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뇌과학
김대영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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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달리기는 '다리'가 아니라 '뇌'로 한다?

한창 달리기 열풍으로 러닝 인구가 대폭 증가하면서 마라톤 대회 수도 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끄덕하지 않았네요.

며칠 시도했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 뒤로는 아예 달리기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터라 이 책이 새롭게 다가왔네요.

《달리기의 뇌과학》은 뇌교육학 박사이자 국가 공인 브레인트레이너 김대영 님의 책이네요.

놀랍게도 저자는 오랫동안 달리기를 지독히 싫어하던 운동 기피자였는데, 현대인의 뇌 최적화 연구를 하면서 두뇌 훈련으로 달리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고, 평생 달리는 사람들이 가진 습관의 비밀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이 책은 달리기를 매번 실패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네요. 달리기를 포기하는 이유는 의지력이나 체력 때문이 아니라 뇌 탓이라는 거예요. 게을러서 못했던 게 아니라 뇌가 원래 에너지를 아끼려고 필사적으로 달리기를 방해했던 거니까, 뇌를 알면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는 저자가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뇌의 원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브레인러닝' 실전 훈련법이 나와 있네요.

우선 우리가 달리기 싫어하는 이유를 뇌속의 문제로 풀어내고 있어요. 뇌는 본능적으로 쉬는 것에 끌리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정지 상태가 기본값이니, 그동안 운동하기 싫어했던 마음들이 단번에 설명이 되네요.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은 필수이고, 특히 달리기는 지친 뇌를 회복시켜 준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아도 도파민이 부족한 뇌는 첫걸음을 떼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그러니 다양한 핑곗거리를 대면서 달리지 않을 이유를 찾게 되는 거죠. 이럴 때는 핑계와 싸우지 말고, 핑계에 이름을 붙이라고 하네요. 브레인러닝 1분 실천법은, 그 자리에서 멈춰 1분만 다음의 과정을 따라 하면 돼요. 1단계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깊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시기, 2단계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핑계에 이름을 붙이며 스스로 핑계라는 걸 알아차리기, 3단계는 러닝화를 신고 딱 1분만 밖에서 하늘을 보고 들어오자, 생각하며 행동하기예요. 단순히 신발만 신어보자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뇌 안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거예요. 시작의 거부감을 없애려면 목표를 낮춰서, 달리기가 익숙해지기 전에 좋은 기억을 먼저 쌓는 거예요. 늘 그렇듯이 시작은 어렵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놀라워요. 뇌의 성장 능력이 깨어나면서 달리지 않는 뇌보다 더 젊어지고 행복해지네요. 작심삼일로 끝났던 달리기, 이제는 가장 과학적인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네요. 평생 달리는 뇌를 만드는 브레인러닝 실전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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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
서경덕 지음, 김주용 감수 / 허들링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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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리고, 꾸준히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는 데에 힘써온 서경덕 교수님의 책이 나왔네요.

《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은 '읽는 역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독립운동가의 문장들을 직접 쓰면서 그 정신을 가슴에 새기는 필사책이네요.

이 책에는 안중근, 윤봉길, 김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영웅뿐만 아니라 박차정, 김상옥, 남자현 등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숨은 영웅들의 삶을 다루고 있네요.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독립운동가를 예우하고 그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전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대한민국 독립운동 유적지를 누리꾼들과 함께 직접 탐방하며 역사책과 영상 제작을 해왔으며, 이번 필사책 역시 독립운동가 예우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하네요.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의 어록을 손글씨로 직접 쓰는 과정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업적, 그 정신을 되새겨본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네요.

아이들과 함께 영화 <항거>를 보고,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둘러봤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서대문 형무소 여옥사 8호실은 잠을 나누어 자야 할 정도로 협소한 공간으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투옥되었던 곳인데요. 당시 유관순, 어윤희, 권애라, 신관빈, 심영식, 임명애, 김향화 지시가 수감되어 있었던 여옥사 8호실에서 독립의 염원을 담아 '대한이 살았다'라는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고 해요. 오랫동안 묻혀 있던 이 노래는 심영식 지사의 아들인 문수일 씨가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가사를 2019년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공개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네요. 가수 안예은이 새로 음을 붙여 노래한 '8호 감방의 노래'를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했네요. 일제의 총칼로도 막지 못했던 뜨거운 독립의 의지가 이제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네요.

"전중이 일곱이 진흙색 일복 입고 / 두 무릎 끓고 앉아 주님께 기도할 때 / 접시 두 개 콩밥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 / 피눈물로 기도했네 피눈물로 기도했네. / 대한이 살았다. / 대한이 살았다. /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 에헤이 데헤이 에헤이 데헤이 /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126p)

자꾸만 가사를 곱씹게 되네요.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피눈물로 기도하며 죽음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여성 독립투사들의 대한의 정신이 살아서 100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 우리에게 전해졌음을 느끼네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담긴 문장들을 한 글자씩 정성껏 적어내려가는 마음이 괜시리 뭉클하고 웅장해졌네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독립의 역사, 영웅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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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세전환 안티그래비티 × 바이브 코딩 압도적 업무 역량 - 비개발자를 위한 실전 업무 자동화, 웹 크롤링, 웹 서비스 AI 대세전환
정용범.손상우.박성환 지음 / 프리렉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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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비전공자에게 코딩이란 넘기 힘든 벽이었죠.

바이브 코딩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최근 바이브 코딩의 등장으로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하루 만에 동작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네요. 그렇다면 바이브 코딩을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바이브 코딩을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AI 대세전환 안티그래비티 × 바이브 코딩 압도적 업무 역량》은 구글에서 출시된 안티그래비티라는 바이브 코딩 IDE(통합 개발 환경) 실전 지침서네요. 이 책은 다양한 AI 코딩 도구들 가운데 안티그래비티라는 바이브 코딩으로 실전 업무 자동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알려주네요.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 비전공자, 비개발자를 위한 바이브 코딩 입문서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인물은 OpenAI 공동창립자이자 테슬라의 전 AI 디렉터 안드레 카르파티이며, 2025년 2월 6일,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글을 남기면서 세상에 알려졌네요. "새로운 종류의 코딩을 나는 '바이브 코딩 Vibe coding'이라고 부른다. 이건 그냥 바이브(느낌)에 완전히 몸을 맡기고, 지수적 발전을 즐기면서, 코드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방식이다. ··· 그냥 말만 하면 되니까 키보드에도 거의 손을 안 댄다." (20p) 요약하자면 사람이 직접 코드를 깊게 이해하거나 작성하지 않아도, AI 에게 말로 지시하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인 거예요. 이것은 우리가 코드를 깊이 이해하지 않아도,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마법 같은 도구가 생겼다는 의미예요.

이 책에서는 안티그래비티 설치 및 초기 실행하기부터 차근차근 AI 에이전트와의 완벽한 호흡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여 자신의 업무를 AI 비서에게 똑똑하게 시키는 실전 기술들을 배울 수 있네요. 이를 테면 파일 정리, 아웃룩 메일 요약과 답장 쓰기, 문서와 정보 수집 자동화로 반복 작업에서 탈출할 수 있네요. 또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AI 에게 지시해 바로 웹 서비스나 앱을 제작할 수 있고, 디자인과 UI 수정이 가능하네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웹 크롤링이라고 부르는 작업은 엄밀히 말하면 웹 크롤링과 웹 스크래핑이라는 두 가지 기술이 결합된 개념으로,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엔진이 웹사이트를 탐색하는 방식이 웹 크롤링이고, 특정 페이지에 멈춰서 필요한 핵심 데이터만 쏙쏙 골라내어 수집하는 기술이 웹 스크래핑이네요. 크롤링은 남의 가게에 방문하는 것과 같아서, 웹 크롤링 자동화 도구로 웹사이트에 방문하여 정보를 가져오는 행동은 매우 편리하지만 무례하게 행동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웹사이트의 안내판 확인하기, 서버에 무리 주지 않기, 가져온 데이터의 저작권 준수하기' 등 몇 가지 에티켓을 지켜야 해요. 알고 나면 간단하지만 모르면 문제가 될 수 있는 핵심 정보들이 잘 나와 있어서 유용하네요. AI와 직접 대화하며 단계별로 결과물을 만들어가며 바이브 코딩 방식을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 압도적 업무 역량을 높이는 실전 지침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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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소설 -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홍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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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 걸~~ "

윤상의 <달리기>라는 노래 가사네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노래네요.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함께 만든 《달려가는 소설》은 달리는 몸,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도록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네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는 말이 비유가 아니라 실제 몸으로 부딪히는 스포츠 종목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서 각각 야구, 수영, 역도, 풋살, 볼링, 쇼트트랙, 요가를 하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네요.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 하면 굉장히 멋지잖아요. 근데 과연 그들은 알까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사실과 지금 나와 같은 독자들이 자신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는 걸 말이에요. 아무리 찌질하고 별볼 일 없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독자들은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주인공이니까, 결국에는 잘 해낼 테니까, 그래서 소설은 끝나도 끝나지 않은 거예요. 마침표 다음, 아무런 글자도 쓰여 있지 않은 빈 페이지를 바라보며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 수록된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스포츠를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서 하는 스포츠는 취미로 즐기면 그만이지만 선수 입장이라면 완전히 다르네요. 좋아서 시작했을지라도 순위나 기록에 따라 승패와 우열이 가려지니 마냥 즐거울 순 없는 거죠.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겐 스포츠 자체가 도전이자 모험이기도 해요. 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곱 편의 이야기 속 일곱 명의 주인공들을 통해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불쑥 나 자신에게 묻게 되네요. 언제 마지막으로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던가.



"세상에 똑바로 가는 공은 없어요.

제발 부탁인데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지 마쇼. 축구든 골프든 마찬가지야.

그런 건 전부 쓰잘데기없는 일이라고. 인생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냥 인생을 제대로 살아."

(29p) _ 김홍 , 「인생은 그라운드」


"정말로, 정말로 남은 숨이 없다고 느낀 순간, 몸이 스프링 튕기듯 솟구쳐 올랐다.

수면을 덮은 막이 채 열리기도 전에 머리가 막을 찢고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

··· 물 밖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머리끝까지 차오른 숨, 숨, 숨···.

숨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민망하게도, 숨은 울음과 같이 터져 나왔다."

(70-71p) _ 이수정, 「숨이 차오를 때」


"들면 되잖아.

아버지가 의아한 얼굴로 뭘 들어, 하고 되물었다.

내가 들면 되잖아. 심판이든 누구든, 든 걸 어떻게 못 들었다고 해." (83p)

"무거운 걸 들면 기분이 좋아?

그렇게 묻는 남자애가 있었다. 들지 못하던 걸 들면 물론 기뻤다.

하지만 버리는 기분이 더 좋았다. 더 무거운 것을 버릴수록 더 좋았다.

온몸의 무게가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 아주 잠깐, 두 발이 떠오르는 것 같은."

(84p) _ 김기태, 「무겁고 높은」


"누우면 퍼져요. 일어나서 숨 골라야 해요. 지희였다.

내민 손을 덥석 잡고 일어났다. 그렇지. 풋살은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지.

박수를 쳐 주며 소리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사람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구나."

(112p) _ 최아현, 「충분한 실수」


"볼링 핀 간 중심에서 중심 사이의 거리는 30.48센티미터이다.

각각 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는 서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도망가려 해 봤자, 강한 힘이 덮쳐 버리면 결국 한꺼번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151p) _ 김유담, 「핀 캐리」


열 살 때 학예회 연극 무대에서 요리사 역할을 맡았던 기억.

나는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핵심 인물이자 원 톱 주연이었다. 연극의 제목이 '외다리 왕과 요리사'인 만큼, 요리사가 나오지 않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었다. ··· 한 학기 내내 연습한 것들을 잘해 내려 무대 위에서 분투했다. ···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받으면서도 커튼콜을 하면서도 나는 내가 받아야 하는 마지막 박수, 단 한 명의 박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관객석에 있던 엄마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엄마는 연극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물었을 뿐이었다.

"선진아, 니는 와 공주를 안 했드나?"

대답할 수가 없었다. 공주는 대사 한 줄 없는, 역할이라기보다는 배경이었다.

"공주를 했으면 좋았을 낀데. 저런 드레스 입었으면 을매나 이뻤겠노."

(196-197p) _ 장류진, 「동계올림픽」


"와추 테라피라고 들어 봤어? 따뜻한 물속에서 몸을 이완하고 에너지를 순환해 주는 거야.

내가 리드할 수 있으니까 너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면 돼. 그 순간과 너 자신을."

(235p) _ 김혜나, 「가만히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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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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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유명한 고전이라는데 읽어 볼까, 그런 마음이 컸네요.

한두 편 정도의 작품을 읽어봤지만 뭔가 애매하게 모자이크 처리된 것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네요.

근데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아하! 조금 알 것 같네.' 싶더라고요. 애초에 작가의 삶을 모르고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어려운 법인데, 단순히 나열된 이력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본인 스스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 단서를 얻었네요. 이래서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구나,라는 정도의 공감이랄까요. 서구화의 급물살을 타던 메이지 시대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된 거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이자 데뷔작, 그리고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당시 영문과 강사로 지내던 나쓰메 소세키가 서른여덟 나이에 문예 잡지 '두견새'에 처음 연재했던 소설이며, 1회로 끝낼 예정이었는데 호평을 얻어 장편으로 연재되면서, 이듬해 1906년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네요. 무려 120년 전의 소설, 그 이야기 속으로 쑤욱 들어가 시대와 인간 군상을 구경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네요.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7p)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네요.

이 소설은 이름 없는 고양이 '나'의 시점에서 인간들의 꼴사나운 면면들을 폭로하고 있네요. 길거리에서 태어난 '나'는 배가 너무 고파서 인간 냄새가 나는 곳으로 갔고, 운명처럼 '대나무 울타리 사이로 난 구멍'으로 들어가 '진노 구샤미' 집에 빌붙어 살게 되었네요. 주인 구샤미는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성격이 괴팍해 신경성 위장병을 앓고 있고, (이미 알려진 바, 나쓰메 소세키 자신을 대변한 인물.) 그의 집을 드나드는 여러 사람들과 입담을 즐기며 살고 있네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고양이 '나' 역시 에픽테토스를 읽다가 책상에 내던지는 학자 집안에 2년을 기거하며 먹물이 잔뜩 든 지식인 고양이가 되었네요. 우습게도 동네에 다른 고양이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지만 혼자 속으로 뻐기는 모습이 제 주인과 똑닮아 있네요.

구샤미의 주변 인물들을 보면 도긴개긴, 겉으로는 교양인인 척하지만 속은 불안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네요. 미학자, 사업가, 철학자 등 다양한 지식인들이 모여 쓸데없는 허세와 속물적인 논쟁을 벌이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웃에 사는 사업가 가네다와 그의 부인이 구샤미 선생을 험담하고 괴롭히는 모습이네요. 세상을 걱정하고 시대에 분개하는 고양이 '나'의 눈에는 그 인간들이 얼마나 한심하고 어리석게 느껴지겠어요. 고양이로 태어난 탓에 그들과 설전을 벌일 수도 없고, 동네방네 떠들 수도 없으니 유유히, 아니 몰래 숨어들어 구경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네요. 구샤미 선생 집에 모여든 사람들끼리 '소세키'라는 소설가를 언급한 부분에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미리 예방주사를 맞듯이, 모질게 자아비평을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선생님,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10년 전의 시에 비해 오늘날의 시는 몰라볼 정도로 발전했으니까요. 요즘 시는 누워서 읽거나 버스 정거장에서 읽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시를 지은 당사자도 무슨 질문을 하면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인스피레이션 하나로 쓰는 탓에 시인은 다른 점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이 없지요. 주석을 붙이고 뜻풀이를 하는 것은 학자들이 할 일이니 우리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도 제 친구 중에 소세키라는 자가 <하룻밤>이라는 소설을 썼는데, 누가 읽어도 애매모호하고 두서없어서 당사자를 만나 무슨 소리를 하고자 한 것인지 주제를 물어본즉, 자기도 그런 것은 모른다면서 상대를 해주지 않더군요. 그런 점이 바로 시인의 특색인가 봅니다.」

「시인일 수도 있겠으나 참으로 묘한 사내로군.」

주인이 그렇게 말하자 메이테이 선생은 한마디로 이렇게 소세키를 평가했다.

「바보라고 해야 하지.」

(263p)


구샤미 선생이 유일하게 잘한 것은 새끼 길고양인 '나'를 거둔 것뿐, 그러니 '나'는 주변에서 욕을 먹는 주인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나름 편을 들어주네요. 그러나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주인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네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봐. 울게 좀 때려 봐.」

「울려서 뭐하려고요?」

안주인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으면서 찰싹, 때렸다.

이렇게 상대의 목적을 알면 아무 문제가 없다. 원하는 대로 울어만 주면 만족시킬 수 있다.

주인이 이렇게 어리석으니 짜증스럽다. 울리는 게 목적이라면 그렇다고 빨리 말해 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공연한 품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 때리는 것은 그쪽 사정이고 우는 것은 이쪽 사정이다. 울 것을 미리 예상하고 이쪽의 사정인 우는 것까지 명령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도 이만저만한 오산이 아니다. 타인의 인격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고양이를 바보 취급하는 소행이다. 주인이 뱀과 전갈 보듯 싫어하는 가네다 군이나 할 법한 짓이지, 정직함을 자랑하는 주인으로서는 매우 비열한 짓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주인은 그렇게 치사한 남자는 아니다. 따라서 주인의 이 명령은 교활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혜의 모자람에서 비롯된 유치한 발상의 산물이라고 추측된다.

···

주인이 안주인에게 또 물었다.

「지금 야옹하고 울었는데, <야옹>이 감탄사인지 부사인지 아나?」

(304-306p)


구샤미는 굳이 왜 아내 앞에서 잘난 척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아내와 투닥투닥,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있겠어요. 괴팍한 성격 때문에 동네 사람들도 뒤에서 수군수군, 미친 놈 취급을 당하는데도 제 딴에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공평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네요. 하지만 진짜 자신을 모르는 게 아니라 슬그머니 눈 감아버리는 겁쟁이, 쫄보가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산페이 군이 가져온 맥주를 고양이 '나'는 취할 정도로 마시고, 비틀비틀, 첨벙!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놀라웠네요. 비꼬고 조롱하던 고양이, 진정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였네요.


「요컨대 요즘 사람들은 자기와 타인의 이해관계에 깊은 골이 존재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말일세. 그런 자각심이 문명이 발달하면서 하루하루 예민해지기 때문에 결국은 일거수일투족조차 자연스럽게, 마음대로 할 수 없어졌다는 걸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라는 사람이 스티븐슨을 평하기를, 그는 방에서 거울 앞을 지날 때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을 정도로 한시도 자신을 잊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했는데, 이는 오늘날의 추세를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이지. 눈을 감아도 나, 눈을 떠도 나, 이 나란 것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도처에 따라다니니까 인간의 행동거지가 인위적이고 좀스러워진 거야. 스스로도 답답하고, 세상도 숨이 턱 막히고. 아침부터 밤까지 맞선을 보는 남녀 같은 심정으로 지내야 하는 거야. 유유자적이니 느긋함이나 하는 말은 글자는 있어도 의미는 없는 말이 되고 말았지. 그런 점에서 요즘 사람들이 탐정 같고 도둑놈 같다는 걸세. 탐정이란 직업은 남의 눈을 속이는 한이 있어도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장사니까, 특히 자각심이 강하지 않으면 안 되지. 요즘 사람들은 자나 깨나 어떻게 하면 자기에게 이득이 되고 어떻게 하면 손해가 되는지를 생각하니까, 탐정과 마찬가지로 자각심이 강하지 않으면 안 되지. 하루 스물네 시간 내내 두리번두리번, 우왕좌왕.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한시도 안심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사람의 마음이야. 그야말로 문명의 저주지. 한심하고 어리석은 일이야.」

「매우 흥미로운 해석이로세.」 도쿠센 군이 말했다.

「구샤미 자네의 설명이 내 의견을 대변하고 있군. 옛사람들은 자신을 잊으라고 가르쳤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잊지 말라고 가르치니, 전혀 다르지. 하루 종일 자신을 의식하느라 정신이 없어. 그러니 한시도 평안할 수가 없지. 일상이 초열지옥이야. 천하의 명약이 무엇이냐, 자신을 잊는 것만큼 용한 약은 없지.」

(501-5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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