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 리더십 - AI 시대, 리더의 큐브를 완성하라
김주수 지음 / 천그루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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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AI 시대, 많은 이들이 기술의 변화에만 주목할 때, 그 기술을 이끄는 리더십에 초점을 둔 책이 나왔네요. 《터닝포인트 리더십》은 인재경영전문가 김주수 님의 책이네요.

저자는 리더십의 판이 송두리째 뒤집혔으며, 이제 마주해야 할 대상은 완전히 새로워진 시대의 룰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지금 리더들이 겪는 혼란에 대해 과거의 룰에 누구보다 충실한 모범생이었기에, 잘못된 건 노력이 아니라 바뀐 경기장에 들고 들어온 낡은 도구라는 거예요. 그것만 미련 없이 내려놓으면 낯선 경기장에서도 얼마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거죠.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OS(운영체제)이며, 하드웨어를 폐기할 게 아니라 설정 메뉴를 열고 업데이트 버트만 누르면 된다고, 그러니 포맷해야 할 건 리더십 전체가 아니라 유효기간이 지난 낡은 습관 몇 가지면 바꾸면 되는 거예요. 일에 대한 집요함, 사람을 아끼는 마음, 끝까지 책임을 지는 태도와 같은 본질적인 하드웨어는 변함없는 핵심자산이고, 여기에 공감과 데이터, 유연함이라는 최신 OS를 덮어씌우는 결단이 필요하네요. 강력한 하드웨어에 최신 OS가 결합하는 즉시, 먹통이었던 리더십 엔진이 다시 맹렬하게 돌아간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리더십을 재부팅할 터닝포인트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어요. 바로 '생각','성과','관계','조직'의 터닝포인트네요. 각 터닝포인트는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리더십 완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필수코스라서, 생각의 터닝포인트, 성과의 터닝포인트, 관계의 터닝포인트, 조직의 터닝포인트를 집중적으로 설명해주네요. 중간에 부록으로 나온 '캔 블랜차드의 상황적 리더십', '내 안의 그림자 진단하기', '혹시 나도? 썩은 사과 감별법', '다니엘 골먼의 리더십 스타일', '리더십 탈선, 그 다양한 이름', '리더십 성장의 지도 : 존 맥스웰의 리더십 5P'가 무척 흥미롭네요. 리더들 가운데 성장가능성이 제로인 경우를 썩은 사과에 비유하면서, 그들의 특징은 자각 증세가 없어서 무섭다고 표현하네요. 자신이 조직의 소금 같은 존재라 믿으며, 주변 사람들이 입을 다무는 것을 자신의 우월함에 대한 존경이라 착각한다는 거예요.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리더라면 싱싱한 사과가 아닐까 싶네요. 터닝포인트 리더십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부족한 빈곳을 채워나간다면, 자신만의 리더십 큐브를 완성할 수 있네요. 이제는 누구든지 리더가 될 수 있고, 각자 이미 리더로서 성장해가는 시대이기에 큐브를 완성해가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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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으로 인생의 중심을 잡는 법
전수진 지음 / 북라이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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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상으로도 배워 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 있네요.

그건 바로 발레인데요. 전수진 기자는 어깨 통증 때문에 우연히 취미로 시작한 발레를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 감각을 되찾았다고 하네요.

발레라고 하면 전문 무용가, 발레리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컸는데, 저자가 발레 클래스에서 기초부터 익혀가는 과정을 보면서 진짜 왕초보도 마음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네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예전엔 반대로 생각했는데 최근 뇌과학 연구를 보니 신체 건강이 정신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더라고요. 발레뿐만이 아니라 몸의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체형이나 자세 교정, 유연성을 키울 수 있는 전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만들 수 있네요. 혹시나 '이 나이에 시작해도 될까?'라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발레'라는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는 책이 나왔네요.

《발끝으로 인생의 중심을 잡는 법》은 몸도 마음도 굳은 나이에 발레를 배우겠다고 낑낑대는 취미 발레인으로서 저자가 깨달은 것들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네요. 수많은 인물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해왔던 저자가 프로 무용수들을 보며 철학자 같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직접 발레를 배워보니 역시나 발레가 삶과 닮은 것들이 많더라는 거예요. 현재 저자는 서울 연희동에 작지만 발레로 가득한 '중심의 집'을 짓고 살며 발레와 함께 삶의 큰 기둥이 되어주는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으며, 발레와 외국어, 연희동을 테마로 블로그는 매일, 브런치스토리는 매주 연재 중이라고 하네요.

"쁠리에는 결국, 바닥을 눌러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다. 이 동작을 전 세계 모든 발레 클래스에서 제일 먼저 하는 건 그만큼 쁠리에가 기본 중 기본이라는 의미다. 즉, 중력을 거스르기 위해선 바닥, 중력을 딛고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발레 선생님들이 매번 입이 마르고 닳도록 얘기한다. 바닥을 누르라고, 바닥에서 힘을 받으라고, 차분하게 바닥을 느끼라고. 결국은 중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쁠리에를 깊게 누르라는 의미다. 그러나 나는 중력을 거스르겠다는 마음에 급급한 나머지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 충분히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저 내 생각에 불과했다. 발레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면 나의 쁠리에는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37p)

인생의 바닥에서 우연히 만난 발레 클래스를 통해 뻣뻣한 몸을 스트레칭하며 힘들지만 즐거워서 계속할 수 있었고, 마음의 근육을 키우면서 내 중심을 내가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살피는 시간이었다는 저자의 경험이 신기하고 놀라웠네요.

"발레를 진심으로 하는 친구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힘들었던 하루의 마지막, 쁠리에를 누르며 문득 눈물이 나면서 '살아 있다'는 자각이 든다는 거다. 발레 클래스가 몸을 넘어 마음까지 돌보는 일상의 리추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절대적 아름다움을 알게 되고 느끼고 배우게 되어 감사하다. 당신에게도 (발레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나름의 아름다운 숨구멍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참, 그말은 틀렸다. '월급엔 모욕을 견디는 대가도 들어 있다'는 말. 그 누구도 다른 누구를 모욕할 자격은 없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회사 생활을 한 결론이다." (114-115p)

이 책은 발레의 문턱이 높다고 여겼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해주네요. 부록에 '10문 10답으로 알아보는 발레의 세계'와 '발레가 처음인 사람들을 위한 발레 용어 + 번외편'이 있어서 알쏭달쏭 궁금했던 용어들을 싹 정리해주네요. 발레는 단순한 취미나 습관을 넘어 일상에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상의 리추얼이라는 걸, 저 역시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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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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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다양한 글쓰기 가운데 '서평'을 콕 집어서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는 서평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네요.

그동안 서평을 써왔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터라 제대로 배워서 이전보다는 향상된 서평을 써보자는 목표가 있었네요.

당연히 글쓰기에 관한 꿀팁이 먼저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땡! 완전 틀렸네요. 핵심은 '서평은 뭐냐'는 거예요. 자신이 쓰려고 하는 글이 뭔지도 모르면서 잘 쓰겠다니, 눈 감고 헤엄치는 격이었네요.

"'독후'에 '감상', 그러니까 '마음의 소리'와 '내 영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독후감이라면 그것보다 '마음의 소리' 지분을 줄이고, '머리의 소리' 즉,'이해와 판단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서평이다. 서평은, 말 그대로 '책에 대한 평가'이다. 이제 독후감을 내면서 서평이라고 우기는 일은 하지 말자. 우리는 서평 쓰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 서평의 정체를 계속 상기해야 한다." (32-33p)

한 권의 책을 다 읽었고, 어떤 내용인지도 알겠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것은 음미의 독서를 했기 때문이에요. 책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읽는 것은 좋지만 서평 작성을 해야 한다면 서평을 위한 독서법을 따라야 해요. 서평이 독후감이 아닌 서평이 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 3가지는 '분석, 판단, 평가'이며, 이것이 없는 글은 서평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거죠.

"서평러가 책을 분석하려고 덤빌 때 상비할 무기는 '왜'와 '어떻게'다. 얘네 둘은 같이 붙어 다니는 게 좋다. 큰 녀석 '왜'가 나오면 꼭 둘째 '어떻게'로 연결이 되도록 해야 말할 거리도 많아지고 분석도 풍성해진다. 그러니 '왜'는 오른손, '어떻게'는 왼손에 쥐고 책에게 질문을 막 던져보자." (53p)

저자는 단순한 감상문을 넘어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제대로 된 서평을 작성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네요. 독후감과 서평의 명확한 차이를 짚어주고, 서평의 구조와 문장 쓰기 등 걸음마를 떼듯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서평의 기초 체력을 키우도록 이끌어주네요. 서평을 한 편이라도 써봤던 초보 서평러들은 스스로 자가검진의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저 역시 서평의 본질과 함께 서평을 쓰면 저절로 따라오는 꿀이득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어서 확실한 목표와 동기가 생겼네요. 갓민애 쌤의 서평 특강, 중요한 건 쫄지 않고 차근차근 걸음마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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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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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얼큰한 국물이 땡기는 날이 있어요.

날씨 혹은 기분 따라 그날의 메뉴가 정해지는 거죠. 딱히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 편이라 음식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분위기예요.

지금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식은 뭘까라는 식으로 골라보는 거죠. 매번 그러는 건 아니고, 가끔 감성이 흘러 넘칠 때가 있잖아요. 늘 먹던 음식이라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음식이 되는 법이죠. 아마 다들 추억의 음식이라던가, 지치고 힘들 때 꼭 챙겨먹는 자신만의 소울 푸드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사연' 있는 음식 이야기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필름 위의 만찬》은 17년차 음식 평론가 이용재 님의 책이네요.

원래 이 책은 2019년 6월 시작해 2023년 6월에 마무리된 조선일보의 인기 칼럼 '필름 위의 만찬'에서 엄선한 내용들이라고 하네요. 저자가 엄선한 영화들은 처음부터 글을 쓰기 위해 염두에 둔 작품들이 아니라 20년 넘게 꾸준히, 격주마다 한 편씩 영화를 보면서 쌓인 만찬들 가운데 음식을 렌즈 삼아 더 재미있게, 더 새롭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점이 핵심이네요. 여기에 소개된 영화들은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봤을 가능성이 큰데, 저자의 해설을 본 다음에 영화를 다시 본다면 스쳐 지나갔던 음식 속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을 수 있네요. 무엇보다도 음식에 관한 저자의 확고한 철학이 느껴지네요. 감독의 의도를 분석해보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하면서 레시피를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책의 구성을 보면, '욕망과 허기', '권력과 기만', '불안과 위로', '공감과 위로'라는 키워드로 나누어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헤어질 결심 (2022)>에서도 취조실에서 해준과 서래가 나눠 먹는 특초밥 세트의 미학은 남다르다. 흔히 경찰서 취조 장면에서 연출되곤 하는 짜장면이나 설렁탕(혹은 국밥) 같은 대중 음식이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담음새나 포장 등이 박찬욱 감독의 미학을 입고 확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 해준은 자신의 집에서 나름 솜씨를 부려 밥을 볶아내지만 서래는 딱 한 입만 먹고는 넌지시 내친다. 이 태도는 얼핏 볶음밥이 대상 같지만 실은 해준을 향한 경계심일 수 있다고 나는 이해했다. 볶음밥이 너무 엉터리였으므로 되레 만든 사람을 경계해야 마땅했다. 밥을 한참 볶다가 달걀을, 그것도 풀지도 않고 바로 깨어 넣다니, 나는 그 장면에서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고 심지어 가벼운 불쾌함마저 느꼈ㄷ. 이런 볶음밥을 만들면서 주인공이 '중국식'이라 너스레를 떤다고? ··· 중국식 볶음밥이 엄청나게 까다롭고 어려운 음식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가정용 화력에서 웍 없이도 재현할 수 있다. 핵심은 달걀을 조리하는 요령과 타이밍인데 차근차근 살펴보자." (29-32p)

영화 속 음식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캐릭터의 정서와 서사를 완성하는 최고의 신스틸러가 아닌가 싶어요. 저자의 생각에 완전 공감했던 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 (2005)>에서 팝콘이 빵빵 터지는 장면이네요. 개연성은 떨어져도 관객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활짝 웃을 수 있는 순간이라서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네요. 머리에 꽃을 꽂은 여일(강혜정 분)의 해맑은 표정이 눈에 선하네요.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론 울컥해지는, 추억의 영화네요.

"전쟁(6.25 전쟁)이 일어난 줄도 모를 정도로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살아온 마을에서 인민군 셋이 수류탄으로 모두를 압박한다. 아이고, 어쩐대. 하지만 목숨이 걸린 팽팽한 대치도 시간이 흐르면 느슨해지는 법, 인민군 소년병 택기(류덕환 분)가 졸다가 안전핀까지 뽑힌 수류탄을 떨어뜨린다. 아, 이렇게 다 죽는 건가? 러닝타임이 93분이나 남았는데 그럴 수 없다. 다행히 불발된 수류탄을 국군 소위 표현철(신하균 분)이 잡아, 말린 옥수수가 잔뜩 걸린 헛간으로 던져버린다. 뻥! 그렇게 동막골에 팝콘 눈이 쏟아지며 영화 초반 약 3분의 1 분량인 40분 동안 쌓아온 긴장이 해소된다. 음, 좀 싱겁겠는데, 옥수수 알갱이가 뻥 터지면 팝콘이 되기는 하지만 간을 해야 완성된다. 약간 짭짤하다 싶게 소금 간을 해야 진정한 팝콘이라 할 수 있다. 워낙 발상 자체가 기발한지라 그냥 깔깔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당시 한국에 팝콘용 옥수수가 없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엄밀히 따지면 개연성이 정말 떨어짐에도 <웰컴 투 동막골>에서 팝콘으로 한참 쌓아 올린 긴장을 해소한 선택이 참으로 기발하고도 아름다운, 또한 그 외에도 보고 난 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나도 팝콘을 통해 요리의 극적 효과를 처음 맛보았다. 다섯 살 때쯤, 아버지가 종종 팝콘을 튀겨주셨다. ··· 이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얽힌, 거의 유일한 좋은 기억이다." (341-343p)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관람 후 수다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영화 장면 속 음식 이야기만으로도 풍성한 만찬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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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1 손끝으로 채우는 영어 필사 2
진 웹스터 지음, 이예은 옮김 / 세나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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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릴 적 봤던 동화책과 TV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은 진짜 멋진 친구들이었어요.

한참이나 잊고 지냈는데, 이 책 덕분에 사랑스러운 주디를 다시 만났네요.

《 키다리 아저씨 1 》은 손끝으로 채우는 영어 필사 시리즈 책이네요.

그동안 재미있는 동화로만 기억하고 있어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100여 년이 흘렀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더라고요.

이 책은 『키다리 아저씨』 영어 원문 일부와 한글 번역본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영어 독해, 영어 필사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인트로 부분에는 주인공 주디가 고등학교 졸업으로 보육원에서 나가야 하는 처지인데 익명의 신사가 주디가 쓴 '우울한 수요일'이라는 제목의 수필을 읽고 대학교에 보내 작가로 키우겠다며 후원을 약속한 내용이 나오네요. 후원 조건은 단 하나, 매달 한 번 편지를 써달라는 것. 단순히 돈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치레 말고, 학업의 진척이나 자세한 일과 같은, 부모님께 썼을 법한 편지를 원한다는 거예요. 그 신사는 실명 대신 '존 스미스 씨'라는 가명을 알려줬는데, 주디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키가 크다'라서 편지에 후원자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겠다고 적은 거예요. 원래 'Daddy-Long-Legs' 를 직역하면 북미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리가 아주 긴 머리'를 뜻하는데, 번역 과정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의역된 거라고 하네요. 영어 본문과 나란히 필사 페이지가 있고, 그 아래에는 본문에 나오는 주요 단어와 표현, 뜻이 나와 있어서 영단어 공부까지 꼼꼼하게 챙길 수 있어요. 주디가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주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어떤 편지에는 주디가 직접 그린 삽화가 있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마치 주디의 편지를 받는 존 스미스 씨가 된 것처럼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요. 잡화점에 갔을 때, 밀가루용 저울로 몸무게를 쟀더니 무려 9파운드(약 4킬로그램)나 늘었다면서, 당당하게 살이 쪘다는 소식을 전하는 대목이나 편지 빈 칸에 친절하게 홀쭉이와 눈사람 모양의 뚱뚱이를 그려놨네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대상을 향해 편지를 쓰면서도 조금의 가식 없이, 본래의 유쾌함과 솔직함을 보여주는 주디가 정말 사랑스럽네요. 좋아하는 이야기를 영어 문장으로 만나니까, 일석이조, 다시 읽으면서 재미있고 영어 독해와 필사도 덩달아 즐거웠네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명작의 감동도 느끼고 영어 공부까지 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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