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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
이지영 지음 / 푸른봄 / 2013년 7월
평점 :
Tu me manques beaucoup.. 남편이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고.. 그래서 익숙한 이 말. '나는 네가 그립다'라는 뜻의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책.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이지영님은 그립다라는 것을 부족하다라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고 말한다. 'Manquer'라는 동사는 없다, 부족하다, 결석하다, 없어서 그립다, 그래서 잊다.. 이런 뜻의 확장을 갖고 있는데.. 그립다라는 말과 부족하다라는 말은 참 잘 통하는 것 같아 [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라는 책 제목이 입에 착 감기는 느낌마저 든다. 그립다라는 남편의 말도 그렇게 들려올거 같은 예감..
할머니가 되어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없을거 같아 프랑스행을 결정했다. 그렇게 유학생활을 하고도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때문에 끝없이 여행을 떠나는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때로는 나의 추억들이 하나둘 생각나기도 하고, 또 자유롭기만 한 그녀의 여행을 닮아가고 싶기도 하다. 파리의 맛있는 빵집들..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바게트 빵집이 이제는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했을때의 그 슬픔도 새삼 떠올랐다. 타르트는 달다는 선입견을 깨게 해준 고기 타르트의 이야기를 읽을때는 치즈와 야채 고기가 듬뿍 얹어져 있던 시어머니님의 맛난 타르트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이기도 했다. ^^; 작은 카페에서 열리는 시낭송회 이야기에는 뜬금없이 섹스앤더시티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ㅋ
주로 리조트라는 경계에 갇혀있거나, 혹은 유명한 그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고 만지고 싶어하는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여행을 하면 마치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처럼 일상속으로 녹아들어간다. 그런 면이 참 따듯하게 다가왔다. 파리, 도쿄, 칭다오, L.A.. 나 역시 꽤 익숙하다면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그 곳의 이야기들이 따듯한 그녀의 시선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하정우와 인터뷰를 하며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하냐고 물었던 그녀에게 돌아온 답.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 것 같다. 당신도 생각해보라. 당신이 잘하는 그 무엇은 부모님으로부터 온 것일 거다' 그녀는 자신의 책속에 담겨져 있는 여행, 글, 사진 들이 다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책을 읽고 있던 나도 잠시 시선을 멈추고 그런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 걸 좋아하고,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어제보다 좀 더 발전한 나이고 싶은 오늘을 살아가고 싶아하는 그런 면들이.. 나의 부모님 덕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