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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기를 - 인문학 카페에서 읽는 16통의 편지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월
평점 :
대중음악, 드라마, 시, 인문, 철학, 과학, 고전.. 많은 것을 섭렵하지만 그것들을 잘 버무려서 너무나 쉽게 그리고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풀어내고 있다. 이런 책을 만날때면 나도 이런 내공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들곤 한다. 그런 내공을 조금이라도 닮아가려면.. 이런 책을 자주 읽는 수 밖에는 없겠지.. 이 책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시작된다.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16개의 문을 지나야 하는데.. 그 문이 열릴때마다 스토리가 있는 일러스터가 함께하는 것이 독특하다.
어린시절 내가 뛰놀던 그 곳의 풍경이 많이 생각났다. 정말 그때는 즐거웠다. 정말 작은 일에도..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라고 노래하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의 풍경과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그래도 나 역시 그립고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행복했던 이유는 놀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놀이와 노동의 차이는 간단하다. 수단과 목적이 합치한다면 놀이이고, 분리된다면 노동이다. 성인이 되면 노동을 하게 된다. 이 일을 하고 나서 벌게 되는 월급이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를 살수가 없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은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다. 나 역시 그러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알지만 실천하기는 좀 힘들다. ㅎ 그래도 그 답까지 흘러가는 과정이 너무나 유연해서 책을 읽는 동안에는 푸욱 빠져들어갔다.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에 구속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에 일렁이는 바다를 두라.
보통.. 이런 책을 읽어보았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금새 책내용을 정리해주어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가끔은 찾아서 음미해보라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칼릴 지브란의 결혼 역시 음미해볼 시였는데.. 이 시를 10대에 읽었을때랑, 지금 읽는 것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에 휘둘려도 보고 결혼도 하고, 결혼생활은 happily ever after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어서일까? 10대때는 당연히 그럴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사랑을 해보니 정말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들을 담은 채
책에 소개된 도종환님의 시 '가구'.. 아마 어렸을때 읽었으면.. 결혼생활이 이런거라면 난 안해!!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결혼이라는 것은.. 그런것일수도 있다라는.. 그런? ㅎ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길들여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결혼은 길들여짐 그 이상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책을 읽을때는 퐁파두르 부인의 사랑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책을 덮고나니 마음에 남느넌 도종환님의 시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