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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 가수 이소은 뉴욕 로펌을 사로잡다
이소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작별이라는 노래로 이소은을 알게 되어서 김동률씨와 함께 부른 기적이라는 노래는 아직도 나의 아이팟에 담겨 있을 정도로.. 그녀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좋아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음반활동이 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그녀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로펌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참 다재다능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읽은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에서는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다른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자신의 실패에 좌절하고, 또 그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일어서는 이소은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가 미국 로스쿨에서 느꼈을 언어장벽을 나 역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여러가지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고 그녀의 도전정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녀에게는 법학용어가 벽이였고, 나에게는 경제,경영용어가 벽이였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언어장벽을 이렇게 심하게 느낄꺼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일을 배우면서 제일 많이 쓴 영어는.. 다름 아닌..
"In English, Please."
그래서 판례를 한페이지 읽는데 몇시간씩 걸리는 로스쿨 수업에서 그녀가 느꼈을 좌절이 얼마나 깊었을지.. 그녀의 표현대로 '하루하루 내가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확인하는 고통의 시기' 라는 말이 전혀 과장되지 않은 것을 나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안에 숨겨져있는 낯선 방들을 찾아내 그 속에 보물들을 손에 쥐게 된다. 난 이소은이 한 그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우리 내면에 수많은 작은 방이 있고.. 그 방안에는 나에게 필요한 소중한 것들이 채워져 있다는.. 하지만 그 방을 우리가 알지 못하고.. 들어가보지 못해서.. 깨닫지 못하고 있다라는.. 솔직히, 난 아직도 미지수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나에게도 그런 방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지금까지 버텨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온 이 구절 역시 비슷하게 느껴졌다. ^^* 그녀가 그 시절을 극복해낸 방법중에 인상적이였던 것은.. 질문이다. 느려도 괜찮다. 속도고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그것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날때마다 교수님을 붙잡고 '잠깐만요. 질문 하나만 더요!'라며 복도에 서 있는 그녀가 얼마나 대견하게 느껴지는지.. 전문용어를 쉬운말로 설명해달라고 말하면서 늘 자신을 한심하게 느꼈던 나로서는 그녀의 모습이 큰 자극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강점이 아닌것을 약점으로 보기보다는 강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방식을 배우고 싶어졌다. 나는 늘 내가 못하는 것은 '태어날때부터 못했다. 관심없다. 하고 싶지 않다'라는 식으로 외면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못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못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발전해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의 조언도 그녀에게는 큰 힘이 되어주었으리라.. 태어나서 처음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고 좌절하는 그녀에게 어머님이 해주신 조언.. '시험 성적은 내가 아니다. 너 자신과 성적을 분리해서 생각해.' 그리고 친구가 전해준 은희경님의 [새의 선물]의 한 구절 '삶이 내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의 언니가 남긴 편지.. '하늘 높이 달을 향해 손을 뻗는 걸 두려워 말라. 달을 놓치더라도 별들 사이에 살아갈 수 있을테니 (Don't be afraid to reach fir the moon, for even if you miss, you will live among the stars. )' 나에게도 정말 큰 위로가 되어준 이야기들이였기에 그런 친구들과 가족을 갖은 그녀가 부럽게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