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 완벽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그녀의 인생 새로고침
숀다 라임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부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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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라는 한국제목도 원제인 ‘Year of Yes’까지도 저자인 숀다 라임스와 잘 어우러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저도 한때는 열심히 챙겨봤던 메디컬 휴먼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작가이자 이제는 제작까지 맡고 있거든요. 지금은 미국 ABC 방송사의 목요일 밤을 자신의 작품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 ‘범죄의 재구성으로 채우고 있기도 하고요. 이러한 커리어라면,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인생의 주제가처럼 흥얼거리며 살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죠.

사실 그녀도 그런 것처럼 자신의 인생은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거 같아요. 그런 그녀를 일깨운 것은 바로 언니가 지나가듯이 던진 한 마디 말이었는데요. 바로 너는 뭐든 좋다고 하는 법이 없지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 말을 그녀 역시 지나쳤는데요. 거절할 기회조차 없이, 케니디센터 공로상 축하 공연에 대통령 부부와 함께 특별석에 앉아 참석하게 되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그 말을 떠올립니다. 만약 자신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면, 메이저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솜씨로 거절을 했을 거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언니가 지적했던 그 말처럼 말이죠.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그녀가 불행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던 것이죠.

뭐든 거절하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지경은 구리다. 긍정적으로 바뀌면 나아질지 모른다. 나아지지 않더라도 적어도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게 그녀는 ‘1년 동안 모든 일에 거절하지 않고 도전하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요. 글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에세이를 읽는데 유쾌한 소설을 읽는 것 같았어요. 예전에 봤던 짐 캐리의 영화 예스맨이 떠오를 정도였는데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었죠. 그녀는 1년간의 도전을 통해서 정말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는데요. 스스로 그 일을 해나가면서,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던 두려움들이 막연한 것이었음을 깨닫기도 하죠. 특히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했다고 믿었던 거절이 도리어 길을 잃게 만든 것이라는 말에 저 역시 정말 공감하기도 했어요.

저는 스스로를 자기 합리화의 강자라고 생각하곤 하는데요. 무엇을 해서 상처를 받거나 실패를 하는 것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평탄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막연한 믿음도 있고요. 가끔 남편이 다음에라고 대답할거면 그냥 안 한다고 하라고 할 정도니까요. 그래서 책을 읽으며 마치 제가 가지 못한 길을 간접 경험을 하는 것처럼 더욱 흥미진진할 수 있었고, 마음 속에서 작은 용기가 샘솟기도 했습니다. 시작해볼까요? “365일 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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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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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 <19호실로 가다>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인종과 성에 의한 차별에 대한 비판의식을 견지하면서, 작품에 투영을 시켰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더욱 궁금했던 단편선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에는 11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남은 9편은 <사랑의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 세대를 보통 30년으로 보던가요? 거의 두 세대가 지나온 지금과 작품에 그려지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참 씁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표제작인 ‘19호실로 가다를 읽다 보면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으로 알려진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 떠올라요. 사람이 아닌 인형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노라, 그리고 결혼과 함께 자신의 삶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수전이 겹쳐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인형의 집이 발표된 지도 100년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여성의 삶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다르게 큰 변화가 생긴 거 같지는 않네요. 어떻게 보면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기본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말이죠.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간절히 원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 ‘19호실로 가다와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가는 여성이 등장하는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고 싶어하지 않는 듯한 여성의 넋두리 같은 남자와 남자 사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때로는 내 마음 같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가족, 때로는 나의 친구들의 이야기 같기도 해서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어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사회에서 여성에게 씌우는 프레임이 더욱 다양하다 보니, 여성에게는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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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백신
스튜어트 블룸 지음, 추선영 옮김 / 박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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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백신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었던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백신으로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예전에 어떤 미국 드라마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모임이 있다는 것이 나오고, 그로 인해서 전염병이 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봤는데요. 공공보건에 대한 중대한 위험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면서 넘어갔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때의 기억 덕분인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고, 나름대로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편적인 정보로는 생각을 정리하기가 힘들었어요.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저는 여전히 비슷한 상황인 거 같습니다.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이 인구의 80~90퍼센트 정도가 되어야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고 하니, 공공의 선을 위하여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이해가 되고요. 또 한편으로 백신이 갖고 있는 질병 예방이라는 효과와 함께 부작용도 있음을 인정하고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도 이해가 되고요. 도리어 백신접종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추가될 때마다 이러한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백신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컸던 거 같아요. 그러니 논쟁에 중심에 서있는 백신 중에 하나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도 바로 접종했었으니 말이죠. 뭐 이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착실하게 맞아왔으니, 큰 부작용이 없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겠네요.
또한 흥미로웠던 것은 백신을 통해서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인데요. 시대를 지배하는 이념이 바뀔 때마다, 백신 역시 함께 함께 움직였는데요.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이념과 정치와 정책은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움직여가기 때문에, 국가 정책에 영향을 받은 백신 접종 역시 그러했겠지요. 또한 경제논리에도 많이 좌우되는 것이 백신이기도 했는데요. 공공의 선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그 범위를 조금 더 지구적으로 넓혀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렇게 백신을 둘러쌓고 펼쳐지는 논쟁을 잘 정리해놓은 책이 있다는 것 같아요. 적어도 국가의 정책, 혹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막연한 이유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될 테니 말이죠. 책 제목 그대로 <두 얼굴의 백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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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언어 - 강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 지음 / 설렘(SEOLREM)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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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정말 귓가에서 속삭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 표현은 강이 증발하거나 녹아버리거나 어디론가 흐르는 것처럼 생생하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한때는 구름이 떠가는 하늘이나 잔잔하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것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마치 저를 둘러싸고 있는 대자연의 이치에 따른 순리가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의 <강의 언어>를 읽다 보면, 그 때의 감각이 조금씩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어요. 강이 들려주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강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되고요.

학창시절 4대 문명에 대해서 배우면서, 큰 강의 유역에서 시작된다는 설명을 들었었죠. 그 때는 교역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이 큰 문명을 만들어내는데 기여를 했다고 기억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도리어 그 것이 끝없이 경쟁하고, 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치 그것이 자신들의 운명인 것처럼 나아가던 인간들에게 또 하나의 주요한 경쟁상대랄까, 전쟁의 대상이 있었는데, 바로 자연이죠. 강이 흐르는 방향조차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막고, 바꾸고 있으니 말이죠.

책의 담고 있는 주제와 달리 이야기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흘러갑니다. 세상 만물과 그리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중간계라고 할까요? 신과 요정과도 대화를 나누며 어른들을 위한 특별한 동화 소설이라고 절로 생각하게 해주고요. 배경 지식이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다행히 뒤에 등장인물 소개가 있으니 이를 참조하고, 저는 검색도 꽤 했었는데, 그러면 더욱 이야기가 풍성하게, 은유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인간의 시점에서 자연을 바라보거나, 의인화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독특한 매력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과 짝이 되는 <나무의 언어>도 너무나 읽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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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기는 힘 - 그들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는가
이지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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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로찾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요. 눈으로 대충 살펴봐서 막힌 길이라는 것을 가늠하기도 하지만, 또 열심히 가보다 막혀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을 반복하고, 나중에는 다 막혀 있는 거 같아서 답답해하다 또 길을 찾아내기도 하다 보니, 문득 우리 삶과 참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시작점보다 도착점에서부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풀리는 것까지 말이죠.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우리에게 그런 꼼수조차 사용할 수 없게 만들죠. 그래서 책에 많이 의지를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름 미리 살펴보고, 생각하고, 가늠하고,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읽은 <결국 이기는 힘> 역시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그리스 고전 속의 영웅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비즈니스 리더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거든요.

일단 구성 자체가 그리스의 대서사시와 비슷합니다. 영웅들의 모험과 위기 그리고 귀환까지 이어지니까요. 이미 익숙한 인물들도 많고, 나영석PD처럼 한국 사람들에게 친근한 인물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요.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무용담이나 업적에 찬사를 보내고, 동시대의 인물이라면 연봉 같은 것에 놀라는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이지훈은 과정에 주목을 하고, 분석을 해주는데요. 이를 통해서 우리가 그들을 저 다른 차원의 사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역시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도 우리 인생의 영웅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들뿐 아니라 우리도 결국은 이기는 힘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모험의 끝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가 기억에 남네요. 영웅담과 다르게 우리의 삶은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프리카의 전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키리쿠와 마녀라는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장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요즘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약간 지쳐서 지극히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제 마음에 더욱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과정까지 오는데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말이죠. 전작인 <혼창통>을 더욱 깊이 있게 해석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람을 움직이고, 어제보다 새로워지고, 거대한 공감과 소통의 과정이 인생의 목표로 나아가는 길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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