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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충격 혹은 파격!
기존의 틀을 깨뜨리는 뭔가에 직면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좋거나 나쁘거나, 어느 쪽이든간에 강렬하게 꽂히네요. 머릿속에 깊이 새겨지는 느낌이랄까,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첫 문장을 읽으면서 살짝 놀랐어요. 난생처음 보는 거라서, 진짜 실재하는 건지 찾아보기까지 했네요. 사진 이미지를 보면서 '세상에 이럴 수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네요. 우와,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쏟아지는데... 그전에는 아예 몰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네요.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세계는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네요. 뱀에 대한 호불호가 있듯이, 두 갈래로 갈라진 뱀혀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있을 줄이야. 더 나아가 그 혀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 타인의 세계를 엿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네요.
"스플릿 텅 split tongue 이라고 알아?"
"뭐야 그게? 갈라진 혓바닥?"
"그래, 맞아. 뱀이나 도마뱀 같은 혓바닥. 인간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볼래?" (7p)
피어싱이나 문신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전혀 상상도 못한 장면이라서 잠시 얼음, 가만히 멈춰 있었네요. 그동안 봤던 피어싱은 입술이나 혀를 뚫는 형태였고, 구체적인 과정은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스플릿 텅은 피가 줄줄 흐를 정도로 변형을 주는 것이라서 흡사 신체 고문처럼 느껴졌네요. 물론 본인이 원해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바꾸는 행위이기에 남들이 뭐라고 참견할 부분은 아니지만요. 어찌됐건 강렬한 첫 장면부터 시선을 사로잡더니 루이, 아마, 시바 씨까지 세 인물들이 보여주는 아슬아슬 위태로운 관계 때문에 심장이 내내 벌렁거렸네요. 마치 소설을 읽는 행위만으로도 가상의 고통이 느껴진달까요. 솔직히 아픈 건 질색이라서, 신체에 고통을 주는 피어싱이나 문신을 할 계획이 전혀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겪는 다양한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진짜 참을 수 없는 고통은 무엇일까요.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감정적으로 와닿는 부분은 있네요.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바라보면 눈이 부시듯, 똑같이 반응하게 되는 뭔가가 있어요.
《뱀에게 피어싱》은 가네하라 히토미 작가의 장편소설이자 데뷔작, 그리고 2026년 개정판이네요.
원래 이 소설은 저자가 2003년 열아홉 살에 응모한 작품으로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했고, 다음 해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면서 당시 최연소 2관왕 수상으로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고 하네요. 왜 아니겠어요. 벌써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소설을 읽는 것이 쉽지 않은 걸 보면 여러모로 놀라운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심장을 부여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벌렁벌렁 약간의 무리를 줬다는 점, 그리하여 꽤 오랫동안 잊지 못할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