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쏘아올리다 - 우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황정아 지음 / 참새책방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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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인 황정아 박사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올해 초 인터뷰를 통해서였어요.

황정아 박사님은 지난해 발사된 누리호에 탑재된 도요샛(우주대기 관측위성) 인공위성 설계, 개발 과정을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분인데, 전례 없는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연구실을 나와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해요. 현장과 과학을 아는 전문가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R&D 예산을 4조 6천 억 원이나 삭감한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이야기하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결단을 내렸다고 하네요. 평생 우주를 연구하며 그 일을 사랑하는 물리학자가 하루아침에 정치인이 되고자 했던 이유를 알고나니,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네요.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별을 쏘아올리다》는 우주 물리학자 황정아님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성장했고, 과학자가 되었으며, 무엇 때문에 정치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황정아 박사님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네요. 시대가 바뀌었으니 여성 과학자가 많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실제로는 여성 연구자의 비율이 14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직위가 높아질수록 그 퍼센트는 더 낮아지는데 공학 중심인 다른 연구소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해요. 게다가 여성들은 중간에 육아와 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기 때문에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저자는 가정도 연구도 우주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과학자로서의 자리를 지키면서 세 아이를 키워냈다고 해요. 처음 물리학과에 들어간 사람 중에서 끝까지 남은 여학생인데, 주변 교수님과 선배들이 여자는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버티지 못한다고 여기는 편견을 깨고자 끝까지 도전하고 목적을 달성해냈다고 해요. 자신이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 명이라도 더 후배 여학생들이 이 분야에 희망이 있다고 여기며 노력할 테니, 스스로 잘된 롤 모델이 되고자 최선을 다했던 거라고 하네요. 한 번 결심한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이뤄내는 추진력이나 연구자 동료들과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열정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에서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가 보였어요.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사명감을 지닌 과학자가 이제는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낯선 정치의 길에 들어섰네요. 겨우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정치인으로서도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겼네요.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렸던 분이니까 앞으로는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 비전과 대책을 펼쳐나가는 국민의 대표로서 멋지게 나아가길 바라네요.

"별을 쏘아올리는 마음으로, 이제 나는 더 광활한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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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블루캣 에디션) - 당신을 위한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 개정판
김경일 지음 / 저녁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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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어요.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2000년)인데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그는 바다에 떠밀려 온 배구공을 주워다가 얼굴 모양을 그려놓고 '윌슨'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끊임없이 말을 걸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어렵사리 뗏목을 만들어 무인도를 탈출하는데 윌슨이 바다에 빠지자 그는 주저 없이 공을 찾으러 바닷물에 뛰어들어요. 바로 그 장면에서 울컥했던 것 같아요. 그에게 윌슨은 한낱 배구공이 아니라 진짜 마음을 나눈 친구였던 거예요. 인간은 무인도에서 혼자 살게 되더라도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어요. 가끔 사람들과 부대끼느라 스트레스가 쌓일 때도 있지만 톰 행크스의 처절한 무인도 생존기를 떠올려보면 지지고 볶아도 어울려 살아가는 그 안에 즐거움과 행복이 있더라고요. 문제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 속에서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느냐, 그 방법을 배우는 일인 것 같아요.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블루캣 에디션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예요.

이 책에서는 타인에 대처하는 자세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멘탈을 강화시키는 법과 온전히 나로 설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삶에 좋은 에너지를 더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현명하게 감정을 조절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구체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근데 정말 좋았던 점은 나 자신이 관계 속에서 타인과 나, 삶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했다는 거예요. 어쩌면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 가장 커다란 문제였던 것 같아요.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길이 보이네요. 지혜로운 인간생활을 위한 지침서 덕분에 새로운 시점에서 바라보고,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배울 수 있었네요. 아참, 블루캣 에디션에는 저자의 친필사인 인쇄본과 함께 "마음의 눈금이 점점 더 촘촘해지는 당신의 행복과 성숙을 기원드립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든든해졌어요. 진짜 촘촘해지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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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 - 데이트 폭력 속 관계 심리의 모든 것
김도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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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발생한 범죄들 중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 사건이 많아진 것 같아요.

불과 며칠 전에는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최모씨가 강남역 인근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여자친구에게 연락해 자신을 말리러 온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잔혹한 사건이 벌어졌어요. 사실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 자체가 범죄의 심각성을 가리는 측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폭력 앞에 데이트라는 단어를 붙이다 보니 연인 사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정도로 치부할 수 있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여지가 너무 컸던 것 같아요.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라고 해서 그 폭력의 정도를 약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데이트 폭력은 그저 남의 불행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범죄라는 점에서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네 잘못이 아니야》는 데이트폭력 속 관계 심리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가해자의 행동 패턴과 심리뿐 아니라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심리 등 세밀한 부분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은 모든 폭력은 명백히 가해자가 만들었고,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범죄이기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제목처럼 피해자는 폭력의 책임을 자신을 돌려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주변 사람들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줘야 해요. 굳이 말로 위로하지 않아도 데이트 폭력의 실체를 제대로 안다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을 거예요. 그동안 피해자들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과 무관심한 상황에 방치되어 정신적 외상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오는 고통을 겪어왔다는 것이 몹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네요.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고, 사회적으로도 회복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보호제도가 마련되어야 해요. 여전히 미흡한 보호제도, 하루 빨리 개선되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데이트 폭력의 본질을 명확히 알고,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가해자의 심리와 특성을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것 같아요. 혼자서는 바꿀 수 없지만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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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쉬워지는 최소한의 수학 - 합리적 선택과 문제 해결력을 위한 수학적 사고법
오국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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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 수학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살면서 점차 알아가는 중이에요.

어릴 때는 이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 싶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 수학은 다양한 분야의 문제 해결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교과서 속 수학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에서 수학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경제가 쉬워지는 최소한의 수학》은 쉽게 배우는 경제 수학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경제와 관련된 여러 복잡한 현상을 수학의 눈으로, 수학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일상 속 경제 문해력을 키울 수 있어요. 어렵고 복잡한 경제를 보다 간결하고 단순하게 수학적으로 풀어낸 내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단순히 경제학과 수학을 합쳐놓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 굴러가는 돈 이야기로 바라보면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돈이 불어나는 원리와 변화무쌍한 돈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는 수열이에요. 수열을 이용하여 돈을 빌렸을 때 지불하는 비용인 이자가 붙는 규칙을 이해하고, 예금·적금·대출·연금에 대해 금융적 맥락을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네요. 기본적인 경제 상식일 수도 있지만 수학을 통해 복잡해 보이는 문제가 현상에서 나타나는 규칙으로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학적 사고의 힘을 배우게 되네요. 숫자로 파악하는 경제는 비율과 지표, 경제지수, 환율, 세금인데 이 부분은 명확하게 알고 판단할 수 있어야 경제 위험을 대비할 수 있어요. 본격적으로 효용함수, 생산과 비용, 수요와 공급, 탄력성, 행렬이라는 수학적 모형을 통해 경제 현상을 표현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여러 경제적 상황에서 합리적 의사결정,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방법이 나와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네요. 중간중간에 '경제 리터러시'를 통해 유용한 경제 지식들을 배울 수 있어서 제대로 된 경제 수학 수업을 받은 것 같아요. 저자는 살짝 경제적인 부와 안정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곁들였는데 아는 만큼 써먹는 똑똑한 사람이라면 참고할 내용이네요. 경제를 수학으로 이해하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고, 경제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경제 수학 수업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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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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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사기를 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대단한 사기꾼과

대단한 바보."

- 슈테판 츠바이크 『마리 앙투아네트』

(88p)


"한 마디로 인간 세상 모든 일들은

전적으로 어리석음의 독무대라 하겠습니다."

- 에라스무스 『우신예찬』 (14p)


《레디 슛 Ready-Shoot!》은 고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주인공 변혜수는 정말 지지리 운도 없는 사람이에요. 수십 차례 연극 무대에 섰어도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하자 극단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금고에 손을 대어 공금 횡령, 그 다음엔 심부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떼인 돈 받으러 찾아간 유흥주점에서 시비가 붙어 양주병을 휘둘러서 특수상해로 감옥에 가게 됐어요. 바깥 세상이나 감옥 안이나 사람 사는 곳이라 별별 인연으로 엮이게 되는 것 같아요. 혜수는 같은 방을 쓰는 왕언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됐고, 먼저 출소한 왕언니의 죽음을 접하면서 전직 배우답게 치매 노인의 수천억 유산을 빼돌리기 위한 사기극을 펼치는 이야기예요. 왕언니는 단지 오억이라는 돈 때문에 다섯 살 여자아이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죄로 감옥에 온 인물인데 감옥 안에서도 전혀 죄책감 없는 모습이 더 최악이네요. 끔찍한 살인 사건들 중 대부분은 돈 때문인 경우가 많고, 그러한 범죄를 접할 때마다 사람의 탈을 쓴 악마들 같아서 무섭고, 그들이 원래부터 나쁜 인간은 아니었을 거라는 실날 같은 희망 때문에 슬퍼지네요. 돈이 뭐라고, 사람 목숨보다 중할까요. 돈에 미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사실 이번 소설도 같은 맥락의 사기극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나쁜 짓을 저지르는데 무슨 정당한 명분을 찾을까마는, 근데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 하기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어서 반전의 반전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버림받은 여자의 일생』 이라는 소설 내용과 혜수의 사기극이 절묘하게 교차하면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였네요.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그들의 연극과 다르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 것 같아요. 본인 역량이 부족한 탓에 NG를 내는 건 볼품없지만 소신껏 스스로 NG를 내는 건 꽤 멋진 일인 것 같아요. 가장 훌륭한 NG는 모든 연극이 끝난 뒤에서야 확인할 수 있어요. 암튼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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