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 실제로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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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조선시대를 왕권과 신권의 끝없는 대립과 조화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참모로 산다는 것>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던 책이었는데요. 조선시대 전문가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는 신병주 교수와 함께 참모라는 키워드로 조선시대를 들여다 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정도전, 황희 조광조, 정철, 송시열, 정약용같이 익히 알고 있던 참모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하지만 한명회, 신숙주, 하륜처럼 이미 알려진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하게 뒤덮고 있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워낙 장희빈과 인현왕후에 스포트라이트가 많이 가서, 미처 잘 몰랐던 숙종을 발견할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다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보여주었던 참모로서의 면모가 너무 저 편으로 미루어져 있으니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신숙주에 대해 더 탐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재위기간은 가장 짧았지만 가장 준비되었던 왕이라 평가되었던 인종과 그의 스승이었던 김인후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오래 남네요. 어떻게 보면 소설에나 나올법한 낭만적인 관계였다 싶은 것은, 권력욕에 사로잡히기 전에 모든 이야기가 정리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분명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왕과 그들의 참모 역시 그런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요즘 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 시대의 기재이다 싶은 허균까지, 허균처럼 알면 알수록 독특한 인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가 홍길동전을 쓸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상할 정도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조선시대의 왕들입니다. 참모를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여 참모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야 하지만, 그 와중에 왕권을 높여야 하며 균형추를 놓지 말아야 했던 조선시대의 왕들을 보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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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1
만프레트 마이 지음, 김태환 옮김 / 이화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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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교양 시리즈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아, 쉽게 풀어주고자 책이 나오고 있어요. 저는 종교편부터 읽었고, 이번에는 세계사를 읽었습니다. 책 날개를 보니 근간으로 다양한 주제가 기다리고 있는데, 저는 정치, 지구의 역사, 전쟁과 평화의 역사가 기대되네요. 저자가 조금씩 다른데, 이번에 <세계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의 저자인 만프레트 마이의 이름은 근간 도서 목록에 안 보이는 것이 아주 조금은 아쉽네요.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그런 거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역사 과목을 워낙 좋아했고 지금도 그 성향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개별적인 사건으로 암기했던 것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잡아주는 책들이 많이 나오는 거 같아서 좋습니다. 이 책 역시 사건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 사건의 전후 관계를 짚어주는 점이 좋더군요. “내가 다스리는 나라는 누구나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구원받을 수 있다프로이센을 유럽의 강대국으로 만든 프리드리히 대제의 말인데요. 그가 16세기에 계몽주의 군주를 이상향으로 삼았다는 것이 저는 놀랍더군요. 군인왕이었던 선친의 강압적인 교육방식에 대한 나름의 자기 성찰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런 부분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큰 재미이네요. 이처럼 과거의 역사적 사실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와도 분명한 연결점이 보이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물론 유럽사를 제외하고 다른 부분은 좀 스치듯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대사 분량이 꽤 많다는 것은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56개의 사건 중에 중동분쟁과 경제대국 일본,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 그리고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두 나라를 바라보는 정치, 인권적인 문제들을 너무나 유럽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물론 제 생각이 문제일 수 있겠지만, 여러 나라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역사와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왔으니 말이죠. 특히나 중국이 갖고 있는 특수성 역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고요. 중동분쟁을 가치의 충돌로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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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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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치료사 로버트 U. 아케렛의 <어느 날 나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1957년 자신을 백작부인이라고 믿고 있는 나오미 골드버그를 첫 내담자로 만났던 그가 충분히 가질 수 밖에 없는 의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치료를 하기 위해 내담자와 충분히 라포를 형성해야 했을 것이고, 그는 이를 헌신적이고 애정 어린 유대라고까지 표현합니다. 그렇게 함께 길을 걷다가, 어느 날 내담자가 진료실을 떠나면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전혀 알 수 없으니 말이죠. 마치 서막만 있을 뿐 결말은 없는 책으로 가득 차 있는 기분이 들겠죠. 그래서 예순여섯 살이 된 그는 충분히 상대의 양해를 구하고, 5명의 내담자를 만나 마침내 어느 정도는 닫힌 결말을 가진 책을 갖게 됩니다.

 정말 상상하기 힘든 문제를 안고 심리치료를 받게 위해 찾아온 내담자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들의 삶이 3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를 인간의 생존력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저는 심리치료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왜곡된 사고의 사슬을 끊어낼 방법이 없으니 말이죠. 물론 북극곰과 사랑에 빠졌던 찰스를 보며 그가 잃은 순수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윤리와 개인의 행복이 충돌할 때 느껴지는 딜레마라고 할까요? 아주 위험한 취향을 가진 내담자의 사례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저자의 안타까움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한 편의 소설 같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반사회적인 취향을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또 걱정스러운 문제이기도 하죠.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다양한 정신분석이론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담자의 이상행동을 통해 그의 억압된 무의식을 탐구하고, 그러한 경험과 충동에 대해 내담자가 통찰력을 갖고 이해하여 결국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치료라는 것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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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뼈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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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소설을 즐겨보는 편인데, 데뷔작부터 상당히 강렬한 작가들이 많죠. <피와 뼈의 아이들>의 토미 아데예미 역시 그렇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오리샤의 전설트릴로지의 서막이 열렸으니 말이죠. 사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어서, 그러한 메시지를 명확하게 읽어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원래는 마법을 갖고 태어나는 마자이와 그렇지 못했던 코시단이 공존했던 오리샤의 비극을 가져온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차별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겠더군요.

 그러한 비극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오리샤의 왕이죠. 그의 명령에 따른 위병들의 무자비한 학살을 기억하는 제일리는 마법을 가진 자의 상징을 갖고 태어났어요. 바로 새하얀 머리카락이죠. 엄마의 죽음을 지켜본 것도 큰 상처인데, 그저 머리카락이 하얗다는 이유만으로 최하층민으로 전락하여 온갖 차별을 당했던 제일리가 사라졌던 마법을 다시 불러오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지도 모르겠어요. 강인한 전사이지만, 왠지 모르게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갖고 있어서인지 때로는 전사의 캐릭터에 소녀의 마음이 들어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게 맞는 캐릭터이긴 하거든요. 그녀를 뒤쫓는 왕자 이난과의 부딪침에서 더욱 그런 면이 부각되기도 했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단단해지는 마음을 보여주어서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좀 이해가 안 갔지만, 갈수록 정이 갔던 캐릭터는 바로 이난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절대적인 신념을 맹종했고, 그래서 그 딱딱한 알이 깨어지는 상황에 놓인 인물이기도 하죠. 그가 보이는 반응들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고 할까요? 제가 그 상황이었어도 당연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해내는 것으로 끝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난 앞에 놓인 운명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세 명의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요. 그래서 제일리와 아마리의 시점이 교차될 때 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난의 꿈을 통해서 아마리가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는 단순한 악역으로 남을 확률이 높았겠죠.

 인물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끝없는 추격전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그려내는 묘사가 정말 환상적이었거든요. 읽으면서 절로 매혹되는 기분이 들었는데,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떤 느낌일지 자꾸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고난을 통해 점점 더 단단해지는 원정대와 그들과의 이상한 교감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추격대까지, 과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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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걸스 1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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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도 2차 세계 대전이라는 거대하고 비극적인 시간 속에서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춘 책을 읽었었는데요. 이번에 읽은 <라일락 걸스> 역시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어요. 이 책의 작가인 마샤 홀 켈리는 잡지에 실린 캐롤라인 패리디의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쟁을 겪으며 고아가 되었거나, 육체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여성을 위해 헌신했던 여성인데요. 책에서도 캐롤라인 이라는 이름 그대로 등장하며, 그녀가 세상에 펼친 사랑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저는 라일락의 색과 향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제목에 확 호기심이 생긴 이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도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 토끼와 주사바늘이 의미하는 것은 상당히 가슴 아픈 것이었습니다. 나치의 여성 전용 수용소인 라벤스브뤼크에 있던 여성 중에서 생체실험을 받은 여성들을 래빗이라고 불렀던 것이죠. 실험 대상이었던 여성들이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깡총깡총 뛰어다닌다고 해서 래빗이라고 했다니, 사람이 갖고 있는 무감각함이 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저 나치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언니와 엄마까지 함께 이 곳으로 끌려와야 했던 카샤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하기도 힘드네요.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녀가 무기력함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말이죠. 그리고 그녀와 헤르타가 다시 만날 때, 과연 그렇게 화해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습니다. 저라면못할 것 같았거든요. 어쩌면 결국 자기 자신을 용서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헤르타, 그녀를 보면 <어느 독일인의 삶>이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괴벨스의 비서였던 브룬힐데 폼젤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그녀의 삶과 헤르타의 삶이 겹쳐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성으로서 의대를 다니는 것도 힘겨웠는데, 그 것으로 생계는 유지가 안되고, 엄마의 치료비 역시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인체실험의 담당자가 됩니다. 물론 그녀의 비중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시선이 많이 가던 여성이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는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물론 사람들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너무나 유명한 말이 되어버린, 악의 평범성과 생각하지 않은 죄를 말이죠. 악의 평범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도 생각하지 않은 죄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아서인지, 헤르타가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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