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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밥이다 - 매일 힘이 되는 진짜 공부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눈앞에 당장 보이는 효율과 생산성 그리고 실용성만을 추구해온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해왔다. 심지어 인문학이 밥이 되냐, 떡을 주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인문학은 밥이다>의 저자 김경집님은 "인문학은 더 맛있는 밥, 더 몸에 좋은 떡을 준다"라고 대답한다. 또한 인문학이 요즘처럼 잠깐의 열풍이 아닌 매일 밥을 먹듯이 꾸준히 공부하고 자신의 삶 속으로 내재화 해야 한다 하여 책 제목을 이렇게 정하기도 했다.
이 책은 철학, 종교, 심리학을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인문학으로.. 역사, 과학을 진보하는 인류와 인문학으로.. 문학, 미술, 음악을 감성을 깨우는 인문학으로.. 정치, 경제, 환경, 젠더를 인문학은 관계 맺기다로 구별하여 다루고 있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다고 이야기되는 것처럼 정말 여러가지의 테마를 다루고 있어서 500여쪽이 넘는 분량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덕분에 인문학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는게 즐거웠고, 각장이 끝날때마다 읽어볼 책들을 정리해두어 관심이 가는 분야를 깊이있게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실 요즘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는 바로 뇌과학이다. 뇌과학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심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언젠가는 인간의 뇌를 건축 설계도처럼 자세히 들여다 볼수 있게 되고, 인간의 인지과정의 전과정을 기호화하는데 성공하겠지만.. 인간에 대해서 완전한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뇌과학이 재미있는 것은 아무래도 심리학보다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심리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때부터 마음의 문제가 화두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세를 거치며 종교의 영향으로 이를 다루는 것이 터부시 되고, 데카르트에 이르러서야 심리학이 이슈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통해 현대 심리학의 지평을 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자는 칼 구스타프 융인데 그는 보편적 개인이라는 개념을 심리학으로 끌어들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개별적 심리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전체로 파악하려고 했던 개슈탈트 심리학에 큰 관심이 생겼다. 뭐랄까.. 여기까지 오니. 사회과학에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어느 시점으로 두고자 했느냐를 갖고 했던 논쟁이 떠오르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인문학은 레고다" 라는 말이 내가 내릴수 있는 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의무교육을 통해서 일정수준 이상의 지식을 축적하게 된다. 이과였던 나의 경우에는 도데체 내 삶에 있어서 절대 써먹을 거 같지 않았던 미분과 적분 공부에 한동안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분과 적분이 삶 속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과정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무작정 암기했던 작곡가들의 이야기도 프랑스 혁명을 중심으로 이해하니 좀 더 구체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들을 조립하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