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기
송차선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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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는다’, 참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누구나 바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곱게 늙기>를 읽으면서, 저는 그 동안 곱게 늙기가 약간 외적인 면으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석관동성당 주임신부인 송차선은 노년의 신도들을 위해 곱게 늙기에 대해 총 여덟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진행해왔다고 합니다. 키워드를 다 모으니 올림픽, OLYMPICS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근대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라고 하던데요. 나이를 들어가면서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이를 통해서 세대간의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이 역시 올림픽 정신의 구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성숙과 비례하는가?’, 이 것은 저 역시 늘 갖고 있는 질문 중에 하나인데요. 단순히 나이가 든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쩌면 더욱 나이 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책에서는 어른이 된다는 것을 성숙함을 목표로 정진하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성숙의 척도 중에 하나를 자아의 확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아의 확장, 처음에는 이것과 성숙이 어떠한 연결점이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다 자아가 확장되는 과정을 읽으면서 어쩌면 저는 자아가 충분히 확장되지 않아서 여전히 자기 중심적이고, 그래서 어른이 되는 것이 멀게만 느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부분보다는,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었지만 말이죠. 이는 제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고, 단순히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을 방패막이 하지 말고, 스스로 다시 아이로 퇴행할 것인가? 아니면 정진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 역시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한 경험의 허구취미에 대한 이야기 역시 기억에 남고요. 곱게 늙는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지만요. 그냥 세월에 떠밀려 대책없이 나이만 드는 것보다는 겸손하고, 지혜롭고, 품위있게 나이를 들 수 있게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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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정답은 아니야 - 세상의 충고에 주눅 들지 않고 나답게 살기 아우름 31
박현희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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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 하나도 그른 것 없더라’, 저도 익숙한 말이기도 한데요. 속담이나 사자성어 같은 것들을 인용할 때 많이 쓰는 말이기도 하죠. 그리고 저도 어느새 그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속담들도 모순되는 것들이 은근히 있어요. 예를 들면 아는 것이 힘이다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도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때그때 내 상황에 맞는 것을 잘 골라서 지혜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 속담 자체를 의심한 적은 별로 없어요. 아무래도 속담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옛 선인들에게 배우는 지혜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박현희의 <상식이 정답은 아니야>를 읽으며, 저 역시 세상의 충고를 하나의 삶의 기준으로 삼고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여러 번 밝혔던 것 같은데, 제가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은 바로 모난 돌이 정 맞는다인데요. 사전의 풀이를 보니 아무래도 제가 조금은 유난한 성격이었던 것일까요? 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는 남들처럼 하면서 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도 해요. 그래서 이 속담에 대한 글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뿔을 잘라내고 보통의 존재로 사는 것, 그리고 뿔을 가진 모습 그대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 아직 제 머릿속에는 아버지께서 끊임없이 조언해주신 것의 영향이 커서일까요? 무엇이 행복일까 홀로 고민해보게 됩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속담에 소개된 탐험대와 함께한 인디오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빠르게 도착해서 유적을 탐사 하고 싶은 사람들의 협박에 자신들의 삶의 속도를 지키고 싶어하는 원주민은 이런 답을 해요. “너무 빨리 걸었기 때문에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기다린 것문득 예전에 인디오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자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나요. 당황한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다 함께 해결하라고 배웠다고 말하는데요. 이처럼 한 공동체가 갖고 있는 가르침들은 개인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여는 글에 나왔던 것처럼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충고들도 우리에게서 수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을 빼앗고 삶을 묶는 족쇄가 되는 것이 되지 않게,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충고를 하더라도 잘 가늠해서 해야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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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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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즐겨보기에, 원작의 작가인 구스미 마사유키는 정말 친숙한 만화가이기도 한데요. 이야기가 끝날 때면 ふらっとQUSUMI’라고 하여, 그 식당에 방문한 그를 만날 수 있고, 어느새 유쾌한 입담에 빠져들게 되거든요. 한국 편에서 막걸리를 한국 우유라고 천연덕스럽게 소개하며 맛나게 마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의 에세이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는 제가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인상 그대로 맛깔스럽고 유쾌한 에세이입니다.

한국 요리점에서 먹은 생선회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일본에서는 조금만 먹지만 한국에서는 회를 많~이 먹어요.”라는 점원의 설명과 함께 쌈으로 먹는 회를 처음 경험하게 되는데요. 사실 저는 고기도 회도 쌈으로 전혀 먹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고기와 회를 더 많이 먹고 싶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구스미 마사유키가 들려주는 쌈으로 먹는 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절로 입맛을 다시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채소가 아무리 많아도 회가 확실하게 주연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니, 평소에 제가 충분히 씹어서 먹는 편이 아니라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이런 식습관 때문에, 제가 빵을 좋아하고 더불어 죽도 좋아하는데요. 죽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죽을 즐겨 먹다가 알게 된 것이 바로 젓갈의 맛인데요. 어릴 때는 정말 못 먹었던 음식 중에 하나이고, 그래서 저도 어른이 되었다며 내세우는 것 중에 하나가 젓갈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죠. 그가 중학교 졸업 무렵에 젓갈을 잘 먹게 되었을 때, 어른들이 술고래가 될 거라고 했다던데, 그 역시 딱 맞는 것이기도 했네요.

맛보다 분위기로 먹는 음식으로 꼽힌 야키소바, 역시나 마츠리하면 떠오르는 음식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하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저도 마츠리에 가면 야키소바를 자주 먹거든요. 시원한 맥주에 야키소바 그리고 불꽃놀이는 일본의 여름의 한 조각처럼 느껴지니까요.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입에 침이 고이는 느낌이랄까요? 입맛이 없다는 사람에게 선물로 돌리고 싶을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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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빵집
김혜연 지음 / 비룡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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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시 한번 수학여행을 갔다가 남쪽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게 될 줄은 솔직히 생각지 못했네요. 그리고 그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가족, 친구의 마음까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저는 그랬던 거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도리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고 할까요? 너무나 당연한 풍경처럼 내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의 부재가 사람을 더욱 외롭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욱 의미있었던거 같아요. 김혜연의 첫 청소년 장편 소설 <우연한 빵집>은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져 가는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고, 또 남겨진 사람들을 다시 기억하게 해줍니다. 그들이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상을 다시 사람들의 따듯한 온기로 채워주고 있으니까요. 우연히 낯익은 빵집을 만나게 된 하경은 애매모호한 구인문구를 보고 첫 아르바이트 면접을 하게 되죠. 정말 이상한 면접이었죠. 그 곳에서 하경은 빵집 주인인 이기호 그리고 그의 친구 영훈과 영훈의 학생이었던 윤지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그들은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죠.

작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이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그들에게 갓 구운 향긋한 빵을 먹이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바람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저 역시 갓 구운 향긋한 빵에 위로를 받게 되는 느낌마저 받게 되네요. 물론 제가 빵을 주식으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고, 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좋아할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그런 책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일상 속에 소소한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이 책과 함께 그럴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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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국화
매리 린 브락트 지음, 이다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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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4일은 일본군 위안군 피해자 기림의 날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즈음에 <하얀 국화>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고, 저도 모르게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이어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라는 보다 직관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에 이 책도 한 몫 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작가 매리 린 브락트의 <하얀 국화>에는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의 비극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자매가 등장합니다. 더없이 평안했던 제주도에서 해녀로 살아가던 소녀들, 동생을 대신하여 성노예로 끌려간 언니 하나와 언니의 희생으로 가족 곁에 남았지만 제주 4.3사건에 휘말리며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아미입니다. 이야기는 만주로 끌려간 언니의 과거 이야기와 서울에 갈 때마다 참여하는 수요집회에서 아미의 현재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됩니다. 전에 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해녀가 간직하고 있는 슬픈 역사까지 겹쳐져서 두 자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참 질곡의 세월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번 책장을 넘기지 못했어요. 이런 표현 어떨지 모르겠지만,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읽는 것 그 자체가 힘들었어요. 특히나 성노예로 살아야 했던 하나의 이야기가 그러했는데요. 최근에 봤던 영화 아이 캔 스피크허스토리에 이어서, 슬픔과 분노가 이렇게 한 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네요. 그리고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제주 4.3사건 역시 그러했습니다. 일본군의 반인간적인 성범죄도 그러하지만 제주 4.3 사건도 나름 역사적 부채감을 갖고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이렇게 문학작품으로 옮겨진 것은 또 다른 느낌이 들어요. 역사적 사실을 넘어 그저 우연히 그 시절 그 곳에 존재했다는 이유로 유린당했던 그들의 삶과 그들이 느꼈던 감정들이 세밀하게 다가오기 때문이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인생을 생각하면 오히려 깃털처럼 몸이 가볍다.", 하나가 호수에서 느꼈던 이 해방감이 모든 피해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애써 모른 척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역시 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일본 헌병의 참회록처럼 말이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악마가 되었던 그들 역시 다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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