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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키토키 유럽 - 네 남자, 유럽인들과의 대화여행
최규동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4월
평점 :
walkie-talkie.. 휴대형 소형 무선 송수신기를 이야기하는데.. 처음에는 왜 제목이 [워키토키 유럽]일까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바로 유럽사람들과 우리를 연결해주는 '워키토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사진과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하거나 때로는 여행자의 감상이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여행에세이는 참 많다.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이 책으로는 충족할 수 없을 것이다. 워키토키 유럽은 여행에 대한 목적의식이 뚜렷한 4명의 남자의 글이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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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공원을 찾아 일본을 생각한 최규동님의 글을 읽으며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일본인의 태도가 꽤 기억에 남았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일 테고 그것이 일본 문화의 단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 몰라서 혹은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프랑스인들이 영어로 말하면 대답을 안해주는 이유를 분석한 글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내가 겪은바로는..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그것이 자국언어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자국 교육정책의 한계가 아닐까?
네덜란드인과 유럽인으로의 느낌이 반반이라.. 정말 그럴수 있을까? 어린시절부터 더 넓고 다양하고 풍성한 세상인 유럽연합을 접하며 성장해온 그들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우리는 역사적인 그리고 지정학적인 이유로 동아시아의 국가들끼리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관계속에서 놓여있다. 그래서 동아시아인으로서의 우리라는 의식은 거의 희박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4명의 남자들의 여행속에서도 드러나는 유럽국가간의 자유로운 이동과 교류가 부럽기도 하다.
영국의 이야기속에 언급된 홍콩의 특수성도 또 이스라엘 생활공동체 키부츠, 네덜란드와 스위스의 이야기까지.. 나 역시 여행을 해본 곳이지만.. 나와 전혀 다른 여행을 해온 4분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영국의 지하철을 보며 능동적인 문화와 수동적인 문화를 유추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순간 일본의 택시를 생각하며 일본은 더욱더 수동적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영국생활중에 발생한 집문제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와 또 서양의 패권이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고찰해보기도 하고, 농업강국 프랑스를 있게 한 공동체 시스템을 보며 한국의 '두레'정신을 되살릴 고민을 한다던지.. 내가 그 곳을 가서 그저 스쳐지나가는 관광을 했다면.. 이들은 유럽을 여행(旅行)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