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 - 예술의 형이상학적 해명
조중걸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3월
평점 :
철학으로 서양 미술사를 읽는 이 책은.. 구석기, 신석기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미술사를 통해 역사, 정치, 사회 그리고 문명을 읽어나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통섭의 사고를 강조하는 요즘에 딱 맞는 책이라고 할까? 예술의 전당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2년간 기고한 미술사를 바탕으로 집필된 이 책의 저자는 조중걸님이다. 그는 "어떤 양식하에서도 예술적 완성은 있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데.. 그에 맞게 암흑시대라 하여 외면받던 중세시대의 예술도 다루고 있다. 고딕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종교적으로만 이해했던 그 시대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바로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예술이다. 학창시절 그저 다산, 풍요등 기원이나 희망을 상징하는 벽화로만 배웠었는데.. 책을 읽으며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화려한 색체를 사용한 자연주의적인 벽화, 박진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즐겼던 구석기 시대와 시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사물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했던 신석기시대의 예술은 상당히 대비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두시대사이에 어떤일이 생겼을까? 그는 이를 자연과 우주..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삶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감각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자신만만하고 자유로웠던 구석기인들과 달리, 정착생활을 시작한 신석기인들은 자연과 신이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불확실성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미술을 생각해보면.. 피카소의 해체와 재구성.. 그리고 마르셀 뒤샹의 '샘'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인들은 어떤 상황일까.. ㅎ

그 다음으로 흥미진진했던 것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이다. 나도 그렇지만.. 보통 그리스와 로마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둘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음을 예술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특히 그들의 기질의 차이가 예술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자연주의와 고전주의의 조화를 이루어냈던 그리스 예술은 심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꽃피웠다. 사실 내가 그리스,로마시대의 예술로 떠올리는 모든 작품이 그리스적인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였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로마의 예술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내면적 완성부다 제국의 팽창에 관심이 많았던 로마는 사실주의적이였고 실증적인 예술을 탄생시켰다. 심지어 젊고 균형잡힌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했던 그리스에 비해 로마는 힘과 권력을 갖은 나이든 사람들의 인물상을 많이 제작하곤 했기에 그 둘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평소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는걸 즐겨해서일까? 책을 읽으며 예술과 철학에 대한 소양이 깊어짐을 느낄수 있어 행복했고.. 내가 잘 못 알고 있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