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식탁 - 우리는 식탁 앞에서 하루 세 번 배신당한다
마이클 모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미국의 신문보도와 해설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퓰리쳐상을 수상한 뉴욕 타임즈의 마이클 모스의 탐사 저널리즘 <배신의 식탁> 가공식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의 자료와 기록, 연구논문을 살폈을 뿐 아니라, 내부 고발자와의 인터뷰, 기물서류 입수 등을 통해서 밝혀낸 진실은 사실 내 예상보다도 더 놀라웠다. 평소 백색공포 같은 기사를 접하곤 했지만, 가공식품 업체들의 목표는 오로지 매출과 이윤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가치같은 광고문구는 그저 허울좋은 캠페인에 불가했던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패스트푸드점에서 그래도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콜라는 다이어트 콜라로!”라고 말했을 때 친구가 어차피 쓰레기 먹는 건데 먼저 조금 덜 묻으면 뭐가 다르냐?”했던 게 떠올랐다. 가공식품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게 그렇게 무리한 판단의 기준은 아닐 듯 하다.

원서의 제목은 <Salt Sugar Fat>인데 구성 역시 ‘설탕으로 배신하다’, ‘지방으로 배신하다’, ‘소금으로 배신하다라는 세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가공식품 업체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데, 일본에서 말하는 삼종의 신기라고도 볼 수 있다. 설탕이 우리의 입맛을 한 순간에 사로잡는다면, 지방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갖고 있다. 또한 소금은 설탕과 지방 뒤에 숨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공식품은 일단 체내에 들어가면 마약과 같이 작용하여 뇌의 쾌락 중추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나 가공식품 회사들은 이 세가지 무기를 사용하여 사람들이 맛에 중독되게 만드는 지점인 지복점을 공략하고 사람들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오늘 내가 먹은 가공식품이 몇 가지였을까?’ 가늠해보기도 했다. 물론 그 숫자도 상당했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피한다고 해서 가공식품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특히나 직접 요리를 해먹는 일이 별로 없고 외식에 많이 의존하는 나의 식습관 때문에 나는 어느 정도로 가공식품을 섭취하고 있는지, 백색공포라고 하는 설탕, 지방, 소금을 어느 정도 섭취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 달고 기름지고 바삭한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그런 음식에 대한 나의 열망을 본능이라고 생각해왔다. 때로는 내 입맛은 이 모양 이 꼴일까자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입맛 역시 진정으로 내가 타고 난 것이었는지, 아니면 가공식품의 덫에 빠져서 길들어져 버린 건지 잘 생각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중독성 강한 음식들에 계속 빠져들 것인지, 아니면 잘 선별된 재료로 된 음식들을 먹을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절한 과학책 - 과학에서 찾은 일상의 기원,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이동환 지음 / 꿈결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과학을 재미있게 또 일상생활에 밀착되어 설명해주는 책들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과학과 일상은 분리될 수 없고, 분리되어서도 안 된다.”라는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말처럼 과학은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근간이기도 하고, 또 우리의 삶을 바탕으로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학창시절에 배운 과학은 참 지루하고, 암기과목이거나 수학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이런 식으로 과학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과학 미래도 꽤 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무 가지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는 <친절한 과학책>은 과학에서 찾은 일상의 기원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각 섹션과 소제목들을 살펴보다 보면 호기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웃기는 남자가 성공한다설명은 간단할수록 좋다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상황들이 담겨져 있다.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경쟁 가운데 생존보다도 중요한 것이 번식경쟁이라고 한다. 암컷 말벌 모양을 닮은 꽃을 갖고 있는 겨울난초도 재미있었고, 또 인간의 번식경쟁 역시 흥미로웠다. 이런 번식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번식가능성은 조화와 균형 잡힌 몸매로 나타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맹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도 황금비율에 대한 선호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유전자에 뿌리깊은 선호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화론적인 접근으로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여기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비효율적은 요소를 제거하고 최고로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그렇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친 닭 이야기이다. 생산성이 가장 높은 개개의 닭들은 다른 닭의 생산성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동환님은 과학의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년 100여권의 과학책을 읽어나가며 과학에 빠져들었고, EBS에서 3년 이상 과학책을 소개했다. 불 특정한 대중을 대상으로 과학을 설명하려니 좀 더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과학을 풀어서 설명해줄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된 것이 아닐까? 특히, 이 책의 구성 역시 내가 참 좋아하는 시리즈인 <지식e>와도 닮아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마치 과학 판 지식e같다는 인상과 함께 <친절한 과학책>도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들려줄 과학과 과학자의 발견의 뒷이야기가 많을 거 같은 기대감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를 외치는 김전일 덕분에 알게 된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를 탄생시킨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데드맨> 더욱 놀라운 것은 <데드맨>이 가와이 간지의 데뷔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데뷔작을 통해 가부라기 특수반을 통해 캐릭터가 살아있는 4인조를 만들어냈는데 다음 작품 역시 그 팀이 움직인다니 더욱 기대가 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풍부한 수사경험과 냉소적이지만 조금은 엉뚱하기도 한 가부라기가 주축이 되는 팀인데 거기에 그의 오랜 동료이자 은근히 코믹한 마사키가 합류한다. 또한 국립대학 법학부를 나와서 논커리어로 형사가 된 히메노는 오래된 경찰 은어를 즐겨 사용해 가부라기로부터 형사 오타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히메노와 앙숙 같으면서도 죽이 잘 맞는 과학경찰연구소의 프로파일러 사와다까지 정말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는 것도 이 책의 묘미중의 하나이다.

화려한 도시 도쿄, 독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주택가에서 젊은 사업가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장기보존액속에 잠겨있던 그는 너무나 깨끗한 상태로 머리가 사라진 채 남겨져 있었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형사들이 흔히 의심하던 살인동기들이 프로파일러에 의해 부정되면서, 가부라기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바로 살인사건이 아니라 머리가 필요해서 가져간 강도사건이 아닌가 하는? 그 후 연속으로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신체부위가 사라진 시체들이 발견되면서 그의 엉뚱한 발상이 진실을 향해 가는 첫걸음이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수사본부의 움직임과 교차되는 시선이 하나 더 있었다. 사실 책을 처음 펼치면 한 사람.. 음 어쨌든 그 순간만은 인 한 사람인 일기를 읽게 되는데, 그가 바로 데드맨이다. 데드맨이 수사본부에 편지를 쓰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우선은 실제로 가능한가?’ 하는 의문속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프랑케슈타인>이 떠오르기도 했고, 여의사가 데드맨에게 던지는 존재와 소유에 대한 질문에 생명에 대한 오래된 의문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창조된 데드맨은 그저 엽기적인 살인사건이나 실험의 결정체가 아닌 40여년전 은폐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었다.

가볍게 첫 장을 넘기고 나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더라 하는 느낌이랄까? <데드맨>은 속도감 있는 전개가 주는 몰입도와 치밀한 구성 속에 이어지는 반전과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미스터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쌍하구나?
와타야 리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불쌍하구나?> 원제목 역시 かわいそうだね?.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정말이지 ‘?’가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종조사 에서 오는 어감까지 느껴진다고 할까? 일본소설들을 보다 보면 정말이지 제목을 너무 절묘하게 잘 짓는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책이 가장 그러하다.

열아홉 나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해 천재작가라는 평을 받았던 와타야 리사가 10년만의 귀환을 알리는 <불쌍하구나?> <아미는 미인>을 갖고 돌아왔다.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묘한 심리를 잘 그려낸 <아미는 미인>도 재미있었지만 아무래도 한때의 나를 보는 듯한 <불쌍하구나?>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남자친구 류다이가 전 애인 아키요와 함께 사는 것을 이해하려고 미국에서 왔으니까 라는 핑계까지 찾아 냈던 쥬리에처럼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앞에서, 신기루 같기만 한 미래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수없이 양보하고,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아무리 힘들고 내 마음이 아무리 다쳐도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그러하다.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항상 그 이상을 당연하게 요구하며 내가 부족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글로벌한 감각을 익혀 그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기 위해 미국의 문화에 대해 조사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쥬리에 역시 그런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 어떤 문화권이라도 사랑은 둘이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서양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헤라가 질투가 심한 가정의 여신이 되었겠는가?

정말 수없이 불쌍하구나?’를 되내이며 그녀에게 공감하게 하던 쥬리에였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면서 신나게 응원을 하며 읽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그렇게 용기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받아들이는게 참 힘들었다. 너무나 추한 진실을 어떻게든 달콤하게 포장하려고 노력하기만 했기에 그 상처를 이겨내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쥬리에에게 정말 잘 하고 있다고.. 정말 잘했다고.. 그렇게 칭찬해주고 싶었다.

[굿바이, 착한 여자]에 참여하게 되어 책과 함께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초콜릿 그리고 강렬한 버건디 색상의 매니큐어를 받게 되었다. 사실 나는 진한색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색상에 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번에 샵에 갈때는 이 매니큐어를 들고 가봐야 겠다. 그러면 아키요가 불쌍하지도 않아라고 큰 소리를 치던 류다이에게 사랑을 할라 카면 좀 지대로 해라. 니가 쬐매만 더 정신 차렸어도 이렇게 힘들 일은 없어다 아이가? 결국 가시나 둘만 울고 자빠지게 됐네.”라고 일갈하던 쥬리에를 조금은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 갤리온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경제 전문 기자가 된 하노 벡은 입사한 다음날부터 자신이 배운 경제학과 자본주의 현실에서의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그는 그것을 순간 자본 시장에서 이론이란 마치 머리카락이 둥둥 떠다니는 수프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남들과 엇비슷한 수준에라도 오르기 위해 이런저런 책을 보며 공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부딪치는 실제적인 문제 속에서 방황할 때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자기 자신부터 배운 대로 행동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또 아주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게 한 투자경험을 겪으며 인간의 심리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행동 경제학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부자들의 생각법>을 통해 과연 어떻게 돈을 벌고 지킬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이 책은 ‘900명의 집단 자살과 '묻지 마 투자'의 공통점’, ‘거지와 부자 사이를 73번 왕복한 어느 도박사 이야기’,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 1파운드에 매각되기까지같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사례를 제시하고 분석하면서 진행되는 경제서라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나의 관심 끈 것은 바로 재산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18가지 투자 원칙이다. 아무래도 늘 아빠가 지적하시는 대로 재산을 불리기보다는 지키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성격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하여 훌륭한 투자가는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일수도 있다.

2012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갑부 순위 4위에 빛나는 이케아의 설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를 비롯하여 수많은 갑부들의 짠 돌이 행각은 조금은 놀라웠고, 나의 소비패턴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었다. 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총자산이 아니라 개별 손실과 수익에 집중하는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성에 의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똑같은 5유로를 아끼는 것인데도 상품의 값이 15유로인가? 125유로인가? 에 따라 상반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의 경우에는 둘 다 귀찮은데..’ 하면서 책에 나온 표현 그대로 마치 자신이 백만장자인 냥 쿨하게 포기한다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하노 벡은 푼돈의 무서움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짐 크노프 이야기>에 등장하는 거인 투르투르 씨를 푼돈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해준다. 투르투르 씨는 가까이에서 보면 평범한 체구라 사람들이 쉽게 무시하곤 하지만 그는 멀리 떨어져서 보면 볼수록 점점 커져 보이는 거인이다. 푼돈도 이와 같은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귀찮다는 이유로 포기했던 5유로지만 이것이 모이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 입출금 통장의 이자율을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비용이라는 조언과 함께 심리적 회계를 현실에 활용할 수 있는 계좌에 이름을 붙여라라는 원칙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