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둘리지 않기 연습 - ‘자신의 속도’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50가지 힌트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진아 옮김 / 꿈의지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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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마음이 약한 것이 아니다.

프로라도 부담을 느낄 상황에서는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므로,

아주 평범한 일반인인 우리가 압박감에 짓눌리고 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마음이 괜찮을 리가 없습니다. 누구나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면

업무 부담도 그리 무섭지는 않을 거예요. 실패해도 너무 심하게 가슴앓이할 필요는

없다고 자신을 설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나만 마음이 약한 것이 아니다."

(32p)


주변에 쉽게 휘둘리고 있다면, 얼른 나 자신의 상태를 살펴봐야 해요. 점점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이들까지 배려하다간 호구가 되어버리니까요. 약해진 마음, 흔들리는 멘탈을 잡아줄 기술이 필요해요.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통해 제멋대로인 타인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휘둘리지 않기 연습》는 일본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의 책이에요.

이 책은 사회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심리학 응용, 특히 실천적인 심리 기술을 쉽게 풀어내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인간이니까 휘둘리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해야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고, 불편한 타인을 피할 수 있는지,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요. 어렵고 복잡한 이론 대신에 사회심리학 연구 사례를 소개하면서 현실적인 조언 50가지를 제시하고 있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가장 단순하고 쉬운 방법은 행동을 바꿔서 마음을 바꾸는 거예요. 우리의 마음은 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이 좋아지게 하는 몸 사용법을 사용하면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좋은 자세는 가슴과 등을 쭉 펴는 것이고 나쁜 자세는 등을 굽히는 건데, 실험 결과를 보면 좋은 자세만 취해도 자신이 잘될거라는 긍정적인 예상으로 쉽게 이어진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평소 걱정이 많거나 억울함을 쉽게 느끼는 타입이라면 그건 어쩌면 마음이 약한 게 아니라 자세가 나빠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자세에 신경을 쓰면서 좋은 자세를 유지한다면 마음이 강해질 수 있어요. 우리의 감정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이 언짢아도 불쾌한 표정을 짓지 말고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또한 기분이 울적할 때일수록 명랑한 목소리를 의식적으로 내보면 가라앉은 기분이 한결 가벼워져요. 저자는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에요. 여기에서 진짜 도움이 되는 조언은 '고민의 본질을 파악하는 습관을 들여라!'라는 거예요. 고민이 있을 때는 문제의 본질을 올바르게 간파하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누군가의 발언이 신경 쓰이고 마음에 걸린다면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원인, 이유를 하나씩 적어보는 거예요. 손으로 써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외로 마음이 점차 편해지는데 이런 방식들이 스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단단하게 만드는 훈련이에요. 마지막으로 저자가 당부하는 것은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듯이 자기 중심적으로 남을 제멋대로 휘둘러도 안 되며, 원만한 인간 관계를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에요. 자신을 확실하게 지키되, 타인도 존중할 줄 아는 것은 기본이니까요. 건강한 마음이란 단단함 속에 따스함을 지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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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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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는 홀리 잭슨의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시즌 세 번째, 완결편이에요.

이 소설은 넷플릭스 신작 시리즈 <핍의 살인 사건 안내서> 원작이라서 더 궁금했어요. 영상으로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글자로 읽어가는 묘미가 있어요. 첫 장부터 심상치 않은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제 심장은 빠르게 뛰더라고요.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유령의 집'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랄까요. 현관 앞 진입로에 놓여 있는 죽은 비둘기, 결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단순히 그것뿐이었다면 우연으로 넘겼을 거예요. 하지만 그 뒤로 집 앞 길 위에 그려진 분필 자국을 발견했어요. '데드 걸 워킹 DEAD GIRL WALKING.', 곧 죽을 운명인 여자가 걸어간다? (97p) 핍은 방금 막 이 글씨를 '걸어서' 지나쳤고, 자신을 겨냥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확실한 직감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한 증거 사진을 찍어뒀어요. 핍은 평범한 여고생이었는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말았어요. 학교 과제를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냈을 뿐인데, 순진하게도 '진실'을 찾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바람에 그 진실에 데이고 만 것 같아요. 그래서 진실엔 기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거예요. 판도라의 상자처럼 진실이 드러날 때, 어떤 재앙이 일어날지 모른다면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만약 그 진실 때문에 사랑하는 이들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그들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요. 핍은 지독한 게임을 하고 있어요. 영상보다 소설이 더 좋은 점은 소설 속 분위기를 온전히 나만의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주인공 핍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상황들을 온전히 몰입하며 따라가다 보면 롤로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들어요. 평범했던 여고생 핍에게 일어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라는 점이 가장 섬뜩했어요. 범죄 사건에서 그 누구도 예외일 순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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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료가 온다 - 의료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바꿀 스마트 병원 만들기에 대한 모든 것
권순용.강시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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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료가 온다》는 인공지능 시대 스마트 병원에 관한 책이에요.

이 책은 세계 최초 회진 로봇을 도입한 스마트 병원의 선구자 권순용 교수와 IT업계 최고 권위자 강시철 박사가 제언하는 인공지능 시대 스마트 병원의 미래를 다루고 있어요. 우선 권순용 교수는 2019년 은평성모병원의 초대 원장, 2대 원장을 지내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인 Voice EMR 도입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키보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주인공이에요. 강시철 박사는 권순용 교수와 함께 스마트 의료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의료 기기의 스마트화를 넘어 스마트 기기와 의료진이 한 팀이 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세계 최초로 도입된 보이스 EMR 덕분에 의사들은 키보드에서 해방되었고, 의료 데이터의 활용이 확대되었어요. 전자의무기록(EHR) 시스템 같은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의사들이 환자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어요. 세계 최초의 회진 로봇 폴이 첫선을 보인 곳이 은평성모병원이고 뒤이어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두 번째로 회진 동행 로봇을 도입했어요. 보이스 EMR 시스템에 워터마크 기술과 유사한 첨단 보안 기술을 접목하여 데이터 보안을 철저하게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퍼즐에이아이는 2024년 3월 국제 특허를 받은 기술이며,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의료 차트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혁신적 솔루션이라고 하네요. 단순한 녹음 방식을 넘어 의료 전문가의 말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입력하여 진정한 보이스 의료 차트 시대를 열게 된 거죠. 또한 원격의료 중 의사가 환자와 실시간 음성통화나 영상통화를 통해 상담 및 진료를 수행하면서 환자의 EHR을 실시간으로 열람하여 과거 의무기록, 검사결과, 처방 등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도 놀라운 변화예요. 세계 최초의 회진 로봇 폴이 2019년 첫선을 보이면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고령화로 인한 헬스케어 시장의 확대와 정밀 수술의 필요성 증가는 수술용 로봇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에요. 이 책은 스마트 병원의 개념과 기술 발전, 다양한 적용 사례, 미래 전망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미래 의료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몇 가지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어요. 저자들은 기술적 실패 사례 및 해결 방안, 윤리적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 기술 도임의 현실적인 어려움, 장기적인 효과 검증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스마트 병원은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 변화를 요구하는 과제이므로 정부, 의료 기관, 기업, 시민사회가 한 팀이 되어 협력할 때만 진정한 스마트 병원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정부 차원에서 공공의료 인프라를 스마트 병원으로 조성한다면 의료의 미래는 밝아질 텐데,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체계의 붕괴 위기를 직면하고 있네요. 하루 빨리 가능한 실효적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랄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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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 엘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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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전이네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가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을 때 무척 놀랐어요. 미국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우리 역사의 단면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거든요. 그 전에 쿠바 한인2세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를 제작하며 감독이 된 전후석 미국변호사를 알게 되면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디아스포라(Diaspora)는 흩어진 사람들이란 뜻으로 본래 팔레스타인 지방을 떠나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던 말인데, 점차 그 의미가 확대되어서 특정 민족이 자신들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정체성을 지키며 사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어요. 우리나라의 디아스포라 역사는 조선 말기로 거슬러 갈 수 있는데 먹고 살기 힘들어서 생존을 위해 떠난 사람들이 많았고, 일제강점기부터는 생존뿐만이 아니라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떠난 사람들, 징용, 징병, 일본군 위안부 등으로 끌려갔다가 광복 이후 그대로 그 지역에 머물게 된 사람들도 있어요. 광복 이후에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이주 확대 정책이 시행되면서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많이 이주했어요. 2023년 현재 730만 명 이상의 재외동포가 전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하네요. 과거 한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크지 않던 시절에 재외 한인들은 고향에서도 정착지에서도 소수자였고 어느 쪽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채 지역사회 내 벌어지는 폭력에 직접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드라마 <파친코>에서도 주인공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 과거의 모습과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재일교포 3세 솔로몬의 현재 삶을 교차하며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이 드라마에 작가진으로 참여했던 고은지 작가님의 소설이 나왔어요.

《해방자들》은 한국계 미국인 고은지 작가님의 첫 소설이자, 2024년 젊은사자상 소설 부문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가 끝날 무렵 어린아이였던 요한의 삶으로 시작하여 1980년 비상계엄령, 군부 독재 시기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된 한인 교포 가족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민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재외동포로서의 삶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최근 한국 문화,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담아낸 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들도 크게 주목받고 있어요. 이 소설 역시 한 가족의 서사를 통해 시대적 아픔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마지막 장면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텔레비전으로 보는 인숙의 가족들이 나오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성호는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을 때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다른 사람 말은 절대 듣지 마." 라고 말했고, 인숙은 놀란 제니를 꽉 끌어안았으며, 헨리는 굳은 표정으로 위층 방으로 가버렸어요. 인숙은 제니에게 이렇게 말해줬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태양은 잔해와 물 위는 물론이고 세상 모든 이와 모든 곳에 여전히 빛을 비춰주기 때문에." (264p) 마음 깊은 곳에서 희망을 끌어올려야 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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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백설자 옮김 / 현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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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는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설이에요.

열두 살 소년 한스 토마스가 아버지와 함께 엄마를 찾아 나서는 여행 이야기지만 매우 환상적인 모험기이기도 해요.

스페이드, 클럽, 조커, 다이아몬드, 하트 순으로 진행되는데, 카드에 지닌 의미들이 수수께끼처럼 느껴지네요. 한스는 작은 남자로부터 아주 작은 돋보기를 받았고, 제빵사 노인이 준 롤빵 안에서는 성냥갑 크기의 작은 책을 발견했어요. 육안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꼬마책 표지에는 "무지갯빛 레모네이드와 마법의 섬"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고, 작은 돋보기를 통해 그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아버지와 여행 중인 한스의 현실과 꼬마책 속의 환상 세계가 교차되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더니 열두 살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근데 이상하게도 한스는 열두 살보다 훨씬 더 어른처럼 느껴지고, 아버지는 나이든 몸에 갇혀 있는 어린애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세상의 온갖 지식에 관해 들려주는 아버지에게 한스가 던지는 질문은 심오하고 철학적이네요. 한스의 짐작대로 꼬마책이 모든 의문에 대답해주는 신탁인지도 모르겠네요. 중요한 건 한스 덕분에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는 거예요. 철학적 질문과 사유로 가득차 있는 신비로운 세계 속을 여행한 기분이네요.




"저 많은 사람 중에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이 세계를 언제나 동화나 수수께끼같이 새롭게 체험한다면······."

아버지는 숨을 들이 쉬더니 말을 계속했다. "저 아래 수없이 많은 사람이 보이지, 한스 토마스야? 내 말은,

저 사람들 가운데 단 한 사람만이라도 인생을 열광적인 모험으로 체험한다면······. 남자든 여자든 날마다

그렇게 체험한다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버지가 또 말을 중간에서 멈춰버렸기 때문에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카드 한 벌 속의 조커인 셈이지."

"아버지 생각엔 여기에 그런 조커가 있다는 건가요?"

아버지는 어깨를 움츠려 보았다.

"아니지! 물론 확신할 수는 없지. 조커가 매번 몇 장 있기는 하지만 그게 나올 확률은 아주 낮으니까."

"그럼 아버지는 어떤데요? 아버지는 인생을 날마다 동화처럼 체험하는 거예요?"

"물론이지!"

하지만 아버지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침마다 나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깨어난단다. 그건 내가 동화 속에서 펄펄 살아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날마다 새롭게 주입시켜주는 것 같단다. 한스 토마스야, 우리는 누구일까? 대답해줄 수 있겠니?

우리는 별에서 떨어져 나온 한 사람분의 우주 먼지로 조립되었거든. 하지만 이건 무엇일까? 어디서, 제기랄,

이 세계는 온 것일까?"

"모르겠어요." 순간 나는 소크라테스가 그랬듯이 완전히 제외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이면 때때로 이런 생각이 떠오르지. '나는 이 순간에 살아 있는 인간이구나.

그리고 나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곤 한단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거예요."

"힘든 삶이라······. 그래, 하지만 엄청나게 흥미진진하지. 난 유령을 쫓아가기 위해 서늘한 성곽에 갈 필요가 없단다.

내가 바로 유령인걸."

"그런데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선실 창밖에서 유령을 봤다고 걱정하는군요."

아버지는 그냥 웃었을 뿐이다.

"넌 견뎌낼 수 있을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얘기한 델포이 신탁 이야기는 옛 그리스인들이 이 사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새겨 넣었다는 사실이었다.

"너 자신을 알라."

"하지만 그건 말하긴 쉬워도 행하긴 어려운 법이지." 아버지는 혼잣말하듯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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