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이선화 외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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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올해는 어떤 기발하고 신선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요.

매번 기대감을 품게 되네요. 작년 이맘때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수많은 원고들이 모였고, 그 가운데에서 뽑힌 작품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네요.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2026》에는 다섯 작가의 작품들이 실려 있네요.

이번 작품들은 독특한 판타지 설정과 현실적인 세계가 결합하여, 저마다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짧은 분량의 단편이지만 그 안에는 커다란 세계가 그려진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텐데, 작가들은 그 상상력을 글로써 펼쳐내고 있으니 감탄할 따름이네요.


"잿빛 하늘의 중앙에 검은 형체가 두둥실 떠 있었다. 

내내 다물려 있던 박진의 잇새가 더디게 벌어졌다.

형체는 하강하고 있었다. 빠른 속도인지 느린 속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저게 뭘까.

박진이 두 눈을 느리게 끔뻑하는 사이, 답은 최주환의 입에서 나왔다.

'씨이발, 고래 아냐, 저거?'" (26p)

이선화 작가의 <고래는 낙하한다>는 하늘에서 고래가 떨어지는 놀라운 판타지 상황과는 대조적인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네요. 인간은 제 머리 위의 낙하만 본다고, 흑동고래의 말처럼 우리는 겨우 그것밖에 볼 줄 몰라서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편의점 냉동고에 시궁쥐 핑키를 도로 넣어 두고 생쥐 핑키가 담긴 진공팩을 꺼냈다.

계산대로 가 그에게 보여 주었다. '보통 이것부터 시작해요.'" (72p)

양지숙 작가의 <핑키 프로미스>는 분홍색 냉동 쥐 핑키를 삼키면 유명해진다는 설정인데 욕망 앞에서 꺼릴 게 없는 인물들의 행태가 놀라웠네요. 쥐가 아니라 다른 뭐였어도, 아마 그들은 주저하지 않았을 거예요. 나라면, 글쎄요, 아닐 거라고 장담하진 못하겠네요.


"아빠의 이름을 물어봤어요. 보세요, 이걸로 이 서비스 센터가 완전히 엉터리라는 게 밝혀졌네요. 저 문어가 아빠일 리도 없고,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빠의 뇌를 저장하겠다는 당신들의 시도는 완전히 망했다는 뜻이고요. 아빠는 두뇌가 명석한 분이셨어요. 뇌의 85퍼센트나 옮겨졌다면, 아무리 문어가 됐다 해도 이름 정도는 가뿐히 집고도 남겠죠." (118p)

최주희 작가의 <옮겨심기 서비스>는 '아버지가 문어로 변한다'는 파격적이고 기괴한 설정을 통해 가족 간의 애증과 소통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네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가장 떠올리기 싫은 주제인데, 아버지와 소원했던 딸의 이야기를 보니 안타깝고 슬펐네요.


"잘 생각해 봐. 홈은 집이잖아. 그러니까 그 작은 구멍도 누군가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거지." (187p)

원하릴 작가의 <홈. zip> 는 SF요소가 가미되어 휴머노이드 홈에서 '홈'을 이중적 의미로 풀어내고 있네요. 하석과 홈의 관계는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다시 재생시킨 파일 속에서 '당신이 찡긋 웃는 얼굴이 가장 좋았어요. 다시 볼 수 있을까요?'(204p)라는 홈의 목소리를 발견한 하석, 그가 느낀 감정을 알 것 같아요.


"그냥 이대로 죽이자. 쟤들도 고깃덩어리 아니야? 치우기도 편하고." (220p)

김이숨 작가의 <호랑이의 맛>은 사육사 주인공 동구와 수컷 호랑이 량이의 이야기네요. 과연 끔찍한 포식자는 누구일까요. 그 맛이 그 맛일 줄은 몰랐네요. 세상에나! 마지막 이야기를 읽다가 영화 <프레시>가 생각났네요. 혹시나 호기심에 볼 생각은 하지 마시길, 경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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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마음들의 마을 - 우리는 각자의 지옥을 품고, 서로의 구원을 꿈꾼다
도널 라이언 지음, 정소하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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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마음들을 따뜻하게 녹이는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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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마음들의 마을 - 우리는 각자의 지옥을 품고, 서로의 구원을 꿈꾼다
도널 라이언 지음, 정소하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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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말 한마디로 터져버린 감정,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모두의 탓이기도 해요.

가족 간에 소소한 갈등은 흔한 일이지만 가끔은 너무 힘들 때가 있어요. 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을 사정없이 때리네요. 그럴 땐 가만히, 가라앉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네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도널 라이언의 장편소설 《부서진 마음들의 마을》은 무려 스물한 명의 화자가 등장하네요.

목차를 보면 스물한 명의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각 이름마다 선으로 이어져 있네요.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 각자의 이야기가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가 이야기에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이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맞춰지고 있네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결점과 상처로 각자의 지옥을 품고 살아가고 있네요. 드러낼 수 없는 비밀들, 그래서 잔잔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주네요. 누가 누구의 남편이고, 아내이고, 가족과 이웃으로 연결된 그들의 관계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지켜보게 되네요.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지만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되네요. 평범한 이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밀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어 있는지, 균열과 갈등으로 깊어진 고통의 무게를 가늠하게 하네요. '부서진 마음들'에 초점을 둔 줄 알았는데, 실은 그 갈라진 틈새를 서로가 채워주고 연대하며 버텨왔던 거예요. 이 소설의 원제는 "Heart, Be at Peace", 마음아, 평온해져라! 였다는 걸 다 읽고 난 다음에 알았어요. 가족조차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안아주고 따뜻하게 위로해줄 수 있다는 걸, 진정한 구원이란 위대한 영웅의 몫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함께 나누는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배웠네요.


"선함은 정의하기 어렵다. 그 본성상 표현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다. 

그렇게 말하는 맞을 거다.

선함은 누군가의 행동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그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느낌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간혹, 종종, 어떤 사람의 행동과 그 사람의 본성 사이에서 

어떤 유사성이나 연결고리도 찾지 못하기도 한다.

사람의 성격을 판단할 때는 먼저 행동의 동기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게 

언제나 가장 좋은 방법이다.

··· 그 누구도 이 긴 세월 동안 젊은 OO이 자신을 뽐내면서 

돌아다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으리라.

자신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줬는지. 

어떻게 자기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로 배를 몰고 들어가서

순전히 자신의 의지와 자비로운 가슴과 

지칠 줄 모르는 기백으로 배가 침몰하지 않게 했는지." (284p)


"만일 그가 실컷 울도록 내버려뒀다면, 모든 일이 그렇게 끔찍하게 잘못되진 않았을 텐데!

나는 언제나 햄릿에게 보비의 얼굴을 덧씌워왔지만, 이젠 나 자신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부서져라, 내 심장이여, 내 혀는 침묵해야 하니.'

··· 그는 이토록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내가 그를 소년으로, 남자로 사랑해 온 시간들 후에도,

내가 그의 가장 깊은 내면을 전부 알고, 그 자신보다도 그를 더 잘 안다는 사실을 여전히 모른다.

때로는 그가 자기 자신을 알기나 하는 걸까 궁금하다." (321-3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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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철학하기 - 재미, 예술성, 장르 등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들
주자안 지음, 정세경 옮김 / 현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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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덕후는 아니지만, 덕후의 세계를 사랑하네요.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쓸데없는 일로 보일 수 있지만 팍팍한 세상의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들꽃 같은 생명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누가 뭐래도, 진심은 말릴 수 없으니까요. 온전히 좋아하는 대상에 몰입할 수 있는 열정과 힘, 에너지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덕질의 본질은 사랑이니까,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 자체를 좋아하는 거예요. 다만 이런 제게도 편견은 있었더라고요. 프로게이머는 인정하지만 일부 게이머들이 특정 커뮤니티에서 차별이나 혐오적인 발언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행태 때문에 게임의 세계와는 벽을 쌓고 지냈네요.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라고 여겼는데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네요. 아참, 이렇게 말하면 너무 진지하고 딱딱한 내용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네요.

대만의 젊은 철학자 주자안의 책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비디오 게임과 철학이라는 흥미로운 조합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네요.

이 책은 두 부류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어요. 게임은 즐기지만 철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과 철학은 알지만 게임은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둘 다 관심 없었지만 새롭게 흥미를 느끼는 뉴페이스들까지 환영하네요.

저자는 <블러드본>이라는 대표적인 소울라이크 게임을 소개하면서, 이 게임을 해본 사람 중에 절반이 넘는 수가 첫 번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만, 게임 속 강력한 상대인 개스코인 신부와 마주치는 순간의 메타적 체험은 '내 게이머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마법 같은 순간'(10p)이며 다른 예술 장르에선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게임은 '비디오 게임'이며, 다른 게임과의 차이점은 승패를 강조하지 않고, 실제 규칙과 가상의 세계를 빌려 스토리텔링을 하고 시뮬레이션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비디오 게임의 재미는 플레어이가 경험을 통해 점차 발전해 나간다는 거예요. 플레이어가 흥미로운 결정을 내리면 게임은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자유를 강화할 수 있고, 이런 관점에서 출발해 게임의 균형성을 분석하고,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재미, 예술성, 장르 등 수많은 질문들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예요.

비디오 게임은 현실이 아닌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게임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까, 비디오 게임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게임 속 죽음에서는 어째서 위화감이 느껴질까, 비디오 게임에는 어째서 그렇게 많은 폭력이 등장하는지, 과연 그 폭력은 괜찮은가, 게이머들은 왜 PC(정치적 올바름)를 싫어할까 등등.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도, 이 책을 쓰는 것도 모두 재미를 위해서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런 문제들을 가볍게 접근해야 우리와 다른 요구를 가진 게이머들이 존재를 인정하고 마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철학자와 함께 게임 세상 속으로,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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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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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자무싸> 이전에 카뮈의 <이방인>이 있었네요. 20세기 최고의 문제작을 최신 완역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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