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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영화관 ㅣ 환상 시리즈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죽은 사람이 눈에 보인다고?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근데 꼭 그걸 공개적으로 말해야 했니?
안타까움에 그만, 혼잣말을 하고 말았네요. 이 소설 속 주인공 구스모토 스미레 때문이에요.
《환상 영화관》은 호리카와 아사코 작가의 '환상 시리즈'라고 하네요. 원래 《환상 전기관》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 4월 단행본으로 나왔는데, 전작 《환상 우체국》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아즈사와 원령 마리코 씨가 나눈 대화가 집필 계기였다고 해요. 마리코 씨 성격에 순순히 성불할 리 없으니, 샛길로 빠진 마리코 씨 이야기를 써보자, 그 결과물인 거죠. "글쎄,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대."라는 식으로 스포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환상 시리즈'를 소개하다 보니 마리코 씨의 정체를 밝힐 수밖에 없네요.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마리코 씨가 아니라 귀신, 유령을 보는 열여섯 살 소녀 스미레예요. 외동딸인 데다가 소꿉친구도 없고, 어른들 틈에서 자라다 보니 친구 사귀는 게 서툰 스미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담임 선생님이 각자 자기 소개를 준비하라는 말에, "이렇다 할 특기는 없지만, 가끔 유령을 봅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좋아하던 나나에 이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이모가 새벽녘 침실에 훌쩍 찾아와 '이렇게 됐다' 하고 평소의 사무적인 말투로 인사하고 떠났습니다. 저세상으로 떠나는 바쁜 때에 일부러 저희 집까지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이 기뻐서 무섭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도 복도나 화장실에 가끔 영혼이 보이는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42p) 라며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을 한 뒤로 왕따가 되었네요. 아무도 스미레 근처에 오지 않는 바람에 외톨이가 되었고, 학교에 가기 싫은 스미레가 등교길 전철 안에서 우연히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어쩐지 모든 게 우연이 아닌 느낌이죠. 암튼 학교에 가지 않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점가에서 '게르마, 전기관(1903년 일본 아사쿠사에 등장한 오락 시설로 영화관의 전신)'에 들어가면서 영화관 지배인과 마리코 씨를 만나게 돼요. 낡은 영화관의 분위기가 흡사 영화 <시네마 천국, 1988>에 나오는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소년 토토를 연상시키는데, 재미있는 건 영사기사가 할아버지가 아닌 잘생긴 미남 우도 씨라서 스미레가 첫눈에 반했다는 거예요. 어라, 유령 나오는 공포물 아니었나? 네, 공포물 아니고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였더라고요. 여기에 반전 힐링을 더해서 흥미진진하네요. 아주 살짝 무서운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정황상 그런 것이지, 공포 영화처럼 비명이 나올 정도는 아니네요. 게르마 전기관은 평범한 극장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곳으로 죽은 사람들이 인생의 주마등을 볼 수 있는 주마등 상영관이네요. 사실 그쪽 이야기보단 우도 씨를 짝사랑하는 스미레의 순수 로맨스 감성에 더 관심이 쏠렸네요. 무엇보다도 롤에 감긴 아날로그 필름에 빛을 통과시켜 렌즈를 통해 스크린에 영상이 맺히는 영화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면서 그립더라고요. 인생의 주마등처럼 말이죠. 만약 나의 일생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든다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완성하고 싶네요.
"신작 개봉관이든 재개봉관이든 성인 극장이든, 소규모 영화관은 이제 멸종 위기종이나 다름없어. 비디오 대여점이나 복합 영화관이 생기면서 영화관이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고들 흔히 말하지만, 시대가 바뀌면 영화를 보는 스타일도 달라져. 그런데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아. 하지만 내가 있을 자리가 사라지는 건 역시 곤란하거든."
"우도 씨는 작은 영화관을 좋아하나요?"
"좋아해."
우도 씨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좋아한다기보다, 마음으로 거기에 내가 있을 자리라고 느끼는 거야"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근무했던 영화관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바람에 매번 이직할 수밖에 없었다고요. (184p)
사라져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저는, 둘이 함께 머물 곳이 사라질 위기 상황에······.
이럴 때 아무것도 못 하다니, 그럴 순 없어요!
외고모할머니가 말씀하셨던, 극복해야 할 좌절이 바로 이것입니다!
"좋아요. 요컨대. 대안. 안달복달. 달리기······ 기, 콜록콜록······." (18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