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4월 - 열네 살, 우리가 만난 4·19 이야기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우리는 교문 밖을 쳐다보지 않는다. 따라해라! 우리는 교문 밖을 쳐다보지 않는다." (37p)

학창시절, 언젠가 들어봤던 말이네요. 너희들을 딴데 한눈 팔지 말고 공부하라는 얘기는 너무나 익숙하네요. 그때는 어른들 말이 무조건 옳은 거라고, 물론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네요. 학교와 집, 좁은 세상에 갇혀서 더 넓은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네요. 만약 윤향이와 같은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 대해, 민주주의를 외치며 무참히 짓밟혔던 꽃다운 청춘들을 떠올렸네요. 한성여중에 다니는 열네 살 윤향이의 담임선생님은 흉흉한 소문에 대해 일절 신경쓰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6·25 참전용사인 사회생활 선생님은 교과서를 덮고는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는 특별 수업을 진행했네요.

"민주주의는 왜 중요할까? 우리는 모두 평등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보호받고 존중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권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치인이 개인을 탄압하고 괴롭히지 못할 테니까. 그래서 민주주의는 중요하다. 특히 국가가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만 한다. 안 그러면 우리는 일본의 지배를 받은 것처럼 다시 암흑의 시기를 맞이할 것이다." 선생님은 불을 토하듯이 말했다. 윤향이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교실 안은 질문을 한 윤향이조차 놀랄 정도로 침묵에 잠겼다. 크게 숨을 들이쉰 선생님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윤향이를 바라봤다.

"저항해야지. 지키기 위해서 말이야."

선생님이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깨달은 윤향이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무뚝뚝한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을 보니까 이 나라의 장래는 밝다는 확신이 드는구나. 다음에 보자. 이상. 수업 끝."

(45-46p)

정명섭 작가님의 《그해, 4월》은 열네 살 중학생 윤향이의 시선에서 4·19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1960년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학생의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마산 주재기자였던 허종 부산일보 기자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보도하면서 시민들이 분노하여 거리로 몰려 나왔네요. 3월 15일 부정선거 항의시위에 참가했던 김주열 학생은 차가운 시신이 되어 돌아왔고, 4·19 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었네요. 극적인 역사적 사건이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쿡쿡 찔렀네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잊어서는 안 될 이들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었네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역사 교육은 굉장히 중요한데, 딱딱한 역사 수업 대신이 이 한 권의 책으로 대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독재와 헌정 파괴, 공권력을 동원한 국가 폭력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인데, 공과 과를 구분하여 이념으로 갈라치는 행태는 과감하게 근절하고 처벌해야 할 사회문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년 젊어지는 시니어 건강 습관 - 매일 먹는 시니어 건강 식품 추천부터 놓치기 쉬운 건강 상식 모음
곽민철.정희철.이종화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몇 살부터 노인일까요.

예전엔 환갑이 넘으면 노인 취급을 했는데 요즘은 70대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는 경우가 많아졌네요.

겉모습만 봐서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 젊어진 느낌이라서 사람들의 인식도 법적으로 정해진 65세보다는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여기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 시니어는 어떨까요. 직장 선배나 상사, 고참을 일컫던 시니어(Senior)라는 용어가 일상에서 노인이라는 단어 대신 사용되면서 그 기준도 다양해진 것 같아요. 어떤 곳은 시니어를 은퇴와 관련지어서, 은퇴한 50세나 55세를 시니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바로 그 시니어를 위한 건강 지침서가 나왔네요. '시니어 건강'이라고 해서 노년층 대상만이 아니라 저속 노화를 위한 2030 세대에게도 해당되는 '건강 습관'에 초점을 두고 있네요.

《10년 젊어지는 시니어 건강 습관》는 현직 약사, 치과의사가 알려주는 건강관리 상식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들은 시니어 콘텐츠 전문 유튜브 채널 '걱정마엄빠'와의 협업을 통해 수많은 시니어들과 소통하며 일상에서 꼭 필요한 정보들을 이 한 권의 책 속에 꼼꼼하게 담아냈다고 하네요. 저 역시 부모님께 도움이 될 내용이겠다 싶어서 읽게 됐는데,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들이 알아둬야 할 건강 가이드북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노화와는 거리가 먼 20대 사이에서도 저속노화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으니까요.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습관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라서, 좋은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네요.

이 책에서는 꼭 피해야 할 음식과 식습관, 나를 지켜주는 똑똑한 섭취볍,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불편을 해결하는 법, 약사 추천 솔직 담백 꿀팁, 치와와 잇모 덧나기 전에 지키는 법, AI를 활용한 건강관리법, 병원 진료 꿀팁까지 시니어 맞춤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네요. 요즘은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젊은층의 노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눈 건강이 떨어지면 시야가 뿌옇고 겹쳐 보이고 쉽게 피로하며 눈물이 부족하고 따가울 수 있어요. 이런 증상들이 누적되면 백내장, 황반변성, 녹내장 등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하네요. 여기에서 알려주는 눈 건강 지키는 생활 습관 다섯 가지는, 20분마다 먼 곳을 20초 동안 보기, 물을 자주 마시기, 외출 시 선글라스 착용, 화면 밝기 조절과 거리 유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네요. 그 밖에, 눈 건강을 위한 간단 스트레칭과 눈 건강에 좋은 천연 음료 요리법을 알려주네요. 눈 건강에 필수적인 베타카로틴, 오메가-3, 안토시아닌이 듬뿍 들어간 홍시, 검은콩물, 호두를 믹서에 넣어 곱게 갈아주면 건강 주스가 완성되네요. 시야가 침침하고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자연 처방이네요. 약이 아닌 음식으로 실천할 수 있어 부담 없이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네요. 건강 주스의 핵심은 얼마나 꾸준히,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하느냐인데, 영양 성분의 체내 흡수율을 고려하여, 매일 아침 공복에 한 잔씩 규칙적으로 마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복용 주기는 8일 섭취하고 2일 쉬는 패턴으로, 8일 동안 집중적으로 눈에 좋은 영양소를 공급한 뒤에 2일은 몸과 눈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휴식기를 주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필수 영양소의 조화로운 섭취법과 일상 속 잇몸 건강 관리법은 당장 시작해야 할 핵심 정보네요. 막연한 장수가 아닌 아프지 않고 활기차게 품격 있는 노년을 보내기 위한 실질적인 관리법을 배울 수 있는 100세 안심 가이드북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명의 뼈대 -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수학의 역사
송용진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수학을 누가 만들어서 이 고생을 시키나, 이런 불평을 해 본적이 있을 거예요.

음, 아니라면 굉장히 드문 경우네요. 저도 학창 시절에는 수학과는 친하질 않았는데, 오히려 수학과 멀어진 다음에 수학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됐네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수학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학을 통해 놀라운 발전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네요. 이번 책은 수학의 역사를 다루는데 제목은 '수학' 대신 수학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문명의 뼈대'라서 인상적이네요.

"수학은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탑을 쌓듯이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왔으며, 그렇게 발전해 온 유일한 학문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밝혀진 피타고라스 정리는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이 언제나 진실이었고 과거에 발견된 다른 수학적 사실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수학적 발견은 그 이전의 발견들이 쌓인 결과로 얻어질 것입니다. ··· 그래서 수학사가 중요합니다." (4-5p)

송용진 교수의 《문명의 뼈대》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수학의 발자취를 다룬 수학사 입문서네요.

저자는 위성수학자로서 수학을 연구하고 30년 넘게 학생과 대중에게 수학의 역사를 가르쳐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수학의 발전 과정과 그 요인, 그리고 위대한 수학자들의 업적을 엄선하여 설명해주네요. 특히 현대 수학을 가능한 한 비중 있게 다루었는데 그 이유는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현대 수학에도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수학은 지난 수천 년간 문명의 뼈대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AI 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학의 중요성이 퇴색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AI 의 가장 핵심적인 근본적인 뿌리는 수학이니까요.

수많은 수학자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이 있네요. 바로 조선의 수학자들인데, 이순지(1406~1465)는 조선 초기의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라고 하네요. 양반 출신으로는 드물게 수학과 천문학을 깊이 탐구했고, 세종대왕의 역법 개혁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역법서(달력 계산법)인 『칠정산』의 편찬을 주도했고, 천문학 종합서인 『제가역상집』을 집필했다고 하네요. 이순지와 함께 세종대왕의 천문 사업을 이끈 김담(1416~1464), 그리고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산학자인 경선징 (1616~1669?)은 최석정의 수학책 『구수략』에서 조선의 최고의 수학자로 기록되어 있다네요. 조선 후기 숙종 때의 문신이자 대학자인 최석정은 독창적이고 심도 있는 마방진 연구 업적을 남겼는데, 서양 수학보다 수십 년 앞선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세계 수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해요. 최석정의 마법진인 지수귀문도는 정육각형 아홉 개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구조로, 거북이 등껍질 무늬와 유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1부터 30까지의 숫자를 사용하여 각 육각형의 여섯 꼭짓점의 숫자의 합이 모두 93이 되도록 배열한 것으로, 수학적 정교함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함께 갖춘 구조라고 하니 새삼 놀랍고 신기하네요.

저자는 조선의 수학자들을 소개하면서 다음의 내용을 주목하고 있네요.

"조선은 성리학이라고 하는 유교적 가치의 틀에서 벗어나 실용으로 가치를 넓혀가면서 수학과 과학의 발전을 꾀한 반면, 유럽은 거꾸로 실용에서 벗어나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그리스 철학으로 복원함으로써 수학과 과학의 발전을 꾀했다는 점이다." (186p)

동서양의 역설적인 현상은 시대적 요구와 철학적 패러다임의 차이가 과학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네요. 수천 년에 걸친 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수학의 역사가 곧 과학의 역사이자 문명의 역사라는 걸을 알려주고 있네요. 이제 남은 것은 AI 와 수학, 과학 발전의 기나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인 것 같네요. AI의 등장으로 도구는 바뀌었지만 인류의 호기심과 진리를 향한 탐구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 수학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 - 90세 과학자의 가슴 뛰는 자연 관찰기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90세 과학자의 가슴 뛰는 자연 관찰기"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네요.

특히 '가슴 뛰는'에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대더라고요. 가슴 뛰는 '떨림'을 주는 일이 무엇인가, 나 자신에게 묻게 되네요.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는 숲을 사랑하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이에요.

저자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해 메인주 숲속 오두막에서 온몸으로 마주한 자연의 경이로운 질서와 생존 전략에 대해 들려주고 있네요.

이 책에 대해서 가장 잘 소개한 내용은 최재천 교수의 추천의 글이 아닌가 싶네요.

"베른트 하인리히가 나이 마흔에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정교수직을 반납하고 메인주 숲속으로 들어간 지 어언 40여 년이 흘렀다.

그는 단연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평생 숲에서 만난 식물, 곤충, 새와 포유동물에 관한 관찰의 결정판이다.

탁월한 생물학자이자 미국 울트라마라톤 기록 보유자인 그는 대자연의 품에 안겨 연구와 삶 모두를 만끽한 경험을 간결하고 정확한 글로 이야기해준다. ··· 하인리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철학과 『모래군의 열두 달』을 쓴 알도 레오폴드의 과학에 『살아 있는 산』의 저자 낸 셰퍼드의 감성을 한데 버무려 승화시킨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 작가다. 나도 자연에 관한 책을 쓰는 사람이지만 죽기 전에 이런 책 한 권을 쓰고 싶다." _ 최재천 (10p)

아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호기심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야생을 관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영하 28도에 알몸으로 눈밭을 구르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비명을 지른다면, 계절마다 찾아오는 우울증이 달아난다는 저자는, 잠시 저세상을 경험하고서 곧바로 20초 만에 사우나로 뛰어든다고 하네요. 매년 일주일간 자신의 통나무 오두막에서 생물학과 학생 열두 명을 데리고 겨울 생태학 수업을 하는데, 자연을 책으로만 접하지 말고 직접 경험해보자는 게 수업의 취지라고 하네요. 그래서 매서운 겨울을 제대로 맛볼 시기로 1월 중순을 택했고, 때마침 눈이 많이 내린 상태여서 30초 이내의 추위를 견디는 경험을 했다는 거예요. 인간에겐 겨우 잠깐의 고통이지만 겨우내 야외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에겐 목숨이 걸린 문제잖아요. 동물들이 저마다 살아남는 방식은 놀랍도록 다양하네요. 추운 밤을 견디는 상모솔새의 생존 능력에 경외감을 느낀 저자가 녀석들이 어디서 잠을 자는지 알아내고 싶어서 땅거미가 내린 저녁부터 내내 관찰했는데 끝내 놓쳐버렸다고 하네요. 영하의 서리가 반복적으로 내리는 지역에 사는 상모솔새는 깃털을 제외한 몸이 사람의 새끼손가락 끝마디보다 작지만 기온이 영하 34도 밑으로 떨어져도 다른 연작류처럼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고 해요. 작은 새는 몸에 저장된 열 자체가 적어서 몸무게로 예상한 것보다 열이 훨씬 빨리 식는데 상모솔새는 체중의 2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깃털로 몸을 보온한다고 하네요. 해가 짧은 겨울에 매일 자기 체중의 세 배에 달하는 곤충을 섭취해야 하는 상모솔새가 도대체 어디서 먹이를 구하는 건지, 야간에 얻는 주된 에너지원이 무엇인지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고, 어디서 밤을 보내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무리를 지어서 서로 온기를 나누며 살아남는 것으로 추측하네요. 자연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결국은 상호 의존과 생태적 조화를 통해 살아남는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네요. 저자는 자연의 세계에서 오른쪽 왼쪽이란 없다고 했는데,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이 뭔가 철학적으로 다가왔네요. 우리가 오른손과 왼손,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을 혼란스러워하지 않는 건 바라보는 대상과 바라보는 위치를 가정해두었기 때문이라고, 반면에 DNA 분자, 아미노산 분자, 덩굴이나 우주 은하의 꼬임은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방향이 바뀐다는 거예요. 그걸 오른쪽과 왼쪽 중 무엇으로 부르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무엇보다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네요. 지구상의 생명체는 서로 연대하며 진화해 왔고, 숲은 대자연의 질서를 보여주는 현장이네요. 진정으로 숲을 가꾼다는 건 나무들뿐 아니라 그 안팎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며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는 걸, 우리 역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될 줄
재수 지음 / 심플라이프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프리랜서 창작자 재수 작가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는 6년 전 출간된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네요. 이 책은 재수 작가의 일상을 담아낸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 에세이네요. 저자는 올해로 결혼 11년 차,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살면서 한 번도 꿈꿔 보지 않았던 일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것이라고 하네요. 2년간의 연애와 11년째 결혼 생활을 하면서 아내와는 안 맞는 것 투성이라고, 그래서 아내에게, "이야~ 우리는 이렇게 안 맞는 게 많은데 어떻게 같이 살고 있는 거지?" (121p)라며 감탄에 가까운 푸념을 했더니, 고민도 없이 아내가 이렇게 말하더래요. "이렇게 안 맞아도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거지." (122p) 아내야말로 진짜 현명한 것 같아요. 대부분 비슷한 취향에 호감이 생기고, 사랑에 빠지면 '나의 반쪽'이라며 뭐든 다 해줄 것 같지만, 함께 살다 보면 '앗,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거든요. 원래 나와 너는 달랐고, 여전히 다른 것인데 콩깍지가 벗겨지니 그제서야 '달랐구나!' 확인하는 거죠.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말처럼 잘 살면 되는 거예요. 이번 책에서는 아내와 아들, 반려묘들까지 모두 여섯 식구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평범한 일상 속 유쾌한 반전이 웃음과 함께 공감 포인트가 되네요. 아침을 먹으며 두런두런 얘길 나누다 보면 거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온 가족이 밝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때, 이 순간에 잠시나마 머물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글을 읽으면서 '이런 게 행복이지~' 싶더라고요. 오늘도 우리가 우리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저도 요즘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투덜거릴 때가 더 많지만 가끔씩 우리 가족들을 떠올리면서 혼자 조용히, 감사함과 행복을 느낄 때가 있어요. 아빠가 된 재수 작가의 사랑스럽고 귀엽고 참으로 예쁜 가족의 일상을 만나봤네요. 햇살 같은 이야기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