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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안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엥? 제목을 다시 봤네요.
인류의 역사를 '멸종 실패'라는 파격적인 단어로 표현한 이유가 뭘까요.
우리가 배웠던 세계사는 선사 시대부터 4대 문명을 거쳐 인류가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문명을 발달시켰는지, 성공적인 발전 과정을 나열하고 있는데, 저자는 오히려 관점을 뒤집어서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처참한 실패의 순간들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뭔가 정신이 번쩍 들었네요.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감춰온 흑역사를 들춰내어, 인류가 어떤 비상식과 고통을 딛고 살아남았는지를 역설적으로 다루고 있네요.
《인류 멸종 실패기》는 잔혹하고도 생생한 과거의 일상을 통해 인류 생존의 끈질긴 역사를 재조명한 책이네요. 저자 유진 작가는 스스로를 역사의 이면을 파헤치는 집요한 탐구자이자 지식의 큐레이터라고 소개하네요. 1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채널 <유진의 실화파일>을 통해 흥미로운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사 스토리텔러로서 이번 책에서도 색다른 세계사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이 책에서 핵심 키워드는 생존,'살아남기'네요. 크게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평범한 일상에서 살아남기, 위험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병과 죽음에서 살아남기, 잔혹한 개발에서 살아남기라는 평범한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보여주네요.
"창문 너머로는 석탄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거리의 공기는 탁했으며 아이들은 배고픔과 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까지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 런던 서민들의 삶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50년 전 산업혁명으로 도시는 급성장하고 있었지만, 깨끗한 물조차 귀했던 서민들은 한 대야의 목욕물을 받으면 아버지부터 막내까지 온 가족이 돌아가며 사용해야 했습니다. (13p)
"빅토리아 시대 초반,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하수도 시스템이나 수세식 화장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부유한 저택이나 성이 아니고서야 집 안에 화장실을 두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거리 곳곳에 마련된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집 안에서 요강을 사용했습니다. ··· 요강에 담긴 대소변은 어디로 갔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거리에 그냥 내다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2층이나 3층에 사는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그대로 쏟아버렸는데, 이때 '물을 조심하세요'라는 뜻의 '가르디 루 Gardy loo'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조심하라는 경고가 무색하게 길을 걷다가 갑자기 머리 위로 배설물이 쏟아지는 일도 흔했습니다. 도시는 온통 악취로 가득했고, 바닥은 오물로 뒤덮였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신발뿐만 아니라 바지나 치마까지 쉽게 더러워졌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빅토리아 시대 우산과 하이힐이 유행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58-60p)
빵에 곰팡이가 피거나 뼛가루가 섞이고, 배설물이 길거리에 넘치던 빅토리아 시대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위생의 암흑기였네요. 깨끗한 물, 위생적인 음식, 마취제가 있는 수술이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로 돌아가 살아보라고 한다면 잠시도 견디기 어려울 거예요.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부터 20세기 초 미국 산업화 시대를 보면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된 학대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알 수 있네요. 과거 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네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이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이 책, 저자의 말처럼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치열한 생존 연대기' 덕분에 배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