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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뼈대 -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수학의 역사
송용진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수학을 누가 만들어서 이 고생을 시키나, 이런 불평을 해 본적이 있을 거예요.
음, 아니라면 굉장히 드문 경우네요. 저도 학창 시절에는 수학과는 친하질 않았는데, 오히려 수학과 멀어진 다음에 수학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됐네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수학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학을 통해 놀라운 발전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네요. 이번 책은 수학의 역사를 다루는데 제목은 '수학' 대신 수학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문명의 뼈대'라서 인상적이네요.
"수학은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탑을 쌓듯이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왔으며, 그렇게 발전해 온 유일한 학문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밝혀진 피타고라스 정리는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이 언제나 진실이었고 과거에 발견된 다른 수학적 사실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수학적 발견은 그 이전의 발견들이 쌓인 결과로 얻어질 것입니다. ··· 그래서 수학사가 중요합니다." (4-5p)
송용진 교수의 《문명의 뼈대》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수학의 발자취를 다룬 수학사 입문서네요.
저자는 위성수학자로서 수학을 연구하고 30년 넘게 학생과 대중에게 수학의 역사를 가르쳐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수학의 발전 과정과 그 요인, 그리고 위대한 수학자들의 업적을 엄선하여 설명해주네요. 특히 현대 수학을 가능한 한 비중 있게 다루었는데 그 이유는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현대 수학에도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수학은 지난 수천 년간 문명의 뼈대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AI 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학의 중요성이 퇴색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AI 의 가장 핵심적인 근본적인 뿌리는 수학이니까요.
수많은 수학자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이 있네요. 바로 조선의 수학자들인데, 이순지(1406~1465)는 조선 초기의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라고 하네요. 양반 출신으로는 드물게 수학과 천문학을 깊이 탐구했고, 세종대왕의 역법 개혁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역법서(달력 계산법)인 『칠정산』의 편찬을 주도했고, 천문학 종합서인 『제가역상집』을 집필했다고 하네요. 이순지와 함께 세종대왕의 천문 사업을 이끈 김담(1416~1464), 그리고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산학자인 경선징 (1616~1669?)은 최석정의 수학책 『구수략』에서 조선의 최고의 수학자로 기록되어 있다네요. 조선 후기 숙종 때의 문신이자 대학자인 최석정은 독창적이고 심도 있는 마방진 연구 업적을 남겼는데, 서양 수학보다 수십 년 앞선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세계 수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해요. 최석정의 마법진인 지수귀문도는 정육각형 아홉 개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구조로, 거북이 등껍질 무늬와 유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1부터 30까지의 숫자를 사용하여 각 육각형의 여섯 꼭짓점의 숫자의 합이 모두 93이 되도록 배열한 것으로, 수학적 정교함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함께 갖춘 구조라고 하니 새삼 놀랍고 신기하네요.
저자는 조선의 수학자들을 소개하면서 다음의 내용을 주목하고 있네요.
"조선은 성리학이라고 하는 유교적 가치의 틀에서 벗어나 실용으로 가치를 넓혀가면서 수학과 과학의 발전을 꾀한 반면, 유럽은 거꾸로 실용에서 벗어나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그리스 철학으로 복원함으로써 수학과 과학의 발전을 꾀했다는 점이다." (186p)
동서양의 역설적인 현상은 시대적 요구와 철학적 패러다임의 차이가 과학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네요. 수천 년에 걸친 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수학의 역사가 곧 과학의 역사이자 문명의 역사라는 걸을 알려주고 있네요. 이제 남은 것은 AI 와 수학, 과학 발전의 기나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인 것 같네요. AI의 등장으로 도구는 바뀌었지만 인류의 호기심과 진리를 향한 탐구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 수학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