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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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와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을 연구한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찬국은 국내 최고의 니체 권위자라고 하는데요.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를 읽다 보면, 그가 갖고 니체의 철학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식견에 감탄하게 되네요. 사실 니체하면 철학자중에서도 좀 어려운 쪽으로 생각되었는데, 유행가 덕분인지 아모르파티’, 니체가 말하던 운명애가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막연히 가까워진 느낌이 아니라, 니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철학을 살펴볼 때는 철학자들이 살던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요. 플라톤의 철인론은 스승이었던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니체가 살던 시대에 대한 고찰이 나온 것이 좋았고, 지금과 가장 비슷한 시대라는 것에 공감할 수 밖에 없네요. 시대를 지배하던 가치관이 무너지던 시절과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고 있는 듯한 지금의 모습이 말이죠. 그래서 책 제목도 참 적절한 것 같아요. 거기다 삽화가 있어서, 책을 읽다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사회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연대에 관심을 갖기도 해요. 하지만 니체는 경쟁과 투쟁이 제거된 삶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그런 것이죠. 사실 저 역시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의 관점에 동의하는 편이라, 사람들이 이기적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내면의 감시자가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이 도리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도리어 바람직한 형태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니체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본성을 애써 바꾸려 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 것이 운명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있었던 삽화도 참 좋았어요. 어쩌면 니체가 말하는 초인 역시 운명을 승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초인이라는 개념이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이를 불교와 비교해서 설명해주어서 조금 더 이해가 쉬웠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운명애와 초인을 연결시켜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니체의 철학을 풀어서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삶이 힘들 때 니체에게 묻고 싶은 10가지 질문을 통해서,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니체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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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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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나 타마로의 <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장르의 에세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소설이라고 할까요? 서간문이라고 할까요? 장르를 딱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생의 마지막을 앞둔 할머니가 고향을 떠난 손녀에게 보내는 15편의 편지를 담고 있어요. 할머니가 밝혔듯이 유언장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할머니가 그리울 때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삶에 지칠 때면 꺼내 읽으며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편지입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잠시나마 멀어졌지만 늘 그렇듯이 손녀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따듯한 마음과 그리고 할머니와 손녀사이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딸의 이야기, 가족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라요. 저는 친할머니를 뵌 적이 없어서, 외할머니에게 더욱 애틋한 마음이 있었는데요. 만약 저에게 이런 편지를 쓰실 수 있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을지요. 생각해보면 항상 저에게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잘해라,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아껴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세 달을 걸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인디언 속담을 통해 풀어나가셨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제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편이고, 또 친해지면 짓궂은 성격을 드러내는 편이라, 더욱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책을 읽으며 마치 할머니가 당신의 바람을 더해 전해주신 것처럼 느껴졌고, 더욱 겸손하게, 더욱 사람을 아끼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달리기가 아니라 활쏘기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할머니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손녀의 입장도 너무나 공감이 되기도 했고요. 제가 요즘 양궁을 조금씩 배우고 있기도 하고, 어느 정도 삶을 살다 보니, 과녁의 중앙에 맞히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것보다 도리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향은 생각지도 않고 일단 뭐라도 하려고 하는 조급함만 내세우다 보면 결국 제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겠지요. 인생은 선택이고, 그 선택에 의해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니까요. 성격이 급한 편이라,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는 것에 연연하곤 하기 때문에, 더욱 기억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저 역시 제가 늘 울할머니라고 부르던 분에게 손녀로 받은 편지 같은 느낌마저 주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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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엮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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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작가 김영하의 독서에 대한 에세이를 읽다 보니, 고전에 대해 왠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만큼 많이 들어보기도 했고, 여기저기 조각난 채로 접한 적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아니면 이번에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보며 마냥 새로웠던 저처럼 의무감으로 거의 글씨만을 읽는 수준으로 읽고 이미 기억 저 편으로 던져버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요.

단테하면 떠오르는 그의 영원한 뮤즈 베아트리체의 요절로 신곡이 나오게 되었는데요. 그에게 베아트리체는 그 존재 자체가 천국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단테의 길안내를 맡은 사람부터가 베아트리체의 부탁을 받은 시인 베르길리우스였으니까요. 지옥과 연옥에서의 이야기는 마치 신과 함께라는 웹툰이 떠오를 정도로 흥미진진하지만, 천국으로 가면 상당히 심오한 이야기가 펼쳐져요. 벌을 받는 자의 문제는 상당히 그 사연과 이유가 명료하죠. 물론 그 형벌을 받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니 좀 잔혹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요. 불화와 분열의 씨앗을 뿌렸다는 이유로 형벌을 받는 모습은 좀 널리 알려졌으면 싶기도 하고요. 천국에서는 성인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말 그대로 가르침을 주는 존재라 좀 어려운가봐요. 그가 생각하는 천국은 제가 생각하는 마냥 행복하고 안락한 천국과 다른 느낌이라고 할까요?   

완역본은 아니지만, 명화를 더해 신곡을 편역한 이 책에서는 그림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다양한 자료를 더해서 신곡을 이해하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으로 향하는 단테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잘 몰라서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단테를 읽을 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절이 아니고, 제가 유럽과 중동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문장 자체도 어렵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은유와 상징을 읽어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보충자료가 풍부하게 주워지니 책장이 잘 넘어가더군요. 물론 작품에 대한 설명이 조금씩 빠져서 찾아보기 힘든 것도 있었고, 오타가 좀 있는 면이 아쉽지만요. 이번에 신곡 뿐 아니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도 나왔던데, 책을 잘 보완하면 이 시리즈 자체를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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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로 읽는 한국 현대사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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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다룬 영화를 보면, "호외요! 호외!"라고 외치는 소년들이 거리를 뛰어다니며 뿌리는 장면이 나오곤 해요.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읽는 모습과 역사의 남을 사건들이 펼쳐지곤 합니다. 그래서 더욱 <호외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는 책에 관심을 가더군요. 호외로 강화도 조약에서 시작하여 사상 첫 북미회담까지 굵직한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은 제 기대보다도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었습니다.

저 역시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기억하는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 관련 보도가 있어요. 동아일보가 상당히 자랑스러워 하던 일로 알고 있었는데,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 있었어요. 조선중앙일보가 먼저 시작했고, 결국 자진 폐간의 길로 가게 되었어요. 동아일보는 이후 속간되면서 대일본제국의 언론 기관으로서 조선 통치의 익찬을 기한다며 자신들의 행보를 명확히 밝혀야 했죠. 문득 결국은 살아남아야 승자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호외로 오보를 낸 조선일보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공안조사청에 김일성이 피살되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고, 이를 통해 결국 오보가 나게 되는데요. 이때 피살설이라는 표현으로 단정적인 보도를 피한 중앙일보가 상을 받기도 했다고 하네요. 물론 오보는 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보에 대한 조선일보의 대처가 미흡하기 그지 없어서, 언론이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너무나 한 방향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긴급 속보 호외로 전한 주간지를 보면 그 논조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지는데요. 예전에는 뉴스를 보면 그렇구나 했었는데, 요즘은 그 글의 이면도 생각하려고 노력해서인지 정계 대학살이라는 문구가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면의 한계일지, 아니면 옛 자료의 질의 문제일지, 호외신문이 상당히 작게 실려 있어서 그 내용을 잘 읽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이 조금은 아쉬웠네요.

아무래도 지금은 대중매체가 많이 발달했고, 그 질과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보니 호외라는 것이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있는 독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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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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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치매의 영어 표현인 ‘dementia’의 어원을 알게 되었는데요. 정신을 뜻하는 ‘mens’에 떨어져나가다에 분리되거나 감소하는 뜻의 ‘de’를 붙인 것이었어요. 그래서 문득 치매는 어떤 한자어인지 살펴보다 조금은 당황하고 실망했었는데요. 아마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치매에 대한 이미지가 어쩌면 저 역시 그 일부일 뿐이겠지만 딱 그 한자어의 풀이인 어리석고 어리석어지는 병이라는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치매라는 질병은 남의 것처럼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자의 치매 유병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치매에 대해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네요. 치매를 앓게 된 환자나 그 보호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이번에 읽은 <내가 알던 그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도 참 좋아요. 58세에 알츠하이머,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웬디 미첼과 작가 아나 와튼이 함께 쓴 책인데요. 치매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거든요. 예전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읽을 때도 느낀 것인데, 우리가 갖고 있는 치매에 대한 편견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매체에서 너무나 극단적인 모습만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아서일까요? 치매라는 병은 상당히 서서히 진행되고, 나아가서 치매라는 병을 너무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과정을 각자의 방법으로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녀의 삶처럼 치매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그 역시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갈 권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런던올림픽에도 자부심을 들어냈던 영국의 국가의료체제 NHS에서 의료지원 팀장으로 일했던 그녀는 자신이 잃어가는 것들, 그 과정을 이렇게 책으로 남겼습니다. 책의 표지처럼 서서히 기억이 사라져가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상에서 불편함을 겪게 되지만, 자신의 상태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충분히 누리고 만끽하고, 또 치매라는 병을 더 잘 알기 위해 공부하고, 사람들과 그 것을 나누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왜인지 몰라도, 치매하면 침대에 누워 있는 분들을 많이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찾아온 치매와 함께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감탄스럽더군요. 물론 치매는 두려운 병입니다. 그녀가 아침마다 자신이 어떤 나일지 생각하며, 그래도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는 것을 보며, 과연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 쉽진 않았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치매에 대한 제 생각이 많이 변했고, 사회의 시선도 마땅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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