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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 스물아홉, 임신 7개월, 혈액암 판정
이미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평점 :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참 행복했고,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이미아님이 아닐까 한다. 중학교때부터 꿈꿔왔던 기자라는 직업을 준비하는 몇년의 시간을 함께해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 물론.. 한국경제신문의 기자로 당당하게 입사도 하였고, 어여쁜 첫째딸에 이어 듬직한 둘째아들을 임신하고 있었던 그녀.. 하지만 그녀는 임신중에 자신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라는 혈액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투병기간동안에 있었던 일을 책으로 담아냈다. 자신이 겪었던 감정들을 한시로 풀어내고, 또 병원에서 만난 의사와 또 환자들의 이야기를 스케치하는 걸 보며 확실히 기자라는 직업이 그녀의 천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갖고 있던 암은 생존률이 높은 편이라고 하나, 임신을 하고 있었기에 꽤 조심스럽게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산모와 태아를 위해 출산시기를 앞당겨야 했었다. 그렇게 힘든 항암치료를 하면서 그녀는 이백의 <행로난>을 떠올린다.
가는 길 어렵네, 가는 길 어렵네.
갈림길이 이리 많은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큰바람 불어와 파도를 헤처나갈 그날이 온다면
구름 같은 돛 곧게 달고 푸른 바다를 건너가리
병이 나아 다시 가정으로.. 회사로.. 돌아갈 그 날이 올것이라고 믿음.. 그 믿음을 찾게 해준 시가 아니였을까? 그녀는 힘들때마다 그렇게 한시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곤 했다. 그렇게 강인해보이던 그녀였지만.. 아들의 백일에 참석할 수 없었던 때.. 그리고 엄마가 시어머니에게 사과를 할때 참 많이 속상해하고 힘들어한다. 사실.. 결혼하고 나서 아프게 되면 생기는 어려움.. 나 역시 많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나의 주치의이기도 했던 남편..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도 응급실과 병원을 자주 다녔던 터라.. 아빠가 남편에게 미안하네.. 라는 말을 건냈을때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만 흘렸었다. 그래서 그녀가 엄마를 생각하며 떠올렸던 한시.. 맹교의 <유자음>이 내 가슴 깊이 흘러들어오는 듯 했다. 그저 작은 풀잎일 뿐인 자식, 그리고 석달 봄날 따듯한 햇볓같은 어머니.. 부모님의 사랑은 그렇게 한결같고 따듯할 뿐인데.. 가끔은 나 혼자 다 큰냥 건방을 떠는 날 보면 굳이 오락프로를 챙겨볼 필요는 없을지도..
그녀는 완벽한 엄마이지도 않고 될 생각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마음의 면역력'을 남겨주기 위해 강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간다. 치료기간에 쪘던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다시 회사에 나올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회사를 찾고, 도연명의 <만가>를 읽으며 어차피 죽을 거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며.. 좌우명을 "곱게 늙어 죽자"로 정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참 좋은 모범이 되어줄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