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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도감
박우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신은 인간입니까.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해야 한다면 과연 나는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박우진 작가의 《인간실격도감》은 "OOO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그림 에세이네요.
여기서 OOO에 해당하는 문구가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찌질하고 비겁한 데다 못돼먹은 속마음을 마흔여섯 개의 민낯으로 그려냄으로써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네요. 자, 목차부터 찬찬히 살펴보면 어떤 내용인지를 알 수 있네요. "할머니 댁에 자주 가지 않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한 번이라도 엄마에게 난리 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용돈 안 주는 아빠를 원망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아빠랑 자주 대화 안 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엄마한테 연락 자주 안 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앞부분은 다소 약한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어요. "군대 후임 괴롭히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이간질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착한 사람을 이용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주변 사람을 통제하려 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는 콕 집어서 '못된 당신'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어요. 반면에 주눅든 찌질이, 쫄보,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도 있네요. "어릴 적 꿈을 잊지 못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포기하기 두려운 당신이 봐야 할 만화", "낭만을 잃어버린 당신이 봐야 할 만화", "부정적인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아픔을 꾹꾹 참고 살아가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는 따뜻한 위로를 주네요. 만화 뒤에 이어지는 저자의 말들 중에서 다음 이야기가 깊이 와닿았네요.
"어릴 적, 기댈 곳이 없을 때 손가락에 얼굴을 그리고 혼자 놀던 기억이 있다. 손가락들이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언젠가는 두 손가락처럼 서로에게 기대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그 시기를 버텨냈다. 그때의 나처럼 기댈 곳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마음을 전해 주고 싶었다. 지금 비록 손가락이 떨어져 혼자 버티고 있겠지만, 언제든 다시 붙어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나이 올 거라고. 괜찮다고. 그럴 땐 손가락을 보라고. 모든 것이 무너진 것 같은 순간에도, 스스로의 손가락을 보며 희망을 찾았던 작은 나처럼. 당신도 언젠가 기댈 수 있는 손가락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208p)
인간은 원래 미숙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만약 완벽했다면 인간이 아니라 신이 되었겠죠. 그러니 미숙함은 인간의 특징이지, 약점은 아닌 거죠. 다만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거예요. 틀렸으면 고치면 되지만 아예 못돼먹은 심성은 바꾸기 어려운 것 같아요. 아마 진짜 나쁜 XX는 이 책을 읽을 생각조차 안 할 테니까요. 조금이라도 이 책에 관심을 갖고,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면 희망이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스스로 '인간실격'의 민낯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는 뜻이고, 그건 반성을 통해 개선해나갈 의지와 힘이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무엇보다도 저자는 우리에게, "나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과, 너로 인해 상처받은 나. 이 둘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을 때, 어제의 나를 답습하지 않는 성숙함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233p)라면서 괜찮다고,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해주네요. 스스로 미숙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