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해용 옮김 / 박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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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유쾌함이 넘쳐 흐르는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는 제일 먼저 꽃가루를 포착하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이 몸을 티슈 상자에 맡긴다며 자신을 유행에 민감한 사람으로 소개하지만, 직업은 그 반대로 멸종위기라는 조류학자인데요. 물론 제목이 주는 분위기가 확실해서,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진짜 제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이 웃으면서 봤네요.

새를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무인도를 방문하기도 하는데요. 섬에 최대 중량을 가진 척추동물이 곰쥐일 것만 무인도 니시지마에서 자신의 팔에 붙은 모기를 보면서 저 모기를 잡으면 내 손에 쥐의 피가?’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웃기고요. 그 사이에 너무나 당연하게 모기는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고 떠나버리고요. 그러고보니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는 곰쥐와 땅속에 둥지를 트는 슴새 그리고 갑자기 날아오르는데 취약한 날개 형태를 가진 바닷새는 천적관계더군요. 예전에 섬을 찾은 사람의 고양이가 멸종된 줄 알았던 새를 발견하지만, 그 고양이에 의해 정말 짧은 시간 내에 멸종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떠올랐어요. 새와 사람 그리고 새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등장하더군요.

조류학자도 멸종 위기라지만, 조류 역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 많더군요. 그 중에 저자와도 관련이 많은 브라이언스 쉬어워터가 있어요. 하와이에서 발견된 소형슴새 중에 하나인데 1964년에 포획된 표본의 DNA를 분석하여 신종으로 판명되었어요. 하지만 그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멸종 가능성이 있었는데,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과거에 비슷한 새의 개체가 시료로 보존되어 있었던 것이죠. 이 새들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 브라이언스 쉬어워터와 같은 종임이 판명되었고, 그가 속한 연구팀이 이를 발표하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해요. 물론 여기에는 그가 연구자로서 후회와 참회를 더한 뒷이야기가 조금 있었지만 분류학자가 아닌 생태학자인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리고 원시자연환경보전지역인 미나미이오토에 조사자로 참여했던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나중에 영상을 통해 그 곳을 다시 만나며 분개하던 도시인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군요. 원시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영상으로 봤을 때뿐이라는 것을 저 역시 경험한 적이 있어서~ ^^ 너무나 많이 웃으면서 책을 봐서인지, 전작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제목부터 조류학자, 무모하게도 공룡일 이야기하다라니~ 번역이 안되어 있어서 아쉬웠지만, 유머코드가 너무나 잘 맞는 작가라 원서로 주문합니다. 물론 이 책을 계기로 전작도 번역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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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 한빛비즈 교양툰 한빛비즈 교양툰 1
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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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만화로 배울 수 있는 <곤충의 진화> 곤충 덕후 갈로아김도윤이 온라인에 연재를 시작한지 6개월만에 누적 조회 수 400만을 돌파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과학 웹툰이죠. 웃으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곤충에 대한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랄까요?

곤충은 전 세계에 걸쳐 80만 종이 살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확인되지 않은 종이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해요. 거기다 바퀴벌레와 같은 생명력이라는 관용적인 표현을 쓰곤 하는데, 책의 시작이 고생대부터일 정도로 지구에 오랫동안 살아오기도 했고요. 바퀴벌레하니까, 문득 생각나네요. 식물이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탄화하면서 석탄이 되었는데, 바퀴벌레가 등장하면서 나무를 먹어 분해하면서 석탄이 나오질 않게 되었다고 해요. 나무까지 먹어 치우는 바퀴벌레의 생존력이란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고생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삼엽충이 사라지게 된 원인도 흥미로웠습니다. 빠르게 탈피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절지동물이기에, 이전에 오랜 시간에 거쳐 탈피를 했던 삼엽충은 자연도태하게 된 것인데요. 나중에 나오는 진화론을 생각해낸 다윈의 통찰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네요.

재미있게 본 부분은 11화부터 시작되는 진화와 성인데요. 곤충이 갖고 있는 다양성만큼 정말 다채로운 방식으로 번식을 해왔더군요. 15곤충의 이상한 성생활은 강력한 주의문구와 함께 시작되는데, 이전에 상상 이상의 다채로움을 봐서 그런지 약간 무덤덤한 것 같기도 하고, 이래서 자극적인 것에 계속 노출이 되면…? 유쾌한 드립이 난무하는 웹툰을 보다보니 서평을 쓰는 저도 좀 물들어가는 것 같네요. 그리고 매년 인간을 많이 죽인 생물에서 NO.1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모기도 등장합니다. 저도 몇 일전에 모기가 귀에서 앵앵거려서 잠을 설친 기억이 있어서, 분노하며 읽기도 했는데요. 모기의 날갯짓 소리는 이성을 유혹하는 소리라는데, 왜 제 귀에서 그러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네요. 아까 성생활에서 나왔던 빈대처럼 그냥 성별, 종 관계없이 번식을 시도하는 빈대도 아니고 말이죠. 물론 그 소리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고, 모기를 매개로 옮겨지는 말라리아때문이죠. 재미있는 것은 인간 역시 곤충이 그러했듯이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하고 있어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적혈구 일부를 말라리아 열원충이 번식하지 못하는 낫 형태로 진화시켰다고 해요. 물론 산소 운반 능력은 떨어져서 빈혈을 유발할 수 있지만, 말라리아의 치사율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곤충 뿐 아니라, 곤충과 함께 살아가는 식물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까지 챙겨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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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우주 - 우주과학의 역사가 세상의 모습을 바꿨다! 세상을 바꾼 과학
원정현 지음 / 리베르스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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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챙겨보는 세상을 바꾼 과학시리즈 중 우주에 대한 책이 나왔어요. 이 시리즈의 저자 원종현은 과학사 교수이자 영재 교육 전문 교사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사진자료도 많이 사용하고, 노트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정리해놓은 부분들이 많아서 늘 새로운 책을 기다리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과학잡지 뉴턴을 구독해서 보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웠지만, 수학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치고 흥미를 많이 잃었었는데요. 요즘은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과학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들이 많이 나와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설레는 느낌마저 드네요.

우주와 지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중,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에 바로 맞닥트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1800년도부터 과학자들이 연구를 시작해온 문제이기도 한데요. 문득 코프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시작하여 뉴턴의 <프린키피아> 완성했다는 과학 혁명이 무려 1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루어진 것이 기억나네요. 우리는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의 이름을 주로 기억하지만 여러 과학자들이 함께했던 이 혁명처럼, 시간이 흐르면 지구 온난화의 문제 역시 이렇게 하나의 연표로 묶여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끝은 중세의 과학 혁명처럼 합리적이고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이기를 바라게 되고요.

그리고 제가 학교에서 과학을 배울 때도 제일 재미있어 했던 판구조론’, 여전히 절 두근거리게 하는 힘이 있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판구조론이 힘을 얻기 시작한 이유 중에 하나가 인류가 자신이 살던 대륙이 아닌 다른 곳으로 탐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1912년 베게너가 발표한 대륙 이동설에서부터 시작한 판 구조론, 물론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해저 확장설을 통해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이제는 대륙뿐 아니라 해양의 역사까지 함께 아우르고 있다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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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이야기 -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피엘 드 생끄르 외 지음, 민희식 옮김 / 문학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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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우화하면 이솝우화가 먼저 떠올라서인지, 교훈적이고 그 끝은 권선징악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것 같아요. 거기다 프랑스인들에게 800년간 사랑받아온 우화라고 하면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하죠. 하지만 <여우 이야기>는 그런 기대를 조금은 당황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유쾌하게 깨트려버리네요. 마지막 왕이 여우에게 보낸 찬사와 여우의 묘비명까지 보고나니, 왠지 시니컬하면서도 우아한 유머를 던지는 프랑스인답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이야기는 낙원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들을 불쌍히 여긴 신은 지팡이를 하나 선물하며 바다에 넣고 휘저으면 도움이 되는 동물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죠. 하지만 이브는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아담이 지팡이를 사용할 때마다 가축류들이 등장하지만, 이브가 휘저으면 위험한 동물들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나타난 동물 중에 하나가 바로 여우였는데요. 여우는 영리하고 지혜로운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조모 이브에게 영광 있으라!”라는 이야기의 마무리를 보면 이 글 자체를 여우가 쓴 것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나 여우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유력한 충고자혹은 지혜로운 자를 뜻하는 이름을 가진 르나르의 큰그림같단 말이죠.

여우 르나르는 지혜롭다기보다는 똑똑하고, 똑똑하기보다는 교활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이죠. 묘비명처럼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평생을 고민하던 위대한 가장이자 지혜로운 여우인 그는 그 당시 최고의 권력을 누렸던 종교도 왕도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대로 사용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문득 이 이야기가 12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봉건주의가 무너지고 이슬람에서 형성된 자본주의가 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던 시절, 어쩌면 여우는 자본가의 모습과도 닮은 느낌이 들죠. 그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논리가 아니라, 자신만의 논리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더욱 그러했고요. 물론 제가 받은 인상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수 있지만, 그래서인지 여우는 지극히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과 달리 여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고, 그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면에서도 매력적인 우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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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대통령의 위트 - 조지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까지: 1789~2000, 미국 대통령들의 재기 넘치는 명코멘트와 일화
밥 돌 지음, 김병찬 옮김 / 아테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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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직업이 같지만 유머 감각이 없다면 누구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해리 트루먼(33대 대통령)

헐리우드 영화를 보다 보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농담을 던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짧은 농담 한마디는 분위기를 빠르게 환기시키고,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여유를 갖게 하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질 중에, 통치력backbone과 유머 감각funny bone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에 저 역시 공감이 갑니다.

미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 밥 돌은 <위대한 대통령의 위트>를 통하여 대통령을 위트와 유머라는 능력치로 총 8단계로 구분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제일 높은 경지에 이르다의 단계에 있는 대통령 4명 중, 링컨,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가장 효율적이었던 최고의 지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제일 낮은 농담거리 신세로 구분된 8명의 대통령 중에 3명은 백악관의 실패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유머라는 어쩌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기준으로 대통령의 순위를 정리했는데, 이러한 유사점이 나온 것이 흥미로울 수 밖에 없네요.

경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그리고 사람들 생각엔 재미없었던 그들로 평가된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기억에 나요. 이상하게 저는 지미 카터의 자학개그가 좀 더 재미있었는데요. 지미 카터가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하여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니, 레이건은 “59분이 남을걸요라고 응수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바닥이라 손가락 욕에 익숙했던 카터였을까요? 한 행사에서 큰 박수로 환영을 받자 "정말 사람들이 저에게 다섯 손가락 모두를 흔드는 것을 보게 돼서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는 것을 보니, 성과 1분에 유머 59분으로 충분히 60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최악의 유머감각이다 못해 웃음거리가 된 대통령들의 이야기는 좀 안타깝기도 했어요. 제임스 뷰캐넌의 경우에는 존 셔먼 상원의원에게 헌법은 모든 불의의 사태에 대비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정신적 공백은 해당 사항이 아닌데요라는 평을 받았다고 해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혹평을 받아야 했을까 찾아보니, 노예제도 때문에 반목하던 상황에서 애매한 행보로 혼란을 가중시키는데 한 몫하고, 또 다음 대통령이 바로 링컨이었기에 더욱 비교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겠더군요. 왜인지 몰라도 번역이 조금 아쉬웠던 것 빼고는, 미국 대통령의 유머감각과 더불어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리고 풍부한 주석으로 상식도 더해나갈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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