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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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결된 실타래를 엮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얽히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와 연결된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인생은 즐겁고 살 만한 것이 아닐까?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쟈핑와는 <친구>라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부단히 친구를 찾아 다니는 과정이다.

이 책은 작가 인생 속 사람 이야기다. 진솔하고 꾸밈없는 사람 냄새가 나는 듯하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친구가 참 많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다양한 친구들과 그의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온다. 그는 이 작품을 놓고 고향에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할 정도로 애정을 지닌 듯 하다.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자신의 인생에 한 부분씩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마음의 고향이며 친구인 것을.

그의 글을 읽으면서 새삼 수필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밥상을 앞에 둔 느낌이다. 편안하고 부담 없이 작가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 쟈핑와가 내게 준 밥상을 천천히 음미하며 사람과 인연의 소중함을 배운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건 그가 나의 스승이라고 부르는 쑨한보다. 겨우 세 돌하고 6개월이 지난 친구의 아들을 두고 그는 스승이라고 말한다. 한보는 유치원 선생님이 꽃을 따서 주니까 받기를 거부하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꽃이 아프잖아요.

또한 길가에서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싸우지 마세요. 서로 싸우면 나쁜 어른이에요. 싸움을 허락하지 않겠어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쑨한보는 인생의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해 주는 스승인 것이다. 진리는 위대하지만 진리를 깨닫게 하는 것들은 소소한 일상 안에 있다.

그가 시내 선물가게에서 산 오지 물병도 그렇다. 굳이 못난이 물병을 고른 것은 세상의 추함과 고독을 사려는 의도다. 그가 못난이 물병에 샘물을 담고서 우연히 만난 거지 부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행색은 거지라서 가진 것은 없지만 부인을 업고 행복해 하는 남자 거지를 보고 누군가는 미쳤다고 말하지만 여자 거지는 말한다.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서 남편이 축하해주는 거라고 말이다. 그들에게 오지 물병을 건네지만 거지 부부는 받지 않는다. 거지 부부에게는 달콤한 샘물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못난이 물병과 거지 부부를 통해 행복을 배우게 된다. 달콤한 샘물을 담은 오지 물병처럼 우리의 삶이 괴롭고 힘들어 보여도 그 안에 행복이 담겨 있는 것이다.

내 인생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것이 내 행복을 말해줄 것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행복한 인생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진실되고 때론 값진 교훈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나 사람 이야기는 즐겁고, 재미있는 충고를 듣는 것 같다.

쟈핑와의 <친구>는 일상에서 얻은 빛나는 보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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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커 1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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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성장 소설 속에는 아픔이 늘 존재한다. 세상의 슬픔이나 괴로움과 무관한 어린 시절은 짧게 지나간다. 성장은 고통을 수반하는지도 모른다. 한 그루의 아름드리 나무가 지닌 나이테만큼 사람도 성장을 위한 나름의 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은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열 네 살의 소년 루크는 2년 전, 아버지를 잃고 나서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흔히 사춘기를 겪을 시기에 예기치 않은 슬픔을 경험하다 보니 더욱 마음을 잡지 못한다. 루크의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였다. 루크 역시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아 음악적 재능이 탁월하다. 그런데 지금은 피아노 연습도 심드렁하다. 어쩌다가 방황하는 사이에 불량한 스킨 패거리와 어울리게 된다. 사실 어울린다기 보다는 스킨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졸개가 된 꼴이다. 싫지만 방법이 없다.

어느 날 스킨 패거리는 혼자 사는 리틀 부인의 집에 침입하여 상자 훔치는 일을 루크에게 시킨다. 한 때는 착하고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던 아이가 지금은 몹쓸 불량 소년이 된 것이다. 어른들 입장에서 방황하는 아이는 반항하는 아이로 여겨진다. 방황과 반항은 결국 사춘기 시절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성장의 과정일 수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줄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루크는 사랑하는 아빠를 잃었다. 루크에게 너무나 소중한 엄마는 최근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루크는 아직도 떠난 아빠를 잊을 수가 없는데 엄마는 어느새 새 사랑을 만나고 있으니 루크의 마음은 괴롭기만 하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특별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루크는 자신을 포기한 채 살고 있다. 자신을 위협하는 스킨 패거리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고급 주택 그랜지에 혼자 살고 있는 리틀 부인은 사람들과의 왕래를 끊고 사는 할머니다. 나름의 아픔을 감춘 채 살아가는 리틀 부인과 미지의 소녀 나탈리가 루크와 만나면서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난다. 외롭고 상처 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음악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변화뿐 아니라 내적인 아픔을 극복해내는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방황하는 루크, 외로운 리틀 부인, 상처 받은 나탈리는 우리 내면의 아픔을 대변한다. 별은 쫓는 아이, 스타시커는 삭막한 세상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위로의 손길이며 어둔 밤 하늘을 비쳐주는 희망의 빛이다.

루크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를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그 느낌은 전해져 오는 듯 하다.

글룩이 작곡한 정령들의 춤, 드뷔시의 춤추는 눈송이, 슈만의 <어린이 세계>, 그 밖에 쇼팽, 슈베르트, 바흐, 하이든 등등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음악적인 감동은 존재한다.

루크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에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연주 능력이 뛰어나서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을 위로해 주는 사람 역시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다. 서로가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픔을 나누고 이겨내는 과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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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페트리샤 리 고흐 글, 김경미 옮김 / 현암사 / 2003년 10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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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와 마법의 옷장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페트리샤 리 고흐 글, 김미련 옮김 / 느림보 / 2004년 12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1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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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의 빨간 토슈즈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패트리샤 리 고흐 지음, 김미련 옮김 / 느림보 / 2005년 2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1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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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를 위한 가이드
Robina Beckles Willson 지음 / 금광 / 2000년 3월
7,000원 → 7,000원(0%할인) / 마일리지 21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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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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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이 폐허가 된 것 같다. 인간이 느끼는 공포감의 실체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은 주인공들이 경험한 공포감의 정도를 대변하는 듯 하다. 실제 시간은 겨우 며칠이지만 공포와 맞서고 있는 이들에게는 수 십 년 혹은 수 백 년처럼 기나긴 시간일 것이다.

내게 공포감이란 두 시간 정도의 공포 영화나 몇 십 분 정도의 롤로코스터를 탈 때의 경험이 전부다. 비교적 안정되고 평온한 삶을 추구하다 보니 공포감은 일종의 오락 정도로 여겨진다. 무료한 일상을 자극하는 짜릿한 전율로 잠깐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내 삶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가 배제된 안전지대에서 경험하는 공포감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의 공포는 상상만으로도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드는 위력을 지닌다.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극도의 공포를 경험할 때 어떤 행동을 할 지에 대한 인간 실험을 보는 것 같다. 20대 초반의 청춘들은 각자 개성이 있다. 제프는 매우 이성적이어서 위기의 순간에 리더십을 발휘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하는 성격이다. 나쁘게 말하면 독재자형이다. 에이미는 귀엽고 애교 있는 편이지만 때론 투덜대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연약한 여성의 전형을 보여준다. 에릭은 소심하면서도 낙천적이며 우유부단한 남자라 할 수 있다. 스테이시는 활달하며 다소 낭만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분위기에 휩쓸리는 편이라 자제력이 부족해 보일 수 있으나 원만한 성격이다. 제프와 에이미는 연인 사이, 에이미와 스테이시는 절친한 친구 사이, 스테이시와 에릭은 연인 사이다. 이들 네 사람은 3주간의 멕시코 여행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독일인 청년 마티아스는 친절하고 편안한 성격이다. 우연히 어울리게 된 그리스 청년 세 사람은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실제 이름을 몰라 그저 돈키호테, 후안, 파블로라고 부른다.

휴가지에서의 나른한 권태감을 느낄 무렵에 마티아스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자신의 동생이 무작정 고고학팀원인 여성을 좇아갔으니 함께 찾으러 가달라는 것이다. 일종의 호기심과 모험심이 자극된 제프는 가기로 결정한다. 제프의 독단적인 결정에 나머지 3명은 어쩔 수 없이 동행하고 그리스 청년 중 한 명인 파블로는 놀러 가는 줄 알고 신나서 따라 나선다. 돈키호테와 후안에게 좇아 오라는 메모까지 남기고 말이다. 말이 안 통하는데 뭘 믿고 좇아간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파블로의 무모한 동행이 공포를 더욱 극대화시키는 요소인지도 모른다.

이들 다섯 명이 찾아간 곳은 마야의 촌락으로 고고학자들이 발굴하고 있는 폐허다. 신비로운 마야의 촌락을 배경으로 영화 <인디아나 존스>처럼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였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잔혹하다. 이들의 모험은 하나의 공포 실험이 되고 만다.

공포감을 주는 실체가 무엇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체를 안다고 해서 공포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들은 결국 깨닫는다. 벗어날 수 없는 공포 속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폐허>가 보여 주는 공포는 잔인한 고문과도 같다. 읽는 사람마저 무기력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끼게 될 것이다.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가장 큰 공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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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남자 1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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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만화다. 성인만화라고 하면 왠지 다른 상상이 되니까 어른만화라고 하고 싶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라서 꽤 진지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죽는 남자>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의 100일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사는 길어야 3개월을 살 거라고 말한다. 주인공인 죽는 남자, 서영은 제멋대로 자신의 남은 삶을 100일이라고 정한다. 그리고 조금씩 삶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제멋대로가 삶의 방식이었던 그가 어떻게 남은 삶을 살까? 역시나 제멋대로다. 그런데 이해가 된다. 아니, 잘 모르겠다. 현재 건강하고 아무 문제 없는 내게 만약에 네가 시한부라면 이라는 식의 질문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다. 다만 자신의 죽음이 언제인지를 모를 뿐이지. 자신이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것이 축복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미리 알게 된다면 남은 삶이 아름답기는커녕 죽음을 위한 카운트다운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강서영은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고 잘 버티는 것 같다. 어쩌면 너무 외롭기 때문에, 의지할 곳이 없어서 더 강한 척 하는지도 모른다.

강서영과 관련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된다.

여자친구였던 윤다희, 그녀의 직장동료 이현필, 그리고 노숙자 아저씨, 가장 중요한 사람인 아버지, 미운 새엄마가 그들이다. 강서영이란 사람은 참 한심하다. 죽음을 앞두고 주변에 사람이 너무 없다. 도대체 어떻게 산 거야?

젊은 나이에 죽는 것도 억울할 것 같은데, 막상 죽어도 슬퍼할 사람이 몇 안 되는 것 같다.

죽음을 꼭 슬퍼해야 하는가? 그래서 간혹 특별한 사람은 미리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장례식은 눈물 바다가 되는 것이 싫다고 즐겁게 마지막을 보내달라고 말이다. 그 정도 경지에 오르려면 삶을 제대로 깨달아야만 가능할 것 같다.

평범한 사람에게 죽음이란 주제는 다소 무겁고 거북하다. 그런데 이 책은 만화라는 가벼운 형식을 이용하여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가벼움과 무거움이 섞였으니 적당한 무게를 지닌다면 좋겠지만 그 둘은 전혀 별개인 듯 느껴진다. 만화를 가볍다고 표현한 것이 잘못인 것 같다. 만화여서 가벼운 것이 아니라 이제껏 내가 본 만화들이 즐겁고 유쾌한 것이지 모든 만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죽는 남자>는 한 편의 영화 같다. 만화로 표현되어서 이미 주인공의 이미지가 뚜렷하고 구체적인 장면들이 시각적으로 보이니까 느낌이 바로 전해진다. 이것이 만화의 장점일 것이다. 내가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남자의 삶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다행히 1권의 마지막 장은 80일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면서도 삶이란 것이 책을 읽는 과정과 같다면 되도록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다.

서둘러 읽다 보면 모르고 놓치는 것이 있을 것 같아서, 맛난 간식을 조금씩 베어 물 듯이 그렇게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죽은 남자 1>를 보고 나니 내 삶이 오늘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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