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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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수업이라는 부제가 너무나 딱 어울리는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고양이 브룩시와 함께 살아가는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미 셸먼은 고양이들과 함께해온 시간을 통해 보고 배운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녀의 센스 넘치는 일러스트가 더해져 더욱 보는 즐거움이 커지네요.

 눈치 보지 마. 넌 전사가 아니야 당연히 영웅도 아니지 너의 에너지를 아껴

 가끔 넘치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분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어요.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그래서 무리한 적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것이 있고, 저는 타고난 에너지의 양이 큰 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요. 물론 총량을 늘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저는 누군가를 따라하기 보다는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을 선택하고 싶네요. 제 삶이 RPG게임도 아니고 제가 전사도 영웅도 될 필요는 없잖아요. 오롯이 나이고 싶기에 더욱 제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아껴야겠지요. 그래서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말처럼 가끔은 사람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데, 왜 항상 사람을 많이 알아 두는 게 좋다는 조언을 받게 되는지 어쩌면 영원히 이해 못할지도요.

 세상엔 흥미로운 게 참 많아. 내가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아? 변덕스럽다고 하지 마! 무기력한 것보다 백만 배는 더 나아!”

 산만하다, 변덕스럽다 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은 멀티태스킹이 잘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산만함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은 참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왜 그렇게 미련도 많고, 후회도 많은지 말이죠.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 요즘은 축복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말이 좋았나 봐요. 그래도 무기력한 것보다는 낫다는 말, 가끔 자괴감이 들 때 이 말이 너무나 위로가 될 거 같아요. 최소한 무기력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네..라며 말이죠. 너무나 좋은 글이 많았고, 그 글에 어울리는 일러스트 덕분에 많이 웃기도 했네요. 야심차게 한 해를 시작했다가 잠깐 소강기에 들아가기 쉬운 시기에 읽기 딱 좋은 책인 거 같아요.

 눈에 거슬려? 경멸의 표정을 지어봐. 이왕이면 완벽하게!”

 결정했어? 그렇다면 이제 두 손을 들어! 선택은 끝났고 바꿀 수 없어. 이제 네가 할 일이 보이지? 그렇다면 GO!”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잘 알지? 잔소리는 절대 금물! 후회 없이 사랑하자고. 좋은 점만 봐. 칭찬만 쏟아내기에도 짧은 시간이야.”

부담스러워 말고 사랑 받는 일에 능숙해져야 해. 수수께끼 같던 존재가 이제야 너를 이해하기 시작한 거야. 제대로 누려 봐. 그런데 그 심드렁한 표정은 뭐야? 배불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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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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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치알드니는 30년 넘게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행동과학과 사회과학을 연결해왔습니다. 또한 심리와 설득에 대한 바이블이라고 하는 설득의 심리학을 통해, 설득의 기술이라는 것이 선천적 재능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왔는데요. 설득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와 사례를 근거로 제시함으로서,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이번에 읽은 <초전설득> 역시 논거가 되는 참고문헌 분량만 봐도, 그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과학적인 논거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초전설득, Pre-suasion, 超前說得>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설득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임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판단하는데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 바로 처음이라고 해요. 그래서 첫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라는 말도 있는 것 같고, 생각해보면 저 역시 첫인상에 많이 좌우되는 편이기도 하네요. 특히나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여 상대가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초전설득오프너 pre-suasive opener’입니다. 광고를 만들더라도, 어떠한 영화를 보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고 해요. 이를 조금 더 단순화시켜보면 단순한 질문, 혹은 숫자로도 사람들이 자신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언제 말하느냐 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은 말이기도 했는데요. 바로 설득은 타이밍이다입니다. 또한 저는 상대를 잘 설득시키기보다는 설득을 잘 당하는 쪽이라, 제 입장에서도 많이 읽게 되더군요. 왜 나는 설득을 잘 당할까? 아무래도 제가 자기합리화를 잘하는 편이라, 상대가 아주 작은 맥락만 만들어도 쉽게 설득당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인데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기 쉽다고 해요. 눈에 많이 들어오면 그 것을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내면화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yes’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뉴스를 볼 때도, 주어지는 정보만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이 부분에 집중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자세가 중요해집니다. 아직까지는 설득을 잘 하는 방법보다는 제 자신을 살피는데 급급했던 시간이었지만, 이런 과정이 바로 설득을 잘하는 준비과정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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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서가명강 시리즈 2
홍성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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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이 책으로 출판되었는데요. 제가 읽은 것은 2 <크로스사이언스>입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역시 제가 너무나 관심 있어 하는 분야라 챙겨 읽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2권을 읽고나니, 책날개에 소개된 앞으로 나올 모든 시리즈에 다 관심이생기네요.


 과학기술학자홍성욱, 처음에는 낯선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면서자칫 연구실에 갇혀 그들만의 세상이기 쉬운 과학을 세상과 연결시키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과학의시대, 생각의 경계가 무너진다!”라는 문구가 딱이더군요. ‘1984’, ‘유토피아’, ‘걸리버여행기’, ‘혈의 누그리고 가타카’, ‘닥터스트레인지러브’, ‘공각기동대’, ‘킹콩처럼 정말 다양한 문학작품과 대중문화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으로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이를 통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하거든요.


 예전에읽은 책에서 헬렌 켈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녀를 장애를 극복한 인물로만 그려내려고하는 사회적인 인식과 장애를 극복해야만 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었는데요. 이번에는퀴리 부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더군요. 저 역시 어렸을 때 퀴리부인의 전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이제는 어린 시절 읽었던 수많은 위인전의 원형을 만든 작가가 누구인지, 그리고어떠한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나이가 된 것 같아요.


 퀴리부인을마치 여신처럼 혹은 슈퍼우먼처럼 그려냈던 전기를 읽다 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성과학자에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밖에 없죠. 가뜩이나 과학을 연구하는 여성들은 과학이 여성에게 맞지 않는다는편견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말이죠. 도리어 그녀가 얼마나 전략가다웠고,독립적이었으며, 산업전사로 또 대중강연가로 활동하며 과학계의 거의 유일한 여성으로 자신의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려져야 할 때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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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
모리 다쓰야 지음, 전화윤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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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에서 영감을 얻어 일본 최고의 과학자들과 릴레이 대담을 진행한 모리 다쓰야 질문과 답 그리고 그 시간의 기록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원제는 私たちはどこから來て,どこへ行くのか인데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면, 우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절로 연결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그가 만난 과학자중에 생물학자 나가누마 다케시가 있는데요. 그는 인간이 처음으로 우주에 간 날 태어났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유치원에서 미끄럼틀을 타면서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명제를 떠올렸고, 그와 가장 가까운 학문인 생물학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책 제목에 더욱 공감이 가더군요. 그가 만난 과학자들은 철학적인 질문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상당히 능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는 자신을 100%문과형 인간이라고 했지만, 과학자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어려운 이야기들도 많았습니다.

 다행인 것인 단순히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기록이 아니라, 그 전후 상황을 다 기록하여서 마치 저 역시 그 곳에 함께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잘 못 알아들을 것 같은 이야기나, 어려운 주제들은 그냥 한가로이 스쳐가는 이야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부분 그가 던지는 질문에 과학자들의 답이 명쾌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과학과 철학이 이렇게 어우러질 수 있구나 싶을 정도인 이야기들도 많았지만요. 결국 그가 던지는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를 아우르는 이야기들은 그 답은 아직 알 수 없다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물을 수 있는 것이고, 과학자들은 그 답을 찾기 위해 계속 탐구해나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우연의 산물이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연의 또 다른 이름은 운명일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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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 - 허균에서 정약용까지, 새로 읽는 고전 시학
정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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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이후에 나타난 조선풍 시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나는 나다>. 제목에서부터 딱 느껴지다시피,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조선인으로 시를 짓고자 하는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마치 아기 새가 모이를 받아먹듯이 챙겨 읽고 싶어지는 정민 교수의 책이죠. 정말 다양한 주제로 책을 쓰시는데, 덕분에 한문학과 고전인문학의 세계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는 비로소 나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중략) 그리하여 그 시를 읽는 이들이 시를 쓴 나의 마음자리를 알고, 나의 사람됨을 알게 되는 시, 이러한 경계가 허균이 추구했던 허자시지의 궁극적 도달점이었다.” P27

 조선풍 한시를 고민한 허균의 글로 시작하여, 이용휴, 성대중, 이언진, 이덕무, 박제가, 이옥, 정약용 가히 조선의 명문장가라고 할 만한 8인의 시론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한글로 쉽게 풀어 쓴 글뿐 아니라, 원문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전문을 다 실은 것은 아니지만, 그랬다면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지 자신할 수 없기도 하네요. 물론 제 맘을 사로잡았던 성대중의 글은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충분하지만 말이죠.

마음속에 일어난 느낌을 말로 한다. 그 말을 간추려 적은 것이 글이다. 글은 말의 정화精華. 시는 그 정화를 한 번 더 체로 쳐서 걸러낸 것이다” p63

 가끔 글을 쓰려고 보면, 마음 속에 있는 생각들이 글로 연결이 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 글을 보면서 어쩌면 그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위로도 좀 받을 수 있었거든요. 정화, 정수가 될 만한 뛰어난 부분을 뽑아내는 것이 그렇게 쉽게 된다면 그것도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 정화를 다시 거르는 것이 시라니, 어쩌면 제가 시를 어려워하고, 그렇게까지 즐겨 읽는 편은 아닌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싶네요.

 조선의 시를 써야 한다는 것, 즉 자기 자신에서 시작되어 자신의 목소리로 시를 써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8명의 문인들 역시 나름의 시론을 펼치는데요. 정약용 같은 경우는 정말 그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재능에 의지한 잔재주보다는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사색이 시에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이덕무 역시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허균도 그러했는데, 이들은 그래도 제가 그래도 좀 알고 있던 문학가들이라 더욱 기억에 남고요.

 저에게 강한 인상을 준 인물은 앞서 말했던 성대중 그리고 이옥과 이용휴입니다. 어쩌면 이들은 이 책의 제목을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한 것 같고요. 그리고 이용휴의 제자이기도 했던 이언진의 드라마틱한 삶은 시대의 한계가 만들어낸 비극처럼 다가와서 안타깝더군요. 그의 아내 덕에 그의 시가 그래도 조금 전해진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네요. 때로는 작가의 작품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에도 많은 관심을 갖곤 하잖아요. 이언진의 시는 그의 삶을 이해하고 보니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어린아이 울음소리 참 하늘 음악 /피리나 거문고보다 훨씬 낫다네. 낙숫물도 한가로이 듣기 좋으니 /베개맡서 한 방울 두 방울 듣네.” 1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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