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인생노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최종옥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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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서 단 한 권의 책만 가지라 하면 나는 주저 없이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을 선택하리라

 알렉산드르 솔체니친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칸트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한 것에 처음에는 불만을 갖고 있다가 점점 생각을 바꾸게 되었는데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늘 배워왔어요. 그런 저에게 올바른 행실도 습관이 되면 좋을 것이 없다. 이미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버렸다면 옳은 행위도 도덕적인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한 칸트의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었죠. 하지만 칸트에 대해 그 동안 제가 배우고 이해한 것을 생각한다면, 그는 이성의 의도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거든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그 것이 이성에 기반하지 않고, 습관에 기반하고 있다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넘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을 톨스토이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경험입니다. 이 책의 원제가 <독서의 고리>라고 하던데, 그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또한 그는 자신이 인용한 문구가 원문과 다를 수 있다고 미리 밝히고 있는데요. 자신은 번역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인류의 지적 유산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옮겼다고 하네요. 러시아어를 할 줄 안다면 정말 한번 꼭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만, 일단 이렇게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주제를 갖고 좋은 글을 읽을 수 있고, 거기에 더해 그 글을 가지고 명상하고 자아성찰을 하며 글로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또한 하나의 큰 주제가 정리되면, ‘내가 만든 원칙 체크해보기가 준비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과연 이렇게 좋은 글에 제 글을 덧붙여도 되나 용기가 안 생기기도 하지만요. 그런 마음을 먹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진리는 위대한 책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나 편지에 담겨있다라는 글이 나오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세상만사를 통찰한 성인이 등장하여, 그 지헤를 전해준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듣지 않는다면 그저 공허한 외침에 불가하겠죠. 제가 이 책에 어떤 살을 붙이느냐에 따라, 제 생각의 깊이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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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사연들 -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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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단어가 만들어지고 오랜 시간 사용되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수히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신조어를 바라봐도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그 세계가 풍부하다는 말도 되지만, 나아가서 사람들이 거기에 공감하는 어휘 감수성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도 풍부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영어의 어휘가 풍부해진 이유 중에 하나를 수많은 어휘를 받아들이고 사용하면서 동의어가 발달했다고 추정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더군요.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했고, <유의어〮반의어 사전>의 편자 김광해가 한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유의어를 많이 안다는 것은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것과 함께 언어적 사고력이 뛰어난다는 것 뜻"

 물론 이 책에서 어떤 언어가 뛰어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각자의 언어가 갖고 있는 특성이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에 담겨 있는 사연들을 통해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을 살펴보는 것이죠. 저는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말이 좋아요. 가끔 그 말을 해석해주고 싶어도, 딱히 설명하기가 힘들었는데요. 그 것을 살펴본 분이 있었다는 것이 좋기도 하고요. 콩을 털어내고 남은 껍질이 눈에 씌는 확률은 정말 낮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이런 표현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온 것이 놀라운 것이라고 해요. 단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상황을 공유하거나 비슷한 연상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고양이가 나비로도 불리는 것처럼 말이죠. 책을 보다 보니 왜 이런 표현이 생겨났을까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콩깍지처럼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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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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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작품과 작가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작가의 삶이 문학작품에 녹아들기 마련이죠. 그래서 작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문학작품을 이해하는데 좋은 자양분이 되곤 합니다.

 이번에 읽은 홍지화의 <한국 문단의 스캔들>에서는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의 삶을 살펴볼수 있는 책인데요. 그들의 삶 전체를 조망하기보다는, 그들이 열정을 쏟은 순간에 주목합니다. 제가 인상깊게 읽은 사람은 김우진입니다. ‘사의 찬미최초의 대한해협 정사 사건으로 유명한 윤심덕이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겨서일까, 상대적으로 김우진에 주목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김우진은 목포 제일 갑부의 후계자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에게는 그 자리가 창살없는 감옥같았고, 일본 유학길에 꿈의 날개를 비로서 달게 됩니다.

 시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던 김우진은 첫날밤으로 아내와의 동상이몽을 그렸고, ‘이국의 소녀로 일본에서 만난 여인과의 연정을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물과 불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결을 보여주었던 윤심덕과의 마음은 추사라는 시로 보여줍니다. 격정적인 윤심덕과의 사랑에는 많은 난관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윤심덕의 스캔들이었습니다. 화려한 그녀를 트로피처럼 손에 쥐고자 하는 남자들이 많았고, 그 중에 경성 장안의 갑부 이용문과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최초의 여류성악가였던 윤심덕은 사랑과 커리어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지극히 자극적인 시선으로 추측성의 기사가 쏟아지면서, 김우진마저 큰 실망을 하게 되거든요. 이러한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져서, 드라마틱한 삶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최초의 극작가 겸 연출가였던 김우진의 이야기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는 생이란 것은 고민이오, 전투요라고 말했었는데요. 어쩌면 요즘 말로 금수저로 태어나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특히나 창작에 대해 늘 고민했는데요. 작가의 자유의지에서 우러나는 진실된 창작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그이기에, 계몽주의 문인의 저격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신여성을 자처했던 나혜석의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솔직히 저는 나혜석의 삶과 그녀의 유명세의 정점이 되기도 했던 이혼 고백장은 여전히 공감이 안되네요. 언젠가 더 나이가 들고, 세상을 더 많이 보면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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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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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하면, 예술과 미식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릅니다. 쫄깃한 맛이 일품인 사누키 우동의 고장이기도 하고, 페리를 타고 나가면 예술의 섬인 나오시마로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 나오시마를 가기 위해 스치듯 지나갔던 도시여서, 미처 알아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네요. 맛과 멋이 살아 숨쉬는 그 곳에서 한달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를 읽으며 부러움이 가득한 이유도 거기있네요.

다카마쓰는 소도시입니다. 어쩌면 도시의 일상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공간이죠.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길과 옛날 식 집이 그대로 보존된 고즈넉함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저 역시 도시를 다니면서 한 달 살아보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나름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라는 프로젝트가 버킷리스트에 있기 때문에 구상을 해본적도 있지요. 도시라는 말보다는 마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곳에서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일상을 나눠보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하지만 마을이라는 작은 공동체에 이방인은 너무 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이 정도의 규모가 합리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책과 음악 그리고 커피향이 가득한 공간과 바닷가에서의 산책,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체험도있고요. 거기다 일보일경이라는 리쓰린공원과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서있는 사누키만노공원까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책 자체가 한달살기에 대한 정보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어서, 저의 첫 도전을 다카마쓰로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아 물론 여행팁도 있으니, 일단 다카마쓰와 친해지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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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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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와 다이주의 막차의 신, 終電の神樣이 에키나가 서점 대상 1위에 오른 것이 왠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내에 있는 서점에 놓여 있는 막차의 , 저도 공항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공항에 관련된 책을 많이 집어 들곤 해서 그런 같네요. 그리고 왠지神樣하면 신이라는 뜻에 대해서신이시여~’라는 뉘앙스도 느껴져요. 만약 제가 JR 동일본 서점 체인인 익스프레스 들렸다가 책을 봤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했을 같네요. 물론 제목만으로 40만부가 판매될 수는 없겠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포인트로가 생각하게 되요.

막차의 신은 7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사람들로 가득 막차가 갑자기 멈춰섭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보며 약간의 짜증이 섞인 당황스러움을 읽어내고 있겠지만, 사람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죠. 저는 시간은 그저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이 모자이크처럼 계속 연결되는 것이 시간이 아닌가 하네요. 그런 순간들을 제가 느꼈던 제목의 느낌처럼신이시여~’ 외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요.

바로오므려지지 않는 가위인데요. 정년퇴직하고 가업을 이어받은 다카하시와 대화를 하던 도시카즈는신입사원이자 사장이라는 말을 되뇌죠. 이발소를 하고 있는 부모님을 떠올리는 아들의 머리에머리 오타쿠라는 표현을 절로 떠오를 정도지만, 이발학교까지 다녔던 그는 가업을 잇지 않고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두암에 걸리고도 이발사로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치료를 미루던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향하던 도시카즈는 막차가 멈춰서자 당황할 밖에 없는데요. 어쩌면 후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은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기는 해요. 저도 할아버지를 많이 떠올렸고,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도 많았고, 그래서 더욱 좋았던 같아요. 뜻밖의 반전이 있던 이야기도 여럿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의 진행에서 반전을 느끼고 싶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밖에서 보면 막차에 탄 승객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보통 드러나는 행동을 보며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떠한 평가를 내리기가 쉬워요. 저 역시 그러하고요. 그래서 때로는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려면 평소에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일상 속의 풍경 한 조각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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