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밤새읽는 지구과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사마키 다케오 지음, 김정환 옮김, 정성헌 감수 / 더숲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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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빠에게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선물받았을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우주의 신비 속으로 빠져들어 천체 망원경도 구입했었다. 현미경에 이어 두 번째로 구입한 나만의 과학기구였는데, 그렇게 보면 내가 학창시절에 생물과 지구과학을 좋아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검색을 해보니 아무래도 재밌어서 밤새읽는시리즈는 수학, 화학, 물리, 지구과학으로 끝날 거 같아 아쉽다. 사실 생물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다 나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저 암기식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의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는 것을 이 시리즈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판구조론만 해도 그러하다. 사실 어디 퀴즈 프로에 나갔는데 이 이론에 대한 정의를 말해주면 바로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과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바로 침묵을 지켰을 것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밀한 세계시도가 그려지면서 16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서로 닮아있는 해안선을 보며 여러 대륙들이 붙어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관찰력이다. 시간이 흘러 1930년대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트 베게너 역시 닮아있는 해안선에 주목했다. 그리고 고생물학의 연구결과를 분석해 대륙이동설을 지질학회에 보고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플라톤이 자신의 책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이야기하던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는 아틀란티스 전설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인 화이트헤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서양의 2000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이처럼 서양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플라톤이 실존했음을 이야기하는 아틀란티스와 화석조사를 통해 멸종한 원시의 말이 유럽과 북미대륙에 존재했음이 밝혀지는 상황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수준의 갈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다 베게너가 대륙이 이동하게 되는 힘을 증명해내지 못하면서 그들은 결국 대륙과 대륙 사이에 육교가 존재했다는 결론을 낸다.

그렇게 베게너의 주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1950년대 전세계의 자기화석을 조사하면서 대륙의 이동궤적을 그려내고 대륙이 이동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고, 해저 지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1960년대 판 구조론이 탄생하게 된다. 사실 처음에 아틀란티스의 대륙과 플라톤의 이야기가 왜 등장하는지 살짝 의아해하기도 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판 구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역동적인 지구 이야기’, ‘알고 있으면 재미있는 기상 이야기’, ‘자꾸만 들어도 신기한 우주 이야기의 삼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단순 암기로 머릿속에 넣어두었던 지식들에 살이 붙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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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
이시즈미 토모에 지음, 이부형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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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시즈미 토모에는 일본에서 창업가를 지원하는 인큐베이션 비즈니스를 설립했다. 교육 부문의 새로운 혁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로 진학했다. 그 후 자신이 공부한 분야와 다른 사람들과 하나의 지향성을 갖고 움직이는 구글에서 일을 하고 지금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회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배운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방법을 35가지의 법칙으로 정리해 < 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 >을 출판했다.

정말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나서도 표지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크다. 사실 일본인에 여성의 이름이 분명해 보이는 저자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남자인 건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녀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사랑하는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임신까지 한 여성이다. 그렇다면 표지 속의 이 인물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혹시나 해서 원서를 찾아보았지만 그 책에는 이런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그녀가 일했던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처럼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게 유용한 조언도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바로 FOMO가 되지 않는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FOMO‘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서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기 싶다. 누구나 한정된 시간과 능력을 갖고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정말 자신에게 소중한 일에 자원을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표지 속의 남자가 누구인지 신경 쓰는 것은 멈춰야 할 것 같다.

또한, 올해 나의 목표 중에 하나에 대한 조언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나의 오지랖은 참 넓기도 하여 자꾸만 이것 저것을 해보고 싶어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을 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책에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타인에게 맡기는 능력을 몸에 익혀라이다. 아직까지도 개인간의 경쟁의식이 강해서인지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떨어지는 게 문제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혼자 일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팀을 이루어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팀의 능력이 극대화 되는 게 중요하기에 나 역시 이런 부분을 키우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또한, 그런 나의 성향 때문에 아직까지도 성취지향적이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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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어록 - 전 인류의 스승, 넬슨 만델라 최초의 공인 어록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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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마무리되던 12월 넬슨 롤리흘라흘라 만델라의 타계소식은 길을 잃고 표류하는 이 세상에 등대가 되어줄 또 하나의 인물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노력한 흑인 인권운동가라는 평가를 받곤 하지만 나에게 만델라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지키고자 했고, 그들이 마땅히 갖어야 할 권리를 자유롭게 누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가 물러나면 사람들에게 잊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즐거우리라.”라는 바람과 다르게 그의 별세소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을 자유와 평화의 유산으로 남긴 지도자다.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으나 영원히 우리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는 말로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한 남자 여기 잠들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라던 그의 말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이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 이상 인류의 역사가 자유와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기록보다는 그것을 누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번에 읽게 된 <넬슨 만델라 어록>은 그의 삶의 여정과 참 닮은 책이기도 하다. 지금은 위대한 지도자로 존경 받는 그이지만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말을 인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발언과 다르게 인용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말을 인용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요청에 이 책이 출판된 것이다.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2,000여 개의 어록을 317개의 주제어로 묶어놓았다. 그래서 그가 하나의 주제를 갖고 했던 말들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크게 성공한 사람은 허세를 부리기 쉽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다 보면, 이기적으로 굴어도 될 것 같고 자신의 특별한 성과를 사람들에게 떠벌려도 될 것 같은 때가 찾아오기 마련이지요

-파티마 미어에게 쓴 편지에서, 로벤섬, 1971 3 1

 

내가 물러나면 사람들에게 잊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즐거우리라.

-퇴임을 앞두고 신문 방송 편집인들과 여론 주도자들에게 브리핑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로토리아, 1999 5 10

 

석방된 후 읽고 생각하고 조용히 반성할 기회가 너무 적어지니, 감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은퇴에서의 은퇴'를 발표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넬슨 만델라 재단, 2004 6 1

 

모든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 만델라의 날은 휴일이 아니라 봉사하는 날이 될 것이다.

-넬슨 만델라 재단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2009 6 30

 

영어로 말하면 아프리카너를 포함해 꽤 많은 사람이 알아듣지만, 아프리칸스어로 말하면 상대의 가슴에 바로 가 닿을 수 있지요.

-리처드 스텡글과 나눈 대화에서, 1992 12월경

 

모든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더 나은 삶을 구축하는데 교육이 그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프리카에 학교를(Schools for Africa)' 캠페인에 전한 메시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2008 5 15

 

우리 인간은 본래 근면하고 절제력 있고 성공한 자와 어울리기 좋아하니까, 이런 자질들을 기르면 친구를 많이 얻을 수 있얼 거다.

-마카토 만델라에게 쓴 편지에서, 로벤 섬, 1969 7 28

 

우리는 한 국민으로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햇살이 깃들게 할 의무가 있다. 아이들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행복한 삶이 줄 수 있는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치명적인 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열린 만델라의 생일 파티를 후원해 준 사람들을 위한 오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1997 7 4

 

앞으로 우리는 우리 처지를 남 탓으로 돌리거나 우리의 발전을 남이 책임져 주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 운명의 주인은 우리이다.

-20세기 아프리카의 100대 양서 선정 기념 연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2002 7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와 나는 이 문제를 논의했다. 대주교가 내게 "..... 대통령 각하, 저는 각하가 옷차림만 빼면 모든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존경해 마지않는 대주교에게 이렇게 답했다. ",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꺼내지 맙시다."

-벳시 페르부르트 여사를 만난 뒤의 논평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오라니아, 1995 8 15

 

해방의 투사들이 어머니 아프리카의 머리에 자유라는 왕관을 씌우고자 했다면, 그 자녀들의 희망과 행복, 번영과 안락이 그 왕관을 장식하는 보석이 되기를.

-OAU(Organization of Africa Unity, 아프리카 통일 기구) 정상회담에서, 튀니지 튀니스, 199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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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 - 더 행복해지기 위한 인생 실험
김영권 지음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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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100세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 현대 사회이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50이라는 나이가 겨우 인생의 전반전을 끝낸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돈에 매달려 시간을 잃던 전반전을 끝내고 자발적 가난을 통해 시간부자가 되고자 하는 김영권님의 <어느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50세의 나이에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이 오억을 조금 넘는 상황에서 그는 여동생과 함께 강원도 산골에 집을 짓고 행복한 인생의 2막을 연다. 서울에 구입해놓은 오피스텔 2채에서 나오는 12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국민연금이 나오는 시점에는 그것에 의지하기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돈을 덜 버는 대신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고, 머리를 덜 굴리고 마음을 덜 쓰는 대신 몸을 더 움직이고 가슴을 더 열기로 한다. 덜 하는 게 여섯 가지, 더하는 게 두 가지 즉 ‘6 2혹은 '6less 2more'의 삶이다.

생각해보면 월든 호숫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스콧니어링과 헬렌니어링의 삶이나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떠오르기도 한다. 뭐랄까? 자신의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해준 분들의 삶이 먼저 떠오르기는 했지만, 이 책은 상당히 생활밀착형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돈과의 심리전이나 하루하루 계산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갖고 있던 의문인 과연 120만원으로 두 사람이 살아가는 게 가능한가?’ 라는 의문에는 ‘YES’라는 답을 구할 수 있었다. 도리어 더 행복해지기 위한 인생 실험이라는 부제와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가까이 살아가며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들 즐기고 싶었던 것들과 함께 하는 삶은 사람들이 흔히 휴가나 여가생활이라고 표현하는 시간들이 삶으로 다가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물론 나에게 이런 삶을 살아보라고 하면 저절로 뒷걸음을 치게 될 것이다. 덜 버는 것은 상관없지만 덜 사라니 나의 삶의 즐거움이 반으로 뚝 잘려나가는 것만 같다. 그러나 지극히 소유중심이고 속도에 집착하는 내 삶 속에 또 다른 삶의 방식이 주는 행복함과 여유는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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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왕 박태준 - 쇳물보다 더 뜨거운 열정
신중선 지음 / 문이당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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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의 거대 철강기업 포항제철을 설립한 박태준의 이야기 <강철왕 박태준> 그는 평소 짧은 인생을 영원한 조국에!’라는 사명감을 갖고 살아왔다고 한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이 말을 듣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언젠가 독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 할 때 화면이 로딩될 때마다 독재자들이 남긴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때 박정희가 남긴 말도 나왔는데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아련해지곤 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님이 남긴 말을 찾아보다 보니 비슷한 말을 찾았다. “내가 살아있는 이 한 세대는 순간이다. 그러나 민족과 국가는 영원하다. 오늘 내가 밤새워 조국근대화를 위해 일 하는 것은 오늘을 잘 살고자 함이 아니다.” 박태준과 박정희는 황폐화된 대한민국의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참 잘 맞았던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하지 못하고 유학을 결심한 박태준이였지만 조국의 부흥이라는 부름에 순응하여 대한중석의 정상화와 포항제철을 건설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종합제철소가 필요했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몇 번의 실패를 한 상태라고 한다. 포항제철 역시 그런 위기를 수없이 넘겨야 했다. 5개국 8개사가 서로 협력한다는 것만을 명시한 KISA와의 합의 계약에 위구심을 갖고 있던 박태준의 생각대로 세계은행에서는 우리나라가 차관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계약이 무효화된다. 좌절하고 있던 박태준은 하와이 구상을 통해 대일청구권을 포철에 사용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문제는 대일청구권으로 받는 돈들은 농림수산업 개발과 발전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차관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과 대일 청구권의 용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리고 철강생산 방식을 현대화 하기 위한 과정은 정말 눈물겹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약소국의 현실이라는 것이 이렇게 쓰디쓴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결국 한일 간 기본 협정이 체결되고 제철소 착공이 시작되는 날 박태준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모두들 알다시피 우리 조상의 피맺힌 돈으로 짓는 소중한 제철소입니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건설에 임해야 합니다.”

 

박태준은 그 어떤 순간에도 애국심과 자신감 그리고 진솔함을 무기로 상대를 설득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포항제철이다. 또한 포항제철에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원 주택단지를 먼저 건설하고, '무슨 수를 쓰든 포철을 키워 줄 기술들을 머릿속에 담아 오라며 해외연수를 보내는 등 그는 인재를 키우고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가의 기반은 교육에 있다 하여 포항제철을 세웠다. 자신이 살던 집까지 팔아 전세금을 빼고 기부를 하고, 돌아가실 때 포항제철의 주식이 단 1주도 없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이다. 그의 폐를 압박한 물혹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집행했던 집도의를 놀라게 한 것은 모래 원료인 규소 성분이 가득한 종양이었다고 한다. 그 허허벌판인 모래사장에서 롬멜 하우스라고 불리던 목조 건물 하나에 의지해 발로 뛰던 박태준은 존경 받아 마땅한 기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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