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 눈과 귀로 느끼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김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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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결같은 감동을 주는 것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 음악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어요. 장르 구분 없이 음악의 세계는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은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랄까요. 근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이전과는 달리 대중들을 위한 클래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마 제가 바뀐 건지도 모르겠네요.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눈을 뜬 느낌?

《더 클래식》은 중앙일보 문화부의 클래식 담당 기자인 김호정 님의 책이에요.

이 책은 중앙일보의 구독 서비스인 더중앙플러스에 연재했던 '김호정의 더 클래식'을 모으고 덧붙여 다듬은 것이라고 하네요. 단편적으로 접했던 내용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네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피아니스트 4인, 백건우,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의 이야기와 함께 QR코드로 연주곡을 청취할 수 있어요. 그냥 들어도 '와, 좋다~'라고 느끼지만 피아니스트만의 개성과 특징에 관해 알고 난 다음에 들으니까 더 신기하고 놀랍네요.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음악가의 내면을 살짝 엿볼 수 있어요. '흑건(연습곡 10의 5번)을 연주할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개인적으로 동양적인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근데 그게 왜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그리고 딱 들었을 때 오른손들은 그게 사실 자연이에요. 흑건의 오른손은 자연이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작품번호 25의 6번에서 오른손 3도 화음은 그냥 바람이 아니라 좀 쓸쓸한 바람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10의 5번은 뭔가 반짝이는 무언가가 하늘에서 보이는데 그게 약간 태양 빛 같은 건 아니고 약간 이렇게 뿌려져 있는 빛이라고 해야 할까요. 밤하늘의 별은 아니고 아침에 더 밝은 그런 빛들이 이렇게 나는 거예요. 또 왼손 엄지는 선생님이 바순 소리가 나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왼손은 또 시적인 노래 같아요. 그것도 매번 바뀌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런 이미지가 저한테 있어요." (91-92p) 어쩐지 귀로 듣는 음악만이 아니라 특별한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신세계 같다고 느꼈네요. 뮤지션 파트에서는 세계적인 음악가인 정경화, 정명훈, 진은숙, 조수미, 클라우스 메켈레, 그리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10대 음악가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레전드 파트에서는 천재적인 음악가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레너드 번스타인, 마리아 칼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과 음악을 만날 수 있어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음악가들이라서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그들의 연주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요. 똑같은 악보를 연주하는데 어쩜 이토록 매혹적인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인지, 참으로 경이롭네요. 숨죽인 채 감상하다 보면 음악의 선율을 따라 심장 박동이 뛰는 느낌이 드네요. 눈과 귀뿐만이 아니라 심장으로 느끼는 음악, 그 음악의 세계로 이끄는 멋진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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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들
최유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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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것 같은데 모르겠고, 모를 것 같은데 아는 것들 있어요.

알쏭달쏭, 그게 삶인 것 같아요. 사는 모습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저마다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각양각색이네요.

《환상들》은 최유수 작가님의 감성 에세이집이네요.

"피아노를 치듯이 지붕 위를 두드리는 몸집이 작은 것의 발걸음 소리.

침대에 누워 그것을 듣는다. 꽤 한참동안.

나는 원래 일단 한 번 침대에 누우면 잘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세상을 듣기만 한다." (15p)

첫 문장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봤어요. 침대에 누워 가만히 세상의 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은, 너무 흔한 일상의 모습이라서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어요. 처음엔 누군가를 바라보는 입장이었다면 조금씩 타인에서 나 자신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마치 대화를 나누듯이.

"지금 여기 내가 있지만, 내가 없는 세계.

사라질 세계.

'연결'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 진정한 연결이란 서로 간의 긴밀한 무엇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둘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선명해지는 시간과 공간들인지도 모른다." (29p)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없는 세계'와 '연결'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을 떠오르게 만드네요. 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사실 사춘기 이후로 쭉 해왔던 생각이라서 너무 익숙하네요. 어릴 때는 나중에 더 크면 알게 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도 풀리지가 않네요. "나라는 환상, 허상인 경계를 꿰뚫어 전체를 인식하고 마음을 깨끗이 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직시할 수 있다." (47p) 라는 저자의 말처럼 본인이 인식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환상이라면 그걸 깨뜨려야만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세상 모든 것들이 변화하듯이 우리 자신도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어요. 그러니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이 흘러간다. 사람들은 흘러간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를 아는 사람들이.

우리는 서로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밀물과 썰물처럼, 일식과 월식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떠올리고 잊어버리고, 굽이치는 강물처럼, 흘러간다." (180p)

유독 연말이 되면 잊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고, 안부 전화나 문자를 하게 되네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흘러간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도 지나가고 흘러가고 있었네요. 어느 날 아침에 들려오는 새소리처럼 익숙한 듯 신선하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함께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네요.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이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따라 마음을 놓아두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법을 배워야겠어요.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인 것을, 늘 마음에 되새기며 다짐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인센스 스틱이 다 타버릴 때까지, 그 향기가 머무르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조금씩 나아가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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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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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줌마 무시하지 말라고요!

집에서 요리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바쁘게 살고 있구만, 개념 없는 사람들은 '집에서 논다'라고 표현하대요.

그러니 나이 든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죽할까요. 왠지 슬슬 불만이 터져나올 거라고 짐작했다면 틀렸네요. '오히려 좋아!'라며 반전의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을 소개할 참이거든요. 일흔일곱 살의 주디스 포츠도 한때는 바쁜 일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템스강 근처 대저택에 혼자 살고 있어요. 외롭겠다고요? 아니죠, 저녁 식사 메뉴가 뭔지, 어디를 나가는지, 돈을 얼마나 쓰는지 묻고 참견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누가 뭐랄 것도 없으니, 자유롭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에요. 남들이 전혀 주목하지 않는, 마치 투명인간 취급하는 할머니라는 점을 제대로 잘 활용하고 있어요. 이건 비밀인데, 주디스는 매일 밤, 비가 오든 화창하든 옷을 다 벗고 망토로 몸을 감싼 후 밖으로 나가 템스강으로 풍덩, 신나게 수영을 즐기고 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총성을 듣게 됐고, 지체없이 집으로 달려와 신고를 했어요. 주디스는 창을 통해 스테펀의 집으로 경찰관이 출동한 모습을 봤어요. 경찰이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었는데, 대충 수색하더니 그냥 가버린 거예요. 너무 이상하죠? 분명히 이웃집에 나는 총소리를 들었는데 경찰은 왜 스테펀이 무사한가를 확인하지 않는 걸까요. 답답한 마음에 스테펀의 집 주변과 템스강 부근을 서성이게 되었고 연못 물이 강으로 흘러가는 지점에서 물속에 잠겨 있는 스테펀 던우디를 발견했어요. 그의 이마 한가운데에 작고 검은 구멍이 나 있었어요. 어쩌다 히어로, 아니 그녀는 자신만 몰랐을 뿐 탐정 DNA를 타고난 슈퍼히어로였네요.

《말로 머더 클럽》는 로버트 소로굿의 장편소설이에요. 평화로운 마을 말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그 중심에 주디스가 있어요. 주디스는 이웃에 살고 있는 벡스 부인과 수지를 설득해서 살인범을 추적하게 되는데, 각자 숨겨둔 능력들을 멋지게 발휘하면서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시무시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의외의 인물들 덕분에 유쾌하고 따뜻한 재미를 느꼈어요. 말로 사람들은 절대 짐작도 못할, 슈퍼히어로 삼총사의 활약상이 펼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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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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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멋져요~ 세 여성의 추적,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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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농경사회의 사냥꾼 - 장애에서 진화적 적응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현대의 고전 제3판
톰 하트만 지음, 백지선 옮김 / 또다른우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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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자주 언급되면서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네요. 그동안 ADHD는 과잉행동, 충동성, 부주의 증상을 보이는 아동에게 국한된 문제라고 여겼는데 뜬금없이 성인 ADHD 라니, 좀 놀랐어요. 성인 ADHD 인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잦은 지각, 낮은 업무 성취도, 시간 관리의 어려움,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서의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잦은 실패의 경험들 때문에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고 우울증 등 추가적인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데, 우울증 치료를 하다가 뒤늦게 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실수를 반복하고, 일을 미루거나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겪을 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혹은 의지가 약해서라고 여기면 자책하는 건 옳지 않아요.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ADHD에 관한 정보들 중에도 잘못된 것들이 너무 많은데, 단적으로 ADHD를 '질병' 또는 '결함'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한 견해예요. 잘못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훨씬 나쁜 것 같아요.

《ADHD 농경사회의 사냥꾼》은 40년 이상 ADHD 아동과 성인의 잠재력을 펼칠 방안을 모색해 온 톰 하트만의 책이에요.

원래 이 책은 1993년 처음 세상에 나왔고, 2019년 새로운 장을 추가하여 전면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왔는데 여전히 초판의 가설이 유효하다는 것이과학적 연구 결과들로 확고해지고 있어요. 톰 하트만이 발견한 가설은 한마디로, "ADHD인 사람들은 사냥꾼들의 후손이야! (30p) 라는 거예요. 인류 역사에서 농업 혁명이 끼친 변화를 주목한 거죠.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에는 사냥감을 쫓거나 자신들이 쫓길 때 즉각 판단하고 행동하는 충동성이 생존능력이었다면 농부의 세계에서는 그런 특징이 흠으로 보였을 거예요. 인류의 문화적 특징을 '사냥꾼과 농부'로 비유한 점은 매우 탁월한 것 같아요.

이 책은 타고난 사냥꾼 기질(ADHD)을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잘못된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타고난 대로 행동한다는 이유로 처벌받으며 자란 사람들은 상처를 입고, 자신을 부적합하고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멀쩡한 특성을 잘못된 것으로 오인하는 사회인식의 문제라고 봐야 해요. 부모, 교사, 상담사, 의사가 ADHD 아동에게 어떤 말을 하느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네 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거야."라는 말 대신에 "네 뇌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거야." (95p)라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매우 다르게 반응한다고 하네요. 교실에서 ADHD 아동을 문제아 취급해왔던 것은 우리가 ADHD 특징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핵심은 ADHD는 결함도 장애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사냥꾼 ADHD 성인을 위한 생존 지침이 있다는 거예요. 사냥꾼들에게 걸림돌이 된 충동성과 갈망이라는 특징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한다면 얼마든지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어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병이 많아진 원인은, 어쩌면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는, 경직된 문화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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