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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 1 ㅣ 오싱 1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균 옮김 / 청조사 / 2013년 11월
평점 :
'오싱(おしん)' 존경어인 '오'는 의미를 갖고 있지 않지만 '싱'은 믿음, 마음, 한가운데, 새로움, 진실, 인내 등을 가르치는 일본어이다. 그녀의 이름이 참 좋은 뜻임을 가르쳐준 쥰사쿠는 7살의 나이에 더부살이를 갔다가 돈을 훔쳤다는 오해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눈길을 헤메이던 오싱을 살려준 인물이다. 그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반전시로 꼽히는 요사노 아키코의 '그대 죽지 말지어다 (君死にたもうことなかれ)'라는 시를 오싱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쥰사쿠는 오싱에게 글도 가르쳐주고 겨울 내내 보살펴주다 집으로 돌려보내려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군국주의가 휩쓸던 일본에서 탈주병 신세였던 그의 죽음은 이제는 할머니가 된 오싱과 손자와의 대화에서 더욱더 아프게 다가온다.
"멍청한 시대였군요."
"일본은 그런 시절을 지나온 거야"
"몰랐어요."
오싱의 어린 시절은 참 슬펐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입을 덜기 위해 언니들은 더부살이를 가야 했다. 그럼에도 생활은 전혀 좋아지지 않고, 할머니는 어린 오싱을 보내지 않기 위해 밥을 굶고, 동생을 임신한 엄마는 뱃속의 아이를 없애기 위해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그냥 살아 숨쉬는 것조차 너무나 힘겨웠기에 결국 더부살이를 떠났던 그녀이다.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그녀를 알아본 선생님과 주인아저씨의 배려로 잠시 학교를 다니기도 하지만 같이 일하는 여자와 학우들의 괴롭힘에 배움을 포기해야 했던 그녀이다. 그래서일까? 한겨울이 지나가는 시간이었지만 산속에서 쥰사쿠와 함께한 생활을 통해 그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 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에 있어 가장 따듯하고 행복한 쉼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쥰사쿠 오빠에게서 모든 것을 배웠단다. 반드시 부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사람이 산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거.....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들 말이다"
그렇게 상처로 끝난 첫 번째 더부살이 후, 여전히 그녀의 집의 사정은 악화일로로 흘러갔다. 갓 태어난 어린 동생은 남의 집으로 보내지고, 엄마마저 한 료칸으로 일을 하러 떠나게 된다. 이런저런 소문 때문에 더부살이로 가기 어려워진 오싱이 집에서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이제 8살이 되었을 뿐인데.. 거기다 너무나 열심히 일하다 류머티즘이 와서 바늘조차 못 들게 된 할머니조차 한 사람의 몫을 못해낸다고 자책하는 걸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그 모든 상황 속에서 묵묵히 눈물을 삼켜야 하는 아빠의 모습도 참으로 안타깝다. 그들이 너무나 열심히 살고 있음을 알기에 끝내 한 가족을 산산이 부서 버리는 가난이 더욱 더 가슴 아픈 것이 아닐까? 겨우 두 번째 더부살이를 가게 된 오싱은 그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되는데..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이야기라, 이미 커다란 슈퍼 체인을 갖고 있고, 여장부 소리를 듣는 오싱의 추억여행이 도리어 궁금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기다 그녀가 갖고 있는 체인에 위기가 슬그머니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떠나는 추억여행.. 그 속에서 오싱이 무엇을 다시 찾을 것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