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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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뗄 수 없는 복수극이 펼쳐지네요.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교제살인, 그 비극을 목격한 피해자의 딸 찬서가 주인공이에요.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주인공 찬서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어둡고 축축한 세계를 엿볼 수 있어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지명, 이름은 모두 가상이지만 이미 벌어졌던 수많은 교제살인 사건들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쁜 놈들이 범행을 저지르기에 알맞은 곳, 무산은 딱 그런 동네처럼 느껴져요. 찬서는 25년 전 사건으로 엄마를 잃었고, 그때의 충격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오직 복수를 위해 버텨내고 있어요. 다시 찾은 무산에서 로라미용실의 정 원장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탐정 일을 하게 된 찬서는 불행에 빠진 여자들을 돕게 되는 이야기예요. 무산의 여자들이 도움을 청할 곳이 로라미용실밖에 없다는 설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현실인 것 같아요. 아직도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 그 죽음은 '교제살인'이라고 부르는 게 맞아요. '데이트'라는 단어 때문에 가려진 심각성을 이제는 드러내고, 살인자를 엄벌에 처해야 해요.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138명, 살인미수는 311명이며, 2.7일당 1명의 여성이 아는 남성에게 살해된 것이고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매일 1명 이상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협박을 받은 셈이라는 통계가 발표됐는데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라서 실제로는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거라고 하네요.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데 아무런 변화가 없네요. 소설처럼 로라미용실이 해결해줄 수는 없는 일이죠.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행스러웠던 건 찬서 개인의 불행과 복수심이 나쁜 쪽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점이에요. 거기엔 숨은 조력자의 역할이 컸고, 그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 요소였네요. 결론은 박성신 작가님의 장편소설, 《로라미용실》을 추천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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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USB 삼국지를 만나게 될 줄이야~

삼국지를 책으로만 읽어봤지, 오디오북으로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 느낌이 새롭고 신기했어요.

《길용우가 읽는 박태원 삼국지》는 평론가들이 최고 판본으로 손꼽는 『박태원 삼국지』 를 배우 길용우님이 낭독한 오디오북이에요.

2021년에 같은 제목으로 발행한 오디오북의 개정판이고, 낭독 원고는 도서출판 깊은샘에서 발행한 『박태원 삼국지』 (2008)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본 책의 표지를 보면 USB가 쏘옥 들어가 있어서 책 자체가 USB 케이스 역할이자 가이드북이에요. 책에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소개와 놓쳐서는 안 될 장면들 그리고 삼국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에 관한 설명이 나와 있어요. USB 안에는 121개의 오디오북 파일(mp3)이 들어 있고, PC, 노트북과 연결하여 파일을 저장 장치에 복사한 뒤에 PC, 노트북 또는 스마트폰에 파일을 복사하여 오디오북을 감상할 수 있어요.

우선 『박태원 삼국지』 는 '소설가 구보 시의 일일'로 유명한 월북 작가 박태원(1909~1986)이 번역한 삼국지인데, 박태원 작가님은 1941년부터 월간지 <신시대>에 삼국지를 처음으로 연재한 후 1945년 전3권 분량으로 추정되는 축약본을 펴냈고, 1950년 월북 후에도 삼국지 번역을 지속하여 20여년 만인 1964년에 총 6권의 <삼국연의>를 완역 출간했다고 하니 그 여정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게 됐네요. 남한에 남은 가족 중 차녀의 막내 아들(외손자)이 봉준호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은 좀 놀라웠어요. 어찌됐건 2008년 출간된 삼국지를 그동안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오디오북으로 듣게 된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나관중의 『삼국지』 오리지널 정역본, 『박태원 삼국지』를 길용우 배우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대하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과거에 드라마를 통해 길용우 배우님의 연기와 목소리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더욱 남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원고지 약 9000매 분량, 등장인물 1200여 명을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연기하며 1년간 녹음했고, 총 91시간 29분 분량이라는 점, 직접 들어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최고의 삼국지를 만날 수 있어요. 요즘 매일 삼국지 오디오북을 들으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어요. 처음 접하는 오디오북인 데다가 탁월한 작품의 뛰어난 낭독이라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네요. 삼국지를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들어봐야 할 책이고, 아직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한 오디오북으로 시작하기를 강력 추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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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읽는 30일 : 빨강 머리 앤 - Anne of Green Gables 영어를 읽는 30일
이지영(리터스텔라) 해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길벗이지톡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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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버전의 책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영어책은 처음이네요.

고급스러운 양장 표지에 《My Lovely Anne》라는 제목이 적혀 있는 이 책은, 영어로 읽는 30일 《빨강 머리 앤》이에요.

이 책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에서 중요한 30장면을 골라 영어 원문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이지영(리터스텔라) 선생님의 한글 해석뿐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과 배경,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요. 매일 30분 정도, 꾸준히 30일이면 다 읽을 수 있어요.

영어 공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해를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빨강 머리 앤》은 손으로 꼽을 수 있는, 특별하고 소중한 작품이라서 이번 책은 무척 반가운 선물이었어요. 《빨강 머리 앤》에서 가장 설레는 장면은 매슈 아저씨와 앤이 처음 만나는 그 순간인 것 같아요. 여기에서는 "Day 2 매슈 커스버트가 놀라다" 라는 장면으로 등장하네요. 이야기를 끌고 가는 큰 줄기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인데, 이를 이끄는 인물은 당연이 주인공 Anne 이에요. Anne의 입을 통해서 주변 인물들은 어디서 끝이 날 줄 모르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첫 만남 이후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장장 한 페이지 반에 달하는 동안 Anne은 혼자서 계속 말을 하는데, Anne은 왜 이렇게 수다쟁이일까요. 그 이유는 Anne의 캐릭터가 당시 아이들 양육에 있어서 암묵적인 규칙처럼 여겨지던 격언인 'Children should be seen and not heard (아이들이 그 자리에 있어도 되지만 - 눈에 보여도 되지만 - 들리지는 않게)'를 완전히 뒤집는 것 (27p)으로 설정했기 때문이에요. 그 시대의 기준에서는 개성이 너무 강해 통제하기 쉽지 않은 아이가 내면이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라서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빨강 머리 앤》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만화, 드라마로 제작된 영상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익숙해서 매일 읽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빨강 머리 앤이지만 아직까지 원서 읽기를 도전한 적이 없는데 이 책 덕분에 원작으로 읽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또한 리터스텔라 선생님의 영어 해석과 흥미로운 작품 해설이 영어 원서를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줬네요. 영어 독해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던 독자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기를 추천해요. 만약 빨강 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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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읽는 30일 : 작은 아씨들 - Little Women 영어를 읽는 30일
루이자 메이 올콧 원작, 이지영(리터스텔라) 해설 / 길벗이지톡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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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조, 그동안 잊고 있던 '나만의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번에는 《Dear My Jo》, 새로운 형식의 《작은 아씨들》이에요. 영어로 읽는 30일 《작은 아씨들》인데 루이자 메이 올콧 원작에서 중요한 30장면을 골라 영어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영어 원서 강독가이자 수필가인 이지영(리터스텔라) 선생님이 한글 해석뿐 아니라 영어 표현과 작품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원서 읽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사랑하는 《작은 아씨들》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작품 선택인 것 같아요. 책 표지 디자인부터 세부적인 구성까지 마음에 쏙 들어서 읽는 과정마저도 좋았네요. 책 제목처럼 30일 동안 《작은 아씨들》의 주요 장면들을 영어로 읽으면 되는데, 신기하게도 영어독해를 공부하는 느낌이 아니라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이라서 재미있었네요. 아무래도 리터스텔라 선생님의 맛깔스러운 해설이 더해진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파티 장면에서 Jo는 성격상 즐겁지 않은데 즐거운 척하며 있을 순 없어서 커튼이 드리워진 구석으로 얼른 숨는데, 거기서 'enjoy herself in peace', 즉 마음 편하게 즐기며 있어야겠다고 표현한 건 파티가 한창인 커튼 바깥은 'in peace(편하게)'인 상태로 있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으로, 이를 조금 더 확장해 본다면 다른 여자들이 즐겁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Jo에게는 딱히 그렇지 않다는 걸 의미해요. 그렇게 숨어서 몰래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이미 그곳에 누군가 있는 거예요. 바로 Laurie 였고,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친 듯 보이지만 둘 다 커튼 안쪽에서 'in peace'의 상태인 사람들이며 옆집에 살고 있어서 이미 마주친 적이 있기에 공감대가 커지고 서로가 비슷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돼요. 이 장면 바로 다음에 Jo와 Laurie는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I'm not Miss March. I'm only Jo. 난 마치양이 아니라 그냥 조야." 그리고 Laurie 역시 "I'm not Mr. Laurence, I'm only Laurie. 나도 고런스군이 아니라 그냥 로리야." (45p)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은 사회가 정한 기준에 물음을 던지는 두 사람을 모습을 통해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하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작가가 이들에게 중성적인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였던 거죠. Jo의 원래 이름은 Josephine 인데 너무 여성스러운 이름이 싫어서 'Jo'라고 불리는 걸 더 좋아하고, Laurie 역시 Laurence 라는 이름 대신 여자 이름인 Laura 의 애칭이기도 한 Laurie 로 불러달라고 해요. 어쩐지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니 원서 읽기, 영어독해가 즐거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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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산다 - 식물로부터 배운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에 대하여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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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산다》는 식물에게 배운 삶의 기술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창조성 아카데미 '초록생활연구소'를 운영하며 코칭과 강의를 하면서, 월간 <샘터>에 '반려 식물 처방'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33개월 동안 연재했는데 그 글들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내게 됐다고 하네요. '나는 무엇을 위해 애쓸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마음먹었다는 저자는 2017년 6월 11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써왔고, 매일 식물을 돌보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해왔는데 지난 7년의 과정을 돌이켜보니, '식물에게 배운 자기 주도적인 삶'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식물 이야기인 동시에 식물로부터 얻은 생명과 사랑의 에너지 그리고 삶의 지혜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해진 저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정재경 작가님이 식물과 함께 살며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역시 배우고 익힐 수 있어요. 이 책에서는 수련, 체리세이지, 로즈메리, 접란, 미스김라일락, 아보카도, 관음죽, 파파야, 살구나무, 홍콩야자, 테이블야자, 능소화, 개망초, 바랭이, 호야, 아레카야자, 철쭉, 드라세나 트리컬러 레인보우, 해피트리, 몬스테라, 겹벚꽃나무, 유칼립투스, 억새, 스킨답서스, 소나무, 자작나무, 떡갈잎고무나무, 싱고니움, 감나무, 라벤더, 플라타너스, 시페루스, 극락조화, 벤저민고무나, 콩, 베고니아라는 식물을 만날 수 있는데, 일일이 다 열거한 이유는 여기에 등장한 식물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제 곁에도 수많은 식물들이 작은 화분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갔지만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진 못했던 것 같아요. 소홀하게 대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새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식물의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책에 등장하는 여러 식물 가운데 저자의 마당에 옮겨진 살구나무가 알려준 지혜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살구나무는 자기만의 속도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살구나무의 속도에 맞춰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것. 우리 역시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야 하는데 주변에 휩쓸려서 빠른 속도를 좇다가 쉽게 지쳐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서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해준다면 저마다의 속도대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왜 정해진 속도를 고집했을까요. 이제 식물들처럼 우리도 진짜 '나'를 알고, 자신의 속도대로 있는 힘껏 사랑하며 살아가기, 그것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의 기술이라는 것을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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