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평점 :
예전에 1927년
솔베이 학회에 참여한 물리학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감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교과서에나 볼법한 천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도 신기했고, 그들이
모여서 과연 어떤 대화를 했을지, 옆에서 듣는다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나 할 수 있을지 다양한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죠. 이번에 <두 사람의 역사>를 읽다 보면, 그 사진을 봤을 때의 놀라움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넬슨 만들레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로 마무리되는 인류의 역사에 길이
기억될 인물들의 만남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기도 했고요.
그
중에 제일 놀랐던 것은 바로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의 만남인데요. 정치인생의 종지부가 찍힌 것이
아닌가 싶은 암울했던 시절, 처칠이 스스로 황무지의 시대라고 불렀던
10년의 시간을 앞둔 처칠, 그가 쳐놓은 마음의 벽을 깨트리고 다가온 사람이 바로 찰리
채플린이었어요. 다른 삶과 다른 시각과 다른 철학을 갖고 있었지만, 서로에게
감탄했던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들도 이색적이었고,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딱 두
사람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접점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유머라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요.
본인도
위대한 지식인이었던 버트런드 러셀의 제자로 인연을 맺은 존 메이어 케인스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경제학으로 자신의 진로를 잡고 나아간 케인스와 평생을 자신의 길을 탐구했다는
비트겐슈타인간의 교류가 흥미롭게 느껴졌고요. 세계대전으로 고향으로 돌아간 비트겐슈타인에게 포로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는 편지를 보낸 케인스는 역시나 경제학의 대가답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완성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저는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것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쨌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라는 서문으로 시작된 이 책의 마무리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데이비드 흄과 아담 스미스가 함께한 시간, 그들이 탐구했던 자유, 그리고
그들이 강조했던 책임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어요. 저는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을 아주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담스미스 하면 국부론, 보이지
않는 손, 이렇게 줄줄이 몇 개의 개념만 대는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삶과 교류를 통해 살펴보니, 제가 알고 있는 개념들의 안에 얼마나 치열한 탐구가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렇게 대표적인 개념들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철학은 그들의 삶을 관통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욱 이런 책이 중요하게 느껴졌고, 의미 있는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