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나 -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마이클 에니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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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추리소설.. 팩션이라는 장르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르네상스형 인간의 대표격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르네상스 정치철학자인 마키아벨리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거기에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재창조된 [포르투나 :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는 아직까지도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바로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아들 후안 보르자의 살인사건이다.

16세기의 초 이탈리아는 혼돈의 시기였다. 가장 화려했다는 르네상스의 시대가 쇠락하며 교회역시 세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영토적 분할이 장애물이 되어 그들은 더이상의 비상을 꿈꿀수 없게 되었다. 권력과 부에 눈이 먼 교황은 면죄부를 판매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문란한 성생활이 문제가 되기도 했던 시기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어떻게 집필되었는지.. 다양하나 역사적 사건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몰입해서 책을 읽다가도 지적인 호기심에 열심히 검색을 해보고.. 그런 시간들이 교차되는 독서였다. 덕분에 책만큼 위키디피아를 보게되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심리게임으로 이루어진 추리소설이다.
교황의 아들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후.. 한 여인이 토막살해를 당한채 발견된다. 그 여인은 교황의 아들이 평소 지니고 다니던 부적을 갖고 있었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다미아타는 매력적이고 총명한 여인이다. 교황이 인질로 잡은 그녀의 아들 지오반니에게 쓴 편지형식으로 1부가 시작된다. 여성의 눈으로 섬세하게 사건의 경과를 써내려가면서.. 한편으로는 어린 아들을 고려해 세세한 묘사와 의미심장한 암시들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 다미아타의 어린시절.. 그녀의 엄마가 자주 해주셨다는.. '체르카 마리아 페르 라벤나'.. '네가 찾는 진실을 조심하라'는 이 책을 한마디로 나타낼수 있는 말이 아니였을까? 그리고 그녀의 눈으로 바라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등장.. 오래된 그림으로 남아있던 두 사람이 살아 숨쉬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고대문헌이나 읽고 그걸 신봉하기나 하는 니콜로, 과학문명의 산물인 측량바퀴나 다루는 레오나르도. 티격태격하기는 하지만 두사람과 다미아타는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아들에게 남기는 서신이 지나고 나면.. 마키아벨리가 남기는 서신으로 글이 변한다. 감성적이던 다미아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건의 흐름과 달리 오직 진실만을 갈구하는 마키아벨리의 냉철한 시선으로 분석해나가는 사건해결과정을 통해 이 소설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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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사과가 백 마디 설득을 이긴다 -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과 스킬
존 케이도 지음, 이현우 옮김 / 서울문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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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과(apology)와 사과(apple)를 연결시킨 센스있는 표지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사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사과의 가치와 중요성, 그리고 사과는 태도임과 동시에 실행임을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사과능력지수"를 테스트할 수 있는 짧은 시험을 수행해보게 되는데, 역시나 나의 사과능력지수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뭐랄까.. 나부터가 먼저 사과를 하면 좀 지는거 같은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바꿀때가 되었음을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사과는 우리를 변화시키고 확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들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겸손이라는 것에 대한 또하나의 정의가 마음에 와닿았다. "겸손은 우리 자신을 깍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온통 우리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라고 한다. 사과역시 겸손과 닮아있다. 나자신만을 생각하며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인간관계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음을 말하는 것익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과하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은 아니다. 미안해.. 라는 한마디로 모든것이 정리된다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그렇지 않을때가 훨씬 많음을 알게 된다. 사과를 할때 필요한 십계명이 나에게는 특히 유용했다. "네가 다쳐서 유감이다"라는 수통태의 표현이 아니라 "너를 때려서 미안하다" 라는 능동태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나 역시 수동태적인 사과를 주로 하는 것 같다. 나를 먼저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그래도 상대방에게 우위를 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 나에게 필요한 충고는.. "나도 꼭 당신 같은 상황에 처한 적이 있어요."라는 표현보다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당시이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알고 싶군요."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내가 상대를 다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가정하며 다가서는 것은 사과에 바른 자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름을 불르라던지, 직접 눈을 마주치고 사과를 하라라는 것 역시..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해 우디엘런이 한 말을 인용하는데.. "성공의 80퍼센트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말은 굳이 사과가 아니라도 인간관계를 유연하고 순조롭게 만드는 모든 면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공식적인 사과를 할때는..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이 더 많아진다. 잘못의 확인(recognition), 책임감 인정(responsibility), 양심의 가책표현(remorse), 원상복구를 위한 배상제시(restitution), 재발 방지의 다짐(repetiton).. 5R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섯가지의 차원을 고려하여 언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차원으로 분석을 하다보면 사과에 대해서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사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명확하게 보인다.
사실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그 일을 나에게 유익하게 수습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 책에서도 실제로 있었던 수많은 사과의 글들이 인용되며.. 좋은 사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 사람들과 그릇된 사과로 도리어 문제를 확산시킨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사과의 힘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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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마크 피셔 지음, 서희정 옮김 / 토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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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나의 소중한 친구가 떠올랐다. 중학교때부터 알게 된 친구인데.. 진학하면 할수록 지리적으로 멀어지기만 했다. 결국 유학가서.. 거기에서 자리를 잡는 바람에 그 친구를 만나 함께 하는 것은 연중행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를 그렇게 긴 시간동안 이어준 것이 있었다. 바로 편지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전하지 않던 시기.. 편지를 써서 우체통으로 향하는 길에.. 친구의 편지가 우편함에 와있는 걸 확인하던 순간들은.. 아직도 나에게는 큰행복으로 기억된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역시 편지이다. 작가인 마크피셔와 시몬 그리고 폴은 어렸을때부터 삼총사라는 애칭으로 묶여서 불려오던 친구들이다. 마크는 "나는 행복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친구를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소중한 친구에 대한 애정으로 써내려간 편지를 읽으며 꼭 나에게 써준 편지같기도 했고.. 또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다. 
마크의 친구 시몬과 폴.. 그들은 겉으로 볼때는 행복해보인다. 폴은 자신의 직업인 교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 못한 길을 동경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그래도 교사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겉으로는 모든 것을 다 가졌고, 인생은 아름다운데.. 왜 이다지도 즐겁지 않은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그의 편지에 담겨져 있다.
인상깊었던 충고는.. "돈과 균형잡힌 관계를 맺으라"였다. 책속에 나온 표현.. 구매 후 실망감, 소유 후 실망감.. 이 두말이 나를 얼마나 반성하게 했는지 모른다. 패션잡지를 구독하고.. 패션쇼를 구경다니고.. 아니 딱히 패션이 아니라도 디지털기기나 취미생활.. 심지어 책까지도  나는 정말 새로운 것에 쉽게 빠져들곤 한다. 그것을 가지면 뭔가 내가 달라질것만 같은 착각? 하지만 정말 그것은 착각이다. 왜냐하면 구입한 물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박스채 옷방에 던져놨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찾고는 황당해한적도 많다. 새로 구입한 기기를 다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금새 새로운 것을 구입하곤 한다. 그것을 소유하는 순간까지만 해도 참 행복했는데.. 그 행복은 일회용인거 같다. 신제품이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세계.. 라는 표현을 내 머리속에 간직해야 겠다. 도리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계속 탐하기만 한다면.. 나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올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의 가치는 더 높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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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
박영택 지음 / 지식채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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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러다는 것은 나의 오래된 소일거리중에 하나이다. 힐즈에 살때는.. 모리미술관이 정말 가까워서.. 거의 매일 구경을 다니곤 했다. 사실 그림을 잘 볼줄 아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작품같은 경우에는 설명을 보고 이해하는 수준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내 느낌대로 본다. 특히..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을 좋아하는데.. 그 그림은 내가 어떤 순간에 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백번을 봐도 또 다른 느낌이랄까? 그림을 보면서 난 늘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을 내려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박영택님의 [하루]를 읽으며 그림을 보는 또다른 방법을 맛보게 되었다. 그동안 그림을 볼때.. 작품을 사이에 두고 작가와 내가 마주보고 서있었다면..  이제는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매일.. 그날이 그날 같지만.. 결코 반복될 수 없는 일상. 그 한장면이 담겨져 있는 작품들을 박경택님의 글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림에 대한 소개가 한참 이어진후에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되는 그 이미지들.. 그래서 작품을 보게 되었을때 더 반갑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기에.. 그림의 질감을 제대로 느낄수가 없다. 하지만 섬세한 글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피던 나에게는 그런 질감도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나오는 작가노트는 한폭의 그림속에 담아놓은 자신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아 좋았다.  
김경덕의 <일상,보물>과 전영근의 을 화랑에서 만났다면 무덤덤하게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방이 누군가의 인생을 이야기해준다는 설명과 화가가 자신의 삶의 공간에 함께 살고 있는 사물에 주목했다는 것을 이해하니 다르게 느껴졌다. 과연 내 방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일까? 라는 의문도 생기고..
이면혁님의 <도시 야경이 보이는 8층 Bar>같은 경우는 화랑에서 만났다면.. 바로 구입을 했을것 같다. 내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았던 작품이다. 도시의 화려함, 속도, 욕망, 광란, 절제되지 않는 감정들이 사람들에게 그대로 흘러넘치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지만.. 어느새 사람이 도시에 잠식되어 버린 느낌..
서상익님의 <엄마의 정원>이라는 그림은 슬펐다. 보면서 내내 그런 느낌이 들었다. 꽃무늬 벽지도 꽃무늬 이불도 그리고 그 속에 홀로 남겨져 멍하니 TV를 보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도.. 그저 슬펐다. 그렇게밖에 존재할 수 없는 그녀의 정원이 너무 가슴아팠다.
"화가란 존재를 바라보는 자이고, 바라본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림을 바라보는 자였던 것일까? 문득 존재를 바라본 화가의 그림을 바라보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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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지배 -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
존 앨런 지음, 윤태경 옮김 / 미디어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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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우면서 재미있다. 이 책의 감상은 딱 이렇게 쓰고 싶어진다. 음식을 먹는 것 이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을 따라가다보면.. 지금 내가 목을 통해 넘어가고 있는 우유와 쿠키 한조각이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 뇌에서는 어떤 반응을 전달하고 있고,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고 있는지, 또 이것을 먹는 것이 단순한 욕구인지, 아니면 사회생활의 발로인지 그리고 이 황홀한 맛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은 아닐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푸드가즘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심지어 나는 선천적인 sweet tooth이자 fat tooth.. 즉 단음식과 고징방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인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성공적인 체중 감량 유지자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식욕을 자극하는 신호를 의식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신경학적인 반응은 언제쯤 작동할지.. 혹시 그 반응점이 무뎌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쿠키하나를 맛보며 내 머리는 쉴틈없이 작동하는 느낌이랄까? ㅋ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들은 음식과 만나면서 맛있어지고 재미있어 진다. 특히, 바삭한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듣다보면.. 이런것이 생득적인 선호라는 것.. 생득적이라는 말이 낯설어서 병기되어 있는 영문을 찾아보니 선천적이라는 뜻이 나왔다. 아무래도 그 표현이 좀 더 쉬울듯.. ㅎㅎ 어쨋든 선천적으로 바삭한 맛에 끌리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다양한 각도로 접근한다. 곤충이나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그건 아니잖아.. 라며 투정부리기도 했고, 마이야르반응을 읽으며 그래 맞아..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사랑하는 마이야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후반부에 등장한 청각에 대한 이론이 나에게는 정답처럼 느껴졌다. 근처에 튀긴만두를 파는 집이 있는데.. 먹을때면 그 바삭바삭한 소리가 일품이다. 한번은 장난으로 녹음을 하여 친구에게 들려줬다 시샘 가득한 비난을 받기도 했을 정도로.. ㅎㅎ
또 음식과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인체는 딱히 몸무게를 줄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슬픈 이야기도 있었지만.. 과식을 유발하는 식이행동스타일을 분석하다보면 다이어트의 길을 찾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라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언젠가는 저렴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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