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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ㅣ 잘난 척 인문학
왕잉 지음, 오혜원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철학잡학사전>, 처음에는 책제목을 보고 저도 정말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인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패러디인가 했어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이 있을까 싶네요.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 볼테르, 그는 행동하는 양심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인데요. 그는 자신이 계몽사상과 문학창작에 열중하기 위해 물질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자신이 경제적으로 궁핍하면, 결국
자신의 철학은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겠지요. 그는 자신의 사상적 자유를
위해 그 무엇보다도 노력했더군요. 심지어 복권을 여러 번 맞기도 하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투자를 해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요. 볼테르 하면 ‘내가 있는 곳이 지상낙원이라’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물론 어려운 시절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은유적인 표현이지만, 그냥 문자 그대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했어요.
서양뿐 아니라, 중국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소개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무 아래를 거닐며 학문을 탐구했다 하여 붙여진 ‘소요학파’와 닮은 느낌을 주는 ‘죽림칠현’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나무 숲에 모여 문학과 철학을 담론했던 위진시대의 대표적 학자들인데요. 죽림칠현이라는 말만 들었고 자세히는 몰랐어요. 일곱 명의 학자들이
각기 자신들의 입장을 취했고, 특히나 정치적인 면에서는 더욱 그러했는데요. 그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가다듬어갔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아무래도 정치와 종교에 대해서는 가족끼리도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에 익숙해서
그런지도 모르죠.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한 물질의 유혹 앞에 너무나 약할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알쓸신잡’을 보면서, 유시민님이
호화로운 물건들로 채워진 공간에서 소크라테스가 경계했던 것이라는 식의 말을 했던 기억도 떠올랐거든요.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몰랐는데,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행복은 마음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잊고, 물건에 집착하는 것에 우려의 말을 했었더군요. 아무리 많은 물건을
사도, 심지어 저 것만 사면 정말 행복할 거 같은 이상한 집착을 해소해도, 이상하게도 참 그때뿐이더군요. 도리어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요. 어쩌면 저 역시 올바른 인격을 통해 저절로 마음에 깃들 진정한 행복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아니죠. 어떻게 생각해보면,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 등을 부러뜨린다’라는 속담에 맞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변화의
양적인 면을 채워서 임계점에 닿으면, 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도 모르죠.
책을 읽다가 홀로 좌절하고 홀로 희망을 찾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