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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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생활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일본인들의 시간과 생활은 천황과 함께 흘러간다고.. 이 책의 제목도 그런 지점에 서있다. 쇼와천황이 1989년 1월 7일날 죽고 현재의 천황인 헤이세이천황이 그 자리를 이었다. 그래서 1989년은 쇼와 69년이자 헤이세이 1년이다.
平成元年이라는 활기넘치는 외침이 있던 때이지만 D현경 수사관들에게는 64는 다른 의미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있는 쇼와 마지막 해에 유괴, 살해당한 7세의 소녀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은 처음부터 바닥없는 늪처럼 D현경을 잠식해왔다. 처음에는 오래동안 끌어온 미해결 사건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사람이 저지른 실수와 조직의 작위적인 은폐라는 씨실과 날실이 촘촘히 엮여져 있는 사건의 진실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시작에 불과하다는게 정말 큰 함정이다. 2013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와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빛나는 [64]는 미스터리에 조직과 개인, 진실과 현실, 수사와 보도, 정의와 은폐, 도쿄와 지방, 경무부와 형사부 등등 다양한 경계속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10여년의 긴 연재기간만큼 긴 분량을 자랑하지만 쉽게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
형사부에서 오랜기간 훌륭한 실적을 자랑해왔지만 갑작스럽게 경무부소속 홍보담당관이 된 미카미는 어떻게 보면 약지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가 선 경계들이 책속에서 가장 극적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형사부와 경무부 사이에 층계참에 서있는 그의 모습은 그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경계에 서있기를 자처했기에 도리어 그는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찾아낸 진실은 그를 그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뿐이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그의 고민이 이해가 되었고 얽히고 설킨 이 사건이 어떻게 풀려나갈지 눈을 뗄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수많은 가면을 갖고 산다. 그리고 그때그때 필요한 가면을 꺼내쓰고 자신의 역활에 맞게 행동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을 누구나 능숙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면속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하지만 [64]를 읽다보면 어느새 사람들의 가면속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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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ddd 2013-05-2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추천합니다.저도흥미진진하게봤어요.
<너무예쁜소녀>,이책도재밌어요.최근에나온스릴러(추리)소설중에서는최고인듯^^
 
가슴으로 답하라, 꿈을 이룬 사람들처럼
김혜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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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답을 구하려거든 제대로 질문하라.. 라는 말이 있다. [가슴으로 답하라 꿈을 이룬 사람들처럼]을 읽으면서 정말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답을 찾고 싶은 세가지 질문을 만나게 되었다. "이대로 살아도 될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이 어려움은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내 앞에 온 걸까?" 이다. 과연 나는 이 질문들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스스로 찾아내어 실행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꿈을 이룰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가슴을 두드리는 여러가지 질문들에 피터 드러커, 워렌 버핏, 오프라 윈프리, 바비 브라운, 미우치아 프라다, 마이클 조던, 윈스턴 처칠,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내가 참 답하기 힘든 질문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이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참 일관되게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어려움이 깊어진다.
하지만 이런 말을 보며 큰 위안을 받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그것은 성공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내비게이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좋아하지도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들도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보면.. "HOW가 WHAT을 이긴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저 열심히 했다라는 것이 아니다. 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지만.. 거기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바로 노력이 수반되어서 그 시간이 힘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열쇠는 경험의 수가 아니라 경험의 질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 역시 WHAT을 찾은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더 HOW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진정한 의미에서 꿈을 이룬 사람은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쩌면 그런 사람은 지극히 이상적인 존재일수 있다는 의심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다른 답을 찾았다. 바로 '나 자신을 계속 성장시킬수 있는 사람' 이 꿈을 이룬 사람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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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 일본의 사례, 1945-2012년 메디치 WEA 총서 1
마고사키 우케루 지음, 양기호 옮김, 문정인 해제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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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일본에서는 민주주의 수호운동으로까지 번졌던 안보투쟁이 있었다. 경찰대까지 배치한 채 단독으로 신안보조약을 승인했던 기시내각이 이에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한 후, 정치적인 문제는 뒤로 미루고 경제에 집중하고자 했던 이케다 내각의 국민소득배증계획이 발표된 후 일본은 정치의 계절에서 경제의 계절로 넘아갔다. 이 책은 패전 직후부터 이어졌던 정치의 계절을 대미 외교적인 시점에서 재조명하고, 요시다내각에서부터 이어진 미국추종의 일본 정치사를 비판적인 시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사실 저자의 말에 동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장기판에 대한 비유대문이였다. 국제정치라는 게임속에서 미국은 자신을 왕으로 삼고 게임을 이기기 위해 장기알을 움직인다. 국제 상황이 바뀔때마다 일본은 차가 되기도 하고, 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졸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미국 입장에서 보면 그저 장기알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 점령에 있어 재무장화와 경제부흥에 중점을 둔 역코스가 시작되고 요시다 전 수상이 "한국전쟁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까지 말했던 6.25 전쟁특수상황으로 경제대국이 된 일본은 미국과 상당히 공고한 협조체계를 갖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후 미국의 계속된 재정적자로 프라자합의가 발표되고 일본의 장기적인 불황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일관계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해서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장기알을 지키기 위해 왕이 희생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그래서 미국은 오로지 자국의 이익에 근거한 대일정책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거기에 발맞추어 움직이는 일본의 정책인데.. 최초로 일본 영토에 성조기가 휘날렸던 이오지마전투로부터 미군의 단독 그리고 간접통치방식으로 이루어진 일본 점령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마고사키 우케루는 이제는 그런 행태를 반성하고 자주적인 태도를 갖자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역사를 한동안 공부한적이 있어서, 아무래도 배경지식이 있는채로 읽다보니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일본역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읽다보면 좀 지루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본 근현대사를 상세하게 조망하고 있다. 거기다 뭐랄까... 이라크 파병등을 언급하면서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자위대의 일본 평화헌법 9조 위헌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것도 좀 마음에 걸렸고, 전체적으로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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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둑
이토이 시게사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윌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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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양도둑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것일까를 고민하며 검색하다 도리어 다른 정보들만 잔뜩 얻게 되었다. 이 책을 위한 노래라던지.. 표지를 장식해준 요리모토 나라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어쨋든 양도둑은 이토이 시게사토의 작은 말들을 일년단위로 모아 벌써 5번째 나온 책이라고 한다. 나도 요즘 그의 트위터를 구독하고 있는데 소소한 일상속에서의 단상같으면서도 자꾸만 다시 생각나는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일본어를 이용한 말장난이나 하이쿠가 흥미롭다. 이 책에서도 여러번 나오는데.. 뭐 좌회전을 사도로 향한다.. 라고 표현하는 그런데 이런것을 그냥 번역하다보니 재미가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나머지는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 ㅎ
원숭이와 게의 전쟁에서.. 게가 어떻게 주먹박을 갖고 있게 되었더라.. 라는 의문에 '길거리에서 줍지 않나?' 라며 찾아보다 도리어 게가 주먹밥을 쥐고 있는 그림 자체가 웃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인이 버터 스카치만 골라먹기 때문에 그냥 먹는 자신은 그 맛을 먹을수 없다던 메이지의 첼시사탕에 대한 이야기에 우리 남편도 그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힘으로 꼬리를 흔드는 브이용의 이야기에 내가 집에 가면 정신없이 반기는 우리집 아이들도 생각나고.. 뭐랄까.. 그냥 툭 던지는 말인거 같은데도 세상을 조금은 다른 각도로 바라보며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양도둑인가? ㅎ 
일상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는가로 정해지는 일의 기준표, 그저 더 낫다라는 이유로 결론을 내리지말자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으로라도.. 라며 살아와서 도리어 최선책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에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역시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모릅니다' 라고 대답해놓고도 아직도 왠지 내가 아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나 역시 많다. 아니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것 부터가 참 어렵다. 그래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얼룩덜룩하게 섞여있는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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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용의 기분
이토이 시게사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윌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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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용의 기분~ ^^ 책이 올때까지 먼저 호보 일간 이토이 신문의 웹사이트(http://www.1101.com/)에 들어가 변덕쟁이 카메라를 통해 최근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웹페이지에 비해 사진 질이 조금 안좋은것 외에는 소박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에세이와 사랑스러운 브이용의 사진덕에 정말 읽는 내내 온몸이 따듯한 행복으로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브이용의 지도도 만날 수 있고~ ㅎ
잭러셀테리어인 브이용은 공놀이와 산책 그리고 주인과 같은 자세로 혹은 블록놀이를 하며 자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사진속의 브이용은 거의 뛰어다니는 순간을 포착당해 공중부양을 하는 중이거나, 공을 갖고 놀거나 동그란 갖가지 물건들과 신경전을 벌이거나, 무방비로 너무나 편하게 자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브이용의 기분이나 브이용과 함께 사는 아빠와 사람엄마의 기분이 짤막한 글로 남겨져 있다.
이 책을 강아지를 좋아하는 동생에게도 선물해주었는데, 읽으면서 내내 "언니같아~" 때로는 "나 같아~" 하면서 즐거워 했다. 아무래도 강아지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행복을 함께 나눌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듯.. 나는 브이용의 사람 엄마처럼 "잘 말하면 알아들어"라고 확신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어쩌면 그것을 믿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의문형으로 물어볼때 강아지들이 갸웃갸웃하는걸 보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있어서는 내 말을 너무나 찰떡같이 알아듣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수 밖에 없지 않은가? ㅎ
특히 브이용의 세상인 개가 턱을 올릴 수 있는 장소와 올릴 수 없는 장소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걸 보며 우리는 모두 대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엎드려서 노트북을 쓸때면 꼭 마우스를 잡는 팔에 와서 머리를 딱 얹고 있는 아이들때문에 난감해했는데, 브이용의 아빠도 내 주위에 강아지를 기르는 모든 사람들도 다 그런 경험이 있는 것 같다. 왜 강아지들의 머리는 꼭 어딘가에 올려져 있어야 하는 것일까? ㅋ
브이용의 사람엄마.. 사실 이 표현을 동생이 제일 좋아했다. 브이용의 아빠는 이 책의 저자인 이토이 시게사토이다. 그리고 그의 부인 히구치 가나코는 사람엄마가 되었는데 이유는 브이용이 자랄때 엄마노릇을 해준 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브이용 입장에서 엄마와 사람엄마로 구별되는 것이다. 어쨋든 그 분은 말이 통할거라고 믿는 면에서는 나와 참 비슷하지만 더 다정하고 따듯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아지들과 산책할때면 늘 멈춰서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곤 한다. 그럴때면 또 시작이네.. 하며 멍하니 기다리곤 했는데, 브이용의 사람엄마는 개가 편지를 읽는 것이라고 표현을 한다. 나도 "그래. 그래. 나도 잘 있어"하며 읽어줘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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