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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에너지전쟁 - 과거에서 미래까지, 에너지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대니얼 예긴 지음, 이경남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에너지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룬 870여페이지의 책이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고 몰입도가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역자는 이 책을 '포스트 석유 이후의 에너지를 찾아 벌이는 한판 전쟁'으로 표현한다. 소제목 역시 '과거에서 미래까지, 에너지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바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이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말하지 않았는가? "역사는 돌고 돈다" 라고.. 과거를 제대로 읽고 현재를 파악하고 있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에너지의 형태는 바뀌어갔지만.. 문명은 에너지를 먹고 성장한다. 기술의 발달로 이루어진 시공간의 압축으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세계는 이미 고도성장의 궤도에 올라가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석유이다. 그동안에도 석유산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거기에 발맞추어 채굴하는 연료에서 재배하는 연료로 에너지 믹스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미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그런 시도를 임전의 결연함 (moral equivalent of war)이라고 표현했지만.. 사람들은 'MEOW'라고 하며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그 다음을 이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생산, 생산, 그리고 또 생산이다" 였다. 어느쪽이 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에너지믹스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석유이다. 중국의 위대한 성장과 브릭스의 등장 역시 석유와 석탄.. 즉 채굴하는 에너지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심지어 투자자들은 석유자체가 아니라 석유를 점점 더 사용하게 되는 활황경제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요즘에 드러난 것이 아니다. 과거 소련의 붕괴.. 체제의 실패였지만, 거기에 결정타를 가한것은 유가하락이였다. 그리고 소련은 붕괴했지만 러시아가 갖고 있는 위상 역시 석유가 뒷받침하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이 갖고 있는 자국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정확하다.
"나는 러시아를 에너지 강대국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러시아 곳곳에 있는 석유, 가스, 원자력 등 에너지 잠재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선두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석유는 한국가를 국가답게 만들어줄 수 있고, 갈등과 반목을 반복하던 국가들 사이를 이어주기도 한다. 심지어 이 책의 저자인 대니얼 예긴은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이기에 두 국가가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우리나라는? 이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어떠한가? 구소련의 국가들처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어 가능성을 꿈꿀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 슬로건 '두다리로 걸어라'처럼 국내산업과 국제산업을 병행할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식의 접근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몇번의 위기를 넘기며 새로운 에너지 믹스를 찾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왔음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고 걱정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