지구 전체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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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쓸모 - 슬기로운 언어생활자를 위한 한자 교양 사전
박수밀 지음 / 여름의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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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한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다 보니,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도 점점 잊어버리게 되네요.

언어도 도끼마냥 갈고 닦지 않으면 녹이 스는 것 같아요. 어휘력 향상을 위한 한자 공부가 필요하다고 여기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됐네요.

《한자의 쓸모》는 단순히 한자만 익히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어휘를 통해 한자의 뿌리와 쓰임새를 알아보고 한자 속 우리 삶과 문화 이야기까지 들려주는 책이에요. 고전학자인 저자는 학교 현장에서 한자 교육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한자가 쓸모있는 언어라는 점을 들려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우리 일상어 어휘 중 한자어가 들어간 비율이 대략 60퍼센트 이상이라서 한자를 잘 알면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고 비슷한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해요. 우리말의 의미와 맥락의 미묘한 차이는 한자 이해 정도에 따른다고 볼 수 있어요. 근래 젊은 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한글 속 한자어와 한자를 연상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한자어를 몰라서 생긴 문제인 거예요.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를 보면 한자를 연상하는 기성 세대는 MZ 신조어를 알아가고, 한자어가 섞인 우리말을 특정 한자로 연상하지 못하는 한글세대는 한자어를 이해하고 배워가면 좋을 것 같아요.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수단인데 우리말에서 비중이 높은 한자어를 외면한다면 사용 가능한 어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한자가 어렵다는 편견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는다면 한자어에 담긴 뜻이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한문을 익히려고 애쓰기 보다는 한자로 된 개념어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훨씬 수월하게 어휘를 익힐 수 있어요. 한자를 알면 우리말의 뿌리를 알 수 있고, 그 뿌리가 튼튼하게 자리잡으면 어휘력을 키울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한자 교양 사전이네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나 동기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럴 때 '일의 경위를 밝힌다'고 말한다. 경위經緯 는 본래 실의 날줄과 씨줄을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에는 옷을 직접 집에서 만들었다. 옷감을 만들기 위해선 베틀에 실을 고정하는데 세로줄인 날줄을 고정한 다음 북으로 씨줄을 쳐서 짠다. 이때 세로줄인 날줄을 경經 이라 한다. 날줄은 고정된 줄이라서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은 책을 경전經典 이라 하는 것이다. 또 가로줄인 씨줄을 위緯 라 했는데 씨줄은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 날줄과 씨줄이 서로 합쳐져 옷이 완성되었다. 날줄과 씨줄이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옷감이 완성되는 것처럼 인간의 일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을 경위라 불게 된 것이다. 일을 성급하게 처리하지 말고, 경위를 잘 살펴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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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의 그림들 - 현대 미술의 아이콘,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야기
데이비드 호크니 지음, 이호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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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무척 설레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감상했으니 말이에요.

《호크니의 그림들》은 제목 그대로 호크니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데이비드 호크니가 세상에 존재하고, 세상을 보고, 그 안에서 움직이며,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하네요. 각 장에는 묘사의 문제, 정지된 삶, 초상화, 공간과 빛, 끝없는 영감이라는 주제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나와 있어요. 이전에 호크니의 그림을 우연히 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감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1937년생인 호크니는 1960년대 팝 아트 운동에 기여한 20세기 영국 미술가 중 한 명이며, 다루는 매체의 폭의 넓어서 하나의 양식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하네요. 페인팅, 드로잉, 판화, 수채화, 사진뿐 아니라 아이패드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는 점이 놀라워요. 한 사람이 태어나 성장해가는 과정, 삶의 변화와 흐름이 그림을 통해 느껴지네요. 예술가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아름답고 매혹적이에요. 삶은 어찌 아름답기만 하겠어요, 그럼에도 아름다운 면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호크니의 그림은 강렬한 삶의 에너지가 느껴져요. 물론 호크니의 말처럼 그림 안에 담긴 의미를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마음일지, 감정으로 느끼는 건 가능하거든요. 그의 작품 세계, 그림들을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 표현하자면 그건 사랑이라고, 오직 사랑에 관한 것임을 느낄 수 있어요. 아흔 살을 바라보는 호드니, 겉모습은 나이든 할아버지인데 그 안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네요. 오랜 세월, 현대 미술계를 이끌어온 화가의 삶이 그가 완성해낸 예술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시간을 선물해준 책이네요. 두고두고 펼쳐 보게 될, 나만의 소중한 호크니 미술관이 될 것 같아요.


"데이비드 호크니의 삶을 관찰한 프랑스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미술상인 장 프레먼의 말에 따르면,

호크니의 인생은 열정의 이야기다. 그 열정은 보는 것에 대한 열정, 말하는 것에 대한 열정, 이미지에 대한 열정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열정에 네 번째 열정, 곧 삶에 대한 열정이 추가되어야 한다.

호크니가 가장 좋아하는 말인 '삶을 사랑하라(Love Life)!'처럼, 그의 예술은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찬사였고, 이로 인해 45년 동안 전 세계에서 환영을 받았다."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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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는 성교육
잉코 지음 / 그라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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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자유롭게 상상하는 성, 아이와 부모 모두를 위한 성교육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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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는 성교육
잉코 지음 / 그라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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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성적대상화, 편견으로 뒤덮인 몸 이미지가 가득한 사회에서

여러분에게 "몸은 아름다운 거예요. 자신의 몸을 사랑하세요."라는 말은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나의 몸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 것도 아니죠.

몸은 그냥 몸일 뿐인 걸요.

몸에는 정답도, 기준도 없습니다!

(22p)


《제목 없는 성교육》은 청소년 성교육 전문가 잉코의 책이에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성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을 거예요.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은 독립된 교육시간이 배정되지 않은 데다가 그 내용마저도 부적절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요즘 초등 자녀를 둔 부모들 중에는 소그룹 성교육으로 불리는 성교육 과외로 사교육에 기대는 실정이네요. 시대 변화에 맞춘 실질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공교육에서 제공해야 마땅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충격적인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딥페이크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성문제가 급증하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어른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네요. 사실 어른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어른들부터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져야 부모의 역할도 잘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성(性, Sexuality)을 잘 알면 재미있고 자유로워집니다." (5p)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 이 문장에서 출발한 성교육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우리 몸과 관계에 관한 올바른 인식이 무엇인지를 설명함으로써 즐거운 성문화를 상상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어요. 첫 장에 옷을 입지 않은 몸, 벌거벗은 몸 그림이 나와 있는데 살짝 당황스럽더라고요. 그만큼 몸, 성에 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거예요. 몸은 그냥 몸일 뿐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성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아이들이 궁금하게 여길 만한 부분들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주네요. 다 읽고 나니 책 표지에 적혀 있는 "상상 안내자 잉코, 여러분과 함께 상상하고 싶은 성"이라는 문장의 의미를 알게 됐어요. 이 한 권의 책으로 성교육이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인 거예요. 열린 마음으로 성을 인식하고, 성을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거죠.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는 연습, 질문을 던지며 사회·문화를 천천히 조금씩 바꿔 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편견, 혐오, 차별에서 비롯된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해요. 성교육은 그 중 하나인 거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적 태도와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은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어요. 성교육은 자신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하여 남도 나와 같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배우는 거예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하는데, 그 경계를 알고 서로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 존중의 방법인 거죠. 인성 교육, 관계 교육을 포함하여 삶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포괄적 성교육,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교육에서 찾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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