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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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정말 재미있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고조선시대부터 광복 이후까지 시대별로 우리 말이 정리되어 있어서, 마치 역사를 공부하는 느낌도 조금 들었습니다. ‘황제라는 단어를 보며 진시황이 사용한 단어로, 주나라 때 황제로 옹립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잘 못 사용한 것이 된다는 설명이 붙어 있어서 더욱 그러하죠.

 고조선 시대의 단어들 중에 기억에 나는 것은 상인商人입니다. ‘장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상나라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어요. 주나라에 의해 멸망한 상나라 사람들이 정치에서 배제되면서 장사를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하더군요. 또한 부처의 설법을 뜻하는 횡설수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다른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유래가 다른 단어이기도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팔방미인이 일본에서는 부정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거든요. 이와 유사하게 느껴져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수라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임금의 진지를 뜻하는 수라는 몽골어 술런에서 온 것이라고 하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던 어원이었네요. 그리고 낙창공주와 서덕언의 슬프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해졌던 파경도 있었어요. 또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단어로는 좀 무서운 단어가 떠오르네요. 바로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라는 뜻이 도무지입니다. 이는 물에 담근 한지를 얼굴에 몇 겹씩 발라 질식사를 하게 했던 도모지라는 형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요. 이런 표현이 맞지는 않겠지만, 정말 도무지한 상황이었을 거 같아요. 그러한 형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일상적인 단어로 정착한 것도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개화기와 광복 후로 오면 아무래도 일본어와 영어에서 나온 단어들이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중에 버스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먼저 버스운행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기억에 남고요. 그리고 변절자를 뜻하는 사쿠라사쿠라니쿠를 잘 못 줄인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벚꽃색을 띠고 있는 말고기(사쿠라니쿠)를 소고기로 오인해서 구입하는 것을 변절자로 이야기한 것인데, 이를 가지고 사쿠라가 피었다라는 식의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니 조금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정말 익숙하게 느껴지는 청양고추가 1983년에 만들어진 말이라는 것도 놀랍더군요. 우리말의 어원도 재미있고, 더불어 언어를 통해 역사까지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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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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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1927년 솔베이 학회에 참여한 물리학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감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교과서에나 볼법한 천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도 신기했고, 그들이 모여서 과연 어떤 대화를 했을지, 옆에서 듣는다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나 할 수 있을지 다양한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죠. 이번에 <두 사람의 역사>를 읽다 보면, 그 사진을 봤을 때의 놀라움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넬슨 만들레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로 마무리되는 인류의 역사에 길이 기억될 인물들의 만남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기도 했고요.

 그 중에 제일 놀랐던 것은 바로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의 만남인데요. 정치인생의 종지부가 찍힌 것이 아닌가 싶은 암울했던 시절, 처칠이 스스로 황무지의 시대라고 불렀던 10년의 시간을 앞둔 처칠, 그가 쳐놓은 마음의 벽을 깨트리고 다가온 사람이 바로 찰리 채플린이었어요. 다른 삶과 다른 시각과 다른 철학을 갖고 있었지만, 서로에게 감탄했던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들도 이색적이었고,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딱 두 사람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접점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유머라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요.

 본인도 위대한 지식인이었던 버트런드 러셀의 제자로 인연을 맺은 존 메이어 케인스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경제학으로 자신의 진로를 잡고 나아간 케인스와 평생을 자신의 길을 탐구했다는 비트겐슈타인간의 교류가 흥미롭게 느껴졌고요. 세계대전으로 고향으로 돌아간 비트겐슈타인에게 포로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는 편지를 보낸 케인스는 역시나 경제학의 대가답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완성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저는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것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쨌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라는 서문으로 시작된 이 책의 마무리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데이비드 흄과 아담 스미스가 함께한 시간, 그들이 탐구했던 자유, 그리고 그들이 강조했던 책임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어요. 저는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을 아주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담스미스 하면 국부론, 보이지 않는 손, 이렇게 줄줄이 몇 개의 개념만 대는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삶과 교류를 통해 살펴보니, 제가 알고 있는 개념들의 안에 얼마나 치열한 탐구가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렇게 대표적인 개념들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철학은 그들의 삶을 관통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욱 이런 책이 중요하게 느껴졌고, 의미 있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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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아트북 프리미엄 : 타워 브리지 - 1399 PIECES 스티커 아트북 프리미엄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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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엽서북으로 스티커아트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 프리미엄 시리즈가 나와서 바로 도전해보게 되었어요. 원래는 아메리칸 쇼트헤어를 하려고 했는데, 스티커에 조금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교환을 해준다고 하고, 다행히 타워브리지를 추가로 구매해놓은 걸 먼저 시작했어요. ‘키스는 동생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진행 중이더군요.

 엽서북과 달리 크기도 크고, 1399개의 스티커 조각을 붙여야 해서,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더군요. 그래도 조금씩 완성해나갈수록 섬세함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어요. 특히 타워브리지는 밤하늘의 별이 빛나는 느낌으로 배경이 처리가 되어 있어서 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벽돌느낌이라 스티커아트와 더욱 잘 부합되는 것 같아요. 잘 못 붙여서 조금씩 공간이 생겨도 무난해 보일 정도더군요. 처음 하시는 분이라면 타워 브리지로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번호대로 붙이기만 하면 되지만, 하다 보면 스티커 크기가 너무 작아서 괴롭기도 하고요. 또 중간중간 관리를 잘 못한 탓인지 스티커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카페트나 쇼파에서 그 조각을 발견할 때면 철렁하기도 하더군요. 아차 잃어버리면 완성이 불가능 한 것이니까요. 차라리 가격을 조금 올리더라도, 스티커를 2부씩 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미 한 조각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네요.

 그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스티커북을 채워나가다보니 어느새 작품의 완성이 눈 앞에 온 것 같아서 뿌듯하고요. 물론 제가 세밀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깔끔하게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보면 제 눈에는 마냥 아름답게 보이네요. 요즘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많았는데, 프리미엄 스티커 아트북과 함께 머리를 비워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마무리를 하러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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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회화 - 오늘 만나는 우리 옛 그림
윤철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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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회화와 금강산하면, 겸재 정선의 그림을 떠올리곤 하죠. 그만큼 지배적인 화풍이기도 했지만 정수영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낸 금강산 그림도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조선시대의 그림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인지, 대표적인 작품들로만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회화>처럼 다양한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소개하는 책이 반갑게 느껴지네요.

 조선시대를 지배한 주자성리학은 엄격한 수련과 수양을 일상으로 끌고 들어왔고, 당연히 그림 역시 문인화가 발전하게 되는데요. 거기다 뜻을 잃은 선비들이 서원으로 향하면서 세상을 피해 숨어사는 은자사상이 그림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조선전기를 대표하는 화가라면 아무래도 안견이겠죠. 하지만 진작은 몽유도원도하나뿐이고, 대부분 '() 안견' 즉 안견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작품들만이 있다는 것이 아쉽네요. 또한 중국에서까지 그 재주를 인정받았다는 화가 이녕을 비롯한 다양한 고려시대의 작품들이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러해요. 책에서 그 유산으로 보이는 조선 초기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옛 그림과 또 다른 멋이 있더라고요.

 임진왜란 이후 새로운 사회상이 펼쳐지게 되는데요. 명의 인쇄출판기술이 전해지면서 소수가 독점하던 책이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나아가서 그림을 감상하는 계층도 늘어가게 됩니다. 이때 활발한 미술 평론활동을 한 강세황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는 그림 실력도 뛰어났다고 해요. 사실 그의 작품을 보고 추사 김정희의 작품인줄 알았을 정도였어요. 이후 길상화 민화까지 더해지면서 문인화를 주류로 했던 조선시대의 회화는 다양성이 더해지며 풍부해집니다. 아무래도 작품을 많이 수록하고, 설명도 충분히 해주고 있어서, 마치 은자의 삶에서 민초의 삶으로 화가의 시선이 넓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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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탄생 - 소리와 듣기에 대한 폭넓은 역사적 탐험
데이비드 헨디 지음, 배현.한정연 옮김 / 시공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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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살아가야 했던 초기의 인류는 소리를 통해서 소통하고, 사회적 유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런 선사시대부터 이제는 방음은 방탄조끼처럼 훌륭하다라고 말에 저 역시 적극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증폭의 시대까지, 소리라는 관점으로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리의 탄생>

 소리를 통해 생존을 그리고 실존과 정의를 탐구하던 사람들이 종교의 시대를 넘어서며 다시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투쟁과 혁명의 시대에도 소리는 많은 역할을 해내는데요. 그래서인지 민주주의는 늘 어느 정도는 청각적인 투쟁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더군요. 프랑스대혁명때도 국민주의를 고취시키는 라마르세예즈가 있었고, 파리꼬뮌의 인터내셔널가도 생각나고요.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폭력적이었다는 노예 반란인 스토노 반란때도 "춤추고 노래 부르고 북을 두드리고 흑인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며" 사람들을 모으고, 뜻을 함께하니까요. 물론 진압군까지 모이게 한 역기능이 있기는 했지만요. 그래서인지 서아프리카에 정착한 선교사들은 그런 것들을 애초에 막기도 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감정과 생각을 소리에 실어서 나누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인간의 본능이랄까요?

 그리고 라디오의 시대가 열립니다. 라디오라는 새로운 매체의 엄청난 힘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하는데요. 이를 통해 게르만 민족이 단일한 사고방식을 공유할 수 있다고 믿었던 제프 괴벨스는 라디오 방송을 나치의 홍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요. 영국의 지식인들은 영국인의 사고방식이 획일화되고 결국 평범해질까봐 걱정했다니, 선견지명의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했어요. 또한 미국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발언을 자유롭게를 캐치플레이로 무한경쟁의 상업방송으로 나아가죠. 그리고 이제는 도리어 고요와 침묵을 갈망하게 된 시대까지, 이렇게 소리와 함께 발전해온 인류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롭고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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