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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않는 법 - 무엇이 죽고 싶게 만들고, 무엇이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가
클랜시 마틴 지음, 서진희.허원 옮김 / 브.레드(b.read)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했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있을 수 있어요.
생각이야 뭔들 못하겠어요. 문제는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인 거죠. 자살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금기시되는 무거운 주제라서 관련한 책을 쓰는 쪽이나 읽는 쪽이나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럼에도 우리가 자살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이 바로 나 자신일 수도, 곁에 있는 누군가일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의 나는 살아 있어 기쁘다. 아무리 기를 써도 자살에 성공하지 못한 사실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살이 나쁜 선택이라 믿기 때문이다. ... 매일 자살을 꿈꾸면서도 계속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 진솔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그렇게 해내고 있는 나만의 특별하고 타당한 이유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13-17p)
《나를 죽이지 않는 법》은 클랜시 마틴의 책이에요.
저자는 현재 미주리 대학교 캔자스시티 캠퍼스와 뉴델리의 아쇼카 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 번째 아내 에이미와 다섯 아이들을 삶의 이유로 꼽고 있어요. 겉보기엔 평온한 일상을 보낼 것 같은 클랜시 마틴은 올해로 쉰다섯 살이 된 자신에게, '나는 해냈다. 또 한 해를.' (335p) 이라고 말하네요. 그는 철학자로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수년간 열 번이 넘는 자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자살 생존자이자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 중인 알코올 중독자로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매일 자살을 꿈꾸면서도 계속 살아가고 싶어하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생각을 거의 평생 동안 머릿속에 담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으니까요. 어쩌면 모르기 때문에 제때에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어요. 행복할 조건을 갖추고도 자기혐오와 불행, 자기 연민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죽음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삶을 대하는 방식이 떠오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네요. 저자는 만성적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이 자살에 관한 생각에 중독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알코올에 중독되면 술을 뿌리치지 못하듯이 자살도 한 번 시도하고 나면 몸에 밴 습관처럼 끊기가 어려운 중독 상태가 된다는 거예요. 고통스러운 감정, 절망감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도피 본능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원인이기에 고통에 대항하며 투쟁하는 법을 익힌다면 달라질 수 있어요. 이때 위험한 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지, 완전히 없애는 건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일종의 자유, 선택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자기 기만이에요. 죽음 자체를 깊이 생각하고 의식한다면 삶에 더 집중할 텐데, 반대로 죽음을 갈망한다는 건 죽음의 본질을 모르거나 왜곡한 결과인 거예요. 저자는 "반드시 자살해야 한다면 언제든 내일 해도 된다. 하루만, 하루만 기다려라." (336p) 라고 조언하면서, 눈앞에서 누가 자살하려고 한다면 이를 말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조언도 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네요. 벼랑 끝에 몰린 위기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책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나를 죽이지 않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저자가 자살 직전까지 갔던 끔찍한 순간에 단념하게 된 방법, 스스로에게 묻는 10가지 질문이 부록에 나와 있는데, 긴박한 순간에는 딱 하나의 질문만 읽으려고 단련했고 스스로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해요. 이 질문들 속에 고통과 공포가 그대로 담겨 있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자신과의 싸움을 끝내고, 이제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