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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문학
은하른(신박천문연구소) 지음 / 든해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신박천문연구소는 어디에 있을까요.
경기도 남양주시 어디쯤일 텐데, 정확한 위치를 안다고 해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아니네요.
왜냐하면 실재하는 연구소가 아니라 천문학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유튜버이기 때문이네요. 어릴 때 우연한 실수 덕분에 중학생 때 우주와 사랑에 빠졌고, 취미로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이 우주 콘텐츠로 채워졌으며, 당시 유행하던 밈 영상에 천문학 지식을 얹어 올린 영상이 이른바 천문학자 밈 열풍을 일으켜서 10만 구독자가 달성되었고, 현재는 18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네요. 지금은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이자 우주항공청 공식 인플루언서이고, 여러 천문학, 물리학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협업하며, 우주를 향한 진심을 전하며 소통 중이라고 하네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문학》은 신박천문연구소 은하른 소장의 책이네요.
저자는 밤하늘 별빛이 주는 따뜻한 위로나 낭만 대신, 인간을 압도하는 우주의 스케일에 대한 코즈믹 호러 Cosmic Horror, 코즈믹 론니스 Cosmic Loneliness , 솔라 시스템 파일 Solar System Files, 코즈믹 일루전 Cosmic Illlus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네요. 우주를 경이롭고 아름답게 느끼는 것과 우주를 끔찍하게 두렵다고 여기는 건 결국 동일한 감각이라는 거예요. 우주의 구조는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열어도 열어도 끝이 없는, 껍질 안에 껍질, 그 안에 또 껍질이 있다는 거예요. 첫 번째 껍질은 태양계, 두 번째는 우리은하, 세 번째 껍질은 라니아케아, 네 번째 껍질은 관측 가능한 우주, 다섯 번째 껍질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현재의 물리학으로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너머가 빈 공간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을 확인할 수 없을 뿐이죠. 천문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향해 망원경을 들이대며 더 멀리 보려 하고, 그 불확실성이 과학을 살아있게 하는 거라고 설명해주네요. 이 책은 기존의 교과서 속 지식을 넘어 밤하늘 이면의 심오한 우주적 감각을 전해주고 있네요. 상상하면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진다고, 신박천문연구소의 공식 세계관은 소장이 청타우르크계라는 삼중성계 행성에서 온 존재라는 설정인데, 이런 행성 하나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이 세상에서 숨을 쉬는 방법이라는 얘기에 공감하게 되네요. 우주는 상상하고 꿈꾸는 자들의 세상이 아닐까 싶네요.
"태양은 서울에서 약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코로나 질량 방출이 발생하면, 그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8분 19초가 걸린다. 하지만 지구 전력망을 실제로 파괴하는 것은 빛이 아니라 플라스마 입자다. 이 입자들은 최소 17~18시간 후에 도착한다. 그러니까 지구 입장에서 경고 시간이 있기는 하다. 길면 며칠, 짧으면 몇 시간. ··· 태양은 8분 전에 이미 방아쇠를 당겼다. 당신이 알아채는 것은 항상 그 이후다. ··· 당신이 이 챕터를 읽고 있는 지금, 태양은 흑점 활동 주기의 어딘가에 있다. 태양은 11년 주기로 활동이 강해졌다. 2025년은 25번째 태양 활동 극대기에 해당한다. 미국 국립해야대기청 NOAA 우주기상예보센터는 매일 태양 표면을 모니터링한다. 인류는 폭풍에 등급을 매겼다. G1에서 G5까지 다섯 단계다. G5는 현대 등급 체계에서 최상위인데, 2012년 7월, 캐링턴 급 코로나 질량 방출이 실제로 발생했다. 지구를 비껴갔고, 그 차이는 9일이었다. 우주에서 9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 간격이 인류 문명 전체의 존속을 갈랐다." (90-95p)
"태양계에는 방어선이 있다. 지구도 화성도 아니고, 목성의 강력한 중력도 아니다. 진짜 방어선은 훨씬 더 바깥에 있다. 태양에서 5만 천문단위 AU, 빛의 속도로 가도 약 9개월이 걸리는 거리. 그곳에 오르트 구름이 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를 구형으로 감싸는 혜성의 저장소다. 수조 개의 얼음 덩어리가 수십만 년에 한 번 태양을 도는 궤도 위에 떠 있다. 거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은 거기 있다. 차갑고 어둡고 고요하게.
··· 숄츠의 별이 처음 발견된 것은 2013년이다. 7만 년 전에 이미 지나갔는데, 인류가 그 사실을 안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글리제 710은 가이아 위성 데이터 덕분에 발견됐다. 그 위성이 없었다면, 그 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 태양계 밖에서 별이 찾아오는 동안, 태양계가 속한 은하 자체도 고요하지 않다. 평평한 원반인 줄 알았던 우리은하가 뒤틀린 채 비틀거리고 있다." (195-203p)
"미국 국립전파천문대 NRAO의 공개 안내 자료에 따르면, 천문학자들은 주로 C, C++, 파이썬으로 관측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론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하늘을 연구하는 사람이 하늘을 보지 않는다. 이 역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따라가면, 별자리가 왜 그들에게 쓸모없는 언어인지가 보인다.
··· 천문학자는 별자리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다른 것을 본다. 별자리가 그린 하늘 위에, 수백 년 전 빛들이 겹쳐 있다는 것을. 그 빛의 주인인 두 별이 각각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 죽음의 폭발 빛이 언젠가 지구의 낮에도 보일 것이라는 것을. 아마추어 천문가는 별자리를 안다. 그리고 그 별자리를 보며 하늘과 직접 연결된다. 어느 쪽이 더 낭만적인가 하는 질문은 틀린 질문이다. 둘은 같은 하늘을 보지만,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 별자리는 우주가 그린 선이 아니다. 인간이 어둠 속에서 그어온 선이다. 그리고 그 선을 지금도 긋고 있는 것은 천문학자가 아니라, 오늘 밤 밖으로 나온 당신이다." (224-22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