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이범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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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시간 동안 보노보노를 연재해오고 있는 이가라시 미키오의 에세이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그 속에서 흘러가는 생각들을 밀도 있게 잘 담아낸 에세이입니다. 자신의 삶을 존중하고, 지키고 싶어하는 남자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고 할까요?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상당히 유쾌한 에세이였고, 자신만의 행복론 그리고 삶을 관조하는 자세도 돋보였다고 생각해요. 결국 진화는 인간이 편안해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너무나 공감이 가고요. 우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들을 이런 방향으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더군요.

그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만화라고 소개했었는데, 그 말에 너무나 공감하거든요. 그래서 그의 에세이 역시 그런 느낌으로 채워지지 않았을까 했어요. 기록과 기억, 어쩌면 그의 에세이를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나중에 기억하고 있든, 잊어버리고 있든, 그 어떤 것도 사람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인생으로 까지 생각을 확장하게 되더군요. 나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수 많은 것들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을 기억과 기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인지라, 이미 기록된 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죠. 또한 어머니의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는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온 몸으로 죽는 법을 가르쳐 주신 것이라는 표현이 저를 두렵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어린 시절 그에게는 신과 같았던 어머니, 그렇게 소중한 분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는 것을 왜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요? 그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보노보노, 하지만 그는 이야기는 끝났다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해요. 물론 그의 생각을 바꾼 여러 가지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란 결국 세계를 사랑하기 위한 것이라는 언급도 나오게 되지만 말이죠. 저 역시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좀 더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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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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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사회비평을 들려주는 강준만 교수의 <바벨탑 공화국> 한국사회가 노정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이 초집중화도시인 서울이 드리운 길고 어두운 그림자의 조각들임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초집중화’, ‘부드러운 약탈’, ‘젠트리피케이션’, ‘게이티드 커뮤니티’, ‘소셜 믹스’, ‘전위된 공격’, ‘학습된 무기력’, ‘소용돌이 정치’, ‘지방 소멸론’. ‘지방분권의 함정이런 소제목을 다시 읽어보니, 책에서 봤던 내용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거 같네요. 그리고 그 문제의 시작은 바로 바벨탑 공화국에 있다는 것도요. 이런 생각을 지지하는 가장 큰 틀은 개천의 용인 것 같아요. 나도 성공해서 서울에 고층아파트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는 사람들, 그런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바벨탑 공화국은 그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겠죠. 흥미로운 것은 대한민국 역시 개천의 용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죠. 2차세게대전 이후 잿더미에서 올라선 나라,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더욱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식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해요. 얼핏 보면 그 생각 자체는 잘 못 된 것이 아니죠.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던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연한다는 것이 문제겠죠. 전에 <지방소멸>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블랙홀처럼 인구를 빨아드리는 도시와 과소화된 농촌의 문제를 지적하는 책이었는데요. 문제는 더 이상의 성장동력이 없어지면 과밀화된 도시 역시 소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때도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심각한 상황인데 과연 이대로 좋은가 고민한 적이 있는데요. 서울중심주의가 만들어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보면서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밖에 없거든요. 문제가 어떤 것인지 다 함께 분석하고, 공감하고, 고민해야 결국 길을 찾을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공동체조차 돈을 내고 사는 것이 되는 세상이라는 지적이 너무나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단순히 편하다고 좋아했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단지 내에서 해결되는 원 스톱 리빙’,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그런 공간이 결국은 자신과 비슷한 계층들이 모여 살고자 하는 벙커가 아니냐는 말에 반박하기 참 힘들었어요.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주된 감정이 그랬던 것 같고요. 그래서 도입부에 나왔던 머그컵 실험이 다시 생각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거리를 두어야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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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4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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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4<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로 마무리되네요.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로 시작하여 수의사로,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 거듭나는 그의 모습을 함께하면서 한 편의 대하소설을 읽는 느낌마저 드네요. 자서전과 소설 그리고 에세이 그 어디쯤에 위치한 책이다 보니 더욱 그럴 수도 있지요.

 입대를 하며 행여나 그렇게 열심히 머릿속에 넣어놨던 것들을 잊을까 수의학 책을 들고 갔던 그는 이제는 그 모든 지식이 소용없어질까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돼지콜레라가 창궐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면 그가 느끼는 불안함은 아직은 좀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요. 그렇게 그가 살아가는 대러비는 여전하네요. 느리지만 착실하게 변화하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도 거기에 준비해나갈 시간이 충분해 보이기도 하고요. 제대를 하고도 한참이 지나고 다시 찾아가도 여전한 농장의 모습, 이제는 동업자가 된 시그프리드의 여전한 유머감각처럼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며 그 여전함이 참 그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거기 있지 않을까 해요. 여전히 대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덜컹거리는 차를 친구삼아 다니던 그가 이제는 두 아이와 함께 진료를 다니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요크셔의 푸르른 초원에서 꽃과 풀이름을 맞추며 아버지와 함께 보낸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이겠지요. 아버지가 걷는 길을 뒤따라 걷고 싶어하는 아이들, 자신들이 학교에 가면 다시 외로워질 아빠를 걱정하는 다정함도 너무나 소중하더군요. 그때는 그런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절반만 알았다는 그의 회상도 딸이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을 반대했던 그의 고백도 담백하면서도 그 깊은 속내가 느껴지더군요. 그의 미래에 멋진 날들이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저 역시 독서를 마무리했지만,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말 이대로 끝인가요? 일단 아직 못 읽어본 외전으로 아쉬움을 달래보고 그의 박물관이 있다는 대러비로 떠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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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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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곰돌이 푸를 사랑하는지 알게 해준 책, <곰돌이 푸, 인생의 맛> 어렸을 때 동화처럼 이해했던 곰돌이 푸, 하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철학적이고 지혜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요즘은 그런 것에 주목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지는 않지만, 푸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가철학을 통해 접근해서 그런지 조금 더 친숙한 느낌도 들고 말이죠.

  피그렛이 망설이고 이요르가 투덜거리고 래빗이 이것저것 재고 아울이 거들먹거리는 동안 곰돌이 푸는 그저 자신으로 존재하지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이렇게 잘 설명하고 있는지 말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모습이라는 것이죠.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말이죠. 저는 어쩌면 이요르와 아울이 주도권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이 둘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더 재미있기도 해요. ‘화요일이라고 쓰는 법에서 아울로 대표되는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거든요. ‘인생이라는 소풍을 망치는 개미라는 비유까지 말이죠. 어쩌면 저 역시 그 개미들의 목소리에 우왕좌왕하면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한 것은 없고, 그런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르죠. 결국 그들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행복인데 말이죠.  

그래서 "두 팔을 벌려야 껴안을 수 있을 만큼 굵은 작은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자라났고로 풀어가는 노자의 이 말을 지혜와 행복 그리고 용기로 풀어나가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모든 것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고, 저 멀리 어딘가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마무리된다는 것인데요. 푸가 제일 좋은 날은 오늘이라고 하던 것과 참 닮아 있지요. 어쩌면 푸가 살아가는 방식이 순환고리가 아닌가 해요. 여기에서 시작하여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어릴 적 읽었던 파랑새 이야기도 떠오르고요. 제가 세운 목표, 지향점 같은 것도 결국 제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에서 마무리되니 말이죠. 문득 그 원을 잘 기억하고, 중심을 잘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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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자를 말하다 - 삶의 거울이 되는 영화 속 여자들의 인생 이야기
이봄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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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등장하는여자들의 삶과 생각 그리고 감정에 주목한 <영화, 여자를말하다> 육아를 하면서 엄마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영화에서 많은 힘을 얻고, 글로 기록했다고 해요. 그 중에20여편의 영화를 정리하여 나온 책인데, 목차를 보니 제가 본 영화가 많지 않은 것도 놀랍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영화를 편향되게 보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소개도 충실하게 하고 있어서, 보고 싶은 영화도 많아지고요. 그나마 제가 본 몇 개의 영화는 더욱반가워하며 읽게 되는데,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접근법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분명한 목표를 가져보는 것도 삶을 보다 다채롭게만드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매기스플랜’과 ‘코파카바나’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래도 보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성역할이나 가정의 모습과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역할, 특히나 자신의 삶을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여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남편을 전부인에게 돌려주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펼쳐지는 ‘매기스 플랜’의 경우는 물론 두 여성이 재력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가능했다라는 지적도 매우 현실적이었고요. ‘코파카바나’에등장한 모녀도 매우 독특했어요. 제가 생각지 못했던 모습인데, 전에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읽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또 다른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다양한세대와 다양한 상황에 놓은 여성들의 삶을 함께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저는 영화를 좀 오락으로 많이 즐겨왔는데,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것이 영화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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