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마흔, 자전거를 타고 시간변경선에 서다
양금용 지음 / FKI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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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선 서른여덟 회사원의 바이크 다이어리더 늦기 전에 도전한 미 대륙 자전거 횡단기라는 책 소개가 참 마음에 들었다. 비슷한 나이 대를 지나가는 사람이라 그럴까? 더 늦기 전에라는 말에 너무 공감이 되어서 그럴까? 13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이직을 하게 된 양금용님은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기로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전거를 좋아하고, 평소에도 출퇴근을 자전거로 해왔던 그는 바로. 그 자전거를 들고 LA에서 뉴욕까지 5,00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가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오랜시간동안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해왔던 꿈이기도 했다. 약 두 달간의 그의 도전기를 읽으며 그의 용기가 참 부러웠다. 그에 앞서 그렇게 오랜 시간 간직해온 꿈이 없다는 것도 안타깝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게 된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일에 많은 청소년들의 꿈을 실어 달리기로 결심하고 1km당 천원의 기부금을 적립하는 것이다. 베트남의 가난한 청소년들을 일류 요리사로 성장시킨 직업교육 전문 사회적 기업의 한국 지부와 연계해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세상을 요리로 따듯하게 만들겠다라는 말을 줄인 세요리따이다.

그가 달리게 되는 루트66, 올드 루트66은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달리는 그는 인디언들의 문화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래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자전거에게도 이름을 주게 된다. 바로 달용이존 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라는 작품에서  루트 66마더로드라는 이름을 주었다고 한다. 그 길은 이제는 공식적으로 이용되는 길이 아니기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런 길이기에 지도가 정확하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있었다. 한참을 자전거를 타고 들어갔지만 그 곳인 민간인에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발전소 지역이었는데, 하필 이름이 졸라 화력 발전소였다. 물론 길을 잘못 들어 나오는 길에 성공한 히치하이킹에서 그의 여행이야기를 듣고 운전사가 틀어준 음악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도 했다. 사실 어린시절부터 아빠가 즐겨 불러주시던 노래로 이 노래만 들으면 저절로 감동모드긴 하지만, 어쩌면 그의 2달간의 여정 역시 가장 잘 설명해주는 노래가 아니었을까?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And did it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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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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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사실 곽재구 산문집이라는 문구가 없었다면 쉽게 집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무서운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아마 제목에 귀신만 보고 지레 겁을 먹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길귀신이 그렇게 무섭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일본에서는 아직 신도라는 이름으로 살아있는 세상 만물에 다 신이 깃들어 있다는 그런 자연에 대한 숭배심이 우리나라에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그 연장선상에 길귀신을 놓게 되었다. 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것들과 그 길을 걷고 있는 자기 자신까지 모두 길귀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포구기행>으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다른 사람냄새 풀풀 나는 기행문의 맛을 느끼게 곽재구님의 신작 <길귀신의 노래>역시나 곽재구 답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이었다.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라는 부제답게 마음을 따듯하게 적셔오는 듯 했다. 어쩌면 너무나 소박한 일상처럼 느껴질 그런 풍경 속에서 이렇게 세세한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인 것일까? 가정마을을 보며 지중해 니스를 떠올리며 장수만의 작은 갯마을인 가정마을에 평화로움이 더 깊다고 말하는 지인의 감상에 그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화려하고 세련된 명소가 지니지 못한 내면의 평화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사실 옆 페이지에 작게 실려 있는 풍경을 보며 ?’하는 느낌을 갖고 있었던 나이기에 이렇게 그의 감수성을 잠시나마 함께 누릴 수 있어서 기뻤다. 사실 그의 시집을 따로 본적은 없지만, 책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시가 전해주는 시선이 참 예민하면서도 따듯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거기다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고 할까? 그의 대표시인 <사평역에서> 역시 그렇게 읽으니 시인이 전하고 싶은 감정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30여년전 저물 녘 그가 여수항에 들어섰을 때 유난히 쫑포라는 이름을 갖은 상점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 상인에게 물으니 다 쫑났으니 쫑포지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새벽녘에 들려오는 힘찬 숨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찾은 그곳은 여수세계박람회 덕에 정비되어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쫑포는 삶의 은유이며 역설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사진이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보다 사람이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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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
고성연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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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에게 영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좀 독특하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갖고 있던 영국에 대한 느낌들이 있다. 보수적이고 근엄하고 조금은 거만한 인상이랄까? 아마도 높은 모자를 쓰고 있는 영국 신사가 주는 이미지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영국을 실제로 여행하고, 영국인들을 만나면서 상당히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들을 이 책의 저자인 고성연님도 느꼈었던 것 같다. 유럽의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꼽히는 도시 런던의 모습을 제대로 느끼면서 말이다. ,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영국의 길을 걸으며 풍경을 보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고풍스럽고 빈티지한 느낌 속에도 위트가 살아있다고 느낀 정도였지만..  

문화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17명의 크리에이티브 리더를 인터뷰한 < 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 사실 익숙한 이름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었지만, 다양한 자료와 솔직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매력 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다양한 주제의 칼럼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함께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함께 책이 시작되어 즐거웠다. 물론 폴 스미스가 뒤쪽에 있었어도 그를 제일 먼저 찾아서 읽었겠지만 말이다. 그는 스스로를 개성 있는 개인주의자라고 표현했는데, 내가 특히나 열광하는 폴 스미스의 액세서리들을 떠올리면 정말 가장 적절한 상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단순히 디자인에 만이 아니라 경영전반에 자신의 창의력을 적용시킨 면도 흥미로웠다.

또한, ‘머리가 아닌 가슴에 호소한다라고 말하는 케빈 로버츠도 인상적이었다. 그의 이름은 낯설었지만 그가 진행한 캠페인들과 그가 이끄는 영국의 국제 광고 대행사 사치 앤드 사치는 정말 익숙하다. 솔직히 현대인이라면 하루에도 수백 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따로 설명을 보지 않아도 이 광고였지하며 떠오르는 것이 도리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했는데 전 가족과 일이 인생에 녹아 들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한번 그의 광고들을 돌아보니 정말 좋은 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사를 배우다 보면 차용이나 이질성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게 된다. 물론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의 비율을 따지면 그렇지 않지만 영어 전체를 보면 고유어인 앵글로 색슨 계통이 대략 4분의 1정도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언어에서 차용해온 단어들을 통해서 도리어 영어의 효용성이 높아졌고 영어가 세계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힘이 영국의 국민성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의미 없이 오늘이 어제같이 흘러가버리기 쉬운 일상에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주는 면이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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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 1 오싱 1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균 옮김 / 청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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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おしん)' 존경어인 ''는 의미를 갖고 있지 않지만 ''은 믿음, 마음, 한가운데, 새로움, 진실, 인내 등을 가르치는 일본어이다. 그녀의 이름이 참 좋은 뜻임을 가르쳐준 쥰사쿠는 7살의 나이에 더부살이를 갔다가 돈을 훔쳤다는 오해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눈길을 헤메이던 오싱을 살려준 인물이다. 그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반전시로 꼽히는 요사노 아키코의 '그대 죽지 말지어다 (君死にたもうことなかれ)'라는 시를 오싱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쥰사쿠는 오싱에게 글도 가르쳐주고 겨울 내내 보살펴주다 집으로 돌려보내려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군국주의가 휩쓸던 일본에서 탈주병 신세였던 그의 죽음은 이제는 할머니가 된 오싱과 손자와의 대화에서 더욱더 아프게 다가온다.

 

"멍청한 시대였군요."

"일본은 그런 시절을 지나온 거야"

"몰랐어요."

 

오싱의 어린 시절은 참 슬펐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입을 덜기 위해 언니들은 더부살이를 가야 했다. 그럼에도 생활은 전혀 좋아지지 않고, 할머니는 어린 오싱을 보내지 않기 위해 밥을 굶고, 동생을 임신한 엄마는 뱃속의 아이를 없애기 위해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그냥 살아 숨쉬는 것조차 너무나 힘겨웠기에 결국 더부살이를 떠났던 그녀이다.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그녀를 알아본 선생님과 주인아저씨의 배려로 잠시 학교를 다니기도 하지만 같이 일하는 여자와 학우들의 괴롭힘에 배움을 포기해야 했던 그녀이다. 그래서일까? 한겨울이 지나가는 시간이었지만 산속에서 쥰사쿠와 함께한 생활을 통해 그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 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에 있어 가장 따듯하고 행복한 쉼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쥰사쿠 오빠에게서 모든 것을 배웠단다. 반드시 부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사람이 산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거.....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들 말이다"

 

그렇게 상처로 끝난 첫 번째 더부살이 후, 여전히 그녀의 집의 사정은 악화일로로 흘러갔다. 갓 태어난 어린 동생은 남의 집으로 보내지고, 엄마마저 한 료칸으로 일을 하러 떠나게 된다. 이런저런 소문 때문에 더부살이로 가기 어려워진 오싱이 집에서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이제 8살이 되었을 뿐인데.. 거기다 너무나 열심히 일하다 류머티즘이 와서 바늘조차 못 들게 된 할머니조차 한 사람의 몫을 못해낸다고 자책하는 걸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그 모든 상황 속에서 묵묵히 눈물을 삼켜야 하는 아빠의 모습도 참으로 안타깝다. 그들이 너무나 열심히 살고 있음을 알기에 끝내 한 가족을 산산이 부서 버리는 가난이 더욱 더 가슴 아픈 것이 아닐까? 겨우 두 번째 더부살이를 가게 된 오싱은 그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되는데..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이야기라, 이미 커다란 슈퍼 체인을 갖고 있고, 여장부 소리를 듣는 오싱의 추억여행이 도리어 궁금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기다 그녀가 갖고 있는 체인에 위기가 슬그머니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떠나는 추억여행.. 그 속에서 오싱이 무엇을 다시 찾을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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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카타르
지병림 지음 / 북치는마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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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아무래도 나에게는 낯선 나라이기에 <매혹의 카타르>라는 제목에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전에 <테헤란 나이트>를 통해 이란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아.. 내가 기대했던 그런 책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에세이의 느낌을 주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도리어 소설 한 편을 본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나 낯선 공간에서의 생활 같은 것 보다 도리어 내밀한 심리묘사가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막상 그때 쓴 일기를 보면 집에 있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 마치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랄까?  

이 책의 저자 지병림님은 외항사 승무원이다. 이미 전작 <서른 살 승무원>을 통해 나이제한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이 된 자신의 경험담을 소설형식으로 소개한적 있다고 한다.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카타르 항공사 승무원이 된 그녀는 카타르를 여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하기에 카타르의 삶을 감성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으리라. 사랑 없이 삶도 없어라; 태양이여 나를 일으켜다오; 바람을 기다립니다;라는 세가지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승무원으로서의 그녀가 겪은 이야기나 여행지의 이야기보다 첫 번째 사랑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1장 사랑 없이 삶도 없어라 에는 세가지 빛을 갖은 사랑이야기가 등장한다. 룸메이트인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지병림님의 사랑이야기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랍권의 여성하면 자연스럽게 히잡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는 여성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녀들의 삶이 어떠할지 그냥 피상적으로만 느끼게 마련인데, 이 책을 통해서 그녀들의 사랑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종교가 만들어놓은 율법 속에 스스로 갇혀버린 듯한 인상을 주면서 사실 나도 많이 답답하게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불완전한 사랑의 늪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여자와 아무런 위기도 설렘도 주지 않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안정된 사랑의 울타리에 갇힌 여자’”가 카타르에만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다르게 책을 읽으며 여기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카타르라는 곳이 이렇구나, 그 곳에서 살아간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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