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이야기 - 사랑도 운명도 스스로 쟁취하는 조선 걸크러시 스토리
황인뢰 지음 / 예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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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언제였던건지 기억나진 않아~ 자꾸 내 머리가 너로 어지럽던 시작, 한 두번씩 떠오르던 생각~

자꾸 늘어가서 조금 당황스러운 이 마음, 별일이 아닐 수 있다고 사소한 마음이라고,

내가 네게 자꾸 말을 하는 게 어색한 걸~~

사랑인가요, 그대 나와 같다면 시작인가요~ 맘이 자꾸 그댈 사랑한대요

온 세상이 듣도록 소리치네요~ 왜 이제야 들리죠 우~

서롤 만나기 위해 이제야 사랑 찾았다고~"

MBC 드라마 <궁> OST ,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네요.

바로 이 드라마를 연출한 황인뢰 감독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됐네요. 로맨스 드라마 장인답게, 《장미 이야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슬갑소설'이라고 해서 무슨 장르인가 싶었는데, 슬갑은 겨울에 무릎을 덮는 가죽 가리개를 뜻하며, 어느 도둑이 슬갑을 훔쳐서 그 용도를 몰라 머리에 쓰고 돌아다녔다는 일화에서 유래해 남의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빌려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을 일컫는 말이었네요. 이 소설은 작자 미상의 한문소설인 『지봉전』의 스토리를 뼈대로 하여 몇 편의 한문 고전 속 에피소드를 부분적으로 차용했다고 하네요.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지봉전』의 매력은 해피엔딩이라고,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마땅히 기대하는 바, 이미 읽기 전부터 마음이 놓였네요.

주인공 장미는 몰락한 양반가의 후손으로, 조부가 억울하게 역모죄에 얽혀 멸문의 화를 당해 가문 전체가 쑥대밭이 된 와중에 계집종이 두살 배기 아기를 구출하여 은퇴 기생이었던 기향의 수양딸로 입양되었고, 양모로부터 교육을 잘 받아 똑똑하고 호쾌한 성향을 가진 인물로 성장했네요. 여기에 무술까지 겸비하여 남장을 하고 다니면서 또래 남자아이들을 제멋대로 부리는 골목대장, 뒷골목 악소년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양반가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무리의 아이들과 힘을 합쳐 몰래 혼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네요. 홍길동 같은 존재지만 도둑질을 하진 않네요. 이토록 당찬 여인으로 자란 장미가 김윤경에게 반해 접근할 궁리를 짜는 모습이 기가 막히네요. 대개 사랑에 빠져도 일방적으로 혼자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미는 도령 차림으로 남장을 하고, 직접 윤경을 찾아가는 과감한 시도를 하네요. 신분 차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거늘, 장미는 미래의 걱정 때문에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남다르네요. 수동적인 여인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멋지네요. 장미는 자신을 가두려는 틀을 깨뜨리고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아슬아슬 짜릿한 모험을 감행하는데, 흥미진진한 사극 로맨스의 정수를 보여주네요. 독자들이 원하는 로맨스의 설렘 포인트와 사극 특유의 낭만,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해피엔딩까지 두루두루 만족스러운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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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브런치 - AI 시대, 당연함을 비트는 즐거움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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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깨우는 153개의 수학 브런치, 냠냠 맛있게 즐길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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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브런치 - AI 시대, 당연함을 비트는 즐거움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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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 선생님이 되고, 유튜브 채널 '매스프레소'를 개설해 수학을 주제로 하는 영상을 만들고, 이제는 책을 펴낸 이가 있으니, 바로 수학다방 매스프레소의 바리스타 배티, 배상면 님이네요. 어릴 적 친구 중에 유독 길에 떨어진 동전을 잘 줍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관심과 집중, 관찰력 등등 타고난 능력이 먼저일 수 있겠으나 저자의 생각은, 그 친구가 남들보다 더 '동전 찾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아마 다들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가는 분야나 대상에 대해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해봤을 거예요. 저자의 특기는 일상에서 수학 동전을 발견하는 거라고,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일상에서 쓸어모은 153개의 수학 동전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수학 브런치》는 수학 바리스타 배티와 하루 한 스푼, 생각을 깨우는 153개의 지적 브런치가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학 동전들을 통해 AI 시대에 남다른 사고력과 기획력을 장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프롬프트 몇 줄을 입력하면 복잡한 수식도 AI가 척척 풀어내는 세상에서 우리가 수학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그 단서를 제공해주네요.

공식 암기 위주의 문제 풀이로는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기 어려워요. 수학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게 목적이고, 여기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상들을 수학적 관점에서 뒤집어 보고, 난해한 공식 암기가 아닌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네요. 우리 주변에서 보는 맨홀 뚜껑은 원형인데, 만약 정삼각형이라면 어떨까요. 정삼각형은 들어가는 방향에 따라 폭이 달라져서 낮은 폭으로 들어가면 빠지게 되지만 원은 어떻게 재도 폭이 일정한 정폭도형이라서 빠지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삼각형 중에서 뢸로 삼각형, 즉 정삼각형의 각 꼭짓점에서 다른 꼭지점을 지나는 호를 그려서 기타 피크 모양처럼 뚱뚱한 삼각형이 되면 원과 마찬가지로 정폭도형이라서 구멍에 빠지지 않네요. 피자 한 조각을 먹을 때 세로로 휘어지게 마는 이유는, 가로로 휘어지게 말면 토핑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이것은 가우스의 빼어난 정리로 설명할 수 있어요. 바닥에 놓인 평평한 피자의 가우스 곡률은 0, 피자를 구부려도 재질이 변하지 않으므로 가우스 곡률은 여전히 0 이 유지되어야 해요. 가우스 곡률은 두 개의 주곡률(가로 곡률, 세로 곡률)의 곱으로, 피부가 구부러지더라도 두 곡률 중 최소 하나는 반드시 0 이어야만 곱해서 0 이 되네요. 핵심은 곡면을 찢거나 늘리지 않고 구부리기만 하면 가우스 곡률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유튜브 배속 시 목소리가 변하는 이유는 음파의 진동수가 두 배가 되면 음이 한 옥타브 올라가서, 근엄한 목소리도 방정맞게 들리는 거예요. 피타고라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만물은 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음악(소리)도 수학적인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는데, 하프를 예로 들면 현의 길이들이 자연수 비를 이룰 때 조화로운 화음으로 연주되고, 음의 높이는 현의 진동수에 비례한다는 걸 발견했네요. 이는 소리의 높낮이가 진동 횟수, 즉 수학적인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낸 초기 음향학적 성과네요. 노이즈 캔슬링은 소음(파동)과 위상이 정반대인 파동을 생성해 상쇄 간섭을 일으켜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인데, 삼각함수(sin, cos)를 활용해 복잡한 소음 파형을 분석하고, 반대 파형을 더해 0 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 수학 원리네요. 국민 볼펜인 '모나미 153'에서 '153'의 의미는, "첫 출시 가격 15원, 자사의 3번째 제품이라는 뜻으로 15와 3을 조합해 153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저자는 수학적인 의미를 더했네요. 숫자만 봐도 다양한 조합과 상징을 떠올라다니, 정말 신기한 재주네요. 책의 분량을 고려한다면 150개의 테마가 적절한데 저자는 왜 153개로 정했는지, 이 또한 수학의 향기를 뽈뽈뽈 풍기는 선택이었다는 그 디테일에 웃음짓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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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직업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현 옮김 / 이소노미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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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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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직업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현 옮김 / 이소노미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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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가 직접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아낸 사실이 있습니다.

소설 한 편이라도 비평을 쓰다 보면 누구든 반드시 자기 생각이란 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관계, 도덕성 그리고 성에 대해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지 않고는 비평을 쓸 수 없지요. 집안의 천사에 따르면 이런 사안은 여성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다룰 수 없는 문제라고 합니다.

모름지기 여성은 매력이 있어야 하고 환심을 사야 하고, 솔직히 말해서 성공만 한다면야 거짓말도 불사해야 한다네요. 사정이 이러하니 나는 그 천사가 드리우는 날개 그림자라든가 원고지에 내리비치는 밝은 후광이라도 느껴질라치면 얼른 잉크병을 집어 들어 천사를 향해 냅다 던졌습니다. 천사는 여간해선 사라지지 않았지요. 그녀는 허상이라는 자신의 속성 덕을 톡톡히 보더군요. 실재하는 존재보다 환영을 죽이기가 몇 곱절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 그 당시에 글을 쓰던 모든 여성 작가에게 닥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지요. 집안의 천사를 죽이는 것, 그것은 여성 작가가 하는 일의 일부였습니다. ··· 그 천사는 죽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뭐가 남았냐고요? ··· 허위에서 벗어난 그 여자는 오롯이 그녀 자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인간의 모든 예술과 모든 직업 분야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겁니다." (58-60p)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의 직업>이라는 에세이에서 언급한 내용이네요. '집안의 천사'라는 비유가 흥미로웠네요.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에게 강요된 역할이 여성 자신에게는 내면을 갉아먹는 천사였던 거죠. 이 강연문은 1931년 발표되었고, 이는 <자기만의 방>이 출간된 2년 뒤였다고 하네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여성의 주변에는 맞붙어 싸워야 할 환영과 넘어서야 할 편견들이 넘실대고 있네요. 페미니즘을 단순히 남성 혐오라고 여기는 편협하고 비뚤어진 인식을 가진 이들을 보면 안타깝네요. 차별과 혐오 그 자체를 혐오해야지, 반대로 혐오를 위한 혐오는 정신 건강에 해로워요. 타인에 대한 강한 미움이나 혐오는 자기 내면의 불안과 자기비하가 투사된 결과라고 하잖아요. 시대 상황에 따라 차별과 억압의 대상은 바뀌기 때문에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도, 차별받아서도 안 된다는 거예요. 버지니아 울프는 억압받는 여성을 대변하며 자유를 외쳤고, 이는 수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네요. '집안의 천사'는 낡은 관습이 만들어낸 허상이기에, 다소 과격하지만, 그 천사를 죽여야 여성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여성의 직업》은 버지니아 울프가 쓴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담긴 책이네요.

에세이와 단편 소설의 조합은 그동안 본 적 없는 구성이네요. 맨 뒤에 보면 기획과 편집 작업을 함께한 편집자들의 대화가 실려 있는데, 어디에 중점을 뒀는지를 알려주네요. "한 권의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그녀의 문학 세계를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독자들이 이 작가를 알아가는 디딤돌을 정성껏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울프가 강연의 형식으로 전한 이야기, 혹은 개인적인 사유가 담긴 글들은 작가의 스타일과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잖아요? " (171p) 정확하게 기획한 의도대로 느꼈고, 울프가 세상을 향해 더불어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네요.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 에세이 <어째서 WHY?>, 제목처럼 끊임없이 질문하고 두들겨야 한다는 것.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고, 정해놓은 것들이 불변의 진리도 아니니까, 뭔가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을 감지했다면 왜 그런지를 묻고, 들여다 봐야 해요. 단편소설 <초상 PORTRAITS> 에서는 화자가 느끼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요. 화자는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네요. "그래, 나는 단순한 사람 축에 들어. 뭐 구닥다리일 수도 있지만 당당하게 인정해. 나 같은 인류를 사랑한다고." (166p) 결국 우리는 제각각 다르지만 똑같은 인류라는 범주에 속해 있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그것 말고 뭐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네요. 가르고, 나누고, 분류하는 게 누구를 위한 건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안다면 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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