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를 사랑한 소피의 심리학 모험 -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떠나는 마음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22
허경희 지음 / 인문산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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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진지하게 나르시시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네요.

단순히 유별한 성격이라고 여겼던 이들이 어쩌면 나르시시트였을 텐데,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지나쳤을 뿐이네요.

자, 아직까지 나르시시트가 무엇인지, 그 핵심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가 나왔네요.

《나르시시스트를 사랑한 소피의 심리학 모험》은 인문여행 시리즈 스물두 번째 책이네요.

저자는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이 욕망을 선택한 대가로 심장을 잃은 설정에 주목했네요.

이 책에서는 소피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울이 구원자라는 구원 서사의 환상을 해체하는 과정을 원작의 이야기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어요.

소피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심장 없는 하울의 그림자를 직시하는 거예요. 소피가 하울의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알아채고 환상의 거울을 깨야 비로소 자기만의 시선을 되찾아 진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소피의 심리학 모험을 통해 나르시시트의 화려한 환상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네요.

중간에 등장하는 '마녀의 카드'는 우리에게 전하는 지혜 카드라고 할 수 있어요.

"소피, 하울이 너를 사랑한다는 환상을 버려.

그는 너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사랑할 뿐이야.

그의 내면을 청소해 주는 동안

그는 너를 위해 도대체 무슨 노력을 했지?" (101p)

"소피, 하울의 성을 움직인 것은 그가 아니라 너였어.

너의 뜨거운 심장이 장작이 되어 성을 움직였던 거야.

너의 목마에서 스스로 회전하는 법을 배워 봐." (130p)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나르시시즘의 허상과 그 안에서 길을 잃은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심리 지도'로 삼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네요. 나르시시스트의 화려한 환상과 가스라이팅에 휘둘리는 상황을 직시하고, 마법에서 깨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인생 서사를 회복해가는 이야기를 통해 관계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네요. 책 말미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하루 동안 공감했던 이야기, 자기 내면의 빛과 그림자,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직접 적을 수 있어서 스스로 마음을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에코이스트 성향의 사람들과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사람들에 대한 질문들, 나르시시스트 자가 진단 테스트와 나의 공감 능력 테스트가 나와 있어서 자가 점검과 관계 솔루션을 얻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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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 - 애착 유물 유물멍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멍 원고 공모전」 필진 지음 / 더베이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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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네요.

방학이 되면 역사 문화 체험으로 자주 찾던 곳인데 요즘은 K컬쳐 열풍으로 외국인 관람객들이 많아지면서, 대기줄을 길게 서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네요. 예전에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간이라서 더 매력적이었다면 이제는 이 멋진 공간을 전 세계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얼쑤"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우리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드디어 알게 됐다는 측면에서 자긍심이 커지는 순간이었네요. 그래서 박물관 유료화에 대해서도 적극 찬성하네요. 무료라서 박물관 문턱을 낮추는 것도 좋지만 입장료를 내더라도 전시 관람을 위한 질적 향상이 더 낫다고 보네요. 친근하고 익숙한 이웃 같던 국중박이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 같아 왠지 어깨가 으쓱으쓱, 기분이 좋네요.

바로 국중박,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든 책이 나왔네요.

《유물멍 :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은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 관람객들이 꼽는 애착 유물을 소개하는 책이네요.

이 책은 2024년 출간 즉시 예술분야 1위에 오른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참 좋은 것들》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멍 원고 공모전 - 취향 저격 유물」에서 찾아낸 100가지 유물에 관한 100가지 시선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감동이 있네요.

"석조여래좌상, 조선, 마쓰오카 게이지 기증

뽀얀 석불의 미소 - 일본인이 기증한 이 불상은 만지면 분(粉)이 묻어날 듯 뽀얗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독특하면서도 친근한 표정. 마치 일본 연극 가면인 노멘(能面)처럼 사방에서 보이는 표정이 모두 다르다. 조각가가 애초에 의도한 것일까? 기증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뽀얗고 동그란 얼굴에 선한 눈매, 보일 듯 말 듯 머금은 미소. 하염없이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지고 내 입가에도 닮은 미소가 번진다.

_ 홍경희(서울시 노원구) (100p)"

"금동 탄생불, 광복 이후, 이홍근 기증

당당하게 살아요 - 씩씩한 부처님을 보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하굣길에 책보를 던져두고 개울물로 풍덩 뛰어들었던 일이며, 아름드리나무를 친구 삼아 놀다 다친 기억이 생생하네요. 부처님 모습에서 이런 추억을 떠올렸다고 혼내지는 않겠지요? 가만히 보니 듬직한 표정 속에 산전수전 다 겪은 모습이 있네요. 저를 보며 '생명은 다 존귀합니다. 당당하게 살아가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듯해요.

_ 최재광 (제주도 제주시) (162p)"

"퐁퐁 솟아나는 감상 포인트 - 박물관 전시실에서 연적을 감상하실 때는 다음 몇 가지에 주목해 보시면 좋습니다. 첫째는 모양입니다. 연적이 무엇을 닮았는지 살펴보세요. 다양한 사물을 본떠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것을 보면 친근한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올 거예요. 둘째는 구조입니다. 작은 문방구이지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물을 넣는 구멍과 나오는 구멍의 위치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물이 한 방울씩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만든 기술의 흔적을 찾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셋째는 장식과 색입니다. 푸른색 청화 문양 혹은 붉거나 초록색을 띠는 동화와 갈색으로 표현되는 철화 문양 등 다양한 안료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관찰하다 보면 연적이 만들어진 시대와 제작 기술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_ 강경남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229p)

이 책은 제목처럼 유물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 '유물멍'의 매력을 관람객들의 관점에서 사적인 감상 후기로 만나기 때문에 즐겁고 재미있어요. 유물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덕질하는 느낌이랄까요. 색다른 감상 후기들을 보면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요. 부록에는 큐레이터와의 만남을 통해 전문가들의 해설까지 더해지니, 어찌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어요. 딱딱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유물을 바라보는 '유물멍', 이 새로운 감상법 덕분에 조만간 국중박을 방문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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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감정의 비밀
판도라 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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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전철에서 스쳐 지나간 익명의 누군가로 인해 하루의 기분이 싹 망가졌던...

살면서 다시 또 만날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때 그 순간의 불쾌한 감정만은 오래 지속되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아마도 이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했을 것 같네요.

《운명을 바꾸는 감정의 비밀》은 판도라 킴의 책이네요.

저자는 8년 전 블로그를 시작으로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 채널에서 매일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왔고, 매년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감정을 어떻게 느끼고 비워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저자에게, 어떻게 해서 그 모든 꿈을 마법 같이 이뤘느냐고, 그리고 어떻게 하면 매일 행복하고 활기 넘치는 얼굴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느냐를 묻는데, 이에 대해 '감정의 비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는 거예요. 한때 감정적인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저자가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다루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이 책은 감정의 실체를 밝혀내어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인생을 설계하는 강력한 에너지로 활용해 삶의 주도권을 잡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네요. 저자는 사람들이 불안과 우울,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상태를 감정의 미로에 빠져 있다고 표현하네요. 모든 미로에는 반드시 출구가 있고, 감정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이 이 책 속에 있었네요. 판도라 킴의 감정 솔루션으로 일상에서 겪고 있는 감정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하네요. 기적은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뿅! 순식간에 벌어진 마법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 바로 나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올바른 방법을 터득하여 실행하면서 멋진 인생으로 바꿔나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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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사진 - 사진의 오래된 미래
김경훈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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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은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 'AI인가?'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네요.

워낙 AI를 이용한 이미지가 많다 보니 결과물 자체보다는 본질적인 측면을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기술적인 완벽함이 아닌 인간만의 시선, 경험, 그리고 진실한 기록인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AI 시대의 사진》은 사진기자 김경훈 님의 책이네요.

저자는 사진 전문기자로서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뉴스를 취재하고 사진으로 보도해왔다고 하네요. 사진이라는 분야에서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 책은 과거와는 달라진 인공지능 시대에서 사진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이며,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선 알아둬야 할 점은 '사진 잘 찍는 법'에 관련된 내용이지만 당장 눈에 띄는 아름답고 화려한 사진을 찍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에요. 그렇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자가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사진기자 김경훈의 인생 사진을 한 장 고른다면 어떤 사진인가요?"(61p)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해요. 그때마다 인생 사진을 고르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사진 한 장이 하나의 이미지로 대응하지 않아서라고, 자신이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본인만이 기억하는 특별한 경험이 담겨 있으니 사진과 함께 기록된 모든 경험이 소중하다는 거예요. 반면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은 실존하는 인간이 온몸으로 겪고 느꼈을 경험의 기록물일 수 없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사진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내어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사진이며, 이러한 사진의 본질을 이해할 때 진짜 사진을 찍을 수 있네요. 그러니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일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요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LP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저 역시도 추억의 아이템들을 하나둘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저자의 사진 이야기 덕분에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의미와 본질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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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책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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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거, 건강하지 못한 사랑이에요.」

「어떤 점에서요?」

「보일 겁니다.」

(181p)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요.

관계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정작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를 모르게 되는 거죠. 부모와 자녀 사이가 그렇죠.

아멜리 노통브의 장편소설 《자매의 책》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네요.

작가는 이 작품을 트리스탄처럼 자신을 돌봐준 언니 줄리에트에게 바쳤다고 해요.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해요. 젊은 연인들, 플로랑과 노라가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첫 아이가 트리스탄인 거예요. 주인공 트리스탄은 착한 아이라는 저주에 걸렸고, 여동생 레티시아와 사촌동생 코제트를 돌보면서 기묘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네요. 과연 트리스탄은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두 자매의 사랑은 플로랑과 노라 사이의 사랑이 치환된 게 전혀 아니었다.

플로랑과 노라의 사랑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남녀간의 연애에 속했다.

반면 트리스탄과 레티시아의 사랑은 절대적 의미의 사랑, 범주 바깥의 사랑, 목록에 없는 더욱 강력한 현상이었다.

모든 사랑인 동시에 모든 자유인 그것은 어떤 분류에 의한 변질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트리스탄은 네 살 반의 나이에 충만함을 발견했고, 레티시아는 그 충만 속에서 태어났다.

레티시아는 마음이 굶주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지만, 트리스탄은 그 고통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49p)

트리스탄의 부모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도리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잉꼬 부부지만 딸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부모네요. 만약 트리스탄이 그토록 영특한, 거의 천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뛰어난 아이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애착 실험은 유명하잖아요. 어미와 격리된 새끼 원숭이가 젖병이 달린 철사 엄마와 먹이는 없지만 부드러운 헝겊 엄마 사이에서 배고플 때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헝겊 엄마에게 매달려 있더라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네요. 이 소설은 자신의 불안과 결핍을 절대 내색하지 않는 아기 트리스탄을 통해 부모의 잔인함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네요. 문득 그림 형제의 잔혹 동화 <헨젤과 그레텔>이 떠올랐네요. 숲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생존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두 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였네요. 그림 형제의 원작에서는 엄마가 친모였고 아이들을 버린 것은 굶주림 때문이었다고 해요. 근데 트리스탄과 레티시아의 부모는 지극히 평범해 보여서, 오히려 그것이 더 불편하게 느껴졌네요. 어쩌면 부모들 자신만 모르는 것인지도... 일상의 모습을 24시간 카메라로 찍는다면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드러날 테니까요.

부모의 무관심과 방임 속에서 자라난 트리스탄과 레티시아, 두 자매를 통해 가장 내밀한 관계의 슬픔과 고통을 보여주고 있네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매의 이야기인데도 금세 몰입될 정도로 강력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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