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 가지 - 악의 시대, 도덕을 말하다
샘 해리스 지음, 강명신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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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는 없다]를 통해 만난 샘 해리스.. 신경과학자인 그는 자신의 전문분야로 즉 과학적인 측면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원한다. 그리고 가치판단을 함에 있어 늘 뒷걸음 쳤던 과학을 전면으로 끌어내려고 한다. 자유의지라는 명제에 이어 도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는 이번에는 없다가 아니라 많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정말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많다는 것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없다라는 명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도덕적 진리나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심지어 종교나 철학적인 기준조차 다양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가지]에서는 도덕에 대해 수많은 의문을 제시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전작보다는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도덕의 가치.. 지극히 추상적인 관념을 실증적이고 경험분석적인 과학으로 접근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실 도덕은 그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학습되는 것이라 당위론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사회적 규범으로 작동하는 도덕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을 제안한다는 자체가 놀랍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물음표를 찍는다. 물론 유신론자들이 읽기에는 조금은 불편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나, 내 입장에서는 종교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문화상대주의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공공선과 개인의 행복에 대한 논쟁 등.. 평소에 관심있던 분야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였다.   
이 책의 원제는 'The Moral Landscape'이다. 그는 도덕적인 풍경에는 봉우리가 여러개 존재하고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그 풍경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때 그가 이야기하는 도덕이 무엇인지 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원제의 느낌을 살려 출판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인상깊게 봤던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라는 그림이 떠올랐다. 주로 조선시대 왕 뒤에 있던 병풍에 그려져있던 그림이라고 하는데.. 일월오봉도는 왕이 앉음으로써 완성된다고 한다. 도덕적 풍경 역시, 사람이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가 생긴다. 이를 도덕적 상대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월오봉도와 달리 도덕의 풍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그 다양성을 포용할때 비로서 도덕의 가치가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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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추억이지 - 달 위에서 춤추며 기다릴께요
서동우 지음 / 매직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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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추억이지.. 의사소통에는 언어적인 요소가 매우 작다는 메라비언의 법칙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정말 즐거운 느낌으로 책 제목을 읽었다. 하지만 책속에 담겨져있는 세가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점점 그 뉘앙스에 여러가지 느낌을 담게 된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추억,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라잖아.. 그래 이것도 추억이지..'의 느낌이 되어 버렸다. 조금은 몽환적인 이야기속에 도리어 지극히 현실적인 결론을 끌어낸다고 할까?
솜사탕, 맛소금, 회색레몬.. 세편의 소설의 제목을 보았을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회색레몬이였다. 물에다 레몬을 띄워먹는걸 좋아하는터라.. 어느날 관리를 잘 못해 상해버린 레몬을 본적이 있다. 그것이 딱 회색레몬이였다. 심상치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도 아니고 맛소금, 거기다 솜사탕을 생각해보니.. 아주 작은 것에서 그저 몽실몽실하게 부풀기만 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사랑의 실체가 그렇다면.. 조금은 슬플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One day I'll go
Dancing on the moon
Someday you'll know
That I was the one for you
I bought a ticket to the end of the rainbow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솜사탕.. 수명을 줄이는것도 늘리는 것도 전혀 관심사가 될 수 없는 위암말기인 여자와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그저 솜사탕일 뿐인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맨디무어 Someday We'll Know라는 노래를 즐겨 부르며.. 나중에 달에서 만나자고.. 달위에서 탱고를 추면 우리의 그림자가 지구위로 드리울거라고 말하는 여자 미희. 그녀는 고아였다. 엄마에게 버려진 상처를 안고 살아간 그녀는 세상에 자신이 존재했다는 것을 남기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와인코르크마다 그와 함께한 추억을 글로 남기고,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자신과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그의 정체를 알면서도 눈감아준다. 사실.. 그녀가 맨디무어의 노래에 맞춰 그에게 마음을 전하는 장면이 참 좋아서, 바로 그 노래를 찾아들었다. 듣다보니.. 책에 인용된 가사 바로 전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Someday we'll know Why Samson loved Delilah" 삼손과 데릴라.. 왜 삼손이 데릴라를 사랑했는지.. 우리는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이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의문이였을까? 미희는 왜 지후를 사랑했을까.. 그것도 추억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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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실패 - 기업의 성공 신화에 가려진 진실
신기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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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동력은 실패한 경험"이라는 말이 있다. 실패를 반성하고 교훈을 얻어 성공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터부시한다. 그래서 13개 기업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이 책의 제목은 [사라진 실패]이다. 실패를 피할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같은 실패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에서는 실패를 쉽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실패를 묻어두고 그저 앞으로만 전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한화처럼 비슷한 함정에 계속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대명사.. 아니 때로는 한국의 대명사로 다가오는 기업들의 실패담을 담은 이 책은 기업하기 좋은 정책.. 즉 기업프렌들리 정책을 편 이명박 정부의 5년간의 시간에 걸쳐 분석이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전에 매스컴을 통해 접했던 사건들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정리해준다는 동시대성이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준다.
물론.. 보수적 조직문화와 지주회사로의 전환으로 스마트 혁신의 속도전에서 뒤쳐진 LG, 회장을 중심으로 뭉친 의리파 조직으로 움직이는 전형적인 황제경영의 한화, 시장을 잘 알고 고객프렌들리한 경영에 강점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쪽으로 눈길을 돌린 웅진, 투명한 경영을 외면하고 봉건왕국같은 체계를 유지한 오리온등 여러 기업들의 모습은 스스로 그들이 실패를 자조했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도덕성과 무윤리성이 낱낱이 드러나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문제성도 느껴졌다. 수출주도형 대기업에게 온갖 특혜를 제공하는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내수시장에 집중해 성장한 기업들도 어느새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수출기업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전혀 관계 없는 분야인 중공업 위주의 기업재편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거기다 국내시장과 글로벌시장은 접근방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같은 시각으로 대응을 하고,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서 문제를 키우게 된다.
이것을 한국 기업 생태계가 빚어낸 실패라고 저자는 지적하는데, 이런 생태계를 더욱더 확고히 하는 것이 국가라는 것이 문제이다. 2등에서 1등을 하기위한 캐치업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에 대한 답은 기업 뿐 아니라 국가에게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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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 나오시마 - 아트 프로젝트 예술의 재탄생
후쿠타케 소이치로.안도 다다오 외 지음, 박누리 옮김, 정준모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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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나이카이하면.. 아무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쓰쿠시마 신사가 떠오른다. 그리고 크루즈를 타고 볼 수 있는 수천개의 섬과 대교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도 생각난다. 아.. 그곳이 익숙치 않다면.. 얼마전 개봉한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바로 세토나이카이였으니 그 느낌을 떠올리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아름다운 곳에는 폐기물과 환경오염으로 불모의 섬이 되었지만 이제는 현대 미술의 메카로 불리는 나오시마가 있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통해 나오시마가 어떤 철학을 갖고 변화해왔는지 알게 되었고, 나오시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예술작품, 그리고 문화와 자연 그리고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베네세 그룹의 회장 후쿠다케 소이치로와 건축가 안도 타타오는 사람과 문화가 공존하는 나오시마를 만들어 나간 인물들이다. 특히 지추(地中)미술관의 모습은.. 사진을 보는 순간 왜 지추(地中)미술관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책에 나온 "어디까지가 건축이고 어디까지가 예술인지 경계는 알 수 없다"라는 말을 정말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추미술관 뿐 아니라 섬의 구석구석이 다 그렇게 느껴진다.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 그리고 보는 사람이 주인공인 작품을 볼수 있는 곳.. 인생의 달인인 노인이 웃으며 살 수 있는 곳.. 있는 것을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든 곳.. 그곳이 바로 나오시마이다. 사진 한장한장에서 눈을 떼기 힘들만큼.. 너무나 아름답다. 작품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 있지만.. 사람과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예술작품은 닫힌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일극 집중화의 문제를 갖고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는 고령화와 과소화 문제로 공동체 유지에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종합개발 정책을 수없이 시행하였다. 하지만 중앙에서 통제하는 개발의 한계에 부딪쳤고, 마치즈쿠리나 무라오코시같은 주민과 지역단체 기업등이 주체가 되어 지역 사회 활성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역시 그런 운동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가시적이고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오시마와 나오시마 운동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세토나이카이의 다른 섬들. 2010년부터는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를 열 정도라고 하는데.. 올해의 일정을 보니, 봄은 이미 늦은거 같고, 여름 여행으로 떠나야겠다. 남편도 그러자고 했으니.. ㅎ 이미 결정!! ㅎ 책 말미에 나오시마와 테시마의 예술 지도뿐 아니라, 어떻게 관광을 하면 좋은지 자세하게 설명이 나와 있다. 늘 일본을 여행할때면 남편이 가이드 역활을 해주었는데, 이 책 한권을 들고 가면 내가 나오시마 가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기대까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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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 - 히피의 창조력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이케다 준이치 지음, 서라미 옮김, 정지훈 해제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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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ion Dollar Hippy라는 영국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누구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바로 정보기술(IT)의 혁신적 리더인 스티브 잡스이다. 그가 히피문화에 흠뻑 빠져있었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다큐멘터리에서도 IT와 히피문화의 접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는 히피문화가 미국 사회에 남긴 영향력을 IT산업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마이크로소프트,구글,IBM 그리고 애플,페이스북,트위터.. 모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는 모든 플랫폼이 다 미국에서 탄생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IT의 중심인 실리콘 밸리, 그리고 히피문화의 중심지도 샌프란시스코라는 것도.. 또 네바다 주에서 펼쳐지는 문화축제 버닝맨 역시 히피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것 같아 재미있게 느껴졌다. 일본에서 정치의 계절에서 경제의 계절로 넘어가는 시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던 수많은 학생들과 청년들이 산업역군으로 편입되어 고도성장을 이끌어갔다고 한다. 히피역시 그런 경로를 따라간것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히피문화와 인터넷.. 그리고 네트워크는 참 비슷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와 사랑을 이야기했던 히피들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예술을 통해 모든 사람과 소통하고 화합하고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술의 자리를 모든 사람이 접근하고, 사용하고, 공유하는 인터넷으로 대신한다면.. 이 문장은 네트워크 세상에서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활동에 대한 설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책을 처음 읽을때는 히피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미국사회에 히피문화가 남긴 유산에 대해서 많은 것을 접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시선을 반대로 향한다. 그래서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할 것을 끊없이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IT자체를 산업이 아니라 문화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항의 문화, 그리고 공유의 문화인 히피즘이 인터넷 세상에서 펼쳐놓은 세상속에 나 역시 속해있으니.. 나 역시 히피에게 빚을 진것일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핸드폰 역시 기술적인 면에서는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지 못한다. 처음 이 것들을 접했을때의 느낌은.. 단순히 기술혁신의 수준이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문화충격이였다. 그리고 그것을 매개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문화속에 나 역시 빠져있는 것이고 우리나라 역시 단순히 상품을 파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파생될 수 있는 고유한 문화를 만드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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