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의 발견 - 이근철의 고품격 컬처 수다
이근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을 활기차게 열어주던 'Live with passion', 이근철쌤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정말 오랜 시간 들어온 굿모닝 팝스의 진행자였고, 존 발렌타인과 함께 JJ브로로 찰떡궁함을 자랑하기도 했었는데요. 그 때는 정말 매달 굿모닝 팝스 잡지도 구매했어요. 잡지에 수록하는 글도 참 좋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방송을 그만하게 되었을 때, 어찌나 아쉽던지요. 그래도 팟캐스트로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계속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갑습니다. <교양의 발견>은 저에게 오랜 영어 도우미였던 이근철을 발견 도우미까지 겸하게 만들어준 책이기도 한데요. 특히나 교양에 대한 이근철의 생각이 참 공감이 갔습니다. ’교양은 일상의 작지만 새로운 발견’, 이 표현은 뜬금없이 대학을 다니던 때를 떠올리게 해요. 교양과목이라는 이름으로 배웠던 학문들이 도리어 제 삶을 풍부하게 해주었고, 지금까지도 알차게 써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 역시 늘 궁금했어요. 왜 볼리우드 그러니까 인도 영화에서는 뜬금없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것일까? 그 답을 인도의 역사와 문화에서 찾아내는 것이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는데요. 수많은 부족이 갖고 있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함께 영화를 즐기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죠. K-POP을 즐겨 듣는 외국인들과 한국인이 쉽게 접점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칠레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 우편배달부>의 내용이 나옵니다. 자전거로 우편물을 배달하는 마리오에게 가장 중요한 손님은 칠레에서 망명한 시인이었고, 그 시인이 바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였다고 해요. 그의 삶에 대한 짧은 글을 읽다보면, ‘나 스스로를 제대로 직시하는 시간과 경험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문득 영국 편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부정적인 감정을 성장을 위한 원동력으로 사용한 엘리자베스 여왕 1세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분노는 무딘 자들을 재치있게 만들어주지만, 가난 속에 가둬두기도 한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저도 부정적인 감정들은 빨리 흘려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어쩌면 그 역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내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어쩌면 이근철의 말처럼 그러한 감정들의 원천은 내가 갖고 있는 기대치때문일 수도 있고요. 제가 이렇게 막연하게 말하는 이유 역시, 일단 제가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반증이 되기도 하죠.

삽화와 사진자료도 많고 또 이근철의 유쾌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더욱 가볍고 재미있게 문화탐방을 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이처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도 많았던 책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특유의 감성, 왠지 영국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언어유희부터 건조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에 빠져들게 되는데요. 이번에 읽은 <연애의 기억>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가 쓴 단 하나의 연애소설이기보다는 마치 그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살펴보니 소설의 주인공 케이시 폴이 자신을 소개할 때 사용하던 표현처럼 겨우 열아홉밖에 되지 않았을 시절 즈음에 줄리언 반스 역시 비슷한 시간을 걸었던 적이 있었더군요.

방학을 맞이하여 런던 교외의 집으로 돌아온 대학생 폴, 그는 부모님의 강권에 의해 사교무대로의 첫발이 될 수 있는 테니스클럽에 예비멤버로 등록하게 되는데요. 추첨식 혼합복식대회에서 제비를 뽑아, 하지만 후에는 제비란 운명이 다른 이름이라고 기억할 그 날 48세의 여인 수잔을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삶에 웃음을 터트릴 줄 아는 여자 수잔은 인생을 책으로 배워온 폴의 마음을 뒤흔드는데요. 결국 두 사람의 관계로 인해 테니스 클럽에서 제명이 되지만, 그런 비난에도 도리어 자신의 사랑이 공인되었다고 생각하는 폴의 그 뜨거운 열정이 참 그 나이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노인이 되어 그 시절을 떠올리던 폴, 중간에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던 것처럼 어쩌면 그 시절에 대한 애틋함이 만들어낸 기억일 수 도 있겠지요. 소설을 읽으며 내내 추측해야 했던 수잔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저에게는 또 하나의 애틋함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동화 속의 사랑이 현실이 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1부는 이 일에 대한 내 기억이 이게 다였으면 좋겠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하지만 가능하지가 않았다.”라는 씁쓸한 회고로 마무리됩니다. 저는 아직도 동화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살아가는 사람이라 그럴까요? 사랑이 믿음으로, 그리고 지켜지지 못할 믿음이 의무로 결국은 재난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그렇게 변해가는 사랑을 보며 참 안타깝더군요. 누구의 잘못이라고 딱 부러지게 나눌 수도 없는 것이 그래요. 조금 더 상대를 생각했던 것뿐인데, 그런 일들은 오해로 번져가고, 결국 삶에 더 이상 웃음을 짓지 못하게 되는 수잔의 모습도 그렇고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 끌어나가던 첫 번째 이야기와 달리, 점점 자신을 타자화하고, 결국은 전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하는 폴, 처음에 그가 말했던 것처럼 이 이야기는 기억입니다. 기억, 시간 그리고 관계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소설로 이렇게까지 잘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만약 가능하다면 수잔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기도 했어요. 아니네요. 그렇기에 원제처럼 “THE ONLY STORY”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시를 그렇게까지 즐겨 읽지 않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언제나 학창시절의 문학수업시간이 생각납니다. 시가 갖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에 빠지기 전에 암기과목처럼 그 풀이를 외워야 했었으니 말이죠. 이번에 김원의 아름다운 사진과 황경신의 글이 어우러진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를 보다 보니 문득 그 시절에 친구들과 즐겨 읽던 시와 그 공간이 떠오릅니다. 교정과 연결되어 있던 나지막한 동산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시를 읽던 시간이요. 생각해보면 시는 교실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요. 수업시간에 문학이 있어서, 시를 배워야 한다면, 이렇게 감각적인 사진들을 더해놓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시를 읽는 맛과 멋이 확실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잘 몰랐던 문화잡지 ‘PAPER’에 연재되면서, 독자들 사이에서 영혼을 위로하는 시라고 하여 영혼시라고 불렸다고 해요. 처음에는 영혼시?’하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읽다 보니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희미하게나마 느껴지더군요. 툭툭 과거의 내가 떠오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 때 느꼈던 감성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제가 그 잡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통상적으로 책보다 잡지가 큰 편이니까, 만약 큰 판형으로 이 사진과 시를 봤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질 정도네요. 그만큼 저에게는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낡고 빛 바랬지만, 오래된 이야기가 가진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저도 예전의 일기를 다시 꺼내보면, 손발이 다 사라질 것 같은 낯뜨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그 시절의 내가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거든요. 시와 사진을 보다 보면 잊혀졌을 것이라고 믿고 있던 그 시절의 내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조각으로 존재하는 느낌이 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듀어런스 - 우주에서 보낸 아주 특별한 1년
스콧 켈리 지음, 홍한결 옮김 / 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 저 밑의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가?'


문학적인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있네요. 바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체류중인 우주인은가능하죠. 4차례의 우주비행으로 총 520일을 우주에서 생활한스콧 켈리, 그는 특히나 마지막 비행에서 340일을 우주에체류하며 미국인 최장기록 달성에 성공하기도 했어요. 그가 미국 대선에 대한 뉴스를 보고 나서, 쿠폴라창(지구가 내려다보이는 넓은 창으로 된 모듈)에서 바로 밑에 있는 지구를 보며 떠올린 생각이었죠.


이처럼 우주인들의 일상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인듀어런스, endurance>입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을때, 일본에서는 우주인을 뽑을 때, 종이학을 천마리 접게하여 그 평정심을 확인한다는 것이 떠오르더군요. 스콧 켈리 역시 우주인에게 필요한 것은 초반에는 비행능력이었을지몰라도, 지금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능력이라고 언급할 정도였어요. 그리고그가 우주에서 간절히 그리워했던 것들, 가족과의 교감, 자연에서의시간 같은 것을 보면,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니 말이죠. 그리고 지구에서 전해지는 가족의 이야기들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도 합니다. 그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죠. 그래도 그는 지금 자신이 속해있는 우주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한다고 마음을 다독이죠.


우주에서의 시간은 정말 독특한 것이죠.  그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있는데요. 무중력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도 신기했고, 또한 다시지구로 돌아와서의 적응시간도 그러하고요. 스콧 켈리의 경우에는 쌍둥이이기 때문에, 비교연구에 더욱 유리하죠. 지금 진행하고 있다는 그 연구 결과도솔직히 궁금하기도 하고요. <영웅의 자질>이라는책을 읽고 파일럿의 꿈을 꾼 스콧 켈리의 책을 읽으면서 우주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생생하고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즈니 곰돌이 푸 엽서북 100 : 위니 더 푸 포스트카드 컬렉션 100
디즈니 곰돌이 푸 원작, 아르누보 편집부 엮음 / 아르누보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에 정말 즐겨 봤던 곰돌이 푸’, 이번에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로 다시 만나 정말 행복했는데요. 마치 저 역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죠. 그리고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과 어느새 닮아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오늘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가치를 자꾸 잊어버리고, 그 너머에 있는 것만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이번에 만난 <디즈니 곰돌이 푸 엽서북 100: 위니 더 푸 포스트카드 컬렉션 100>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데요. 초기 원작 스케치와 애니메이션의 장면들 그리고 다양한 컨셉을 가진 이미지까지 100장의 엽서를 보면서 왜 그렇게 생각나는 대사들이 많던지요.

100에이커의 숲에서 살아가는 곰돌이 푸, 이상하게도 저는 여전히 푸는 낙천적이고 느긋하게 그렇게 더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거 같아요. 겁도 많고 소심한 친구들을 사랑하는 것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피글렛과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 티거, 봉제인형이라 그런 것인지 몰라도 우울한 이요르, 현실적이고 똘똘한 래빗, 그 이름을 합치면 캉가루가 되는 사랑으로 가득한 모자 캉가와 루 정말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올빼미도 기억이 나네요. 지혜의 상징이라는 올빼미답지만, 왠지 모르게 헛똑똑이 같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마지막 떠날 때의 그 모습을 잊지 못했는데, 영화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이 있지요. 네버랜드의 피터팬처럼 푸의 숲에서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했는데 말이죠. 엽서를 보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또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고, 처음에는 여전히 귀엽네~’하면서 넘기던 손이 점점 느려진 이유도 거기에 있겠죠.

예전에 곰돌이 푸의 탄생에 담긴 이야기를 보면서, 작가인 알렉산더 밀른이 아들을 위해 쓴 동화였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냉정한 아버지여서 아들이 곰돌이 푸를 좋아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 제가 이 엽서를 그리고 영화를 본 기억까지 되돌려 본다면, 어쩌면 아빠로서 정말 아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 동화속에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네가 있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어. 때론 네가 그들에게 가야 해."

"이걸 기억하겠다고 약속해줘. 넌 네가 믿는 것보다 더 용감하며, 보기보다 강하고, 네 생각보다 더 똑똑하단 걸"

"나는 너랑 함께 보내는 하루가 제일 좋아. 그래서 오늘 하루도 나는 제일 좋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