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식혁명 - 통곡물이 사람을 살립니다
강지원 지음 / (주)교학도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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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식혁명>이라는 책 제목만 보면 착각할 수 있어요. 주식? 재테크 책인가?

No!  이 책은 건강서적이에요.

대한민국 主食革命 , 즉 우리 식탁에 주식을 확 바꾸자는 내용이에요.

매일 먹고 있는 흰쌀밥과 흰밀가루 빵을 단 한 숟가락도 먹지 말라는 얘기예요.

사실 건강을 위해서 잠시 현미밥을 먹은 적이 있어요. 근데 가족들이 밥맛이 없다면서 투덜대기 시작했고, 워낙 흰쌀밥을 좋아하고 잘 먹던 가족들이라 현미를 조금 섞어 먹는 것으로 타협하고 말았어요. 저 역시 까슬까슬한 현미밥보다는 부드러운 흰쌀밥의 식감을 포기하기 어려웠어요. 어쩌다보니 현미밥은 가끔 먹고, 흰쌀밥을 더 많이 먹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그때문인지, 아버지의 혈당수치가 확 올랐어요. 아차 싶었죠. 괜찮을 줄 알았는데 건강의 적신호가 나타났으니...

다들 통곡물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중요한 건 실천이죠.

제 경우를 보더라도 막연히 좋으니까 해 볼까, 라는 정도로는 주식혁명을 이룰 수가 없어요.

속상한 일이지만 몸에 이상이 생긴 후에야 정신을 차리게 됐네요.


저자는 "통곡물이 사람을 살린다"라면서 통곡물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어요.

이 책은 통곡물이 무엇인지, 왜 통곡물을 먹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끝까지 씹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대부분 알고 있는 건강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통곡물은 면역력과 활력을 높이는 슈퍼푸드라는 점, 통곡물 씹기는 뇌를 비롯한 전신 운동이라는 점.

따라서 딱 두 가지만 실천하면 돼요.

◎ 우리 밥상에서 흰쌀밥과 흰밀가루 빵을 완전히 추방하고 통곡물 밥과 빵으로 전면 교체할 것. 

◎ 대충 빨리 씹어 넘기지 말고, 거친 통곡물을 끝까지 꼭꼭 씹어 완전히 죽과 같이 만든 다음에 삼키는 씹기운동을 실천할 것.

다만 좀더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요. 특별히 '통곡물'에 조예가 깊은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통곡물 섭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깨닫게 되네요. 이 부분은 2018년 5월부터 월간지 《건강다이제스트》에 실렸던 기사라고 하네요. 37년째 현미채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73세 원로 여성 약학박사 이숙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학박사 김현영, 통곡물 씹기운동을 강조하는 치의학박사 유영재, 자연식 운동가 민형기, '황성수 힐링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의학박사 황성수, 지리산 자락에서 농사지으며 상담해주는 '농부의사' 임동규, 약도 안 쓰고 수술도 안 하고 오로지 통곡물 식사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오뚝이의원' 원장 신우섭, 직업환경의학 이의철, 한의학박사 선재광, 약선요리점 부산 '정림'을 운영하는 정영숙, 통곡물 밥을 제공하는 리조트 '제천 태라리조트'를 운영하는 김경애, 소프트시티(주) 회사 내에 통곡물 구내식당을 만든 대표이사 노희수, 초등학교 학교 급식을 통곡물로 바꾼 영양교사 남상진, 제과기능장 출신 식품영양학 박사 학위 1호 소지자 곽성호,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 과장 최낙현, 유기농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원장 강성미, 친환경 농법으로 통곡물 오색미를 생산 공급하는 영농조합법인 '상생' 대표 한상철, 숙성현미 개발자이자 농업회사법인 '하이랑' 대표 박영현, 채식박람회 개최자이자 엑스컴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박명희, 유학계 원로 교수 이기동, 불교단체 대표 변영섭, '통곡물 섭취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기독교 목사 유동표, 캐나다 은퇴종교인 김상환, 신협 원로금융인 장하석까지 25명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통곡물의 기적을 확인할 수 있어요.

통곡물도 그냥 통곡물이 아니라 반드시 유기농이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통곡물 식사로 바꾼 지 1년 만에 체중도 줄고 당뇨약도 끊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굳은 결심을 했어요. 유기농 통곡물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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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 - 일상이 돈이 되는 인스타 마켓의 모든 것
윤여진.박기완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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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는 인스타그램에서 세포마켓으로 누적 매출 3억 원을 달성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먼저 세포마켓이란 말이 생소했어요. 

요즘 SNS를 비롯한 온라인 유통 채널이 많아지고, 활성화되고 있어요. 사실 명칭만 몰랐을 뿐 이미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었더군요.


"세포마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만족을 추구하면서 유급 생산 또는 유통을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개인 마켓을 뜻하며,

소비자이자 판매자인 '셀슈머 sellsumer'가 주도하고 있는 세포 단위의 세분화된 1인 마켓을 일컫는다."  (18p)


저자는 10년간 마케팅 공부를 해왔으나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해요.

이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자주했고, 인스타그래에서 '마켓'을 하는 엄마들에게 육아용품을 구매하게 되었대요.

'나도 마켓을 할 수 잇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고, 그것이 '여우마켓'의 시작이었대요.

2018년 4월 사업자등록을 한 이후 2019년까지 누적 매출 3억 원을 넘었다고 하니, 그것도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놀랐어요.

사실 저 역시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해가며 구입하는 소비자였기 때문에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만 막막해서 시도조차 못했어요.

이 책은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을 위한 첫걸음 떼기부터 현재 소문난 세포마켓 사례를 통한 성공전략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어디까지 아시나요?

이제껏 잠깐 접속해서 쓱쓱 검색하는 정도라서 구체적인 알고리즘을 모르고 있었어요.

2018년 인스타그램에서 발표한 알고리즘의 중요 핵심 3가지는 다음과 같아요.


관심 Interest , 최신성 Recency , 그리고 관계 Relatioship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용자들의 '관심'이에요.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눌렀던 콘텐츠와 유사하거나 비슷한 해시태그를 포함한 콘텐츠가 뉴스피드의 상위를 차지하게 돼요.

그다음 '최신성'은 사용자들의 관심이 반영된 피드에 접속한 시간을 기준으로 최신의 콘텐츠가 먼저 보여요. 그래서 일주일 전에 올라온 콘텐츠가 아무리 관심사를 반영하더라도 피드의 상위에 오르기 어려워요. 마지막으로 사용자 간의 '관계'는 서로 친밀한 관계일수록 뉴스피드 상위에 나타날 확률이 높아요. 그 외에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도 영향을 미쳐요. 잠깐 접속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관련성이 높은 사진부터 보이고, 오랜 시간 동안 접속하는 사람에게는 더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뉴스피드 상위에 올라와요. 검색과 탐색 화면에서도 이러한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콘텐츠가 노출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을 키워나가는 눈덩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품질이 좋은 콘텐츠에 적절한 해시태그와 태그르 ㄹ다는 것이라고 해요. 사진 속 제품이나 사람, 장소와 관련된 태그를 달면 사용자들이 궁금한 것을 검색했을 때 관련 태그를 단 콘텐츠가 보이기 때문에 점점 새로운 사용자의 유입이 더 활발해질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될 수 있어요.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효과가 일어나려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탐색 페이지나 해시태그 검색 결과에서 인기 게시물이 되어야 해요. 결국 세포마켓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팔로워와 함께 긴밀하고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해요. 단 한 명의 충실한 팔로워라도 눈덩이를 구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명심할 것.


세포마켓, 어떻게 시작할까요?

인스타그램 프로페셔널 계정으로 전환하고 사업자 등록을 하면 돼요.

진짜 중요한 건, 세포마켓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세포마켓을 염두에 두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경우에는 어떤 특성을 가진 팔로워들을 모을지 사전단계부터 고민해봐야 해요. 그 고민의 시작점은 자신이라는 것. 자신의 관심과 아이덴티티를 분석한 다음 지향하는 가치와 개성이 드러나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피드를 만들어가야 비슷한 생각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에요. 

결국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준비된 사람만이 이룰 수 있어요. 이 책은 세포마켓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는 유익한 안내자 역할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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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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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시카고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하면서, 

「시체에 관한 환상과 신화 : 파고파고 원주민들 사이에서 죽음의 해석」같은 제목의 학술 논문들을 독파하느라 4년을 보냈다고 해요.

놀랍게도 그녀는 시체, 장례식, 슬픔 같은 죽음의 모든 면에 끌렸고, 좀 더 적나라한 것들, 즉 진짜 시체, 진짜 죽음을 원했다고 하네요.

그리하여 선택한 일이 바로 장의사였어요.

이 책은 케이틀린 도티가 미국의 장의업계에서 일한 첫 6년의 경험을 담고 있어요.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원제 : Smoke Gets in Your Eyes : And Other Lessons from the Crematory

죽음과 시신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책일 수도 있어요.

솔직히 저 역시 쉽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두려움을 응시하기"라는 저자의 말 덕분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케이틀린 도티는 저승사자가 아니라 유쾌하게 자신의 삶을 살며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책을 읽기 위해 대단한 준비를 할 필요는 없어요. 단지 한 장을 넘길 수 있다면 그다음은 술술.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죽음은 늘 우리 주변에 있어요. 매일 끊이지 않는 사고와 죽음들.

저자도 그걸 묘사하는 게 소름 끼친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눈을 감거나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

화장장 직원으로 일하면서 죽음을 직면하는 데 빠르게 중독되어 갔다고 이야기해요. 

점심 시간은 언제 오지? 나는 언제쯤 깨끗해질 수 있지?

화장장에는 먼지와 검댕이가 얇은 층을 이루어 모든 것 위에 내려앉는대요. 죽은 사람들과 기계에서 나온 재들이 남긴 흔적들인 거죠.

시체가 타는 화장로 앞에서 이따금 안을 들여다보며 시체의 상태를 파악해서 중간에 위치를 바꿔줘야 깔끔하게 탈 수 있다고 해요.


왜 그녀는 죽음에 대해 끌리게 되었을까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줘요. 어항 속 물고기의 죽음...과 같은 경험은 아마 다들 있을 거예요.

그러나 결코 잊을 수 없는 죽음의 기억이 있었으니...

여덟 살 때, 집 근처 쇼핑몰에서 할로윈 의상 경연대회가 있었고, 무도회의 죽은 여왕으로 변신해 무대에 올라 상금을 받았대요.

대회가 끝나고, 쇼핑몰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저 멀리 벤치에 앉아 졸고 있던 아빠를 향해 소리쳤대요.

그때 어떤 어린 여자아이가 에스컬레이터와 2층 난간이 만나는 지점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고, 그다음은 쿵!

10미터 아래로 떨어진 그 여자아이의 몸을 보자 양 무릎의 힘이 풀렸고, 그 쿵 소리가 마음속에서 자꾸만 되풀이해서 들렸대요.

지금이라면 그 소리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한 증상으로 여겨졌겠지만 그때는 그저 유년에 울리는 북소리였던 거예요.

그날 밤에 무서워서 불도 못 끄고 그대로 앉아 있었어요. 그 전까지는 내가 죽는다, 사람은 다 죽는다,라는 걸 진정으로 이해한 적이 없었대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죽을 걸 알면서도 계속 살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해요. 

이 경험에서 놀라운 건 여덟 살짜리 아이가 죽음을 목격했다는 점이 아니라 여덟 해를 꼬박 살고서야 비로소 죽음을 목격했다는 점이라는 거예요.

처음 죽음을 목격한 아이의 공포와 충격, 그 뒤로 죽음을 보기 시작했대요. 당시에는 죽음이 두려워서 그것을 통제할 방법을 찾으려고, 불안을 줄이려고 온갖 강박적인 행위와 의식을 다 했다고 해요. 좀 더 자라서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이 사라지면서 그 의식들도 끝났고, 시도 때도 없이 꿈에 나타나는 쿵 소리들도 멈췄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십 대 그녀가 섬뜩하고 오래된 화장장에서 일하게 된 건 과거 여덟 살 먹은 나를 치유하기 위한 방도였던 거예요.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서.

이 책은 자신처럼 죽음과 만난 첫 경험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를 겪지 않게 해주려고, 장의사로서 좋은 죽음을 안내하고 있어요.

분명한 것은 좋은 죽음이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화두인 것 같아요.

당신에게 좋은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단순히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하는 책이었어요. 

장의업이 대중을 속여 가로채고 있었던 건 돈보다는 '죽음' 자체였다고, 우리는 죽음과의 실제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죽는다는 사실을 대면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었어요. 죽음은 '알려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어요. 어려운 정서적, 육체적, 정서적 과정으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있는 그대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이제 우리는 죽음과 죽음 산업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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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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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는 미우라 시온의 소설이에요.

왠지 익숙한 작가 이름이라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을 읽었더군요.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주 작고 특별한 보석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진 작가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부터 과감한 것 같아요. 

사랑 없는 세계라니, 살짝 실망할 뻔 했는데 어머나, 놀라운 것이 숨어 있었네요.

바로 식물학, 식물의 세계!


후지마루는 요리에 빠진 남자예요. 조리전문학교를 졸업 후 이탈리아 식당에 취직했지만 스스로 찾은 맛집 '엔푸쿠테이'라는 작은 식당에서 일하기 위해 퇴직했어요.

이 식당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후지마루의 혀와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에요. 

허름한 외관과 식당 주인 쓰부라야 쇼이치의 무뚝뚝함에도 불구하고 맛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정성껏 만든 마음이 전달되는 깊이가 있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

가격도 적당하고 요리사로서의 기개와 실력이 느껴져서, 후지마루는 쓰부라야를 요리 스승으로 모시게 됐어요. 아예 식당 2층에 입주하게 된 건 쓰부라야가 꽃집 사장 하나 씨의 집에서 동거하게 된 덕분이에요. 워낙 요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후지마루는 쓰부라야의 구박에도 주눅들지 않아요. 말만 그렇지, 쓰부라야는 식재료 다듬기뿐 아니라 소스 만드는 것을 돕는 일 등을 하게 해주거든요. 또 끼니 때마다 뚝딱뚝딱 맛난 요리를 해줘요. 요리 바보 후지마루는 휴일에도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자기 방에서 음식 만들기에 열중하느라 연애에는 관심이 없어요.

어느날 쓰부라야가 하늘색 자전거를 가져왔어요. 뒷바퀴 위에 세로로 긴 은색 상자가 장착된 자전거는 라면집 배달 오토바이를 닮았어요. 

엥? 뜬금없이 자전거로 음식 배달까지 하게 된 거예요. 평소 단골 손님이 많던 식당이라서, 과거 쓰부라야의 아버지가 주인일 때는 쓰부라야가 배달 담당이었대요.

지금은 오토바이 면허가 없는 후지마루뿐이니 자전거 배달이 된 거죠. 


T대학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 생물학과 전공 (자연과학부 B호관 361호)

교수 마쓰다 겐자부로


점심 때 종종 오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십대 중반의 남자, 그가 준 명함에 적힌 내용이에요. 앞으로 배달 주문하면 그쪽으로 와달라고 말이죠.

다음 날 12시쯤, 식사 배달을 해달라는 전화가 왔고, 후지마루는 처음으로 T대학 자연과학부 B호관에 들어가게 됐어요.

문을 열어 준 사람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였어요. 후지마루보다 한두살 위, 이십대 중반 정도?  

검은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안경을 낀 티셔츠에 청바지, 거기에 고무 슬리퍼를 신은 그녀는 모토무라예요.

연구실 안에는 마쓰다 교수와 젊은이 넷이 보였어요. 연구원과 대학원생들로 식물학을 연구하고 있어요.

몇 번쯤 연구실에 드나드는 사이, 후지마루는 조금씩 모토무라 일행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어요. 

후지마루는 식물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들을 모토무라에게 물었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줬어요. 

모토무라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의 잎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잎사귀를 현미경으로 보면서 세포의 개수를 세는 일을 한다고 했어요.

궁금해 하는 후지마루에게 현미경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줬어요. 우아, 신기해서 소리쳤어요.

현미경 렌즈 너머로 투명한 조각 퍼즐 같이 잎 세포가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야생형 애기장대와 변이가 된 애기장대인데, 세포 여기저기에 작은 가시가 튀어나와 있어요. 세 갈래로 나뉜 가시가 안테나 같기도 하고, 외계인의 머리 같기도 했어요.

그로부터 겨우 5분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 보이고, 마치 아른거리는 꿈속에 있는 것 같았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잎사귀 안에 초롱초롱 펼쳐져 있는 세포의 우주. 

후지마루가 지금까지 요리해온 채소와 고기, 생선 속에도 같은 세계가 펼쳐져 있었던 거예요.

모토무라는 작은 잎 안에 세포가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은하, 바로 그 세계에 빠져 있는 여자였어요. 

그녀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해버린 후지마루는 사흘 뒤 연구실에서 모토무라에게 답변을 들었어요.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누구하고든 만나서 사귀는 일은 할 수 없고, 안 할 거예요."  (96p)


정말정말 후지마루에겐 미안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후지마루의 로맨스보다는 모토무라의 식물 연구에 관심이 갔어요.

현미경으로 보는 애기장대 세포들... 아름답고 쓸쓸한 은하라고 표현했던 그 세포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아하, 문득 중학생 시절에 처음 생물학을 배우면서 설레고 좋았던 감정이 떠올랐어요. 어쩌면 모토무라처럼...

그리고 지금은 후지마루의 심정으로, 전혀 상상도 못한 감정을 샘솟게 하는 이야기 덕분에 신기하고 행복했어요.

식물과 그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졌어요. 역시 살아 있는 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것 같아요.


"야생 애기장대는 가장자리가 매끄러운 데 비해 변이된 애기장대는 삐죽삐죽하거나,

잎사귀 자체가 가늘고 길거나, 거꾸로 원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어요."

록울에는 각각 작은 팻말이 꽂혀 있었다. 야생 애기장대나 변이 애기장대 중 어느 쪽을 키우고 있는지 식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모토무라가 잎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가르쳐주자, 후지마루는 트레이에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오, 정말이다. 잎사귀가 방금 나온 건데도 모양이 많이 다르네요."

"유전자의 아주 작은 차이로 모양이 달라져요. 하지만 어느 것이 뛰어나고 어느 것이 열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모두 애기장대고, 다 챔버 안에서 잘 살아가려고 해요."
"우리랑 같군요......"

후지마루는 중얼거렸다. 얼굴 생김새나 체형이나 피부색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런 건 사소한 일이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더 잘 살아보기 위해 하루하루 분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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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과학토론 완전정복 - 100가지 예상 주제로 보는
박재용.정기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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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토론대회,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나왔어요.

바로 <100가지 예상 주제로 보는 중 · 고등학교 과학토론 완전정복>이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하는 '청소년과학탐구대회'의 과학토론 부문을 기준으로 준비과정을 돕는 데 그 목적이 있어요.

일단 과학토론대회를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정말 유용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일반고에서 학생 스스로 과학토론대회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길잡이가 있다면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년 4월은 과학의 달로 각 학교마다 과학 관련 행사와 대회가 있어요.

먼저 학교대회에서 선발된 학생이 각 시,도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지역대회 예선(총 2차)에 진출하고, 이 예선을 통과한 학생이 전국대회인 본선에 진출하게 돼요.

이 과정에서 학생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토론 논제 발표, 본선 발표, 본선 질의응답하기, 본선 주장 다지기라고 해요.

토론 주제는 과학토론대회 당일 대회장에서 제시가 되고 인터넷 사용이 불가하다고 해요. 

즉 주제가 제시된 뒤에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자료 이외의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책은 과학토론대회 준비를 위해 100가지 주제에 각 주제별로 2~5가지의 논제를 담아 제시하고 있어요. 

크게 6가지 영역으로 기후위기, 인간과 환경오염, 지구 생태계, 생명공학과 윤리, 현대 과학과 갈등, 인공지능으로 나뉘어 있어서 자신이 관심 있는 대주제를 하나 정해 그 파트의 소주제를 다같이 연습하면 좋아요. 

<인간과 환경오염>이라는 대주제를 선택하면 그 아래에 환경오염의 원인과 실제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환경오염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소주제들로 들어가 있어요. 각 소주제들은 '들여다보기'를 통해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어요. 그다음은 쟁점과 논제, 키워드, 용어사전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최근 심각한 환경오염원으로 대두된 미세플라스틱을 살펴보면, 그 독성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 파괴가 엄청나다고 해요.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체내에도 상당량 축적되는 것으로 보이며, 지하수나 토양에서도 발견되고 있어요. 특히 바다나 토양 속에 존재하거나 해양생물의 생체 내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예요. 국제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 역시 2017년 이후 세안제와 화장품에 마이크로비즈를 첨가한 제품을 생산할 수 없도록 했고, 판매도 금지되었어요. 최근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이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여기에서 쟁점은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으나 이미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고, 이에 세계 각국은 1차 미세플라스틱의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2차 미세플라스틱의 감소를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반면 플라스틱의 제조와 유통은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되었기 때문에 플라스틱 사용 감소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논제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행 가능성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논의해보는 거예요. 플라스틱 사용의 장단점을 논의하고, 플라스틱의 장점을 가지면서 단점을 보완할 만한 대체제를 고안해보는 것까지 해볼 수 있어요. 

토론은 쟁점에 대해 찬반을 다투는 일이기 때문에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는 두세 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하면 더 효과적이에요. 토론을 위한 말하기 능력을 훈련하려면 먼저 논제를 이해하고, 자료를 읽고, 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는 것이 좋아요. 

부록으로 실제 과학토론대회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두 가지 예제가 나와 있어서 기본기를 다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최근 과학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을 한 권의 책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 더욱 유익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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