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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평점 :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은.. 한번을 읽어서는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 조금만 집중력을 놓치면, 눈은 글을 읽고 있지만.. 그가 펼쳐놓은 매혹적인 세상에서 바로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작품..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처음 만난것이.. 고등학교 때였기 때문에 더욱 난해하게 느껴졌는지도? 이번에 만나게 된 『프라하의 묘지』는 나도 조금 성장했고.. 또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유럽역사, 카톨릭, 예수회, 유대교, 그리고 프리메이슨에 대한 이야기라 전에 읽었던 작품에 비해 좀 더 쉽게 몰입되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모니니와 달라 피콜라 신부 그리고 이들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화자가 갈마드는 구조를 갖고 있어.. 글씨체가 바뀌었다고 해도 아차하면 흐름을 놓치는 기분이였다. 덕분에 몰입도 높은 소설을 완전히 집중해서 읽다보니 시간가는줄 몰랐다.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유럽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툭툭 튀어나오는 그 시대의 유명인들, 소설의 주요골격을 이루는 역사속 사건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많은 번역소설들을 읽어봤지만.. 『프라하의 묘지』만큼 번역가의 손길을 많이 의식하게 된 것도 처음인거 같다. 열린책들 페이스북에서 연재하는 '번역가 이세욱의 『프라하의 묘지』 포토 단상'을 통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들을 사진으로 글로 접할 수 있어서 즐겁웠다. 그리고 사진을 보다보면 움베르토 에코의 묘사가 그대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특히 시모니니가 다니던 카페는 그 분위기마저 그 시대 그대로인듯 했다. 그래서일까? '진실보다 더 진실같은 거짓의 역사' 속으로 완전히 빠져드는 기분이였다.
조금의 어려움은.. 아마 일러두기에서 본 '갈마들다'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실 단어의 뜻을 몰라서 사전을 뒤적거린 시간도 상당히 길었다. 움베르토 에코 선생의 뜻에 따라 예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라지만.. 내가 모르는 단어가 상당히 많았다. 서로 번갈아 들다라는 뜻의 '갈마들다', 하는 짓이나 말 따위가 얄밉게 잘고 다랍다라는 뜻의 '착살맞다', 다른 남자와 간통한 아내를 두었다는 뜻의 '오쟁이 진'같은 단어들을 찾으며 나의 부족한 한글실력에 당황하기도 했고, 의고적 표현들이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의 맛을 살려준것은 사실이다.

Odi ergo sum..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하는 시모니니에게 몰입되어 읽다보니 어느새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진실을 조작하는 것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던 그에게 빠져있다보니 나 역시 어느새 그의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제대로 이 책을 읽은걸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다음번에 읽을때는 다른 화자에게 빠져들어보다보면 또 다른 진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화자가 세명인게 그렇게 난해하게 느껴졌지만..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라는 그의 경력을 녹여놓은 듯 환상적인 지적향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적어도 두번은 더 존재한다는 것에 도리어 설레이며 책을 덮었다.
[사진출처 : 열린책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es24#!/openbook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