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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 라이프 - 행복한 삶은 맛있는 한 그릇에서 시작된다
몰리 와이젠버그 지음, 박찬원 옮김 / 앨리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그거 아냐, 식당에서 먹는 웬만한 사람들보다 집에서 먹는 우리가 더 잘 먹는다는거."
식탁에 앉으시면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하시던 아버지를 처음에는 부끄러워하기도 했던 몰리 와이젠버그. 하지만 어느새 아버지가 그 말을 하시기도 전에 자신이 입모양으로 그 말을 하고 있는 걸 느끼게 된다. 그저 잘 차려지고 특별한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온식구가 함께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즐거움 때문이다. 어떤면에서는 참 부럽다. 부모님이 늘 바쁘셔서 집안일을 돌봐주시는 아줌마와 함께이거나 혼자 먹던 시간이 많은 나는 집에서도 패스트푸드를 먹듯 서서 한끼를 뚝딱 해결하는 나쁜 버릇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식사를 하는 것을 알게된 남편의 표정이란.. ㅎ 뭐랄까.. 이 책의 저자인 몰리도 그런 표정을 지을거 같기도 하다.
그녀는 음식과 함께 음식을 먹고 나누는 모든 추억들을 소중히 여긴다. 그렇게 요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요리사가 되지 못한 이유 역시 요리과정과 즐거운 식사사이에 놓인 경계가 싫어서라고 말할 정도이니.. 하루 세번 음식들과 교차하는 자신의 생활과 사람들 그리고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든 블로그 '오랑제트Orangette (orangette.blogspot.com)' 책을 다 읽고 그 블로그에서 한참을 구경했는데, 책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가 그대로 이미지로 바뀌어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사람과 요리 그리고 요리법에 대한 이야기엠에도 불구하고 단 한장의 사진도 없는 게 처음에는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그럴수록 그녀의 글솜씨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마요네즈에 있어 전혀 요령을 부리지 않는 감자 샐러드 레시피, 버터가 아닌 오일을 이용해 튀기듯 만드는 프렌치 토스트로 나를 사로잡은 그녀의 아버지의 맛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론 좀 더 계량적인 레시피와 로맨틱한 맛을 선보여주신 어머님와 라타투이 요리법마저 자신만의 레시피를 갖고 있던 부모님의 딸답게 또 하나의 라타투이 요리법을 알려준 몰리도 좋았지만 말이다. ㅎ

오렌지 설탕절임과 생크림을 곁들은 바닐라빈 버터밀크 케이크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는 케이크의 맛을 설명해주는 그녀의 글을 보면.. 왜 이 책에 사진이 꼭 필요하지 않았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마치 친구가 옆에서 이야기를 하듯 무지방 제품은 버리는 것이라던지, 무한대의 케이크를 이야기하는 그녀. 집에서 만든 음식이니만큼 유통기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마련인데.. 거기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고, 보관법도 잘 알려준다. 나같은 사람은 칼로리도 궁금해하긴 하지만.. 그것은 무리수. ㅋ 사랑하는 음식을 나누기 위한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 들꽃처럼 번져나가는 사랑을 만나고, 너무나 귀여운 아이와 함께 홈메이드 라이프를 꾸려가는 모습.. 구운토마토처럼 행복한 그녀의 삶은 언제나 홈메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