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인문학 - 문득 내 삶에서 나를 찾고 싶어질 때 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 인문편
최진기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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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은 인문, 고전, 역사 등을 주제로 그 분야의 석학이 책을 선별하고 소개하는 시리즈라고 해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은 인문편으로 최진기의 <나를 채우는 인문학>입니다.

10가지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마음에 드는 주제로 찾아 들어가서 읽기도 하고, 관심 있던 책이나 읽었던 책으로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다만 목차에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 점이 조금 불편했네요. 소개되는 책이 고전 위주가 아니라 더욱 좋았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관심사를 함께 나누고 있는 책들이 많았거든요. 뿐만 아니라 함께 읽어 볼만한 책이나, 생각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도 많고요.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전부터 궁금하던 책이었어요. 그런데 그 속에 소개된 환자의 이야기와 함게 모든 것을 다 계량화하고, 개별적인 것을 무시하는 현대사회를 반추하는 우화와 같은 인물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더군요. 책을 읽을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느낌입니다.

책 소개가 끝날 때, 독서법TIP이 따로 정리되어 있어요. 김경일의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에 대해 읽으면서 자연과학적 진실과 사회과학적 진실의 충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시대의 잣대를 무시하고 현대인의 눈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저의 의문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는데요. 마지막에 독서법에 만화책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어서, 더욱 읽고 싶어지더군요. 주제가 어려워도 만화형식이면 접근이 쉬워지니까요. 또한 매 장이 끝날 때 서평이 몇 편 수록되어 있어서, 저 역시 참고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어요. 책을 읽고 서평을 쓸 때, 좀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늘 많거든요. 그래서 잘 쓴 서평을 보니, 읽으면서 배우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시리즈의 시작이 너무 좋아서일까요? 앞으로 이어질 책들도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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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글로 출근한다
그레고르 파우마 지음, 김희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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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과학자 그레고르 파우마의 <우리는 정글로 출근한다> 책을 읽다 보니 그가 바라보는 사무실은 15백만년 전 정글을 뛰어다니던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인류가 이루어낸 문명의 진보이고, 우리의 몸과 행동은 여전히 오랜 시간 전에 만들어지고 아주 서서히 변화해온 원리를 따르고 있으니 말이죠.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 정말 흥미로운 학문인 것 같습니다.

 저도 요즘 느끼는 딜레마 중에 하나인데, 사람들은 보다 빠르게 그리고 보다 편하게 소통하기 위해 이메일을 사용하곤 하죠. 물론 인간이 문자를 사용하면서 만들어낸 엄청난 성과는 잘 알고 있지만, 지식의 저장과 전승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면 문자가 과연 그 효용을 다하고 잇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는데요. 이메일의 수신자는 감정의 동물이고, 그래서 제가 쓴 것과 다른 어조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이 소통을 할 때 감정 그리고 책 후반에 언급된 몸짓언어도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를 다 제외하게 되니 말이죠. 그래서 시간을 아끼고 짜증을 줄이려면 직접 대화를 하거나 전화하는 편이 좋다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많은 감정의 앙금들이 전화나 대화로 해소되는 경험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거 같네요.

 그리고 제가 언제나 프레젠테이션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 부분도 유심히 보게 되네요.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는데, 도리어 어느 정도의 초조함은 성실함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물론 불안초조는 문제겠지만, 침착하게 초조할 수 있다면 말이죠. 내 것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쉽게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 마음과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초조하고 긴장하는 성격을 바꾸기보다, 침착함을 더하는 것이 도리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쉽게 범하기 쉬운 기본적 귀인 오류그리고 뒷담화의 힘, 복도와 계단에서 벌어지는 패션쇼의 의미를 비롯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과 그 의미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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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살라에서 보낸 한 철 도시산책 2
임 바유다스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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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심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배낭을 둘러매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여행을 다닌 임 바유다스의 <다람살라에서 보낸 한철> 인도의 산중도시 다람살라의 도시명은 왕의 방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가디족이 평화롭게 목축업을 하던 도시에서 영국의 휴양지로 그리고 다시 지진으로 폐허가 되었지만, 히피들의 지상낙원으로 사랑받았던 곳이라고 해요. 지금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물이 우유처럼 좋다라는 이유로 선택한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된 도시이기도 하죠. 그 역시 오년의 세월을 지냈던 다람살라에서 보냈어요. 신들의 대지인 인도에 온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오크나무가 보이는 숙소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골목길들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얼굴이 눈에 선할 정도로 친숙한 곳이죠.

 오랜 시간 길을 떠돌며 살아온 그를 인도의 친구들은 선생이라는 의미의 ji’를 붙여서 임지라고 부르는데요. 왠지 그를 수행자처럼 여기는 것 같더군요. 그러고 보니 인도의 결혼식 풍습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남자에게 출가수행자가 될 기회를 여러 번 주고, 결혼을 선택했다면 가족을 부양하는 의무가 끝나기 전까지는 출가할 수 없거든요. 수행자와 어우러져 가는 인도 사람들, 그래서 인도를 신들의 대지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붓다가 심오한 지혜를 친구들에게 나누기 위해 먼 길을 걸어간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 말이죠. 종교와 삶이 함께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들과 나누는 대화는 때로는 선문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삶의 깊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델리로 떠나는 친구에게 굳이 마중을 가지 않겠다며,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기억나요. 나중에 세상과 작별할 때도 이렇게 담백하게 하자며 두 사람이 나누는 교감이 참 좋았거든요.

물론 유머러스함도 잃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었고요. 야채가게에 온 손님이 자신은 무만 필요한데, 왜무청까지 함께 무게를 재서 파느냐고 따지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상인이 바나나껍질을 먹지 않는다고 껍질을 벗기고 저울에 올리지 않냐고 반문하거든요. 그 순간을 지켜보다 친구가 된 두 사람, 오래간만에 다람살라로 한 철을 보내러 간 그가 껍질을 벗겨서 팔라고 농을 걸며 다가가자 친구가 유쾌하게 받아주는 이야기가 저는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다 어느새 사람들 사이로 다가가기 시작한 그의 마음이 절로 이해가 됩니다. 덕분에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찬사를 받았다던 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람살라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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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면 나와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34
이권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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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 나오는 아우름 시리즈에서는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어서 좋은데요. 도서평론가이자 희망을 열어가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고 싶은 이권우의 <배우면 나와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를 읽으며, 독서의 궁극적 목표 중에 하나가 거기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잖아요. 예전에는 정보를 찾으려면 백과사전을 빼 들었지만, 지금은 손쉽게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이 더욱 필요한 시대라고 하네요. 정보의 바다에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책이고, 책을 읽으며 나만의 질문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죽음 앞에서도 자신이 선배로 여기는 분들을 만나서 물어볼 기쁨에 빠져있었다니 놀랍기도 하고요. 이와 유사한 방식이 동북아시아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서경의 내용을 전적으로 믿는다면 오히려 책이 없는 것이 낫다"라고 맹자가 말할 정도로 제자와 스승이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도 있더군요. ‘공자왈 맹자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제 그들이 학문에 접근하고 보다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방법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한 전통이 이어지지 못한 것이 참 아쉽게 느껴집니다.

 암기를 주로 하며 정답을 찾는 것에 급급한 교육을 받았던 저에게 필요한 것이 그래서 독서인데요. 학창시절이 제레미 벤담의 파놉티콘처럼 사회에서 원하는 가치를 내면화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나만의 방식으로 살고 싶으니 말이죠.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에서 인용한 시각의 군림, 감각의 폭주에서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입구가 독서일 테니 말이죠. 연쇄독서라고 하죠? 이 책을 읽고 나니 저 역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 많아지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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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혜, 듣기 아우름 33
서정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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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면 말을 더 조리있게 하고, 글을 더 논리적으로 쓸 수 있을지만 고민했지, 듣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잃어버린 지혜, 듣기>는 딱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짚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라는 화두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시리즈 아우름다운 책이기도 하고요.

 인디언, 불교, 기독교 다양한 차원에서 듣기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인디언의 지혜와 영성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어머니 대지와 공명하는 것,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래서 생명은 하나임을 깨닫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디언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참 새록새록 관심이 커지기만 합니다. 침묵과 듣기로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다니, 산책을 할 때면 늘 음악을 듣곤 했는데 이제는 저도 자연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 이를 통해서 저 역시 내 안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제가 고민했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탐색해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불교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오감 외에도 의식도 하나의 감각기관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깨달음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을 듣는 것으로 꼽는다고 해요. 그 이유는 귀가 우리가 갖고 있는 집착으로부터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그렇죠. 귀는 언제나 열려 있어서인지 뭔가에 애써 집중하지 않는 한은 그냥 흘러가기 쉬운 감각이기도 해요.  자궁에서 태아가 가장 먼저 얻게 되는 감각이 소리와 진동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되짚으니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엄마의 목소리가 갖고 있는 안정감과 편안함, 그리고 익히 알려져 있는 모차르트 이펙트까지 말이죠. 딱히 의식을 하지는 않았지만, 집중이 잘 안될 때면 모차르트 피아노 삼중주를 틀어놓곤 하는데요. 앞으로는 조금 더 모차르트와 함께 삶의 기쁨을 만끽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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