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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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서재를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책읽기라면.. 나는 글자를 이해하는 수준의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는 행위는 나보다 앞선 인생을 경험한 이들의 탁워한 지식과 지혜를 길잡이 삼아 생이라는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는 연습이다"라고 말하는 김운하님은 자신이 읽은 책들속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가 갖고 있는 질문중에 하나는 나 역시 늘 궁금해했던 것이다. 바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성인이 된 후 그런 질문을 갖게 되었다는 그보다 나는 조금 더 늦게 30이 넘어서야 그런 질문을 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다지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랄까..? 주위에서 이 길로 가라.. 넌 이것을 잘한다.. 라며 해주는 충고에 따라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
카프카의 서재를 읽으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친절하게도 이것이 답이다! 라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이 읽은 책과 자신의 사색을 글로 풀어 정리해놨을 뿐이다. 인생을 미로로 이야기하는 것에 참 많이 공감했다. 차라리 감옥이라면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구별이 명확하기라도 했을텐데.. 어쩌면 그래서 내가 아직도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그래도 내가 무엇을 하면 모범생이라고 칭찬을 받는지 명확했다. 그리고 그 무엇은..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니..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 그래서 인생을 미로라고 하는 것인지도.. 너무나 많은 변수, 현재의 의미를 결정해주는 미래의 아이러니, 미래에 대한 무지, 지성의 한계, 근원적인 어리석음.. 이런 말들이 인생과 동의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파스칼의 내기.. 왜 신을 믿는 것이 더 합리적인가.. 라는 신앙논증을 확장시키며 이런 삶조차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어차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가득한 세상.. 그 속에서 부딪치며 배울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이 아닌가.. 그렇게 어차피 단 한번뿐인 인생.. 내 생의 주인이 되어 주사위를 던져보자는 말이 인상적이였다.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던져지는 주사위가 될 뿐이라는 말도.. 태어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여다. 우리는 이미 세상속으로 던져져 자신의 인생을 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이어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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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자본 - 매력을 무기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
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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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이 더 성공하는 이유를 찾아본 '미인경제학'이라는 책과 이번에 읽게 된 [매력자본]을 읽으면서..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책의 저자들은 겉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아름답게 태어난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고 사회적으로도 흔하지 않은 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매력을 생득적인것으로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퇴화되는 것으로 판단했던 대니얼 해머메시와 달리.. [매력자본]의 저자인 캐서린 하킴은 매력을 가꿀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본인의 노력과 기술적인 보조로 높은 수준의 매력자본을 성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다만 게이른 여자가 있을뿐이다" 라는 헬레나 루빈스타인의 말까지 등장한다. 
경제자본, 인적자본, 사회자본.. 에 이어 매력자본은 제 4의 자본이 될 수 있다. 매력자본에는 신체적 사회적 매력의 6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아름다운 외모, 성적 매력, 활력, 사교술, 성적 능력, 자기표현 기술이다. 여기에 대해 고찰하는 과정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매력자본이 단순히 성적인 혹은 개인적인 관계에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황에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후광효과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심지어 "세상이 미소를 보내주니 그들도 미소를 보내준다."라는 선순환까지 이루어진다. 그리고 매력자본이 경제,문화,사회적 자본으로 전환되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지 않는가?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여성의 경우 매력자본에 있어 불리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매력자본을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미의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매력자본을 이용하려고 하면 사회적 도덕률을 적용하여 그것을 저지하거나 오명을 씌우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상황속에서.. 매력자본을 어떻게 활용하여 여성의 위치를 높일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담겨져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적절한 예로 등장한 인물이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내다 여성 최초로 국제통화기금총재가 된 크리스틴 라가르드였다. 심지어 그녀는 집행이사국 만장일치로 그 자리에 선출되었을 정도로 인정받는 여성이다. 거기에 우아하고 호감가는 모습과 흠잡을데 없는 사교술을 갖추고 그것을 감사하며 활용할 줄 안다. 기존의 세가지 자본에 매력자본까지 겸비한 여성이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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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에너지전쟁 - 과거에서 미래까지, 에너지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대니얼 예긴 지음, 이경남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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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룬 870여페이지의 책이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고 몰입도가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역자는 이 책을 '포스트 석유 이후의 에너지를 찾아 벌이는 한판 전쟁'으로 표현한다. 소제목 역시 '과거에서 미래까지, 에너지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바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이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말하지 않았는가? "역사는 돌고 돈다" 라고.. 과거를 제대로 읽고 현재를 파악하고 있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에너지의 형태는 바뀌어갔지만.. 문명은 에너지를 먹고 성장한다. 기술의 발달로 이루어진 시공간의 압축으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세계는 이미 고도성장의 궤도에 올라가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석유이다. 그동안에도 석유산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거기에 발맞추어 채굴하는 연료에서 재배하는 연료로 에너지 믹스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미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그런 시도를 임전의 결연함 (moral equivalent of war)이라고 표현했지만.. 사람들은 'MEOW'라고 하며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그 다음을 이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생산, 생산, 그리고 또 생산이다" 였다. 어느쪽이 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에너지믹스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석유이다. 중국의 위대한 성장과 브릭스의 등장 역시 석유와 석탄.. 즉 채굴하는 에너지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심지어 투자자들은 석유자체가 아니라 석유를 점점 더 사용하게 되는 활황경제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요즘에 드러난 것이 아니다. 과거 소련의 붕괴.. 체제의 실패였지만, 거기에 결정타를 가한것은 유가하락이였다. 그리고 소련은 붕괴했지만 러시아가 갖고 있는 위상 역시 석유가 뒷받침하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이 갖고 있는 자국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정확하다.

"나는 러시아를 에너지 강대국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러시아 곳곳에 있는 석유, 가스, 원자력 등 에너지 잠재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선두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석유는 한국가를 국가답게 만들어줄 수 있고, 갈등과 반목을 반복하던 국가들 사이를 이어주기도 한다. 심지어 이 책의 저자인 대니얼 예긴은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이기에 두 국가가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우리나라는? 이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어떠한가? 구소련의 국가들처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어 가능성을 꿈꿀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 슬로건 '두다리로 걸어라'처럼 국내산업과 국제산업을 병행할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식의 접근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몇번의 위기를 넘기며 새로운 에너지 믹스를 찾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왔음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고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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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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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when you look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also looks into you" 그대가 오랬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 본다.. 상실의 심연에서 153일간의 사색을 글로 남긴 량원다오의 글이 내가 애써 얼려놓았던 힘든 감정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슬픔을 이야기하며 물속깊이 깊이 던져버려야 한다고 했을때.. 애써 얼려놓았던 나의 슬픔들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 수장되길 바라며.. 글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나는 량원다오처럼 슬픔을 마주하고 사색할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닌거 같다. 그래서 그의 글이 매력적인 것 같다.

 

누군가의 존재가 나의 인생에서 흐려진다는 것은..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인생에서 지워진다는 것은 참 슬픈일이다. 심지어 연인들은 서로에게 따로 별명을 지어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서로만이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던거 같다. 물론.. 그 후로는 애칭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소중했던 우리만의 이름들이 그저 먼지처럼 굴러다니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아비정전을 보고 그가 쓴 글을 보며 나의 어리석음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겠어" 나 역시 이 말에 내 인생이 걸렸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량원다오는 말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우리 역시 우리가 아니라고.. 그것이 맞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변해왔고 그리고 그 모습을 그저 받아들일수 없었던 것 뿐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때의 그 아름다운 순간속으로 그저 돌아가고 싶었던 욕심이였을 뿐..

 

난 늘 지나간 사랑을 애써 외면하려고만 했다. 지금은 행복하니까.. 지금은 나만 바라보는 남자와 함께니까.. 그런 이유로 나의 상처를 자꾸만 저 멀리 밀어버리기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상처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호모 트리스티아.. 삶의 깊이란 곧 슬픔의 깊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까지나 슬픔을 애써 모른척 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신기했던 것은 슬픔과 마주서는 순간이 슬프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량원다오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의 감정, 생각, 일상, 심지어 그거 갖고 있는 질병까지 알 수 있다. 그냥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 듯한 느낌마저 들때가 있다. 그리고 그가 읽은 책, 그가 본 그림, 그의 여행까지 함께할 수 있는데.. 그가 좋아하는 그림.. 에드워드 호퍼의 [빈방의 햇빛]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람이 떠나고 방은 비었지만.. 햇빛은 여전한..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거라는 그 모습.. 어쩌면 내 인생에서 그 사람이 떠났을때 마치 세상이 끝난거처럼 느껴졌어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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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의 하루 - 오늘, 일본 황궁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요네쿠보 아케미 지음, 정순분 옮김 / 김영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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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노우치의 빌딩숲을 지나 다리를 건녀면 황거가 나온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황궁이라고 해야 하나? 한번은 견학을 한적도 있고..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는 황거중에 유일한 곳.. 히가시교엔의 정적인 아름다움도 떠오르는 책이였다. 빌딩숲사이에서 고즈넉한 황거가 보이고.. 황거에서 그 화려한 빌딩숲이 보이는 그런 분위기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문물을 도입하는 한편 이전에 내려오는 전통을 굳건히 지키고자 했던 메이지 천황의 하루를 따라가다보니 어쩌면 그것이 일본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정말로.. 메이지 천황의 평범한 하루를 그대로 따라가는 책이다. 스스로 메이지 궁전의 시계역활을 했다고 할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한 그는 자신으로 인해서 주위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꺼려했고 그들을 돕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이였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배려심이 깊었던 그가 황후와의 피크닉을 즐기기려고 할때 주위에서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들을 보면.. 나같아도 그랬을거 같기는 하다. ㅎ 능력을 따라 서열을 정했던 에도시대를 이었지만.. 바닥, 지붕까지 그 사람의 서열에 맞추어 만들어져 있었다는 나이기의 모습을 보면 천황의 내적인 모습은 중세시대에 멈춰 있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하지만 근대 일본의 중추가 된 학문소로 이어지는 회랑을 지나면 그는 마마에서 대원수로 바뀌었다. 그렇게 전통과 혁신사이를 유연하게 오갔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메이지 천황 이후로 이어진 천황들의 이야기는 짤막하게 다루어져 있다. 지금의 천황은 메이지 천황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일본 헌법 1조에 따르면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이라고 규정한다. 지금의 천황을 상징적인 존재 혹은 대중천황등으로 이야기하나.. 일본에서 지내다보면 천황에 관련된 휴일이 참 많고, 기미가요 역시.. 천황의 통치는 천년만년 이어지리라.. 라는 구절로 시작되는등.. 그들의 정신과 생활속에 천황의 위치는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 천황은 국민통합의 구심점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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