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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점에서 본 우주 - 실험 천문학자들이 쓰는 새로운 우주 기록
김준한.강재환 지음 / 시공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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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지만 그래서 더욱 궁금한 키워드들이 가득한 책이었죠. ‘남극그리고 실험 천문학자우리가 남극하면 떠올리는 대부분의 풍경이 없는 곳, 그 곳이 바로 남극점인데요. 지구에서 가장 넓은 사막, 그리고 생명체가 살 수 없었던 그 곳에서 실험 천문학자들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김준한과 강재환은 유독 오지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관측소들 그 중에 아문센-스콧 기지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부에서는 천체천문학자들의 일상이 그려지는데요. 아무래도 기지로 가기 위한 수많은 일과들이 펼쳐져서, 마치 저도 그 곳으로 함께 떠나고 있는 듯 하더군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까지 준비해야 하고, 또 짧은 시간 동안 알차게 연구하기 위한 준비도 치밀했어요. 남극점 기지에서의 사진들이 많아서 정말 좋았는데요. 조금 더 판형을 달리 해서 사진을 더욱 크게 수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곳이니 말이죠.

 2부는 블랙홀, 3부는 우주의 시작이라는 빅뱅에 대한 연구기록이 이어지는데요. 여기부터는 좀 쉽지 않게 여겨졌지만, 전문적으로 알 필요까지는 없으니 편하게 읽어나갔습니다. 도리어 그런 마음으로 접근하다 보니 결과에만 집중하게 되는 거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이 있어서, 우리나라 천체천문학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보이지 않는 존재(?) 블랙홀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약간 딜레마가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전에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이 공개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과정을 함께하니 더욱 감탄하게 되더군요. 결과물로 보면서 신기해하던 그 순간보다,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오랜 시간 쏟아 부은 노력을 알게 되어서겠지요. 우주의 지도를 그리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을 함께하다보면 문득 책 첫장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오릅니다.

지금도 남극 대륙 한가운데서 오로라와 달빛에 의지해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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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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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레기는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분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쓰레기 더미가 자신의 삶의 공간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캄보디아의 쓰레기 매립장 스퉁 민체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작가 캠론 라이트는 아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승리의 강에 등장하는 부부를 보며 이 소설의 영감을 받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마저 들었던 거 같아요.

 쓰레기 산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상 리와 기 림 부부는 아픈 아이들 돌보고 있는데요.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기 림은 책 한 권을 손에 넣게 되고, 부인에게 선물을 하지요. 그래도 이번 달 집세는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그 희망은 너무나 작아서 금새 꺼져 렸고, 매월 초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집세를 걷는 렌트 콜렉터소피프 신은 평소와 달리 그녀가 갖고 있는 책에 관심을 보이고 감정의 동요를 일으킵니다. 항상 술에 쩔어 있다가 돈만 받으러 다니는 소피프 신은 스퉁 민체이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고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녀가 책을 선물로 주자 소피프 신은 집값을 면해주기도 해요.

 그런 이질적인 순간에서, 상 리는 그녀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자식이 살기를 바라고, 그녀 역시 자신의 아이가 글씨를 읽고 쓸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소피프 신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글씨가 모여서 글이 되고, 글이 모여서 문학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녀와 소피프 신이 함께하는 문학 수업은 쓰레기 산에서 피어난 꽃처럼 느껴졌죠. 저부터도 정말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소피프 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이미 희망이 죽었다고 단언한 스퉁 민체이에서 소피프 신은 희망을 피어내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소피프 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마음에는 하나의 질문이 자리잡게 되는데요. 왜 소피프 신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아가는지 말이죠.

그 의문에 대한 답 역시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데요. 쓰레기산이라는 독특한 공간과 교차되는 캄보디아의 슬픈 역사, 세상의 끝까지 내몰린 것만 같았던 소피프 신에게 구원의 순간이 바로 상 리와 함께했던 그 시간이었을지도 몰라요. 전에도 킬링필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문명의 실패라는 말에 너무나 공감하게되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찾은 그녀에게 안식이 함께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올해 제 목표와 달리 그렇게 많은 소설을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읽었던 소설마다 다 좋았던 거 같아서 그나마 목표를 조금은 이룬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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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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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어렵게만 그래서 조금은 지루하기까지 했던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분이 바로 지휘자 금난새였습니다. 그의 자상한 설명과 위트, 예를 들면 설명이 끝내고 잠시 무대 뒤에서 다시 등장하면 처음 보는 것처럼 박수를 쳐달라며 살짝 윙크를 하며 미소 짓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 거 같은데요. 그래서 그의 공연을 자주 보지 못하는 지금은 그의 책을 더욱 열심히 챙겨 읽는 거 같아요. 그는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는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는다고 해요. 저는 작은 응원을 더하고 싶어지네요. 부모를 닮아가는 것을 천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딱이다 싶기도 하고요. 저도 어느새 제 부모님의 행동과 말을 반복하고 있음을 깨닫곤 하거든요.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은 제목 그대로 아들 금난새와 아버지 금남현이 함께 완성한 책인데요. 아버지가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추리고 자신의 글을 더해 출판했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금남현님에 대해서 잘 몰랐었는데요. ‘세모시 옥색치마~’라는 가사는 너무나 익숙하죠. ‘금박물린 저 댕기가가 바로 떠오를 정도니까요. 바로 가곡 그네를 만드신 분이었어요. 작곡가이자 성악가인 금수현은 작가이자 장모님인 김말봉님의 시에 곡을 붙여서 이 노래를 만들었어요. 정말 예술가의 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제가 금난새님을 보면서 느꼈던 유머감각이 그의 아버지와 참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클래식 공연장에서의 박수를 치는 순간, 그리고 카네기의 일화 같은 것도 기억에 남고요. 아버지가 심부름을 시킬 때도 재미를 더했던 일화에 나오는 선 김에라는 말에도 많이 웃었네요. 저도 제가 서재에서 나오면 뭘 부탁하는 남편 때문에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냐고 눈에 쌍심지를 키기도 하는데 왜 그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선 김에라는 말을 기억하고, 큰 행사에 참여하고 그냥 돌아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온 김에 음악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요. 이는 카네기의 일화를 소개해준 금남현님의 마음에도 깃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냐, 그리고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많이 변화할 수 있으니까요. 부자의 좋은 에세이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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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로 쉽게 연주하는 Disney 디즈니 OST 베스트
삼호뮤직 콘텐츠기획팀 지음 / 삼호뮤직(삼호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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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아름다운 OST는 늘 플레이리스트의 한 축을 담당하곤 하는데요. 이 음악들을 직접 연주해볼 수 있는 악보가 나왔다니 너무나 반갑네요. 거기다 일러스트까지 함께하니 영화의 감동을 제 손끝으로 다시 되새겨볼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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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의 역사 - 파피루스에서 전자책까지
우베 요쿰 지음, 박희라 옮김 / 마인드큐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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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예전에 이슬람 박물관에 방문했다가, 코란을 한 장 한 장 너무나아름답고 정교하게 꾸며놓은 것을 봤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종교도 없고, 그 언어를 읽을 수 없는 저에게도 그 책을 쓴 필경사의 정성과 신실信實이 하늘에 닿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했거든요. 그런데 <거의 모든 책의 역사>를 읽다 보니, 그 시대의 책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책은 지금의 의미와 다르게, 신의계시를 담고 있는 어떻게 보면 신물神物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화려하게 꾸며져있었던 것이지요.

도서관과 미디어에 대한 많은 저서를 출간해온 우베 요쿰의 <모든책의 역사>는 솔직히 조금은 어려운 편입니다. 다행히정말 아름다운 사진자료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쉬어갈 틈이 있었지요.일단 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의 감각과제가 앞서 이야기 했던 시대의 감각은 달랐지요. 그렇다면 더 거슬러 올라가서 원시인들이 동굴에 남겨진벽화 역시 책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요? 책이라는 것은 어찌되었든 인간이 만들어낸 집단 기억의 보존방식이라는것이죠. 또한 다수가 공유하는 혹은 해석가능한 기호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또한 다수를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동굴벽화역시 충분히 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역시 일본여행중에 어떤 벽화를 보고, 이 것은 고구려의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이역시 역사적인 배경이 있던 것이었고, 그런 것들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시공간을 초월하여공유할 수 있는 인간의 기억일 테니 말이죠.

책이 엘리트의 전유물이고, 어떻게 보면 과시의 대상이던 시대의 종언을고한 것은 바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었습니다. 거기다 근대적인 종이 제조를 가능하게 해준 프랑스의루이 로베로가 등장하면서, 책을 비롯한 인쇄물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지요. 그렇게 지식이라는 것이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것으로 확산되면서, 문명은다시 한번 진일보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종이의 시대를 넘어 전자책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문득 저의 집 서재에서도 책의 역사의 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더군요. 조금은 어려웠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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