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강박과 살아갑니다 - 이상한 생각에 자꾸 휘둘리는 당신을 위한 치유의 심리학
신재현 지음 / 시그마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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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공포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네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것 자체도 무섭지만 진짜 소름 돋는 건 찍힌 영상에는 본인 스스로 자해하는 장면이 있는 거예요. 뭔가에 홀렸다는 설정을 빼면, 자신을 공격한 범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거잖아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현실에서도 종종 자신을 괴롭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의 문제인 거죠. 다들 크고 작은 마음의 문제를 품고 있을 거예요.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척 굴지만 속으론 몹시 끙끙거리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수많은 마음의 문제 가운데 강박을 다룬 책이 나왔네요. 만약 이상한 생각이 떠오를 때 그 생각이 만든 불안을 잠재우려고 반복 행동을 한다면, 자신의 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 채 무력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면, 더 이상 감추거나 숨기지 말아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강박 증상이 시작되고 치료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이유는 수치심 때문이라고 해요.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하네요. 가장 빠른 치료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고요.

《오늘도 강박과 살아갑니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재현의 '다정한 회복 수업'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강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그동안 정말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이 책을 펼친 것만으로도 이미 '나를 살려보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신 겁니다.

강박은 오랫동안 성격의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성격 탓이 아닙니다. 현대 신경과학에 따르면 강박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특정 회로 (오류 감지 시스템 등)가 과열된 상태입니다. 즉 당신의 안전 감각이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게 발달해 있는 상태일 뿐입니다. 이것은 당신의 당신의 결함이 아니라, 당신을 지키려는 본능이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8-11p)

이 책은 강박을 단번에 없애는 비법이 담겨 있진 않아요. 다만 강박의 정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내면의 불안을 진정시켜서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견디는 훈련법을 알려주네요. 강박이 성격 탓이 아닌 뇌의 습관임을 이해하고, 수치심과 죄책감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노출 및 반응 방지 훈련을 통해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해 뇌를 재설계하는 방법을 연습하여 무너진 몸과 마음을 회복하도록 돕고 있어요.

우리가 가장 오해하는 부분은 강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멈출 수 있다고 여기는 거예요. 그래서 당사자가 아닌 경우엔 더더욱 강박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강박은 '생각'이 아니라 '고리'인 동시에 '신호'라서 통제하려 할수록 통제 불능이 된다는 거예요. 저자는 강박을 뇌 속에 있는 꺼지지 않는 경보 시스템, 너무 민감한 화재경보기에 비유하면서, 강박을 다루는 핵심은 '완벽한 제거'가 아닌 '유연한 공존'이라고 설명해주네요. 애초에 불안은 뇌에서 작동하는 생존 메커니즘이라서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내재된 반응이네요. 강박은 그 불안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생긴 것이니, 조금씩 그 강도를 낮추는 연습을 통해 강박과 성숙하게 공존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네요. 구체적인 훈련법으로 '알아차림','탈융합','행동치료', '일상 적용'을 실행하기 위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네요. 특히 삶을 넓혀주는 하루 루틴의 힘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유익한 조언이네요. 중요한 건 완벽하지 않아도, 불안이 조금 남아 있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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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총명한 아이는 이렇게 먹습니다 - 두뇌와 면역이 완성되는 결정적 식사법
한형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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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부모가 자녀를 위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요.

건강한 몸과 마음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육아가 중요하지요. 우선 어떻게 먹이고 가르치느냐, 여기에선 먹는 식습관을 다루고 있어요.

《4~7세 총명한 아이는 이렇게 먹습니다》는 아이의 공부머리와 건강이 형성되는 최적의 골든타임에 필요한 식사법을 알려주는 책이네요.

유아기 4~7세는 언어와 신체 발달과 함께 자아와 사회성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예요. 아이의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장은 면역의 리듬을 배우며, 마음은 스스로 돌보는 방법을 익히기 때문에 아이의 평생을 떠받칠 기초를 다지는 시기라는 거예요. 그래서 단순히 잘 먹이는 차원을 넘어, 아이의 뇌, 마음, 면역을 동시에 깨우는 식사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네요.

자녀가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가 된 사람들은 다들 의욕이 앞설 텐데, 무조건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만으로도 진짜 좋은 것을 줄 수 없네요. 그래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공부가 필요한데, 이 책은 두뇌 발달을 위한 식사 처방전이라는 점에서 초보 부모를 위한 필독서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의 평생 뇌의 90%가 완성되는 골든타임에 '밥상'으로 공부머리와 건강한 마음, 그리고 면역력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유아식 이후 무엇을 먹일지 막막한 부모들에게 필요한 레시피와 일주일 식단표, 즉시 적용 가능한 식사법 일체를 다루고 있네요.

저자는 '무엇을 먹일까'라는 질문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먹어야 함께 즐거울까'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하네요. 여기엔 뇌를 만드는 10가지 필수 식재료를 소개하고,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총명 식단 루틴뿐 아니라 증상별로 적용할 수 있는 고민 해결 맞춤 밥상이 나와 있네요.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잘 울거나 불안한 아이를 위한 영양 전략은 신경계의 긴장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호르몬 합성을 돕는 식품군을 선택해야 하는데, 발아현미, 우유, 치즈, 두부, 바나나, 시금치, 브로콜리 같은 녹색 잎채소와 등푸른 생선이 좋다고 하네요. 유독 예민한 날에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단순당인 과자나 주스를 빼고, 대신 마그네슘이 풍부한 버섯과 시금치를 활용한 부드러운 수프나 발아현미 식단이 효과적이라고 해요. 마음의 균형은 뇌 속 화학물질의 균형에서 시작된다고, 이것은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핵심 비법이네요. 양질의 단백질과 좋은 지방, 비타민과 미네랄, 무지개색 제철 채소와 과일, 식이섬유와 발효식품으로 균형 잡힌 식사가 우리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고, 어른들 역시 잘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기본임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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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神 실전편 -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이 말하는 실패하지 않는 장사의 실전 노하우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 지음, 김영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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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일본 요식업계에서 '장사의 신', '이자카야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 있네요.

우노 다카시, 그는 단순히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 200명 사장을 길러낸 요식업계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존경스러운 인물이네요.

《장사의 신 : 실전편》은 우노 다카시가 알려주는 '실패하지 않는 장사의 실전 노하우'가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20개가 넘는 매장을 동시 운영하고, 200명의 직원을 독립 사장으로 길러낸 일본 요식업계의 신화적 존재네요.

이 책에서는 초보자도 아무런 문제 없이 가게를 차리는 비결, 손님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만드는 법,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만의 방법, 무엇이든 잘 파는 가게의 비결, 손님과도 직원과도 잘 지내는 법, 장사의 신이 된 우노의 제자들 이야기, 장사의 신과 그의 제자가 말하는 좋은 가게의 비밀이 자세히 나와 있네요. 재미있게도 저자가 말하길, 장사는 책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고 하네요. 맞는 말이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망해가던 가게가 단숨에 매출이 상승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성공은 없는 법이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이자카야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우노 다카시는 남들과 달랐네요. 어떻게 하면 손님이 많이 와서 돈을 버느냐에 초점을 둔 게 아니라 손님 입장에서 맛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메뉴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는 거예요. 재미 있는 메뉴와 유쾌한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웃음 넘치는 가게, 이것은 우노 다카시의 가게만이 갖는 특징이네요. 웃음이 넘치는 가게에는 손님이 찾아오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복이 찾아온다는 우노 다카시의 말에 백번 공감하네요. 망하지 않는 장사의 비결, 장사로 성공하는 비법만이 아니라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 것 같아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처럼 장사의 신으로 불리는 것을 과분한 호칭이라고 말하는 겸손함까지 갖춘 우노 다카시는 이렇게 말하네요.

"몇 번이고 말하지만, 장사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냐, 자신감을 갖고 '장사는 내 것이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손님과 친구가 되겠다. 한번 온 손님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라고 생각해봐. 그것만 지키면 돼.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냐고? 어차피 만점짜리 인생은 없어. 설령 만점짜리 인생이 있다 해도 그러면 너무 지루하잖아. 만점은 받을 수 없다는 자세로 그냥 즐기면 되는 거야. 장사하는 것과 사는 것은 마찬가지야. 주어진 시간에 무언가를 해나가는 거잖아. 그러니 장사도 인생도 당연히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243p)

나눌수록 커지는 마음,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행복한 성공 스토리였고, 진짜 인생의 고수를 만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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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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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후위기로 인해 얼음을 잃고 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점점 사라지는 빙하 때문에 생존의 기로에 선 북극곰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머나먼 남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있네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마치 인간이 우위에 서서 자연을 돌봐야 한다는 오만함이 느껴져요. 자연은 우리가 보호해야 할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세계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자연의 일부분이며 인간이 파괴한 자연은 고스란히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로 돌아왔네요.

《공존한다는 착각》은 네덜란드의 대표 작가 프랑크 베스테르만의 책이네요.

저자는 16세기 네덜란드 탐험대의 항해일지에서 찾은 극지방 동물들,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들의 이야기를 나침반 삼아 인간의 욕망이 자연에 남긴 균열이 무엇인지를 추적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오래된 기록에서 찾아낸 일각돌고래, 노르웨이레밍, 유럽뱀장어, 흑기러기, 북극곰, 순록, 왕게까지 과거 원정대가 여정에서 마주친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네요.

50년 전만 해도 북극곰은 거의 멸종이 확실시된 분위기였고, 1970년대 초반엔 개체수가 1만 마리 이하로 떨어져 종의 존속 여부가 위태로웠지만 무차별적인 북극곰 사냥이 금지되면서 개체수가 회복되었다고 해요. 문제는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인간과의 직접적 대치가 북극곰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거예요. 야영장에서 북극곰에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간이 쏜 총에 맞아 죽음을 맞는 북극곰이 늘고 있어요. 주목할 점은 북극곰들이 상승하는 기후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불과 몇 세대 만에 식성과 행동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예요. 겨울에도 유빙을 따라 이동하지 않고 육지에 그대로 남아 겨울을 나는 '정착형', 이른바 집돌이·집순이 북극곰들이 생겨났네요. 더 놀라운 점은 정착형 북극곰들의 창의성인데, 부족한 물개 대신 순록이나 북극여우, 어미가 자리를 비운 새 둥지 등으로 눈길을 돌렸고, 때로는 인간의 음식이나 인간이 키우는 가축 또는 반려동물에게도 겁 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거예요. 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극곰들이 점점 무모해지고' 있는데, 갈수록 다양해지는 북극곰의 식단에 인간이 포함되는 추세라는 거죠. 이런 현상에 대해 저자는 묻고 있네요. 침입자는 누구인가. 동물들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의 서식지에 인간이 살지 않는 것만 한 행운은 없을 거예요. 드발하스트, 본래 자기 서식지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나타난 야생 동물을 뜻하는 말인데, 저자는 이 '현대판 동물지'를 통해 인간 역시 자신이 살던 터전을 벗어나는 순간 드발하스트가 될 수 있는데도 이상하리만큼 누구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네요. 거울을 보면서도 거기에 비친 자신을 못 알아보는, 우리를 향한 따끔한 일침이네요.


"나쁜 소식은 2023년 4월 성聖금요일에 일어났다. 사센 피오르에서 부활절 주말을 보내고자 성聖목요일에 스발바르 제도에 도착한 노르웨이인들이 야영장 근처에서 새끼와 함께인 어미 북극곰 한 마리와 마주친 것이다. 폭죽을 터뜨려도, 공포탄을 쏴도 북극곰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노르웨이인들은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곰들을 쫓아냈는데, 그 과정에서 어미 곰과 새끼 한 마리가 피오르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어미는 배가 바다 쪽으로 향한 채 물에 둥둥 떠 있었다. 쉬셀만이 헬리콥터를 타고 출동했다. 어미 곰의 사체를 물에서 끌어내는 동안 살아남은 새끼가 그들을 공격했다. 한 살 정도 된 새끼는 야생에서 도저히 홀로 생존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 자리에서 사살당했다. 북극곰들의 사체를 주황색 들것에 싣고 돌아와 식별해 봤더니 어미 곰은 열일곱 살의 '#239925(프로스트)'였고, 어린 새끼는 등록 번호조차 없었다." (4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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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메아리처럼
앤절라 미영 허 지음, 임슬애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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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부모가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빛을 흡수하고 주변의 시공간을 구부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심한 중력 시간 팽창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생산적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한때 뼈에 불과했으나, 이제 살이 붙었다.

내 언어의 옷을 입고 내 이야기를 노래한다."

(351p)


《우리, 메아리처럼》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앤절라 미영 허의 장편소설이에요.

소설은 엄마가 들려주는 한국의 옛날 이야기로 시작하네요. 주인공 엘사의 엄마는 전시에 유년 시절을 보낸 탓에 늘상 위험을 각오하며 극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했고, 이민자가 된 후에는 생존을 위해 더더욱 투지를 불태워야 했어요. 엘사의 오빠 크리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정신이 전시 대비 태세로 굳어졌다고 말했는데, 아마 그 시대를 살았던 세대들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어요.

이민 2세대인 엘사는 여성 물리학자로 남극 기지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네요. 어린 시절 엄마가 들려줬던 에밀레종, 심청, 바리공주 같은 한국 설화 속에는 여성들의 비극적인 운명과 집안의 저주가 담겨 있어요. 과거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은 세대를 넘어 끔찍한 저주가 되어 이어지고 있네요. 엘사는 이성과 논리의 세계인 과학을 선택함으로써 그러한 저주에서 도망쳤고 자신의 뿌리를 부정해왔어요. 이민자로 살아온 엄마는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이야기로 풀어냈고, 딸은 그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의 정체를 알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끊어내려 해도 그럴 수 없음을 깨닫게 되네요. 운명의 빛과 그림자라고 해야 할까요. 어느 한 쪽이 사라진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리하여 물리학자인 엘사는 자연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듯이, 가족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가게 되는데요. 이건 마치 중성미자의 존재를 증명해가는 과정 같기도 해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구성 요소인 중성 미자는 초신성 폭발이라든가 감마선 폭발, 초대질량 블랙홀의 탄생, 빅뱅 같은 대변동으로 탄생한 기본입자다. ··· 시간이 탄생한 후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이 바로 중성미자다. 은하계를 떠도는 방랑자, 생존자, 나아가고 또 나아가는 입자 물리학의 외로운 늑대. 딱히 내가 중성미자에 감정 이입하고 있는 건 아니다. 정말로. 그런데 이 파악 불가능한 중성 미자라는 것을 실제로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성미자는 <유령 입자>라고 불린다. 솔깃한 이름이지만 완전히 틀렸다. 사실 유령은 어정어정 주위를 맴도는 존재니까. 유령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소파에 죽치고 앉아 화장실 휴지를 축낸다. 자신의 슬픔으로 당신을 물들인다." (18-19p)

중성 미자는 '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입자가 아마 있을 것 같다!'라는 이론이 등장하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중성미자만이 남길 수 있는 흔적을 찾아내면서 존재를 증명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중성 미자 그 자체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우리는 충돌의 메아리만 볼 수 있을 뿐이라고, 이방인이자 경계인으로 살아가던 엘사가 진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절묘하게 연결되네요. 엘사가 오스카르의 질문에 "기억."이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이 크네요. 특히 "항상 걷던 길을 따라가는 대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것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608p)라는 마지막 문장은 아름답고 경이롭네요. 우리에게 익숙한 옛 이야기는 낯선 풍경이 되었다가 다시금 새롭게 너와 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대의 고리가 되었으니 말이에요.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 크리스는 모르는 이야기야. 어머니랑 언니 없이 나 스스로 알아낸 사실이지. 패턴을 살펴보고는 몇 세대 전에 기록된 나의 운명을 읽어냈지. 너랑 나, 우리는 삶이 흔해 빠진 옛날 이야기로 전락해 버린 여자들의 후손이야. 우리는 메아리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그들의 삶을 살지만, 그 위대함은 닮지 못해. 어리석은 비극만 반복할 뿐이야. 우리는 그들의 삶에서 그것밖에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 여자들이 나한테 말을 건단다, 엘사. 난 남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 대신 그들이 실제로 살았던 삶을 기록했어. 너한테 똑같은 비통함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내 삶은 이것보다 나았어야 했다. 넌 이 이야기들을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거야. 너한테 주마. 이제 난 널 떠날 거니까.」

「아, 진짜, 엄마! 그렇게 어둡고 끔찍한 이야기를 듣기에는 나 너무 어리잖아요! 다 말해 놓고 잊어버리라고 하고. 드디어 엄마가 바라는 대로 컸는데, 대체 뭐가 문제예요?」

「크리스라면 지금 엄마가 날 조종하려 한다고 말할 거예요. 이제 나한테 자유로워질 기회가 생기니까 이런 헛소리를 하는 거라고. 엄마 고생 많이 했죠. 나는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살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엄마의 삶에 빠져 죽지 않을지, 그 생각밖에 안 해요. 이제 엄마는 정신 나간 소리까지 하잖아요.」

「이건 네 오빠랑 상관없는 일이다. 이건 우리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야.」

(···)

「제발. 삶이 이렇게 됐다고 우리를 탓하지 말거라. 우리 집안 여자들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닐 거야. 우리 민족 모두가 하나같이 잘못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역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우리 민족은 무슨 일이든 다 견뎌 냈다고 난리인데, 그게 퍽이나 미덕이겠다. 우리가 침략과 점령, 전쟁과 거지 같은 남편한테 시달리며 사는 것도 당연해. 백인들 나라에서는 자기들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하며 사는지 궁금하구나」

(95-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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