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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힘 - 과거로부터 온 미래
강명관.강호영,고인석 외 지음 / 꿈결 / 2013년 2월
평점 :
고등학교때 방학이면.. 권장도서로 선정된 책들을 친구와 읽어나가는 것을 참 좋아했다. 한권을 읽어나갈때마다 책목록에 한줄한줄 빨간줄을 그어가는 재미.. ㅎ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때의 독서는 고전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배워나간다는 의미보다는 책을 읽었다는 성취감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게 10대, 20대를 보내고.. 30대가 된 요즘은 도리어 고전과 가까워지고 싶어져 다시 읽다보면.. 고전의 힘을 느끼게 된다. 책은 그대로인데.. 나는 정말 많이 변했음을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전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만나게 된 [고전의 힘]은 99권의 문학, 역사, 철학, 사회과학, 과학 기술 의학, 예술에 관련된 책을 만날수 있다. 99권인 이유는 나머지 한권은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늘 힘이 되어주는 한권의 책'.. 과연 나는 어떤 책을 채워넣어야 할까? 요즘 같아서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동물원을 선택하고 싶다. 유리동물원은 나에게는 늘 질문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그 작품속에 담겨있는 종교, 신화, 고전, 현대사회에 대한 메타포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즐겁고 그것을 깨달아가는 나 자신이 대견해서 힘이 되어주는 듯.. ㅎ

고전의 힘에서는 99권의 책을 상당히 흥미롭게 소개한다. 보통의 책에서 어느정도 발췌한 부분을 인용하고 그 것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정도에서 그친다면.. 이 책은 발췌부분은 줄이고 대략적인 줄거리 소개정도.. 그리고 등장인물과 작가의 현실과 심리상태, 배경이 되는 사회상과 문화 등을 심도있게 설명해준다. 덕분에 내가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고, 못읽어본 책들을 읽고 싶은 열망을 키워준다. 다행히 책소개가 끝날때마다 추천번역서를 수록해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나에게는 이미지로 설명되는 소설이였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 책의 도입부.. "기나긴 국경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곧 눈의 나라였다. 깊은 밤이 흰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라는 구절때문이다. 여러 영상매체나 심지어 설국의 배경이 된 곳으로 여행을 갔을때마저 너무나 선명한 이미지와 이 문장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설국을 만나면서 강렬한 이미저리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인간과 자연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 한번 설국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뿐만 아니라 연극으로 접했던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무런 준비없이 연극을 보러갔단 나의 무모함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오래전 친구와 갖었던 토론을 떠오르게 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는 나의 의견과 인생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는 친구의 의견이 부딪치곤 했는데.. 책을 읽으며 결국 둘다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구의 [백범일지]를 읽으며 고전의 힘이라는 이 책이 왜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내 안에 진정한 '자유의 나라'를 만들수 있는 힘이 바로 이 것에서 나오는 것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