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별게 다 고민입니다 - 동물 선생 고민 상담소
고바야시 유리코 지음, 오바타 사키 그림, 이용택 옮김,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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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동물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많은 동물을 관찰하던 고바야시 유리코는 건기에 접어든 초원에 단 하나 남은 물웅덩이에서 동물들이 모여들어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녀는 지금을 살아가는동물들을 보면서 사람의 고민을 동물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과거와 미래의 그 어디쯤서 방황하게 되는 인간을 대신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동물들이 내놓을 답을 고민하는 것 정말 흥미로운 시도네요. 거기에 일러스트레이터 오바타 사키의 단순하지만 개성적인 그림과 동물학자인 이마이즈미 타다야키의 감수와 동물잡담이라는 칼럼이 더해져 완성된 <정말 별게 다 고민입니다>

 생활, 가족, , 연애, 학교를 주제로 한 다양한 고민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고민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게 되더군요. “눈에 띄는 일을 하면 잘난 체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겁이 납니다라는 질문에 답을 준 동물은 세상 혼자 사는 셀럽이라는 별칭을 가진 인도공작입니다. “나만의 색깔을 갖고 싶다면, 하고 싶은 일을 용기 있게 해야 합니다.” 야생의 세계에서는 화려한 모습은 그다지 유리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천적에게 자신을 숨기기 위해 보호색까지 사용하는 세계니 말이죠. 하지만 인도공작은 생존의 위험을 무릅쓰고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하여 자손을 많이 남기는 것을 선택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자신을 감추는 것이 과연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인지 잘 가늠해볼 수 있는 이야기더군요. ‘상담자 프로필이라고 하여 동물 소개도 나오는데, 싫어하는 것이 호랑이와 표범이라는 것을 보니 더욱 인도공작의 대범함과 조언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 맛 전도사코알라와 식생활 교육의 달인인 반달곰이 조언을 해주는데요. 언제든지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게 된 인간의 편식이 점점 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만해도 제가 먹고 싶은 것만 먹으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남들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표류생활의 달인해달이 해주는 조언이 딱인거 같아요. 해달은 해저에서부터 자라나는 다시마를 온 몸에 휘감고 잠이 든다고 해요. 자신도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지 않기 위한 해달의 지혜는 저에게도 영감을 주더군요. 또한 바다의 현실주의자흰동가리가 전해주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어렸을 때와 달리 사회에 나오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참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차라리 그런 상황을 인정하고 서로가 -할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하라는 것이 상당히 현실적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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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홀릭 1 - 내가 제일 좋아하는것은 몬스터
에밀 페리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사일런스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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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혹은 그로테스크한 그래픽노블을 만났네요. 강렬한 표지와 또 그 표지로 그대로 만든 노트까지, 네 명의 여인이 절 바라볼 때는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눈에 익을수록 그림이 정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동자에 비친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져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푸르스름한 피부 톤이 그녀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찌푸려진 미간과 경직된 표정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해요.

 에밀 페리스의 <몬스터홀릭. My Favorite Thing is Monster>은 캐런의 노트 혹은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것만 같아요. 줄이 쳐져 있는 종이에 그려진 그림도 그러하고, 클립으로 고정시켜놓은 듯한 메모처럼 다양한 장치가 그런 느낌을 주고요. 무엇보다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볼펜이나 연필을 사용한 그림이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몬스터를 좋아하는 캐런이 언데드를 꿈꾸며 늑대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그 내면에 쉽게 빠져들게 되네요. 소녀의 눈에는 못되고 평범하고 따분하기만 하고, 남들과 다른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니까요.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캐런과 가족이기에 그녀는 몬스터가 되고 싶을 뿐이죠. 이 작품에서 보이는 시카고의 모습은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그녀의 선택이 이해가 될 정도네요. 남들과 다른 것은 여전하겠지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 받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질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하기도 하고요.

 캐런에게 늘 검은 호밀빵을 주던 앙카가 살해 당하면서 캐런은 또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앙카의 세상은 더욱 노골적으로 차별이 이루어지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캐런이 앙카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며 나아가지만, 저는 그 흐름을 완전히 따라가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림의 독특함과 정교함이 시선을 뺏기도 했고, 몬스터와 사람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점점 더 혼란스러웠거든요. 나중에는 캐런이 보는 세상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던 것 같아요. 앨리슨 벡델이 좋은 의미에서 이 책 자체가 하나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평을 했던데, 저는 어떤 의미에서든이라고 거들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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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을 읽다 - 빅데이터로 본 우리 마음의 궤적
배영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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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죠. 그렇다면 한 사회의 구성원이 많이 사용하는 말들을 살펴보면, 그 사회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읽은 <지금, 한국을 읽다>는 빅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인 자료와 인문학적인 분석을 통해 그러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인데요. 데이터 분석 전문가이자 사회학자인 교수 배영이 SNS데이터와 언론기사 데이터를 분석하여 한국사회를 읽어줍니다.

 신조어를 그래도 대충 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따돌림이라는 스따라는 낯선 단어가 등장하는 혼밥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때도 혼자 영화를 보러 다녔고, 대학 1학년때 혼자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즐기기도 해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 조금은 신기할 때도 많아요. 책을 읽다 깨닫게 되었는데, 저에게는 그런 시간이 스따에 가까웠던 것이죠. 스스로 휴식을 원해서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것이니까요. 어린 시절에도 사촌동생들이 집에 놀러 오면 함께 어울려 놀다가 제 방에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뭐하냐고 물어보니 쉬고 있다고 했다니 말이죠. 물론 이러한 형태도 있겠지만, 함께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살펴보면 과연 지금의 현상이 불황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파편화와 함께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더군요.

 북한에 대한 빅데이터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의 조사로 보면 더욱 흥미로운데요. 북한과 한국과의 관계의 변화가 그대로 들어나거든요. 또한 행복과 불행에 연관어를 살펴보는 것도 사회속의 개인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합니다. 빅데이터를 어떤 키워드로 혹은 어떤 매체를 중심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또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어요. 뉴스와 SNS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것이 저출산이라는 키워드였는데요. 저출산정책이 왜 현실과 유리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어요.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현재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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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간 과학 - 우주 생명 정신을 주제로 한 석학들의 대화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6
한스 페터 뒤르 외 지음, 여상훈 옮김 / 씽크스마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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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자연과학은 무력하고, 자연과학 없는 종교는 눈먼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다르게 신학과 과학은 지적인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네요. 그래서 독일 바이에른 방송이 자연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4부작으로 진행한 것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신 인간 과학>은 평온한 토스카나의 여름 밤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학자들의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가 우려했던 것만큼 어려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자연과학에서 인간을 너무나 객관적인 관찰자로 가정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요. 자연의 질서와 신의 전후관계를 가정하는 과정도 그러했습니다. 인간이 신이 세계를 만들어낸 질서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종교이기에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해가 되고요. 자연을 주변세계로 볼 것인지,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 볼 것인지에 대한 입장도 흥미로웠고요. 보통 과학에 대해서는 그 결과만을 살펴보는 것도 바쁘기 때문에, 사유의 과정을 잠시나마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경험이었네요.

 얼마 전에 현대인과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나는 누구인가>에서 자연과학의 시선에 갇혀 도리어 세상을 좁게 보고 있다라는 글을 오랫동안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저는 종교가 사람을 편협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죠. 이 책을 읽으면서도 결국 누구나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종교도 과학도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고, 답해줄 수 없기에, 서로가 갖고 있는 다른 시점을 이해하고, 또한 서로의 한계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죠. 그렇게 함께 모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요즘 우리가 말하는 융합과 창조의 학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라이너 쿤체의 경고에 답하기 위한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는 지구를 괴롭혔고,

지구는 이제 자신의 걸작품을 거두어 들인다.

그 하나인 우리까지도.

-라이너 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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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리멤버 -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심승현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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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제 서재에서 펜꽂이로 사용하는 작은 컵에 그려져 있는 파페와 포포, 볼 때마다 따듯하고 행복한 감정들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거 같아요. 오랜 시간 동안 좋아했기에, 다시 만나서 더욱 행복했던 <파페포포 리멤버>입니다. 부제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책을 읽다가 그 우리 속에 내가 있다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였죠. 한참 이 시리즈를 챙겨 읽을 때도 잊지 말아야지했던 이야기를 보며 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요한 거리,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많은 사람을 만났음에도 여전히 가늠하지 못하는 그 거리니까요.

그 동안 나왔던 파페포포 이야기 중에서 온기, 사랑, 여유, , 행복이라는 주제로 50가지의 에피소드를 선별하고 그리고 새로운 에피소드 다섯 편을 더해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거 같아요. ‘지금 넌 행복하니?’ 그리고 저는 행복을 곁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또 금새 잊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벌써 아쉬운 것 같아요. 왜 항상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지…. 예전에 파페포포를 읽으면 행복했다면, 지금은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그 순간일 뿐인 자신이 말이죠.

그래도 다시 작은 희망을 키우게 만드는 것 역시 파페와 포포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자고 말이죠~ 아픈 시간을 애써 지우려고만 하지 말고, 기억할 추억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고 말이죠~ 그리고 누구나 수없이 넘어지면서 결국 걷게 되는 것처럼, 제가 느끼는 아쉬움도 그런 과정일 수 있다는 위로까지 말이죠~ 내일은 희망과 설렘이 없이 눈을 떠도, 어떻게든 희망과 설렘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도 생기고요. 저에게 파페와 포포는 언제나 용기와 위로와 희망을 주는 그런 친구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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