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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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앰버 레이놀즈다. 나에 대해 알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1. 나는 코마 상태다.

2. 남편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3.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분명히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금새 3번째 자기 고백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네요. 크리스마스 다음날 병실에서 홀로 깨어나 자신이 코마 상태임을 깨닫는 앰버는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속으로 나를 쉽게 끌어들였기 때문이죠.

방송국 리포트로 일하며 반짝 반짝 빛나던 그녀는 상사의 성추행을 피하려다 해직을 당하고 말아요. 어느새 빛을 잃어가는 그녀는 남편의 사랑 역시 그렇게 흩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라디오쇼 커피 모닝의 서브 진행자로 어렵게 취직하게 되지만, 그 곳에서의 입지 역시 참으로 불안하기 그지 없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해고통지를 받게 된 앰버는 스스로 몸도 마음도 참 초라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옛 연인과의 우연한 재회까지 하게 되죠. 같이 일하는 조와 함께 커피 모닝의 상징과도 같은 메인 진행자를 밀어낼 궁리를 하기는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될지 저부터 걱정스럽더군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그녀 앞에 펼쳐진 남편과 여동생의 의심스러운 저녁식사 시간까지 겹쳐지고 말이죠. 일단 그녀의 기억 속에서 명확하게 떠오르는 하루는 운수 나쁜 날이라는 말이 딱 맞겠다 싶을 정도인데요. 거기다 가족뿐 아니라 옛 연인까지 이상한 행적을 보이고 말이죠. 오로지 귀만 열려 있는 앰버가 들려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누군가의 일기장을 쉼 없이 교차하다 보면 앰버가 갖고 있는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생과 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있는 듯한 현재가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서 잊고 말았어요. 그녀는 가끔 거짓말을 하죠. 그녀의 말처럼 사람들은 모두 가끔 거짓말을 하는데 말이죠. 어쩌면 그러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 된 이유도 반전을 위한 주요한 장치가 아닐까 합니다.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밖에 없다 보니, 이야기가 중 후반으로 갔을 때 점점 부정하고 싶어질 정도죠. ‘설마? 사람이 그렇게까지?’ 라는 반응을 전 계속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정점에 달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갖고 있는 어둠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아니죠. 도대체 그 집착과 광기는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일까요? 그 시작도 끝도 모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저 가끔 나는 거짓말을 한다, SOMETIMES I LIE”라고 답할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일 수 밖에 없네요.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것도 놀랍고, TV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니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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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의 전설 -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
브렌트 스타펠캄프 지음, 남종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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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새로운 개념이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번에 <세실의 전설>을 읽으며, ‘트로피 사냥꾼(trophy hunter)’을 알게 된 것이 전혀 기껍지 않네요. 아프리카에서 야생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허가증을 포함한 패키지를 구입한 일부 부유한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대형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그 것을 SNS 등을 과시하는 그 행태에 참 할 말을 잃게 된다고 할까요? 야생의 기분을 느끼며 꼭 다른 생명을 죽이고, 더 큰 기록을 세워야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바로 아프리카 짐바브웨 황게 국립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사자였던 세실의 죽음이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검은 갈기를 갖고 있던 세실, 그리고 빛나는 황금빛 갈기를 갖고 있던 제리코, 그들은 함께 초원을 지배하며 공존을 통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그들의 삶에 나타난 트로피 사냥꾼 월터 파머는 세실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사자라는 것, 그 것이 얼마나 많은 부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만 계산할 수 있었나 봐요. 하지만 그는 세실의 목에 황게 국립 공원에서 붙여놓은 GPS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줄행랑을 쳤는데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큰 액수의 기부금이 들어오고, 아프리카 사자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는 등 다양한 조치가 취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실이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봤던 제리코의 머리에서 그 기억이 사라질 수 도 없고요. 제리코는 세실이 남긴 무리를 이끌고 사라졌다고 하는데, 후에 제리코가 그들을 돌봐주다 자연사한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그때 제리코에게 대한 말이 기억에 남더군요. 충분히 사자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 살아갔던 세실과 제리코인데, 그들에게 주어졌던 그리고 인간이 제공했던 장애물들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인간들이 쳐놓은 철제 덫과 사자들의 무수한 영역 싸움, 불법 트로피 사냥꾼들 속에서 투쟁하며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위엄을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최고의 사자였다

물론 제가 세실과 제리코를 많이 이야기하긴 했지만, 황게 국립공원에서 사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브렌트 스타펠캄프의 <세실의 전설>은 사자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물론 당연히 인간과의 공존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실천 역시 담아내고 있고요. 저 역시 사자를 직접 본 것은 동물원이었고,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나 겨우 야생 속의 사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고, 사자에 대한 애정이 넘치던지, 머릿속에서 야생 다큐멘터리가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사진과 사자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 역시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네요. 세실과의 뜻밖의 이별만 아니었다면, 정말 행복한 독서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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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다나카 이치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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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세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성보다 신의 뜻이 먼저였던 시대, 그래서 암흑의 시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중세를 지배하던 종교에서는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믿고 있었고,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때는 상당히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도 지동설에 대한 다양한 근거가 발견되고 있었으니, 고집을 넘어 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죠. 그런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오랜 시간 동안 펼쳐진 종교재판을 받고, 혼자 중얼거렸다는 이 말은 종교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의 전환점 중에 하나라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번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관한 일본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학자인 다나카 이치로의 <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그 동안 갖고 있던 종교재판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기도 했고요. 물론 지금의 눈으로 보면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 시대에서는 나름대로 어떠한 체계와 근거를 갖추려고 노력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재판에 대한 서류를 비롯하여 판결문, 재판 기록 같은 것들을 남겼고, 이를 근거로 한 저서도 나온 적이 있다고 해요.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통해 종교의 허점을 드러내려던 나폴레옹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자료가 소실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과학자이죠. 인류 문명 발전에 있어 큰 공헌을 한 과학자입니다. 저는 어쩌며 가장 기본적인 그 사실을 약간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가 했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는 말은 사실 안 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재판 내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투쟁했다기 보다는 상당히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과학자로서의 그의 성취와 인간으로서의 그의 모습은 당연히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역사가 그에게 투영한 이미지가 너무 과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리어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시대를 살아갔던 갈릴레오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보이더라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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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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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을 앓기 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영화 제작자로 살아간 사이먼 피츠모리스의 <어둠이 오기 전에, It's not yet dark>

해가 뜨고 나면 지는 것이 당연하듯이, 사람도 태어나면 언젠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죠.  하지만 사람들은 죽음이 저 멀리 있는 것처럼, 사이먼의 표현대로라면 저 먼 수평선 쯤에머물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 것은 사이먼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하지만 죽음은 한 순간에 그의 새로운 친구가 되었고, 그리고 마지막 친구가 되어 버렸네요.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감독으로 빛나는 재능을 펼쳐내던 그에게 다가온 병은 루게릭병의 일종인 MND(Motor neuron disease, 운동뉴런증)이었습니다. 자신이 꿈꾸던 영화라는 세계로, 그리고 첫만남에서부터 평생을 기다려 온 듯한 강렬한 사랑을 알게 해준 루스와 그리고 곧 세 명이 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아직은 충분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그의 나이에 너무나 가혹할 수 밖에 없는 진단이었지요. 4년이라는 시한부선고, 처음에 그와 그의 가족들은 그 진단이 잘 못되었다는 것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로 가득했고, 그 후에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죠. 너무나 당연하게 했던 것들을 더 이상 할 수 없어지지만, 그는 절망으로 가득 찬 삶 대신, 열정으로 가득 찬 삶을 선택합니다. 죽음 앞에서 그는 자유로울 수 없어졌지만, 적어도 어떻게 살다가 죽을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병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게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이 책은 그가 운동능력을 거의 다 잃고,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작동하는 아이게이즈 컴퓨터로 작성했다고 하는데요. 매일 일기를 쓰는 저에게는 그게 더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만약에 나였다면이라는 생각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그는 죽음은 공포라고 솔직히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정말이지 온 몸을 불사르며자신의 남은 삶을 빼곡하게 채워 넣고 있었거든요. 심지어 아이게이즈 컴퓨터를 사용하여, 자신의 첫 장편 영화 내 이름은 에밀리의 시나리오 작업과 감독까지 해냈다니 그의 열정과 의지에 감동할 수 밖에 없네요. 언젠가 영화감독은 자신의 영화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마지막 영화가 너무나 궁금합니다. 그가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듣고 싶어지거든요. 이 책을 동명의 다큐멘터리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역시 꼭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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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고향 이야기 파이 시리즈
김규아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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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없는 연필을 보관하는 연필의 고향그런데 학우들의 필통에서 샤프심만 사라지는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감기에 걸려 잠들었던 예진이는 연필 지우개 연합군이 샤프의 영혼인 샤프심을 괴롭히고 있는 이상한 꿈을 꾸죠. 연필을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약속을 하고 샤프심을 구해진 예진이는 커서 연필의 고향이라는 가게까지 하게 되는데요. 다양한 연필을 파는 그 곳에서 연필을 사간 소녀가 겪는 귀여운 에피소드로 마무리 되는 예쁜 동화입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버려지는 물건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저도 정말 잘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차라리 여러 개를 잔뜩 사놓고, 없어지면 그냥 새 것을 사용하곤 하는데요. 그래서 더욱 뜨끔하기도 했던 이야기네요. 좀 더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저는 학창시절에는 샤프의 편리함에 반해서 도리어 연필을 사용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연필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도 존 스타인벡이 찬사를 보냈다는 연필을 사고 한참을 좋아라 했는데요. 물론 갖고 있는 연필깎이에 잘 맞지 않아서 그 회사의 연필깎이를 구입했는데, 여전히 맞지 않아서 손으로 깎아서 사용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는데요. 손으로 깎는 것이 어려웠지만, 어린 시절 아빠가 직접 깎아서 필통에 가득히 채워주셨던 연필이 떠올라서 행복해지기도 했어요. 물론 다음에 아빠에게 남은 연필을 다 가져다 드려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말이죠. 확실히 연필만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거 같고, 이 책 덕분에 가속 페달을 밟는 느낌도 드네요. 연필로 쓱쓱 그려낸 거 같은 그림 때문에 더욱 연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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